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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보고서에서는 탄소가격제의 하나인 배출권거래제가 2050 탄소중립 달성에 효과적인 이행수단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활성화 방안을 제안한다. 배출권거래제는 2050 탄소중립 목표와 직접 연계가 가능한 점, EU 탄소국경조정메카니즘에서 배출권거래제가 핵심조정수단이란 점, 탄소감축을 수익화하려는 ESG 경영 흐름과의 부합성 등으로 인해 향후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이행수단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2015년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우리나라는 국가차원의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다. 기본적으로 고탄소 경제구조가 거대한 거래 잠재력으로 자리잡고 있고 EU ETS보다 넓은 배출권거래제의 커버리지도 장점이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부합하도록 제도가 발전할 경우 우리나라는 배출권거래제의 중심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비전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배출권 할당시장과 유통시장의 혁신이 필요하다. 할당시장은 선형감축계수 등 탄소중립 국가감축목표(NDC)와의 직접 연계를 제도화하고, 유상할당 비중의 상향을 통해 마련된 재정수입으로 에너지전환 마중물 투자와 피해계층 보상 등 전환비용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배출효율 기반 무상할당의 전면도입도 필요하다.
배출권 유통시장의 효율성은 속성상 할당시장 조건에 크게 좌우되는 바, 우선, 유상경매 활성화로 유통시장과의 정보순환을 촉진함으로써 가격 효율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시장조성자 확대, 배출권 간접투자상품 개발 등 시장참여자 확대를 통해 해외처럼 탄소의 ‘투자자산화’를 유도하고, 해외 거래소와 연계를 통해 유동성 확대와 탄소가격갭을 줄여 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탄소중립 로드맵 달성을 위해서는 탄소가격을 보다 현실화할 필요가 있는 바, 최저경매가격제 등 시장 하방안정화장치의 도입을 권고한다.
Ⅰ. 서론: 연구 배경과 목적
파리협약 이후 각 나라들은 경쟁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탄소중립 선언을 천명했다. 그런데, 탄소중립을 어떤 이행수단을 이용해서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책임 있는 약속은 찾기 어렵다. 감축 목표는 국제사회와 정부가 정할 수 있지만 정작 배출량을 감축해야 할 당사자는 기업이다. 기업을 움직여야 탄소중립도 가능하다. 정부와 기업이 상호협조적인 게임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국제기구도 기업에 대한 일방적 직접 감축규제 대신 시장원리를 통해 정부와 기업이 협조게임을 할 수 있는 이행수단을 권고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이다. 주지하듯이 탄소가격제는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탄소 배출원에 사회적비용을 부담시키는 제도로 정부가 사회적 비용을 직접 추정하여 부담시키는 탄소세와 시장원리를 통해 탄소비용을 발견하는 배출권거래제가 있다.
본 보고서는 탄소가격제 중에서도 배출권거래제가 2050 탄소중립 달성에 효과적인 이행수단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그 활용과 활성화 방안을 제안하는데 목적이 있다. 본 보고서가 배출권거래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동 제도가 파리협약 이후의 시대적 흐름과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배출권거래제는 수량(감축량)이 직접 정책목표이기 때문에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국가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와 직접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 EU 탄소국경조정메카니즘에서 배출권거래제가 핵심조정수단이라는 점, 탄소 감축이 곧 기업 수익(Green is green)이 되는 배출권거래제 운영원리가 ESG 경영 패러다임과 잘 부합한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여 운영 중인 몇 안 되는 국가 중의 하나라는 점이다. 향후 배출권거래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한다면 글로벌 탄소중립 주도권 경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책레버리지라고 판단된다.
본 보고서 구성은 다음과 같다. 우선, 왜 배출권거래제가 중요하고 제도 발전을 위한 이슈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다음으로 국가감축목표와 직접 관련이 있는 배출권 할당시장과 기업의 ESG 탄소경영에 신호역할을 하는 탄소가격이 효율적으로 결정되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유통시장의 과제에 대해 제언한다.
Ⅱ. 왜 배출권거래제인가?
1. 탄소가격제와 배출권거래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는 오염자부담(polluter pay)원칙에 따라 배출량의 감축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경제적 인센티브수단이다. 탄소배출의 사회적 비용과 사적 비용 차이(가격)를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시장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1). 시장신호를 통한 배출자의 행태변화 유도가 배출권거래제 작동의 기본원리이며, 유도수단이 가격(price)변수인가 수량(quantity)변수인가에 따라 전자를 탄소세(carbon tax)와 후자를 탄소배출권거래제(Emission Trading System: ETS)라 한다. IPCC(2014)는 탄소가격제가 직접통제방식보다 효율성과 형평성(이해관계자에 의한 왜곡)면에서 우월한 바, 국제사회에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2).
