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도봉산을 찾았다. 집과 멀지 않아 자주 찾았던 산이지만
코로나 여파로 그런지 최근 몇 년간 등산객이 생각보다 무척이나 늘어나
북적거린 것이 싫어 한동안 뜸했던 산이다.
늦은 가을이라 단풍도 거의 지고해서 등산객이 좀 줄었나 싶었는데
여전히 전철역에서부터 등산객이 붐볐다.
우이암 쪽으로 갈려다 그래도 늦깎이 단풍이라도 볼 양으로자
운봉 코스로 방향을 정했다.
도봉산 단풍은 이쁜 곳이 제법 많았는데 늦가을이라 거의 다 졌지만,
다행히 걸음이 늦은 몇 그루는 띄엄띄엄 눈에 들어온다.
휴일 하루 소요하는 나 홀로 산행이라 서두를 것도 없다.
어스렁어스렁 걷다 보니 천축사 입구에 다다랐다.우측으로 석굴암 가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천축사를 거처 자운봉 오르는 코스는 등산객은 많은데
이 코스는 한적해 보여 석굴암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도봉산의 여러 사찰은 거의 다 참배했지만,도봉산 석굴암은 자운봉에서 내려오다 보면
번번이 만월임 쪽으로 내려오게 되어들리지 못했던 사찰이기 때문이다.
석굴암 오르는 코스는 도봉산 코스 중에서도 된비알이 심하고 돌계단이 상당히 가팔랐다.
길 옆 바위에 자연이 조각한 문양이 마치 부처님 발다닥처럼 보인다.
석굴암 가는 후미진 곳에 바위에다 <나무묘법연화경>이란 글이 암각되어 있다.
<나무>는 귀의(歸依)라는 의미이며,〈묘법연화경 Saddharmapuṇḍarῑka-sūtra〉이란“
진실한 가르침의 연꽃이라는 경” 이란 것을 의미한다.
흔히 약칭하여 법화경으로 불린다.대승 불교 전통에서 가장 널리 읽혀온 경전의 하나이며,
천태종을 비롯한 여러 불교 종파에서불교의 정수를 담고 있는 경전으로 존중되어왔다.
7권 28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화엄경(華嚴經)』과 함께
한국불교사상을 확립하는 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경전이다.
『법화경』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으로 평가되고 전승된 것은
회삼귀일사상(會三歸一思想)이다.
삼승(三乘)이 결국은 일승(一乘)으로 귀일(歸一)한다는이 사상은
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하여성문(聲聞)과 연각(緣覺)과 보살(菩薩)의 무리에게 맞게끔
갖가지의 법(法)을 설하였지만,그것이 모두 부처의 지견을 열어 보이고
깨달음으로 들어오게 하려는 방편이었을 뿐,
시방 불토(十方佛土)에는 오직 일불승(一佛乘)의 법만이 있음을 밝힘으로써
부처가 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석굴암 오르는 구석진 한 곳에 이름 모를 부도가 하나 눈에 들어온다.
형태를 보니 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부도(浮屠)는 다른 말로 승탑(僧塔), 묘탑(墓塔)이라고도 하며,
부처님이 아니라 승려의 사리를 봉안하기 위해 만든 작은 탑인데
역사적으로는 통일신라 후기에서 시작되었다.
주로 덕이 높은 승려의 사리나 유골을 넣고 쌓은 둥근 돌탑인데
도봉산의 이 부도는 무명인이라서 그런지 형태도 관리도 허술하기 짝이 없어
이런 부도를 볼 적마다 다시 한번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도봉산 만월암과 같이 석굴암을 오르는 길은 길고 가파른 돌계단이다.
자운봉 바로 아래라 경사도 가파르지만,
인공 구조물이 아닌 자연석을 그대로 이용하여 만든 돌계단이라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면서 경이로움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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