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에 대구에 다녀왔다.
대구하면 내륙분지로 '여름에 더운 지방'이라고 알려진 곳이지만 예전에는 사과로 유명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또 다른 것 하나, 나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범어네거리와 파티마병원 2,7km 구간에 이어져있는 가로수이다.
이 가로수 수종은 금송, 아라우카리아와 함께 세계 3대 美木으로 꼽히기도 한다.
레바논 국민들은 이 나무의 모습을 국기에 형상화하였다.
성경에는 이 나무가 힘·영광·평강을 상징하는 축복의 나무로 등장한다.
이 나무는 히말라야 시더, 우리말로는 개잎갈나무이다.
동대구로의 이 가로수는 대구와 특별한 연고를 갖고 있는 인물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 나무에 대한 지대한 관심처럼 70년대 가로수로 식재했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얕게 뻗는 뿌리로 강풍에 견디는 힘이 약하고 그늘도 만들지 못해 대구시에서는 수종갱신을 몇차례나
논의했지만 예산문제 등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언젠가는 전북대 박물관 정원에서 자라던 이 나무가 친일잔재니 하는 이유로 베어져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대구에 가면 한 번 다녀오고 싶은 곳이 있었다.
산이나 좋아하는 자이니 팔공산이었다. 그러나 새벽시간으로 잠깐 틈을 내야 하니 갓바위를 다녀와야 했다.
풍수적으로 기도발을 이야기할 때 동해의 낙산사 홍련암, 남해의 보리암, 서해의 강화의 석모도 보문사 등을
꼽기도 하지만 갓바위는 그보다 특별한 곳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수능을 앞두고 있는 이즈음으로는 간절한 기도의 모습들이 부각되기도 한다.
일이 끝나고 저녁밥이나 먹자고 했는데 음주로 이어지고 아침일정을 걱정해야 했다.
선잠으로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일행을 깨워 입구까지 운전을 부탁했다.
이른 새벽으로 등산로는 한산했다.
관암사를 지나 돌계단이 이어진다. 지나는 이에게 물으니 1365계단이라고 했다.
아침 바람이 차가웠지만 땀이 흐르고 관봉(冠峰), 갓바위에 올랐다.
갓을 썼다는 부처님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전망대처럼 넓은 공간에는 연등이 달렸고 기도하는 이들이 여럿이었다.
갓이 아닌 학사모와 비슷한, 썻다기보다는 머리위에 얹은 부처님을 잠시 보았던가?
부처님이 시선을 두는 곳으로 내려다 보았을 때 일망무제, 강처럼 능선을 넘실거리며 흘러내렸다.
전국의 숱한 산으로 발길이 닿았겠지만 나는 숨조차 멈추어야 할 정도로 희열이 번져났다.
아침해가 떠오르며 번지는 기운과 단풍은 산을 불태우며 내려가고 그 끝이 가늠조차 없어졌다.
불심도 없는 중생이었지만 그래도 영험하다는 부처님을 뵙겠다고 오른 길인데,
마음은 일망무제의 풍경에 풍경처럼 흔들려 희열에 찬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 소리를 잠재우고 돌아섰다.
그제야 부처님의 올려다 보았다.
관봉 석조여래좌상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팔공산 남쪽 봉우리 관봉 정상에 자리 잡고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석불좌상.
높이 5.3m로, 6~7세기 세속오계를 지은 원광 법사의
수제자인 의현 대사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해 조각했다는 설(說)이 있다.
얼굴은 둥글고 풍만하며 탄력이 있지만, 눈꼬리가 약간 치켜 올라가 있어 자비로운 미소가 사라진 근엄한 표정,
다소 올라간 어깨는 넓고 반듯해서 당당하고 투박하지만 정교한 두 손은 무릎 위에 올려 놓았는데,
오른손 끝이 땅을 향한 손모양은 석굴암의 본존불과 닮았다.
불심으로 절절하다면 꼭 한가지 소원은 들어주신다는데,
이 아침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는 것으로 더 이 이상의 염원은 무위였다.
미욱한 중생은 서투른 자세로 두 번 인사를 올렸다.
다시 산을 내려다보고 1365계단을 내려오고 아침햇살도 천천히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첫댓글 예전 박대통령이 심으라고 했다지요.희말야시다.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대구에서 녹색지대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요.팔공산이 명산입니다. 갓바위 오르면 숨차지요. 팔공산 골프장 가는 걸 산에 간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바람님도 다녀오셨군요. 갓바위는 물론 잔디가 깔린 특별한 산에도...
김창환 선생님 대구에 다녀가셨군요.
히말라야시다, 가로수는 의미 깊은 명물입니다.
그런 죄없는 나무를 베어내는 족속들도 있지만
대구에서는 그 푸른 나무가 번영을 뜻합니다.
큰 아이가 그 곳, 무열대에서 근무했었지요. 그 푸른 나무가 특별했다는,
최선생님 오랜만에 인사도 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