<그림 Ⅱ-1>을 통해 탄소가격제(탄소세, 배출권거래제) 원리와 설계과정에서 고려사항에 대해 살펴보자. 탄소비용이 내부화하지 않을 경우 가령, 화력발전의 전기생산량과 가격은 사적한계비용(PMC)과 사적한계편익(PMB)을 고려하여 시장균형(Po,Qo)이 형성되나 사회적 한계비용(SMC)을 고려하면 시장균형(Pg, Qg)은 이동한다. 탄소가격제는 이처럼 탄소에 대한 소유권을 정해줌으로서 경제가 파레토효율을 달성하도록 교정해주는 이른바 피구세(pigouvian tax)이다. 이런 비효율의 교정(C)은 시장 스스로 극복하기는 힘들며 국가가 소유권을 정의해 줄 때 가능하다. 탄소가격제는 바로 소유권을 정의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탄소가격제는 경제전체로는 파레토개선을 가져오지만, 분배와 요소 배분 면에서 조정비용을 필요로 한다. 탄소가격(Pg–Pn)이 전기가격에 일부 전가(Po→Pg)되며 소비자잉여는 줄고(A+D), 간접세로 인한 역진성 문제도 발생한다. 요소시장은 실업이 늘고 자본사용이 줄며 구조조정비용(E+F)이 발생한다. 탄소가격제를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경제효율과 조정비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탄소가격제는 정부의 재정수입(A+B)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소비자, 생산자, 납세자 간의 갈등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탄소가격제는 두 방식으로 가능하다. 하나는 국가가 사회적 한계비용을 추정해서 전기가 격에 Pg-Pn 의 탄소세를 부과하거나, 둘째,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라 탄소배출허용총량을 감축(Qo-Qg)하는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탄소세는 정책수단이 단위당 탄소세(가격변수)이므로 가격 확실성(price certainty)을 추구하는 정책이라면 배출권거래제는 정책수단이 수량변수이므로 배출량 확실성(quantity certainty)을 추구하는 정책이다. 탄소세는 Pg를 설정해서 원하는 수준의 탄소감축(Qo-Qg)을 달성하는 정책이며, 배출권거래제는 Qg를 정하는 정책, 즉, 국가 전체의 허용배출총량을 결정하고, 기업으로 할당해서 감축 스케줄을 달성하는 정책이다. 완전경쟁시장이라면 두 제도는 동일할 것이나 현실에서는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 효과가 정확히 같을 수는 없으며, 어떤 제도를 도입하느냐에 따라 이행성과와 배출원의 행태 변화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2. 글로벌 탄소가격제와 배출권거래
탄소가격제는 탄소세 형태로 먼저 도입되었다(World Bank Group, 2017). 탄소세는 1990년 핀란드에서 첫 도입된 후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소위 노르딕모델 국가 중심으로 확산이 되었는데 이것이 1차 도입 붐이다. 이때는 197개국이 참여한 유엔기후변화협약(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UNFCCC) 발효(1994) 이전으로 도입 확산세는 노르딕국가들에 한정되었다. 도입 대상도 에너지부문에 한정됐고 기존 판매세에 부가되는 단순한 방식이었다. 2차 탄소세 도입 붐은 2008년 스위스가 도입하면서 나타났다. 아이슬란드, 영국, 프랑스 등 인접한 유럽 국가들은 물론, 호주, 일본, 캐나다 등으로 확산되었다.
두 제도 간 경쟁에서 최근에는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0년대 중반 유럽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 앞서 탄소세 도입 붐이 1990년대 초의 1차와 2008년 이후의 2차 간 상당한 시차를 두고 일어나는데, 바로 이 기간에 유럽은 유럽탄소배출권거래제(EU ETS)와 탄소세를 두고 상당한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EU 차원의 탄소세 도입 논의는 노르딕국가들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계속 진행되었으나, 도입은 회원국들의 만장일치를 얻어내지 못해 번번이 좌절되었다. 당시 EU 법은 EU 차원에서 과세 법안이 도입되기 위해서는 모든 회원국가들의 만장일치를 얻도록 의결요건을 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도입된 탄소가격제가 2005년 유럽탄소배출권거래제(EU ETS)이다. 배출권거래제는 과세법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회원국들의 과반수 찬성으로 도입이 가능했다. 배출권거래제는 1997년 교토의정서 이후 교토메카니즘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며 탄소세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안으로 채택이 가능했다. 2000년 중반부터는 뉴질랜드, 스위스, 한국 등으로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확산되는 가운데, 탄소세도 영국, 일본 등을 확산하면서 탄소시장 전체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2015년 파리협약은 탄소가격제의 도입과 발전의 기폭제가 되는 양상이다. 캐나다, 칠레, 싱가포르, 아르헨티나 등이 탄소세를 도입했고 배출권거래제는 멕시코, 독일, 중국 등이 도입했다.
탄소가격제는 해외의 경우 국가 단위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등 지역단위에서 도입이 활발한 것이 특징이다. 브리티쉬 콜롬비아처럼 지역단위를 포함하면 2020년 기준으로 탄소세 도입 국가 혹은 지역은 30개로 확인되고 있고, 배출권거래제(ETS)는 31개로 보고되고 있다(World Bank Group, 2020). <그림 Ⅱ-2>는 국가별 탄소가격제의 유형과 탄소배출량 톤당 달러표시 가격, 그리고 국가별 탄소배출총량 대비 탄소가격제의 커버리지를 보여주고 있다. 탄소가격은 10달러 내에서 100달러 이상까지 상당한 편차가 확인되고 있고, 커버리지도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이 70% 이상으로 높고 EU ETS는 40%대이다. 재정수입이 많은 나라는 EU ETS, 프랑스 등이 확인된다. 참고로, 2021년부터 탄소 최대 배출국인 중국이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함에 따라 글로벌 탄소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3. 왜 배출권거래제인가?
수량조정의 배출권거래제와 가격조정의 탄소세는 차이점보다는 유사성이 많은 보완적 제도이기 때문에 IPCC 등 국제기구도 어느 한 제도를 일방적으로 권고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EU의 배출권거래제 도입 이후 최근 중국의 배출권거래제 도입까지 전세계적으로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강화되고 있다. 중국의 도입으로 전세계 탄소배출량 커버리지도 탄소세보다 배출권거래제가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전세계는 배출권거래제를 주요한 대안으로 판단하는가? 몇 가지 장점이 있다고 판단된다.
