|
형법 제13조 (범의)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단,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
제14조 (과실) 정상의 주의를 태만함으로 인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한다. |
짧은 연휴라서 오히려 입맛만 버리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골방에서 뒹굴다가 간만에 자료 좀 찾아보았습니다. 미필적 고의라는 놈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이번에도 글이 꽤 장문인지라, 맨 마지막 부분의 빨간 글자 나오는 부분만 읽으셔도 충분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범죄로 인정되려면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고의가 없는 경우에 과실이 있는가를 따지게 되는데, 과실범죄는 처벌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을 하고, 그 법정형도 고의범에 비하여 매우 가볍습니다. 폭행의 경우 고의에 의한 폭행만을 폭행죄로 처벌하고, 과실에 의한 폭행을 규정하고 있지 않기에 폭행의 고의가 없었다면 무죄입니다. (뒤에서 나오지만, 암만 일부러 때린 게 아니라 주장해도 일정한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 이론 덕분에 고의범으로 몰리게 되겠지요) 하지만 살인의 경우 고의에 의한 살인은 살인죄로 처벌되지만, 과실이 개입된 경우를 과실치사죄 등으로 처벌합니다. 과실에 의해 처벌되는 경우인데 과실조차도 없었다면, 즉 그 사람에게 귀책사유가 전혀 없었다면 과실범죄도 성립하지 않아 무죄가 됩니다.
고의란 '사실의 인식'과 '구성요건을 실현한다는 의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자기가 칼로 찌르려는 상대방이 살아있는 사람이고 자신이 손에 쥐고 찌르려는 것이 칼임을 인식하고, '상대방을 죽여버리려는 의사까지 있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행위 당시 구성요건적 결과(상대방이 나로 인하여 죽는다)의 실현을 행위자가 확실히 인식하고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의욕하는 행위자의 내심상태를 확정적 고의라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사실의 인식'과 '구성요건 실현의 의사'를 모두 갖춘 경우입니다.
반면에 확정적 고의의 반대말로 불확정적 고의라는 것이 있습니다. 행위자가 행위 당시 결과의 발생, 행위의 대상 등에 대해 확실하게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발생을 忍容하거나 불특정 대상에 대해 결과가 발생하기를 의욕 또는 인용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불확정고의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미필적 고의입니다.
미필적 고의는 행위 당시 구성요건적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결과발생을 의욕하지도 않았지만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을 인용 내지 감수하는 내심상태를 말합니다. 즉 사람 죽이려고 여의도 광장에서 자동차로 휘젓고 다닌 것은 아니나, 설사 누가 치어 죽는다 해도 괜찮다는 내심상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쉽게 말하면.... 어느 대학생이 시위를 하면서 돌을 던집니다. 이 돌이 건물 유리창을 깨면 손괴죄가 될 것이고, 사람을 다치게 하면 상해죄가 될 것인데 그냥 돌만 던지지 유리창이 깨질지 사람이 맞을지도 아직 모르고, 사람이 맞더라도 의경 어느 애가 맞을지도 모르지만 "설사 누가 돌에 맞아 다치더라도 상관없다"라는 의사("저 앞에 있는 의경 놈 마빡을 까버려야지"라는 의사라면 확정적 고의입니다)로 돌을 던지는 것이 미필적 고의입니다.
미필적 고의가 무엇인가에 관하여 형법학자들이 주장하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대법원 판례만 소개하자면..........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증거인멸·산업안전보건법위반】(대구지하철화재사건)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미필적 고의라 함은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표상하면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경우를 말하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하고, 이와 같은 경우에도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미필적 고의의 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며, 한편,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
'용인'이라는 말이 중요하지요. 예전에 여의도 광장에서 자동차로 한 바퀴 휘젓어버린 사람 기억하십니까? "내가 차로 휘젓어버리는 것으로 인하여 누가 다칠지 모르지만, 괜찮다/상관없다"... 요런 식의 생각이 바로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나오는 말처럼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의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한다고 했습니다.
