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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취소악(憶吹簫樂)
퉁소를 불고 음악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자기가 아는 대로 추측함을 이르는 말이다.
憶 : 생각할 억(忄/13)
吹 : 불 취(口/4)
簫 : 퉁소 소(竹/13)
樂 : 노래 악(木/11)
(유의어)
억료(臆料)
억산(臆算)
억탁(臆度)
제가 보아서 아는 대로 제 생각만으로 추측(推測)한다. 어림치고 하는 생각이나 억지 추측(推測)을 이르는 말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억취소악(憶吹簫樂)이라는 말로 상대 정당을 공박하는 일이 있었다. 제대로 진위를 따져보지 않고 자기가 아는 대로 어림잡아 추측한다는 의미의 말이다.
자신의 경험 안에서 전후좌우를 살펴 생각을 조합하고 판단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자연스러운 일일수도 있다. 그러나 억취소악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논란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사회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할 책임 있는 엘리트 집단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일반 대중과 다르게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억취소악에 더욱 신중하고 예민해야 한다. 보통의 평범한 일반인은 자신의 가족이 아닌 타인의 삶이나 생각에 영향을 미치기가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정치인의 언행에 주목하고, 교수의 말을 신뢰하며, 언론인의 비평에 균형 있는 정치사회적 견해를 견지하고자 귀 기울인다.
그만큼 이들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은 크다. 그러나 종종 본분을 망각하고 자신들만의 밥그릇논리나 사익을 챙기려고 하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아직 증명되거나 반증되지 않은 '추측'은 왜곡과 변색의 가능성을 언제든 내포한다. 이때 이들이 행하는 사회적 영향력은 사회적 권력이 되고 권력은 폭력으로 이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독일 작가 중 하나이며,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하인리히 뵐의 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소위 말하는 사회 엘리트집단이 건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을 때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 지를 그린 소설로 유명하다.
영화화되어 크게 흥행했던 소설로 현재까지도 공론장(public sphere)의 폭력을 다룰 때 언제나 인용되는 고전이다. 1975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성실하고 평판이 좋은 카타리나라는 젊은 여인이 유린당하는 5일 간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카타리나는 파티에서 만난 한 남자와 단 하룻밤을 보낸 이유만으로 경찰에 연행되면서 오해를 받게 된다. 그 남자가 은행 강도에 살인 혐의로 쫓기고 있었던 것을 조사 중 알게 됐으나 도망친 진상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한다.
특히 특종을 노리던 기자, 퇴트게스가 주변사람들의 말을 교묘하게 각색해서 기사에 인용하면서 카타리나는 살인범의 정부, 테러리스트의 공조자, 음탕한 공산주의자 등 '새로운 인물'로 창조된다. 사실 그녀는 가정경제학교를 졸업한 가정관리사로서 아주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했다.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순간들은 추측이 난무하고 '알 권리'라는 이름하에 사생활까지 무차별 보도하는 퇴트게스에 의해 카타리나는 만신창이가 된다. 결국 저널리즘의 무형의 폭력은 살인이라는 또 다른 폭력을 낳으며 소설이 마무리된다.
이 작품은 독일의 극좌테러집단에게 숙식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언론의 비난을 받고 해직되었다가 나중에 무혐의로 복직되었던 하노버대 교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다.