첫째, 수량목표 방식의 배출권거래제는 감축량목표 중심의 2050 탄소중립 로드맵과 직접 연계가 가능하다. 2050 탄소중립에 따른 국가의 연간 배출감축총량이 정해지면, 배출권거래제의 허용배출총량(Cap)을 커버리지에 비례하여 설정하게 되며, 이를 다시 산업과 기업 등 개별 경제주체까지 할당하게 된다. 탄소세의 경우 감축량이 아닌 가격을 정책목표로 삼기 때문에 가령 탄소세 톤당 5만원이 경제 전체의 탄소량을 얼마나 감축하게 될지 불확실하며, 그만큼 탄소중립 로드맵과의 정량적인 연계성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둘째, 배출권거래제는 탄소세와 동일한 재정수입 효과를 큰 조세저항 없이 기대할 수 있다. 사실 정치적으로는 배출권거래제보다 탄소세를 선호하는 흐름이 있는데, 주된 이유가 재정수입이다. 탄소세는 가격 확실성의 장점으로 인해 재정당국이 원하는 목표 탄소가격을 정하면 재정예산 추정이 가능해지며, 이를 바탕으로 탄소중립 R&D 투자는 물론 <그림 Ⅱ-1>에서 언급한 분배비용과 구조조정비용 등에 활용이 쉽다. 배출권거래제 역시 허용배출량(permit)을 할당대상기업에게 무상으로 할당하지 않고 경매 등을 통해 유상으로 할당할 경우 탄소세와 동일하게 재정수입이 발생하고 활용이 가능하다. 더구나 할당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유상할당 경매에 참여하기 때문에 탄소세와 달리 조세저항 없이 재정수입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 참고로, EU ETS를 포함한 주요 배출권거래소의 경매수입은 2018년까지 570억달러(약 60조원), 2018년 한 해 동안 200억달러(약 21조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수입은 허용배출총량, 유상할당 비중, 배출권가격 등에 의해 달라질 것이나, 향후 2050 탄소중립 이행제약으로 인해 배출권가격, 유상할당 비중 등은 추세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셋째, 탄소국경세에 대한 대응능력이다. 탄소누출을 막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보호주의가 확산되고 있고 그 정책수단으로 탄소국경세가 논의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EU가 2023년부터 도입을 발표한 탄소국경조정메카니즘(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에서 흥미로운 점은 조정수단이 탄소세가 아니라 탄소배출권이라는 점이다. 역외기업들이 역내로 특정 품목을 수출할 때 탄소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그 수단이 배출권이며 그 배출권 가격은 EU ETS를 벤치마크로 하고 있다. 더구나, 역외의 수출기업이 자국에서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탄소비용을 EU ETS 탄소가격 수준으로 지불한 경우에는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을 적용하지 않는 예외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볼 때 2015년부터 우리나라가 도입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는 글로벌 탄소국경조정세 논의에 대응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배출권거래제는 적극적으로 탄소감축을 할 경우 잉여 배출권 매각을 통해 특별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할당기업에게는 매우 적극적인 탄소감축 유인을 제공한다. 다시 말해, 기업은 실제배출량과 허용배출량 차이만큼 잉여배출권이라는 무체재산권을 보유하게 되며 매각을 통해 배출권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때문에 배출권거래제는 ESG 경영에 적극적인 기업에게는 새로운 수익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배출권거래제는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약점이 있다. 탄소가격의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면 장기투자 성격의 할당기업의 탄소중립투자를 저해하는 문제점이 있다. 때문에 배출권거래제가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제도와 정책 요인에 의해 배출권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의 불확실성 요인을 완충할 수 있는 시장안정화장치를 세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배출권거래제이든 탄소세이든 예외없이 환경, 경제, 정치, 기술변화 등의 요인에 의한 가격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다.
4. 배출권거래 구조와 이슈
배출권거래제란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 기업에 대해 허용배출권(permit)을 할당(allocation)하고(이하 할당시장), 실제 배출량과 허용배출량의 차이인 배출량 부족 또는 잉여에 대해서 시장 거래를 허용(이하 유통시장)하는 제도이다. 배출권거래는 크게 정부가 허용배출총량(Cap)을 정하고 할당하는 할당시장3)과 기업이 배출권 잉여 또는 부족을 시장을 통해 보충하는 유통시장이 각각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할당시장과 유통시장은 밀접히 연계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원리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바, 우리나라의 배출권거래제 현황과 함께 할당시장과 유통시장 각각의 운영구조와 이슈를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국내 배출권거래제도 개요
배출권시장은 일반 생산물시장과 달리 기간 개념이 존재한다. 기간 내에 허용배출량을 할당하면 배출권 부족기업과 잉여기업이 배출권(Permit)을 거래하는 규제시장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 배출권거래제 도입 이후 제 1차 계획기간(2015~2017), 제 2차 계획기간(2018~2020)을 거쳐 지금은 계획기간 단위를 5년으로 늘린 제 3차 계획기간(2021~2125) 중에 있다.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는 비록 도입 초기 단계이지만 중요한 강점이 있다. 첫째, 주요국에 비해 배출권거래제의 적용대상 온실가스 범위가 넓다. 국제사회가 정한 7가지 온실가스 중에서 우리나라는 6가지를 포함하고 있어 EU ETS 3가지, RGGI 1가지, 중국 1가지 등 주요국에 비해 광범위하다. 둘째, 국가감축목표(NDC)에서 ETS 적용 대상 기업들이 배출하는 배출량(커버리지)이 한국은 73%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20년 기준으로 EU ETS 39%, 중국 40%, 뉴질랜드 51%, 스위스 10%, 영국 31%, 독일 40%, 뉴질랜드 51%, 캘리포니아 75% 등이다.
할당제도는 대부분 무상할당으로 산업계의 수용성을 고려하여 허용배출량(permit)도 비교적 관대하게 할당하고 있다. 무상할당 비중이 높을수록 기업들은 배출권거래 유인이 낮아 유통시장에서 가격발견기능은 제약된다. 유상할당 비중은 2차 계획기간 3%였고, 3차 계획기간에는 10%로 예정되어 있다. 2021년부터 시작하는 3차 계획기간에는 적극적 감축을 운영목표로 두고 다양한 시장 효율화 기제의 도입이 예정되어 있으나, 2020년 10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이라는 변화된 여건을 반영하지 못한 채 3차 계획기간이 시작되고 있다.