피해자의 허벅지를 칼로 쑤신 놈에게 살인미수를 적용한 경우를 예로 들어봅시다. 사람을 다치게 했으니 상해죄는 확실합니다. 그렇지만 상해죄보다는 살인죄가 형량이 훨씬 셉니다. 검사는 살인미수죄를 적용하려고 하는데...
범인은 당연히 그렇게 말하겠지요. "살인하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냥 평생 못 걸어다니게 병신으로 만드려고 했을 뿐입니다." 즉, 자신에게 상해의 고의만 있었다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검사는 이렇게 말하겠지요. "허벅지를 그렇게 여러 방을 칼로 쑤시면 과다출혈로 사망할 수 있다는 것 잘 알잖소? 당신은 설사 이 사람이 칼로 허벅지를 여러 방 맞다가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아니오?"
다시 범인은 부인합니다.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그 자식을 병신으로 만들 생각 뿐이었습니다."라고요... 끝까지 피고인 자신에게는 상해죄에 대한 확정적 고의만 있었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검사는 상해죄에 대한 확정적 고의 외에 살인죄에 대한 미필적 고의도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이고요. 검사가 살인죄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을 뒷받침할 증거들을 찾아내어 입증에 성공하면 피고인은 살인미수죄로 처벌받게 되는 겁니다.
그렇지만 대법원 판례는 미필적 고의의 여부를 따지는 데에 있어서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상황 등을 고려하여 추인한다, 즉 미루어 짐작함으로써 판단한다고 했기에 암만 범인이 "나는 저 놈을 과다출혈로 죽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그냥 병신 만드려고 사시미칼로 허벅지를 여러 방 쑤신 것이다"라고 주장을 해도 검사가 당시의 상황 등을 입증하여 판사로 하여금 "저 피고인에게는 일이 잘못되어 피해자가 과다출혈로 죽더라도 할 수 없다는 의사가 있었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만들면 살인미수죄로 처벌받게 해버릴 수 있는 겁니다.
범인의 입장에서 다소 억울하게 작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예전에 시위 진압하는 전경들에게 돌 던진 시위대를 처벌하는 데에 있어서 미필적 고의라는 개념을 잘 우려먹기도 했고요. 나는 분명히 그렇게까지 할 의사가 없었는데, 검사는 상황으로 보아 저놈은 그렇게까지 되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생기지요. 내가 사람을 죽일 의사가 분명히 없었다는 것은 내가 알고,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데, 당시 그 상황에 있지도 않았던 검사 놈이 바깥으로 드러난 정황 증거들만 갖고 마치 내가 사람이 죽어도 괜찮다는 생각 하에 일을 지른 것으로 몰아세우고 있으니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 사례 - (1) 어린 아동을 납치하여 감금하던 중 피해자가 이미 탈진상태에 처했음을 발견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해자의 얼굴에 모포를 덮어씌워 노고 나오면서 "피해자를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경우, (2) 자동차 검문하는 의경이 택시 약 30cm 전방에 서서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운전자가 신경질적으로 갑자기 좌회전 하는 바람에 택시 우측 앞 범퍼 부분으로 의무경찰의 무릎을 들이받은 경우... 이외에도 많습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삼단봉을 휘두른 경우... 가장 좋은 것은 튀는 겁니다.
튀었는데 꼬리가 밟혀 경찰관이 찾아왔거나, 아니면 현장에서 경찰관에게 붙들린 경우..... 이제는 정당방위를 주장해야겠지요. (아예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사의 도움을 받기를 권합니다.) 만약 정당방위가 인정 안 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게 되는데.... 이 때를 위하여 타격부위 선정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허벅지나 엉덩이 쪽을 삼단봉으로 패놓은 경우라면 정당방위가 인정될 확률이 보다 높고 설사 일이 잘못 되더라도 특수폭행이나 폭행치상 정도로 가볍게 처벌되겠지만..... 만약에 머리 부위를 공격했던 것이라면 오히려 살인미수로 몰릴 수도 있을 겁니다. "내가 무슨 살인의 고의가 있었냐" 따져봐도 이때 나오는 게 바로 미필적 고의 이론이거든요. 그러면 경찰관이 이러겠지요. "머리를 때릴 때에 최소한 이거 맞고 상대방이 죽을 수도 있음은 예상했을 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휘두른 것은 맞아서 죽어도 할 수 없다 이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니냐"라고 우길 겁니다 분명히......
