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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3.12
참가한 사람 : 매암, 태화, 송헌, 국은, 덕촌, 난곡, 춘성, 백사, 연암, 천박사, 벽암. 이상 11명
산행에 열차를 이용하기는 산삼회 역사에 처음으로 기록되는 일일 것이다. 목적지로 가기 위해 각자의 거주지에 따라 부전역 구포역 물금역 등지에서 몇 명씩 열차에 오른다. 모두 11명이다.
무릎이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참가가 뜸했던 산삼회 실제회장 매암이 참가하니 모든 참가자들의 얼굴에 반가움이 넘친다.
열차는 무궁화호이다. 시대에 좀 뒤쳐진 듯하나 옛 정서를 간직하면서 깨끗하면서도 여유 있는 좌석 배치가 우리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좌석에 둘씩만 나란히 앉으니 좌석 짝지 외의 사람과의 대화가 부족할 것을 걱정한 춘성(?)이 입석실이라는 방으로 모두를 안내한다. 자그마한 방에 양쪽 창밑으로만 한쪽에 6명씩 앉을 수 있는 긴 의자가 놓여 있어 우리 11명에겐 안성맞춤이다.
앉자마자 연암이 매실주와 과자 안주를, 천박사가 삶은 달걀을, 덕촌이 사탕을 분배하니 그 맛이 꿀맛을 벗어난다. 모두가 제 세상을 만난 듯 웃으며 정담을 나누니 산삼회의 참모습이 이런 것인듯 하다.
40여 분의 승차시간도 잠시, 원동역에 내려 열차운행 시간표를 보고 돌아갈 시간을 정한다.
이곳 지리에 밝은 덕촌을 산행대장으로 모시고 배내골 쪽으로 방향을 정해 산행 아닌 평지행을 차도로 한다. 왼편은 좁은 들판이요 오른 쪽은 비탈진 밭을 건너 산이다. 그 사이 사이에 매화나무가 더러 보이고 간혹 상당히 넓은 매실농원도 보인다.
그러나 엊그제 흠뻑 내린 폭설의 무게에 지친 탓인지 매화는 개화를 멈추었고 그 향기마저 꽃봉오리 속에 숨어있는 듯하다.
역에서부터 대략 30분을 걸었으나 좁은 들판이 조금씩 더 좁아지는 것 외엔 주변 풍경이나 모든 것이 변함이 없다.
길 오른 편에 원동중학교가 보인다. 덕촌은 이 학교 교장이 가족끼리건 애인하고건 상관없이 이 학교 사택에 와서 즐기라고 하더란다. 그렇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못했다고..... 바보 같이... 애인도 없는 순진파였던가?
꽃을 보는 것이 목적이니 꽃이 많은 쪽으로 가자는 누군가의 제안에 따라 역의 남쪽에 있는 순매원 쪽으로 가기로 하고 방향을 왼편으로 돌렸다.
들길 농로를 100여 M 지나 원동천 뚝길을 하류 쪽으로 걷는다. 경운기 두 대는 충분히 교행할 수 있을 만큼 넓고 높고 튼튼히 쌓은 뚝길을 걸으니 어릴 적의 추억을 더듬는 친구들도 있다. 은어 잡이 하던 일을 말하는 친구도 두어 사람 되었다.
뚝길에 드문드문 만들어 놓은 정자는 농부와 산책객의 쉼터로서 아주 좋았다. 열차 안에서 먹다 남은 연암의 매실주에 천박사의 달걀과 덕촌의 과자를 이곳에서 마저 먹으며 기분을 맘껏 돋우었다. 천박사는 달걀 한판을 사서 삶아 왔다나... 사서 삶아 준 사모님께 감사를...
원동천은 폭에 비해 수량도 많고 수심도 상당히 깊어 보였으며 수질도 매우 좋았다. 하천 안에는 고기잡이하는 배도 두어 척 있고, 하천가의 늪지에는 고기 낚는 어옹도 두어 사람 있어 복잡한 도시를 벗어난 한가하면서도 여유로운 시골의 정취를 느끼게 해 주었다.