허용배출권(Korean Allowance Unit: KAU) 유통시장은 다른 생산물시장과 달리 거래 가능한 배출권의 규모가 제도적으로는 허용배출총량, 현실적으로는 잉여배출권 규모에 의해 단기적으로 고정되어 있는 시장이다. 때문에 시장효율성 관점에서 보면 구조적인 경직성이 존재한다. 우선, 허용배출총량이 정책에 의해 고정된 규제시장(compliance market) 특성으로 인해 공급곡선이 완전 비탄력적이다. 둘째, 시장참여자가 매우 제한적이다. 계획기간을 거듭하며 참여자의 수와 범위가 확대되고 있지만, 제 1차 계획기간의 시장참여자는 할당대상기업 525개가 유일한 수요자이자 공급자였다. 할당대상기업은 2차 계획기간 589개, 3차 계획기간 685개 등으로 증가 속도는 매우 제한적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2019년 6월 시장조성자제도가 도입4)되고 3차 계획기간에는 유동성공급자제도가 도입되는 등 거래전문 금융회사의 참여를 허용하면서 <표 Ⅱ-2>에서 보듯 2021년 일평균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거래 부진에 따른 유동성 부족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20년 연간 거래량은 약 2천만톤으로 전체 허용배출총량(5.59억톤)의 3.7% 수준이며, 거래방식도 장내거래보다 장외거래의 비중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정책 리스크에 의한 높은 가격 변동성은 배출권 유통시장의 또다른 구조적 문제점이다. 시장에서는 유상할당 확대 기조, 상쇄배출권정책5), 이월/차입 등 거래제도 변화, 국가감축목표(NDC) 상향 등의 정책리스크를 변동성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2015년 출범 당시 배출권가격은 8천원 수준이었고, 이후 정책리스크에 대한 자기강화적 기대가 형성되며 2020년 4만원대까지 상승하기도 하였으나 3차 계획기간 배출권의 이월/차입을 축소하는 정책이 발표되며 최근 2만원대로 급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 할당(발행)시장 구조와 이슈
배출권거래제는 허용배출총량(Cap)을 설정하는 결정에서 시작된다. 허용배출총량이 결정되면, 탑다운 방식으로 산업별 할당을 거쳐 할당대상기업에게 최종적으로 할당된다. 허용배출총량(Cap) 설정(1단계)은 정부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제출한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감안하여 설정한다.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체제에서는 국가감축목표(NDC)와 허용배출총량(Cap) 간 연계성이 높지 않았으나, 파리협약 이후에는 2050 탄소중립, 2030 중간목표 이행 등의 중장기 국가감축목표와 배출권거래제의 허용배출총량 간의 연계성과 일관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2단계는 산업/기업별 허용배출량을 할당하는 단계이다. 이때 핵심 고려사항은 할당방식이 기업의 배출량 감축을 유인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부담해야 할 탄소비용에 대한 할당대상기업의 재무적 수용성을 어떻게 조화하는가이다. 크게 무상할당과 유상할당 방식이 있으며, 무상할당 방식에는 다시 배출효율 기반 벤치마킹(Benchmark: BM)방식과 배출량 기반 그랜드파덜링(Grandfa-thering: GF)방식으로 나누어진다. 각 방식은 탄소감축 유인과 탄소부담비용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떤 할당방식을 어느 정도 비중으로 도입할 것인가 하는 정책믹스(policy mix)가 중요한 할당정책의 이슈가 된다.
다. 유통시장 구조와 이슈
유통시장은 할당된 배출권이 기업 간에 자유롭게 거래되는 시장으로 충분한 유동성에 기반한 효율적인 가격발견이 제일 중요하다. 탄소가격은 기업들의 탄소감축 옵션(가령, 탄소투자와 배출권 매입)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준거가 된다. 탄소가격에 따라 기업들은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저탄소 설비 또는 연구개발 투자를 실행할 것인지, 아니면 시장에 배출권을 구매해서 부족한 배출권을 보충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탄소가격의 절대 수준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단위당 투자비용이 높은 탄소감축투자도 실행이 가능해질 것이며, 낮게 형성될수록 투자비용이 낮은 감축투자만 이루어질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유통시장에서 효율적인 탄소가격은 탄소감축을 위한 기술투자 흐름에 중요한 준거 역할을 한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허용배출총량의 아주 작은 일부만 유통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대부분의 배출권은 무상할당 등으로 인해 거래되지 않고 보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때문에 실제 배출권 거래량은 배출권거래제 대상 전체 기업들이 감축목표(실체배출량과 허용배출량 차이)를 달성하는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 실제배출량이 할당배출량보다 큰 기업은 배출권시장에서 잠재수요자가 되며 실제배출량이 할당배출량보다 작은 기업은 잠재공급자가 된다. 추가적으로 상쇄배출권이나 미래 사업년도로의 배출권 이월(banking) 그리고 미래 사업년도로부터의 배출권 차입(borrow-ing) 등의 유연성 메카니즘도 수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나 기본적으로 그 규모가 크지는 않다. 그래서 배출권시장의 균형은 수요=공급+상쇄배출권에서 달성된다.