그런데 경우에 따라서 허벅지나 엉덩이 패는 것으로는 안 되겠다 싶으면 대갈통 갈겨야지 별 수 있습니까..... 일단 내가 살고 봐야 하는데..... 정당방위가 되어 무죄 방면될 것이냐, 아니면 재수가 없어서 형사처벌받고 벌금 내거나 감옥 갈 것이냐의 문제는 사후적인 문제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상황 당시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판단입니다. 관중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야 축구 선수가 No Goal을 낸 것을 보고 "아무개에게 Pass했으면 분명히 들어갔을 거야" 등의 소리를 합니다. 축구 선수 본인 역시 관중석에 앉아있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전술을 생각해냈겠지만, 경기장 안에서 뛰는 선수에게는 매 순간마다 자신의 좁은 시야 내에 있는 것들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당시의 위급한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는 경기장 내의 축구선수처럼 이것저것 생각할 여유가 없을 겁니다. 그래서 대갈통 갈기면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상대방의 대갈통을 갈기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지요. 따라서 엄격하게 정당방위 요건을 따지는 것은 현실성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들은 일반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기 때문에 그 의심을 떨쳐내지 못하는 한 처벌을 받는 쪽으로 몰고 가려고 할 것입니다.
사망, 상해 등의 사고로 보험금 타는 일이 없도록 기도하듯이 우리도 삼단봉 갖고 있어도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애당초 그런 일이 없어야지요... 하여간 제가 이 글을 쓴 목적은....미필적 고의라는 잡것이 있으니 조심하자 뭐 이런 겁니다. 미필적 고의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미필적 고의 개념이 없으면 온갖 나쁜 놈들이 대갈통 굴려서 형사처벌을 면할 구실이 늘어나는 것이고, 범죄자의 대갈통에 usb 꽂지 못하는 한 완전하게 처벌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法은 손잡이 없는 양날의 검과도 같다고 하였습니다. 칼을 쥔 사람의 손을 오히려 다치게 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과거 독재정권에서 억울한 사람들 범죄자 만드는 데에 많이 이용되었던 전과도 있는 놈이니까 조심해야 됩니다.
|
첫댓글 미필적 고의라는 단어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볼수 있도록 해준 좋은 글입니다..예전에 유투브에서인가 보니 누가 외국인이 그런말을 하더군요..머리를 쳤을경우나 귀를 쳤을경우 어께를 치려고 했는데 상대가 고개를 숙이며..그러니까 삼단봉 안맞으려고 허리를 숙이면서 머리를 숙이는 순간 머리나 귀에 맞았다라고 주장하면 그냥 머리친것보다 더 현실성이 있게 변론이 될수 있다고 하였습니다만..말씀하신대로 머리를 가격하든 어디를 가격하든 내 생명이 우선이지 상대방 다칠까봐 걱정한다면 자신의 목숨을 포기한것과도 같습니다..말씀하신대로 신중하게 사용해야 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ㅋㅋㅋ 경찰 수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사유를 주장하는 게 쉽지 않고, 그러한 걱정이 위급한 상황에서 호신용품을 활용하는 데에 방해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아직까지는 변호사의 도움을 청하기에 문턱이 높지요.
정말 법이라는게 잘 알아야 할것 같습니다..법을 모르면 상대에게든 경찰에게든 당할수밖에 없는것 같네요..내용 잘 컴터에 저장해야 겠네요
예... 그런데 너무나도 어려운 놈입니다. 암만 봐도 끝이 안 보이는 놈입니다.
확실히 이런쪽으로는 돈줘봤니님이 잘 알고계시네요. 좋은정보있으면 계속 부탁드립니다. 잘 알아둬야겠네요. 종보 감사합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번에는 '중지미수'라는 놈에 대한 자료를 올리려고 준비중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어찌되었든 자기가 한 행동에 책임을 져야하니....부딪치는것보다 튀는게 상책..맞습니다...^^
예....절차에 연루되는 것 참 피곤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