복직은 했으나 무분별하게 실추되고 훼손된 개인의 명예는 원상복귀 될 수 있을 것인가? '사람의 존엄함'이 배제된 사건 위주의 억취소악은 서로 할퀴고 헐뜯다가 결국 모두를 병들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자의적이고 모호한 온갖 추측들이 난무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엘리트집단이 각자의 자리에서 보다 냉철한 이성으로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시민이 살기 좋은 행정을 펼치는 공무원 집단은 물론, 국가발전을 우선하는 정치권, 우중(愚衆)의 좌표가 되는 언론, 그리고 철인(哲人)으로서 세계관을 정립하는 학계 등이 대표적 엘리트 집단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 역할이란 더 이상 카타리나 블룸과 같이 한 개인이 무형의 집단 폭력에 유린되는 불신의 사회를 종결하는 일이며, 상대가 어떻게 되든 말든 내 잇속부터 챙기는 '아님 말고'식의 무책임함을 척결하는 데 책임을 다 하는 것이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것을 사람들은 결국 그렇게 믿게 된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바르게 제시하고 '세상은 믿을만하고 아름답다'고 외치며 서로 밀어주고 이끌어주자. 살만한 세상은 그런 게 아닐까.
추측의 오류
어느 여행객이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공항 휴게실에서 맛있는 과자 한 봉지를 샀습니다. 신문을 읽으며 먹기 위해서였죠. 한참 신문에 열중해 있던 그녀의 귀에 바스락대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이게 왠 일입니까?!
읽고 있던 신문 너머로 말쑥하게 차려입은 한 신사가 자기의 과자를 천연덕스럽게 꺼내어 먹고 있는 것을 본 그녀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치사하게 과자 한 봉지 때문에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아 그냥 살그머니 몸을 굽혀 자기의 과자 봉지를 다른 곳으로 슬그머니 옮겨 놓았습니다.
한1∼2분쯤 지났을까요. 그녀의 귀에 또다시 바스락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신사가 또 자신의 과자를 허락도 없이 전혀 죄의식도 없는 듯 잘 먹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특별히 맛있는 것으로 골라서 산 그 과자 봉투는 어느새 바닥이 나 있었습니다. 그녀는 너무 화가 나서 그 신사, 아니 그 과자 도둑을 날카롭게 도끼눈을 뜨고 계속 째려보았습니다.
어렵쇼!! 갈수록 태산이라 더니∼ 이 남자는 뻔뻔스럽게도 이번엔 남아있는 마지막 과자를 정확하게 반으로 쪼개더니 한쪽을 그녀에게 내밀고 나머지는 자기 입에 쏘∼옥 넣고는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게 아닙니까!
탑승 안내 방송이 나올 때까지도 그 불쾌한 과자 사건(?)으로 인해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아 씩씩대던 그녀는 비행기 표를 꺼내려고 핸드백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그녀의 핸드백 속에는 뜯지 않은 깨끗한 과자 한 봉지가 미소를 띄우며 얌전히 들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자주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경솔한 추측을 합니다. 과거의 경험이나 우리가 알고 있는 것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들은 바대로 수학 교과서의 공식처럼 모든 일들이 척척 되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가끔 자신의 추측들이 딱 맞을 때도 있지만 추측은 단지 추측일 뿐입니다. 확률로 말하면 50:50.
우리는 섣부른 경솔한 추측으로 인해 당혹스런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며 심지어 아예 일을 그르칠 때가 너무도 많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한다면 경솔하고 섣부른 추측이란 인간의 이성과 분별 없는 추진력에 근거하고 있으며 그 뒤에는 언제나 자만심이 숨어 존재하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과자 사건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우리 스스로를 속이는 것은 바로 우리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위험한 자만 때문입니다. 자만은 이 이야기 속의 여자가 자신이 절대 옳으며 신사가 반드시 잘못했다고 추측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신중하고 지혜로운 겸손한 눈으로 그 신사를 바라 보았더라면 그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 속에 꽉 내재되어 있는 지나친 자신과 자만으로 인해 그녀는 그 남자를 함부로 무시했던 것입니다. 결국 그녀는 진실 속에 담겨진 낯선 사람에게 과자 하나라도 쪼개어 나눠 주려하던 그 남자의 따뜻한 친절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내 자신이 다른 사람과 갈등을 일으킬 때에 지나칠 정도의 자신만만한 추측일랑 한 쪽 구석으로 치워놓고 순수한 사랑의 생각과 호감 어린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면서 오직 좋은 생각을 하십시오.