유통시장의 이 같은 제도 특성으로 인해 배출권시장은 구조적인 유동성 취약 문제가 있으며, 그로 인해 가격발견이 어렵고 변동성이 크며 평균가격으로 회귀하지 않고 코너가격에 장기간 머무는 경향이 발견되기도 한다. 때문에 유통시장 설계의 중요 이슈는 시장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한 유연한 공급 방안과 시장안정화 방안을 설계하는 것과 관련된다.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유상할당 경매를 통해 가격발견기능을 보완하는 이슈, 최저가격제 등을 통한 시장안정화 방안, 선물시장 도입 등 가격변동에 따른 헤징수단 개발, 시장참여자 확대와 탄소의 금융자산화를 위한 금융상품개발 등을 통한 거래촉진 등이 유통시장 효율화를 위한 정책 이슈가 된다.
Ⅲ. 배출권 할당시장의 발전 과제
1. 2050 탄소중립과의 연계 강화
배출권거래제는 Ⅱ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수량 확실성(quantity certainty) 정책수단이기 때문에 가격확실성 수단인 탄소세와 달리, 배출권 감축량(허용배출총량)이 통제변수인 시장이다. 때문에 허용배출총량(Cap) 설정 단계부터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국가 감축목표(NDC)와 직접 연계가 가능하다. 정부도 제 3차 계획기간부터 국가감축목표(NDC)에 따른 감축경로와 배출권거래제의 기간별 허용배출총량(cap)을 명시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그리고 감축목표 설정방식도 예측오차가 큰 배출전망치(BAU)방식에서 절대치 방식으로 변경하는 등 선진국형 설정방식으로의 변화를 도모했다.6) 그렇지만 3차 계획기간 허용배출총량 설정 당시에 사용한 국가감축목표(NDC)는2018년 설정한 BAU 대비 2030년 37% 감축목표에 기반한 것으로 2020년 2050 탄소중립 선언이라는 변화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탄소중립위원회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감축목표(NDC) 최저수준을 35%로 설정한 제도변화를 반영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필자 추정7)에 따르면 2050 탄소중립 선언을 배출권거래제에 연계할 경우 2021년부터 시작된 3차 계획기간 허용배출총량(Cap)은 큰 폭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림 Ⅲ-1>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총량이 2018년 이후 줄어들고 있어 배출권거래제의 허용배출총량도 감소세에 있기는 하다. 그러나 3차 계획기간 허용배출총량(처음 3년 연간 5.89억톤, 이후 2년 5.67억톤)은 탄소중립위원회가 제시한 시나리오 2(2050 탄소총배출량 1.28억톤)를 가정하고 추정한 허용배출총량 할당경로,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법에 따른 최저감축(2030년 35% 감축) 경로를 고려하면 허용배출총량이 상당히 관대하게 할당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변화된 탄소중립 환경을 고려할 때 3차 계획기간 할당을 조정하지 않을 경우 2025년 이후 남은 3년 동안 할당대상기업들은 보다 급격한 감축 압력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제도적으로는 국가감축계획과 배출권 허용배출총량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EU 방식의 선형감축계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2050 탄소중립과 국가감축목표를 제약 조건으로 허용배출총량(Cap)을 매년 의무적으로 감축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허용배출총량이 탄소중립을 위해, 절대량 기준으로 얼마나 감축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우리와 달리 EU ETS는 제 4기(2021~2030) 계획을 최근(2021. 7) 수정하면서 계획기간말 허용배출총량을 2005년 대비 Cap을 43% 감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2030년까지 4기 동안 연간 감축률(선형감축계수)을 3기 동안의 1.74%에서 2.2%로 상향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연간 감축률 상향은 팬데믹 이후 EU가 NDC를 최소 55%로 상향 설정한 것을 반영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위해 배출권거래제의 허용배출총량을 매년 감축할 것이라는 원칙과 스케줄을 NDC와 연계하여 설정할 것을 제안한다.
2. 유상할당 확대 및 재정수입 활용
배출권거래제는 할당제도에 따라 성격이 상당히 달라진다. 오염원인 허용배출량(permit)을 무상으로 이전받는 무상할당은 탄소가격제의 기본원리인 오염자부담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도 1차 계획기간에는 허용배출량을 전량 무상할당했다. 유상할당은 허용배출량(permit)을 경매를 통해 유상으로 할당하는 제도로서 오염자부담원칙에 충실한 배출권거래제라고 할 수 있다. 할당대상기업의 실제배출량이 허용배출량보다 많다면 유상경매 비용과 부족배출권 구입비용까지 가중 부담하게 된다.
국가감축목표의 허들이 높지 않다면 배출권거래제가 굳이 유상할당까지 고집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실제 유상할당을 100% 하는 경우는 드물다. 부담주체인 산업계의 탄소 비용부담이 생산물가격에 전가되며 소비자물가와 거시경제 교란요인이 될 수 있는 점도 고려한 것이다. EU ETS도 제 1기에는 허용총배출량의 5%, 제 2기에는 10%만 유상으로 할당하였다. 그러다 제 3기 동안(2013~2020년)에는 유상할당을 기본할당방식으로 채택하고 발전부문은 100% 유상할당하는 정책으로 전환했다. EU 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3기 동안 실제 유상경매는 허용배출총량의 57%였으며 4기 동안에도 유상경매 비율은 50%로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표 Ⅲ-1>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RGGI는 100% 유상할당이다.