덕촌은 냉이 등 봄나물을 뜯고 난곡은 주변 풍경을 사진기에 담느라 본대에서 멀리 떨어졌다. <그러나 사진기 조작 잘 못으로 사진들이 모두 못쓰게 되었으니 애써 멋지게 보이려고 폼잡았던 사람의 노고를 어찌 보상할꼬? 산행기에 실은 것들은 송헌의 사진을 메일로 받아 만든 것이니 송헌에게 감사를....>
발을 빨리 움직여 역에서 약50M 떨어진 지점에 다달으니 춘성 등 5사람이 막걸리 집으로 들어가며 자기네들은 이 멋을 더 즐긴다며 우리를 유혹한다. 등산파가 아닌 주당들이다. 그러나 덕촌과 나는 초지일관파이다.
앞서간 동료들의 뒤를 열심히 찾아가니 역의 남쪽으로 3-400M되는 지점에 순매원이란 매실농원이 보이고 그 속에서 태화가 목소리 높여 나를 부른다. 꽃을 활짝 피운 매화나무 밑에 놓여진 4-50개의 항아리 옆에 서서 사진을 찍으란다. 그 항아리들은 매실로 만든 음식을 담아 놓은 것이리라.
세계를 다 둘러본 사람이 그 조그만 우리의 시골 정취에 취한 것인가? 순매원은 그 주위에서는 가장 큰 매실농원인 듯하고 주인은 자기를 주위 사람들이 매실박사라고 부른다고 하면서 매실 수확기에 자기는 매실을 길가에 내놓고 팔지 않고 자기 집에서만 팔며 만원을 더 받으며 밥도 공짜로 먹여 준다고 한다.
왜 남보다 비싸게 파는가? 만원이 밥값인가? 하고 따져 물었더니 질이 좋은 것을 판다고 한다. 다음 수확기에 들르겠다는 입에 발린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주당들이 있는 집에 이르니 막걸리 두부 도토리묵 등의 맛이 기차게 좋다고 하면서 우리에게 권한다. 막걸리 두어 잔을 단숨에 들이키고 이집에서 만든 두부와 도토리묵을 김치에 싸서 먹으니 꽃구경을 안 간 주당들의 기분을 이해할 만 했다.
점심은 구포에서 먹자는 당초의 약속에 따라 구포역에 내린 일행은 태화가 안내하는 구포역 바로 앞에 있는 조그만 돼지국밥집으로 들어갔다. 이 집은 태화와 송헌이 제주도 일주여행 사전 훈련을 할 때 하단에서 이곳까지 걸어와 점심을 먹던 곳이란다. 왕복 거리가 35KM라고... 독한 사람들...
돼지국밥에 소주와 맥주를 몇 병씩 주문하니 곱게 생긴 주모가 기분 좋게 대령하고 연암은 솜씨를 발휘해 소맥 폭탄주를 잽싸게 제조한다.
술 밥 간에 잘 먹어 배부르고 적당히 취기가 오르니 모두의 입에서 덕담이 그칠 줄 모르고 쏟아진다.
산삼회장 매암은 오늘의 모든 술 밥 값을 자기가 치르겠다고 한다. 자주 못 나와 미안해서 란다. 친구들은 “올 때마다 이렇게 하라” 또는 “자주 와서 이렇게 하라”는 말로 고맙다는 인사를 대신한다.
이렇게 즐거운 우리들의 만남에 연륜에 따라 찾아온 짓궂은 질환의 심술로 부득이 동참하지 못하고 있을
친구들이 빨리 건강을 회복하기를 빌며 졸필을 마칩니다.
다음 주에는 부산대학역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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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좋은 친구들의 참 좋은 나들이 - 잘 읽었어요. 글 솜씨 여전하시고 유머도 살아숨쉬네요.
버드나무야, 보고싶네. 건강은 많이 좋아졌는가? 봄이 오니 버드나무에 움이 많이 트는데 남계 버드나무도 산행에 힘차게 나오게.
매일상한이 어부인 건강을 걱정해서 모시고 여행간다면서 산행기를 부탁하더군. 산행기를 헌신적으로 써주던 것이 고맙고 부부의 사랑이 가상스럽고, 글 쓰기는 치매예방에 가장 좋은 약이고 해서 생각나는 대로 적어 봤네. 우리 산삼회의 발자취를 남기는 것이 산삼회의 생명을 이어주는 일이니 누군가는 꼭 써야 좋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