차갑디 차가운 내 눈이 아닌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따뜻한 그의 눈으로 모든 사람들과 날마다 내 앞에 전개되는 상황을 바라보십시오.
그럴 때 당신은 모든 일들을 지금보다 훨씬 더 원만히 처리할 수 있을 터이고 게다가 더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인생의 좋은 친구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憶(생각할 억)은 ❶형성문자로 忆(억)의 본자(本字), 忆(억)의 통자(通字), 忆(억)의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심방변(忄=心; 마음, 심장)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意(의, 억; 단단히 누른다)로 이루어졌다. 마음에 단단히 새겨 외다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憶자는 '생각하다'나 '기억하다', '추억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憶자는 心(마음 심)자와 意(뜻 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意자는 말을 심장에 담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뜻'이나 '생각하다'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소전에서는 意자가 '생각하다'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해서에서는 이보다 더 깊은 생각을 뜻하기 위해 다시 心자를 더한 憶자가 만들게 되었다. 그러니 憶자에는 두 개의 심장이 있는 셈이다. 그래서 憶(억)은 ①생각하다 ②기억하다(記憶--) ③추억하다(追憶--) ④잊지 않다 ⑤우울해지다(憂鬱---), 울적해지다 ⑥생각, 기억(記憶), 추억(追憶)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생각 념(念), 생각 사(思), 생각 상(想), 생각할 륜(侖), 생각할 유(惟), 생각할 임(恁), 생각할 려(慮), 생각할 고(考) 등이다. 용례로는 연상에 의하여 과거의 경험을 마음에 불러 일으키는 작용을 억기(憶起), 이유와 근거가 없는 추측을 억측(憶測), 옛 자취를 돌이켜 생각함을 억구(憶舊), 깊이 생각에 잠김이나 단단히 기억함 또는 그 기억을 억념(憶念), 옛일을 돌이켜 생각에 잠김을 억석(憶昔), 지난 일을 잊지 않고 외어 둠 또는 그 내용을 기억(記憶),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함을 추억(追憶),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을 회억(回憶), 지나간 일을 멀리 생각함을 면억(緬憶), 마음이 답답함이나 가슴이 답답함을 핍억(愊憶), 기억하는 힘을 기억력(記憶力), 추억하며 하는 이야기를 추억담(追憶談), 기계적으로 기억을 하는 힘을 기억술(記憶術), 머리에 충격을 받거나 약물 중독 따위로 이전의 일들이 생각나지 않게 되는 일을 일컫는 말을 기억상실(記憶喪失), 전에 경험한 어떤 일로 말미암아 관련된 다른 일을 생각하게 되는 기억을 일컫는 말을 연합기억(聯合記憶), 제가 보아서 아는 대로 제 생각만으로 추측으로 어림치고 하는 생각이나 억지 추측을 이르는 말을 억취소악(憶吹簫樂), 오래 전에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함을 일컫는 말을 억석당년(憶昔當年) 등에 쓰인다.