이 같은 유상할당 비중 확대 흐름은 2050 탄소중립 일정을 반영한 것으로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나라들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우리나라도 제 2차에는 허용배출 총량의 3%를 유상할당하다가2021년부터 시작되는 제 3차 계획기간에는 유상할당을 10%까지 높인 상태이다. 현재 약 6천만톤에 대해 배출권 경매를 통해 유상할당 대상 기업에게 매월 유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법 개정으로 2030년 최소 35% 감축의무화가 도입된 만큼 유상할당 비중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산업계의 수용성이나 생산물가격 상승, 산업구조조정 등의 경제사회적 갈등 요인을 고려하면 앞서 감축목표 상향만큼이나 유상할당 비중의 확대는 어려운 정치적 과정으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 같은 갈등을 경매로 얻은 배출권 수입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법을 통해 완화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재정수입은 크게 산업계의 저탄소 에너지 및 산업공정 혁신을 위한 재정적 마중물 투자와, 2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경제적 효율성 개선의 이면에서 피해를 본 피해자에 대한 보상 등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활용된다. 마중물 투자는 공공부문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저탄소 대중교통수단의 확충 등의 공공 프로젝트나 민간의 그린 테크 등 저탄소 집약적인 투자에 활용될 수 있다. 그리고 잠재적 피해자 보상은 배출권거래제로 인한 에너지 및 생산물가격 인상, 고탄소 산업의 쇠락으로 피해를 보는 지역과 공급망의 구조 전환, 노동자에 대한 직접 지원과 재교육 등에 활용될 수 있다.
<표 Ⅲ-1>에 따르면 스위스를 제외한 나라의 배출권거래제 재정수입을 환경관련 투자와 저소득층 등 피해계층 지원에 사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환경 관련 마중물 투자로 산업계의 부담을 완화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금전 및 교육 지원으로 피해계층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배출권으로 모든 온실가스감축기금의 35%를 저소득계층에 지원하도록 하고 있고, EU ETS는 저소득 회원국에게 혁신기금은 물론 현대화기금을 별도 조성하여 지원하고 있다.
3. 무상할당방식 개선
우리나라 배출권 할당의 대부분인 무상할당(free allocation)방식 역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무상할당은 할당대상기업의 과거 배출량이 기준이 되어 할당량이 정해진다. 이를 배출량 기반 할당(grandfathering)방식이라 하는데, 이 방식 아래서는 할당기업이 탄소 감축을 적극적으로 할 유인이 없다. 현재의 배출량이 미래의 배출권 할당량에 영향을 미치므로, 감축을 덜 해야 더 많은 미래의 배출권을 할당받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차 기간 동안 배출량 기반 할당 방식으로 무상할당을 한 바 있다. 배출량 기반 할당은 오염자부담(polluter pay)원칙에 반하는 방식임은 물론 배출권 감축에 역유인(disincentive)을 야기하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무상할당이라도 저탄소 기업에 더 많은 무상할당을 주는 유인부합적인 무상할당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유상할당을 확대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벤치마크(Benchmark)방식은 동일 생산물에 대해 단위당 배출량이 가장 적은 기업부터 가장 많은 기업들 중에서 가령 중위기업의 배출효율을 기준점(벤치마크)으로 삼고, 벤치마크 이하의 저탄소 기업에게는 더 많은 배출권을, 벤치마크 이상의 고탄소기업에는 더 적은 배출권을 할당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같은 배출효율 기준 벤치마크 방식은 고탄소 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탄소누출(carbon leakage) 문제를 야기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과 국경 간 탄소규제차익을 해소하기 위한 탄소국경세 논의가 확산되고 있고 실제 2023년에 EU 탄소국경조정메카니즘의 도입이 예정되어 있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EU ETS는 지난 제 3기(2013~2020)부터 모든 무상할당을 벤치마크 방식으로 할당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 3차 계획기간에 벤치마크방식의 적용 범위를 넓혔다. 제 1차 계획기간 3개 업종에서 제 2차 계획기간 7개 업종(총배출량 기준 50% 커버리지), 그리고 3차 계획기간에는 12개 업종(총배출량의 60%)으로 확대한 바 있다.
Ⅳ. 국내 배출권 유통시장의 발전 과제
1. 시장참여자 확대 및 간접투자상품 개발
주지하듯이 탄소가격은 한 사회가 탄소중립 경제로 전환하는데 부담해야 할 전환비용을 결정한다. 감축 옵션을 선택해야 하는 할당대상기업은 탄소 한 단위 배출에 따른 비용 정보를 준거로 하여 감축전략을 짜는 만큼 탄소가격의 효율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내 배출권시장이 거래 빈곤을 극복하고 가격 효율을 담보하기 위해 보완되어야 할 과제는 다음과 같다고 생각한다. 첫째, 시장조성기능을 대폭 활성화하는 것이다. 시장조성기능은 다른 배출권거래제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나라의 독특한 거래활성화 수단이지만 증권시장에서 그 실효성이 입증된 가격발견 수단인 만큼, 배출권시장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라고 판단된다. 실제로 3차 계획기간 동안 시장조성자의 참여 확대로 일평균 거래량은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성자의 수를 확대하거나 시장조성자별 호가제시 최소수량을 지금(3천톤)보다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할당대상기업들의 거래 유인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시장조성자는 당해 연도 배출권(KAU21) 거래만 가능하고, 익년도 배출권(KAU22)에 대해서는 참여가 제한되어 있는 상황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2021년에 거래되는 2022년 배출권(KAU22)가격은 비록 선물상품은 아니지만 배출권의 미래가격을 발견하는 기능(선물가격기능)을 상당정도 내포하고 있으므로 배출권시장의 가격 효율성 제고를 위해 중요하다. 저탄소 감축 투자를 고려하는 할당대상기업이라면 가격변동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KAU22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거래할 유인이 있을 수 있으나, 거래 부진과 시장조성기능 미비로 거래가 어려운 상황이다. 시자조성자들이 참여할 경우 가격발견이 보다 안정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배출권선물 도입 효과를 배출권현물로부터 얻게 되어 가격위험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유상할당 경매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Ⅲ장 2절에서는 유상할당의 재정수입 측면을 강조했지만, 유상할당은 유통시장의 가격발견기능을 보완하는 발행시장에서의 가격발견기능을 가지고 있어 가격발견의 효율성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주요국의 배출권시장을 보면 유상할당 경매와 배출권 유통가격이 상호보완적으로 배출권의 가격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 경매가격과 유통가격 간의 정보 순환(information loop)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상할당 경매 물량이 늘어나고, 늘어난 공급에 대응하여 경매 참여자의 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아울러, 시장조성자의 유상경매 참여도 허용할 필요가 있다. 시장조성자가 낙찰 받은 배출권을 유통시장 조성에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할당시장과 유통시장의 연계가 강화되며 가격효율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현재의 10% 유상할당 비중을 확대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시장조성자의 참여 허용을 통해 매도 시장조성 시에는 예비분을 방출하고, 매수 시장조성 시에는 매수분을 유통시장에서 매수포지션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유통시장과 발행시장 전반의 유동성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넷째, 금융투자회사의 중개기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EU ETS시장의 발전 양상으로 볼 때 앞으로 국내 배출권시장은 할당대상기업만의 탄소시장을 넘어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체재산권(배출권)을 거래하는 자산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3차 계획기간 동안 가격발견과 변동성 헤지를 위해 배출권 선물시장의 도입을 예정하고 있어 그 가능성을 더 높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할당대상기업과 시장조성자 이외에 잠재적 투자자를 위한 금융투자회사의 중개기능이 중요해진다.
