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수석전공의들의 지방 내과 춘계학회의 전공의 연수강좌때 내과 스태프들,
주임교수와 의국장은 당연히 가야 하지만,
나도 가능하면 빠지지 않으려고 하고, 또 내가 가야 애들이 전문의시험에 합격을 한다.
이는 여러분들이 믿거나? 말거나?
이번은 춘계학회가 멀리 부산에서 열렸다.
오전에 외래를 보고, 병원에서 점심 후 나, 최병휘,송정수, 도재혁 교수 등 네명이
서울역으로 가서 2시반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간다.
문화일보 석간신문을 보고, KTX잡지를 보고, 봄이 내려오는 창밖 경치를 보고,
커피 한잔 마시니까 벌써 신경주를 거쳐 부산.
택시를 타고 기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부산은 내가 58년도에 처음 와 보았고, 그때 동래의 '씨없는 수박'으로 유명하신 육종학자 우장춘박사의 농원도 구경하였다 하니
지금 그건 없어지고 '우장춘로'라는 길이 명명되어 그를 기리고 있다 한다.
74년 내가 거기에서 결혼식을 하였을 때 동명목재 강석진회장의 차를 타고 수영비행장에서 제주로 출발.
지금 그곳은 해운데 센텀시티가 들어섰다며.
국제고무, 한국생사, 대선주조, 아 여기에서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가사 중 '도라지 위스키'가 나온 곳이고
엉터리 합성 맥주 '다이아'가 나왔다고 하니 나이든 기사도 잘 모른다.,
오후 여섯시 약속이라 호텔에 최선생과 송선생이 체크인을 하고 나와 도선생은
바로 호텔 앞의 예약된 길스시에 들어와서 시원한 생맥주 한잔씩을 마신다.
아사히라, 일본 맥주가운데 제일 맛으로 등급이 낮은 맥주이다.
장어뼈 말려 튀긴 안주가 먼저.
생맥주 한잔 마시는 동안 최선생, 송선생, 그리고 정선생과 김선생도 연이어 도착하고
하루 종일 교육받느라 지친 전공의 들도 들어 온다.
준비된 아뮤즈 부쉬
야채 익힌 것 조금.
메생이를 건져 먹는다.
잘못먹다가 뜨거워 입안을 데기 쉬우니까 미운 사위 골리는 음식이라 한다.
모듬회가 나왔다.
먼저 젓가락이 가는 곳은?
당연히 성게알이다. 그 다음은 전복, 크기가 오분자기보다 약간 크다.
전복의 값은 크기에 비례하니 다른 걸 기대해 보자.
참치 도로와 금가루를 뿌린 이까와 멍게
오늘의 술은?
회를 비싼 걸 시켰기 때문 술값은 자제를 하자.
제일 센 소주가 19도가 약간 넘으니 이것과 그냥 맥주로.
어차피 폭탄으로 옮겨 갈 것이니.
이건 우리나라에서 처음 먹어 보는 바사시, 말고기 육회.
1982년도 일본의 구마모도에서 말고기 스테이크를 구마마도 성 앞의 호텔에서 먹은 적은 있었다.
자가제조 치즈가 든 두부와 산초를 곁들인 개불이다.
덕담들이 이어진다.
연차내 사귀고 있는 둘에게 같은 방을 쓰면 어떠냐고 내가 제안을 하였더니 모두들 찬성.
더구나 오늘이 '불금, 불타는 금요일 밤이 아닌가.'
캘리포니아 누드 롤이다.
열기라는 생선을 노릇하게 구워 나왔다.
여긴 다이꽁 오로시를 겉들이면 더 좋은데.
서대 한마리를 손을 보아 튀겨 나왔고.
이때쯤 최선생이 내과학회 모임으로 빠지고.
튀김이 나오고
고기 야채 볶음.
이때 쯤 모두들 술이 취하여 왁자지껄.
껍질을 까서 구운 새우
맑은 생선국과
초밥까지 먹고 오니까 디저트는 양갱을 들고 서서 한점씩 먹었다.
나올때 보니 입구에 붙어있는 주방장의 소개이다.
마지막으로 나올 때 올라갈 시간이 되어 일단 파하고
나머지는 이차로 장소를 이동한다.
정선생과 나는 시간에 맞추어 부산진역에서 청도 반시 말린 것 한봉지씩 '오미야게'를 사서
기차에 올라 늘어지게 자고 나니까 서울이다.
까딱하다가는 일산까지 가는 수가 있다.
집에 들어오니까 자정. 저녁 한번 멀리가서 크게 먹었다.
첫댓글 대학 다닐 때 검뎅이를 날리며 달리던 완행열차는 역마다 다 서고 급행은 중간에 서서 먼저 보내고 또 출발하고, 하루 종일이 다 걸려야 도착하던 부산이며 경부선은 우리 민족과 같이 울고 웃으며 애환으로 가득한 민족의 한이 서린 길이기도 하다.
아침 일을 끝내고 내려가 학회참석하고 저녁까지 먹고 당일 올라온다? 참 좋은 시절에 살고 있다.
옛날보다 수입이 많아졌는데 왜 이렇게 살기가 어려운가라는 질문들을 많이 하는데 생활의 질이 많이 향상된 것은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옛날 같이 산다면 지금도 돈이 별로 들 것이 없다.
질의 향상에는 반드시 경비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사실 저녁값보다 교통비가 더 많이 들었지만, 내가 이렇게 참석하는 것도 정년전 마지막입니다.
이제는 슬슬 놀때도 되지 않았나요?
맛있게 보이는 식사였습니다.
슬슬 놀 때도 되었다!
나풀레옹은 승리의 순간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했는데 삶의 끈을 놓는 순간 각종 재앙이 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 어디를 보아도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순간은 없어 보인다. 새가 물을 마실 때도 한모금 마시고 한 번 둘러 보고 또 한모금 마시고 또 둘러 보고를 반복한다. 나는 되었다고 하는 순간 사고가 닥친다.
긴장의 끈을 놓치 말기를........
위의 이야기는 이제 환자는 안 본다는 말입니다.
경산님 뒤만 딸아다니면 배곯는 일 없겠지만, 아깝게도 시간이 없네요. 어쨋거나 하고 싶은 일, 먹고싶은 음식 먹으며 사는건 정말 신나는 인생인거 같네요...
그래 니는 마누라랑 동해안에 놀러 다니고.
애들도 없겠다 신혼재미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