▶️ 吹(불 취)는 ❶회의문자로 입 구(口; 입, 먹다, 말하다)部와 欠(흠; 숨울 내쉼)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吹자는 '불다'나 '부추기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吹자는 口(입 구)자과 欠(하품 흠)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欠자는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하품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吹자는 이렇게 입을 벌려 하품하는 모습을 그린 欠자를 응용한 글자로 입으로 바람을 '분다'라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吹(취)는 크게 숨을 내쉼의 뜻으로, ①입김을 불다 ②불 때다, 불태우다 ③과장(誇張)하다 ④부추기다, 충동(衝動)하다 ⑤퍼뜨리다 ⑥바람 ⑦관악(管樂), 관악기(管樂器) ⑧취주(吹奏) 악기(樂器)의 가락, 따위의 뜻이 없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불 허(噓)이다. 용례로는 피리나 나팔이나 생황 따위의 관악기를 입으로 불어서 연주함을 취주(吹奏), 사이렌 등을 불어 울림을 취명(吹鳴), 젓대나 피리 등에 입김을 불어 넣어 소리를 내도록 뚫어 놓은 구멍을 취공(吹孔), 풀무질을 함을 취비(吹鞴), 곡식을 바람에 날리어 정갈하게 하는 일을 취정(吹正), 물고기가 물위에 떠서 숨쉬느라고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함을 취랑(吹浪), 입김을 불어 넣음을 취입(吹入), 북을 치고 피리를 붊을 고취(鼓吹), 노래하고 관악기를 붊을 가취(歌吹), 입김을 세게 넣어 관악기를 붊을 역취(力吹), 입김을 약하게 넣어 관악기를 붊을 저취(低吹), 아내가 죽은 뒤에 두 번째 드는 장가 또는 그 아내를 재취(再吹), 털 사이를 불어가면서 흠을 찾는다는 뜻으로 남의 결점을 억지로 낱낱이 찾아내는 것을 말함을 취모멱자(吹毛覓疵), 터럭을 불어 헤쳐 그 속의 허물을 찾으려 한다는 뜻으로 남의 조그만 잘못도 샅샅이 찾아냄을 이르는 말을 취모구자(吹毛求疵), 뜨거운 국에 데더니 냉채를 먹을 때도 분다는 뜻으로 한번의 실패로 모든 일을 지나치게 경계함을 비유한 말을 징갱취제(懲羹吹虀), 남곽이 함부로 분다는 뜻으로 학예에 전문 지식도 없이 함부로 날뜀을 두고 이르는 말을 남곽남취(南郭濫吹), 먼지에 새기고 그림자를 입으로 분다는 뜻으로 쓸데없는 헛된 노력을 이르는 말을 누진취영(鏤塵吹影), 말의 귀에 동풍이 분다는 뜻으로 아무런 감각이나 반응이 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동풍취마이(東風吹馬耳) 등에 쓰인다.
▶️ 簫(퉁소 소)는 형성문자로 箫(소)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대 죽(竹; 대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肅(숙, 소)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簫(소)는 아악(雅樂) 악기(樂器)의 하나이다. 대로 만든 피리로 율(律)에 따라 길이가 다른 열여섯 개의 죽관(竹管)을 열두 정성(正聲)과 네 청성(淸聲)에 조율(調律)하여 나무틀에 세로 한 줄로 늘여 꽂고, 관마다 아래 끝을 납밀로 막아 위에 있는 취구(吹口)로 분다. 12관, 16관, 24관 등(等)이 있다. 만주(滿洲) 집안현(輯安縣) 고구려(高句麗) 고분(古墳)의 벽화(壁畫)에 보이는 소는 삼각형(三角形)의 것이나 지금 우리나라에 전(傳)하는 소는 16관으로 된 송(宋)의 봉소형(鳳簫形)이다. ①퉁소(가는 대로 만든 목관 악기) ②조릿대(볏과의 여러해살이 식물) ③활고자(활짱 머리에 있는 시위를 매는 곳)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중국 고대의 순임금이 지었다는 음악 또는 악기를 소소(簫韶), 관악기의 하나인 대금을 달리 이르는 말을 소관(簫管), 참대로 봉화의 날개 모양으로 만든 고전 악기의 한 가지를 봉소(鳳簫), 날라리로 나팔 모양으로 된 우리나라 고유의 관악기를 일컫는 말을 태평소(太平簫), 제가 보아서 아는 대로 제 생각만으로 추측으로 어림치고 하는 생각이나 억지 추측을 이르는 말을 억취소악(憶吹簫樂) 등에 쓰인다.