금융투자회사는 지금은 자기자본으로 유동성을 창출하는 시장조성자로서 참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배출권을 편입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투자중개자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다만, 배출권이 금융투자상품은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배출권거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을 것이나, 배출권 연계 투자상품(가령, 일임상품, 신탁상품, ETF)의 개발은 가능한 상태이며, 이는 배출권 유통시장의 유동성을 제고하며 가격 효율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2. 해외 거래소와 연계(linking) 통한 시장효율성 제고
해외 배출권거래제와의 연계의 중요성은 지금까지는 그리 중요한 이슈는 아니었다. 해외에도 캘리포니아와 퀘벡 ETS, EU와 스위스 ETS 간 연계가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연계가 중요한 전략적 과제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탄소국경세 논의로 배출권가격의 글로벌 수렴 현상이 점차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특히, EU의 탄소국경조정메카니즘(CBAM)이 2023년부터 시행되면 EU 지역으로 수출하는 특정 품목은 탄소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CBAM은 EU 기업이 탄소비용을 부담하고 그 외의 지역은 탄소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불균형 상태를 교정하기 위한 일종의국가간 관세이다. 이 같은 불균형이 지속되면 EU 기업은 규제를 피해 역외로 이전하는 탄소누출(carbon leakage)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EU 역내 기업과 동일한 수준으로 탄소비용을 EU 역내로 수출품목에 대해서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CBAM의 이행수단이탄소세(carbon tax)가 아니라 EU ETS에서 거래되는 배출권가격이라는 점이다. EU로 수출하는역외기업이 부담해야 할 CBAM 탄소비용은 EU ETS의 허용배출권(allowance)의 주간 유상경매 최종가격의 평균가격에서 결정된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단서조항은 수출기업이 자국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이미 탄소비용을 지불한 경우, 즉, 원산지에서 탄소가격제의 적용대상기업으로서 이미 탄소비용을 지불했다면 CBAM 인증을 위해 필요한 배출권 구매비용에서 감해 주겠다는 것이다. 만약 EU ETS와 한국 배출권거래소의 배출권가격이 동일하다면 국내기업은 유럽 CBAM을 구매할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연계가 필요한 이유가 된다. 즉, 우리나라와 EU 배출권이 연계되면 가격 효율이 제고되는 가운데 어느 정도 가격 수렴현상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내기업은 탄소비용을 EU가 아닌 국내에 지불하게 되어, 그 만큼 재정수입과, 국내 저탄소 투자의 재원으로 활용이 될 수 있다. 연계는 국내기업이 비용은 지불하되 비용을 국내로 내부화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을것이다. 실제 EU ETS와 연계 협정을 2020년부터 맺은 스위스 배출권거래제는 상호거래에 의한 유동성공급에 힘입어 EU ETS와의 가격 수준과 상관성이 크게 높아지는 등 가격 효율성이 제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EU ETS와 협력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은 경험 공유, 교육, 가격모형 등 일부 인프라 교류에 그치고 있다.
둘째, 해외 거래소와의 협력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촉매제가 될 수 있다. OECD는 배출권가격, 탄소세, 에너지 관련 조세 등을 합친 실효탄소세율(Effective Car-bon Rate, EUR/tCO2)을 나라별로 매년 발표하고 있으며,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탄소가격갭(carbon pricing gap)도 매년 추정 발표하고 있다. OECD는 이산화탄소 톤당 실효관세율이 1유로 상승하면 배출량이 장기적으로 0.73%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한다.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탄소가격이 톤당 30유로로는 불가능하고, 2030년대에는 톤당 120 유로가 돼야 한다고 예측하고 있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로는 2020년대 중반 60유로, 이후 지속적으로 빠른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2019년 탄소가격 장기전망에서 2030년 75달러, 2040년 125달러를 추정하고 있다. 지금의 탄소가격은 이런 기준으로 보면 저평가되고 있으며 나라별로는 스위스 120유로(탄소세 기준), EU ETS는 60유로, 우리나라는 9월초 2만원대로 편차가 매우 크다. 탄소가격갭(국가별 실효탄세율/실효탄소세율 톤당 60유로)은 우리나라가 49% 수준으로 주요국가의 중간 수준이다. 국가 간 연계를 통해 배출권가격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국내 탄소가격이 현실화되며 탄소가격갭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3. 최저경매가격제 도입 통한 시장안정
배출권시장은 철저히 규제시장(compliance market)이다. 공급곡선이 단기적으로 고정되어 있고, 2050 탄소중립 경쟁으로 초과수요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때문에 배출권의 가격은 평균을 중심으로 복원하려는 평균회귀경향도 약한 편이다. EU ETS는 도입 초기 배출권가격이 한 때 제로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주요국은 배출권시장의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다양한 안정화 메카니즘(Price and Supply Adjustment Mechanism: PSAM)을 두고 있다. EU ETS의 시장안정유동성(Market Stability Reserve: MSR)8), 캘리포니아의 최저가격제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시장안정화장치가 도입되어 있다. 크게 배출권 할당위원회(지배구조)의 재량을 통한 안정화와 시장조성자제도를 통한 안정화제도로 나눌 수 있다. 할당위원회는 가격 급등에 대해 과거 2년 평균가격보다 3배 이상 가격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그리고 급락의 경우 최근 1개월 평균가격이 과거 2년 평균가격에서 40% 이상 하락하는 경우 시장안정화장치를 발동할 수 있다. 조치는 할당위원회가 예비분을 1/4까지 추가할당하거나 할당대상기업의 최대 혹은 최소 보유 한도를 설정하는 직접 규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배출권거래법 23조, 법시행령 38조). 공급 혹은 보유량 조절을 통해 가격 변동성을 줄이는 조치들로 캘리포니아의 가격안정유동성(ACPR)과 같은 원리이다. 반면 시장조성자를 통한 시장안정화는 시장조성자가 수요와 공급의 주체로 가격 발견과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시장친화적이다. 할당위원회를 통한 직접 규제 개입보다 시장조성자를 이용하는 방법이 유동성을 기반으로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시장 효율과 시장 안정을 위해 바람직해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시장안정화장치는 2050 탄소중립의 관점이 부족한 것이 아쉬움이다. 탄소시장의 목적은 탄소에 대해 적정한 비용을 오염자부담원칙에 따라 내부화해서 탄소를 줄이는 것이다. 이때 탄소의 적정 비용은 탄소가격이 사회적 한계비용을 제대로 반영할 때 가능하다. 그럼에도 지금의 탄소가격은 앞서 탄소가격갭에서 보았듯이 탄소중립로드맵과 상당한 간극이 있다.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탄소가격 상단(ceiling)보다 하단(floor)에 대한 시장안정화조치가 보완될 필요가 있다. 캘리포니아 배출권거래제의 최저가격제가 일례이다. 캘리포니아 배출권거래소는 허용배출총량의 32%를 경매로 유상할당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배출권시장의 가격발견에 경매시장의 역할이 상당한 시장이다. 최저가격제(reserve price)제도는 유상 경매를 할 때 최저가격 이하로는 입찰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로서 배출권가격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가 고탄소배출국가라는 점, 2050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급속한 탄소감축이 이루어져야 하는 점, 그리고 저탄소기술수준이 선진국 대비 높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배출권 경매 최적가격제도 도입의 이득이 실보다 클 것으로 판단된다.
1)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란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상당량(tCO2e)으로 전환한 후 톤당 화폐가치를 측정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산화탄소상당량톤(tCO2e)이란 IPCC 2차 평가보고서(1995)의 지구온난화지수에 따라 메탄 등 주요 직접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단위로서, 해당 온실가스 양에 지구온난화지수를 곱하여 산출된다.
2) 직접통제방식이란 생산량 쿼터, 탄소배출량 쿼터(예시,우리나라 목표관리기업제도), 탄소기술규제와 같은 직접적 행정규제로 위반시 행정처벌이 이루어진다.
3) 허용배출량을 단순 배분(무상할당)하는 경우 거래 개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시장’이란 용어가 부적절할 수 있으나, 유상할당의 경우 경매 등 거래의 개념이므로, 여기서는 편의상 ‘시장’이란 용어를 사용한다.
4) 2개 금융공기업이 매일 3천톤 이상에 대해 양방향 호가를 제시하며 스프레드를 1천원 이내로 유지하는 등 거래체결을 위한 시장조성기능을 하고 있다.
5) 상쇄배출권(Korean Credit Units: KAU)이란 허용배출권 외에 할당대상기업이 기업 내외부의 탄소감축프로젝트에 투자한 실적을 인증받은 후 상쇄배출권으로 전환하여 허용배출권과 동일하게 거래할 수 있는 배출권. 상쇄배출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감축사업은 CDM(UNFCCC), VCS, KVER(에너지관리공단), 산림탄소상쇄제(산림청) 등 다양하다. 현재 상쇄배출권 관련 정책 리스크는 3차 계획기간 동안 상쇄배출권 허용 한도를 기존 허용배출총량의 10%에서 5%로 낮춘 제도 변화인데, 이로인해 배출권 공급부족 우려가 시장에 상존해 있다.
6) B AU 방식은 탄소감축을 특별한 정책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 성장, 에너지 사용 등 여러 경제적 가정을 바탕으로 미래의 탄소배출량의 자연 성장경로를 추정하고, 그 경로 대비 얼마만큼 감축을 할 것인가를 목표로 정하는 방식이다. BAU 추정은 가정에 따라 추정치가 상당히 가변적인 문제점이 있어서, 선진국들은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다.
7) 할 당경로는 시나리오별 최종시점 NDC의 시간경로를 추정한 후 허용배출총량(Cap)의 시간경로를 추정했다. 직접배출 기준인 NDC로부터 특정 부문을 배제하고 간접배출을 포함하는 Cap을 직접 도출할 수는 없으나, 2차 계획기간 동안의 관계로부터 탑다운 방식으로 허용배출총량 할당 경로를 추정한다. 시나리오 중 2050_탄소중립_시나리오2_Cap.은 2021년 8월 탄소중립위원회가 발표한 내용 중 시나리오 2를 기초로 계산한 것이다.
8) 유통되는 탄소배출권량을 일정 수준으로 조절하는 제도이다. 그래서 EU ETS의 시장안정화정치는 가격접근(price approach)이 아닌 수량적 접근(quantity approach)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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