▶️ 樂(노래 악, 즐길 락/낙, 좋아할 요)은 ❶상형문자로 楽(락)의 본자(本字), 乐(락)은 간자(簡字)이다. 현악기를 본뜬 글자, 신을 모시는 춤을 출 때 손에 가지는 방울을 본뜬 글자, 북 따위의 타악기를 본뜬 글자 등의 유래가 존재한다.기본 음가는 악이고, 전주된 음가로 락과 요가 있다. 락은 주로 형용사로 사용될 때, 요는 좋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락이 두음법칙이 적용되면 낙으로 표기된다. ❷상형문자로 樂자는 '음악'이나 '즐겁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樂자는 본래 악기의 일종을 뜻했던 글자였다. 갑골문에 처음 등장한 樂자를 보면 木(나무 목)자에 絲(실 사)자가 결합한 모습이었다. 이것은 거문고처럼 실을 튕겨 소리를 내는 악기와 줄을 표현한 것이다. 금문에서는 여기에 白(흰 백)자가 더해지게 되는데, 이것은 줄을 튕길 때 사용하는 피크를 뜻하기 위해서였다. 또 음악을 들으면 즐거우므로 '즐겁다'라는 뜻도 파생되었다. 그래서 樂(악)의 경우는 ①노래, 음악(音樂) ②악기(樂器) ③연주하다 ④아뢰다(말씀드려 알리다) 등의 뜻이 있고, 樂(락/낙)의 경우는 ⓐ즐기다(락) ⓑ즐거워하다(락) ⓒ편안하다(락) ⓓ풍년(豐年)(락) ⓔ즐거움(락) 등의 뜻이 있고, 樂(요)의 경우는 ⓕ좋아하다(요) ⓖ바라다(요)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노래 가(歌), 노래 요(謠), 노래 구(謳)이다. 용례로는 인생을 즐겁게 여기거나 세상을 밝고 좋게 생각함을 낙관(樂觀), 아무런 걱정이나 부족함이 없이 살 수 있는 즐거운 곳을 낙원(樂園), 늘 즐겁게 살 수 있는 곳을 낙토(樂土), 재미 붙일 만한 일을 낙사(樂事), 경기 등에서 힘들이지 않고 쉽게 이기는 것을 낙승(樂勝), 세상이나 인생을 즐겁게 생각함을 낙천(樂天), 노래의 곡조를 악곡(樂曲), 음악 기구를 악기(樂器), 작곡에 관한 착상이나 구상을 악상(樂想), 음악에서 연주되는 음의 배열을 악보(樂譜), 노랫소리 또는 가락스런 소리를 악음(樂音), 음악을 연주하는 단체를 악단(樂團), 물을 좋아함을 요수(樂水), 산을 좋아함을 요산(樂山), 즐기기는 하나 음탕하지는 않게 한다는 뜻으로 즐거움의 도를 지나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낙이불음(樂而不淫), 즐거움도 극에 달하면 슬픔이 생긴다는 말을 낙극애생(樂極哀生), 타향의 생활이 즐거워 고향 생각을 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낙이사촉(樂而思蜀), 즐거움은 언제나 걱정하는데서 나온다는 말을 낙생어우(樂生於憂), 안락은 고통의 원인이라는 말을 낙시고인(樂是苦因), 천명을 깨달아 즐기면서 이에 순응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낙천지명(樂天知命), 즐겨서 시름을 잊는다는 뜻으로 도를 행하기를 즐거워하여 가난 따위의 근심을 잊는다는 말을 낙이망우(樂而忘憂), 즐거움에 젖어 촉 땅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쾌락 또는 향락에 빠져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는 어리석음을 비유하는 말을 낙불사촉(樂不思蜀), 즐거움 속에 삶이 있다는 뜻을 나타냄을 일컫는 말을 낙중지생(樂中之生), 좋아서 하는 일은 아무리 해도 지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요차불피(樂此不疲), 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한다는 뜻으로 산수 경치를 좋아함을 이르는 말을 요산요수(樂山樂水)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