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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MotoGP 시즌은 예상과 달리 발렌티노 롯시와 케이시 스토너의 치열한 포인트 경쟁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대니 페드로사와 두카티로 이적했던 마르코 멜란드리등 다른 챔피언 경쟁자들도 크게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새로운 루키로 기대를 받았던 호르헤 로렌조와 제임스 토즐랜드도 시즌 초반에만 잠깐 그 빛을 드러냈을 뿐이었다. 하지만 라구나 세카에서의 치열한 접전은 최고의 명승부로 남게 되었고 롯시와 스토너는 다른 경기들에서도 멋진 경기들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너무 자주 하는 말이라서 식상한 이야기지만 2009년은 시작부터 MotoGP에게 매우 힘든 시기가 되었다. 가와사키가 빠지면서 구차하게 하야테 레이싱으로 ZX-RR을 계속 볼 수 있게 되었지만 멜란드리의 말과 반대로 이 팀은 단순히 머릿수를 채우기 위한 팀이 될 것이 뻔하다. MotoGP의 규정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라서 새로운 규정아래서 각 테스트 세션의 시간이 짧아지게 되었다. 덕분에 팀들은 테스트를 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얼마전 발표된 훨씬 미래의(2010년 이후) 레이스 규정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며 GPS 시스템, 밸브 타이밍 시스템등은 차지하더라도 엔진 수명 연장과 시즌 첫 루키의 팩토리팀 계약 제한은 명백히 넌센스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누군가 말했듯이 바퀴는 굴러가고 레이스는 끝나지 않는다. 어김없이 MotoGP는 4월 10일부터 카타르 그랑 프리를 시작으로 긴 여정을 시작한다. 경제가 어려워서 팀들이 없어지든지, 피트 크루가 잘려나가든지, 선수들이 싱글 타이어에 적응하지 못하는 바이크에서 나가 떨어지든지 상관없이 우리는 레이스만 보면 장땡인 것이다.
너무 잔인하고 무책임한 이야기인가? 어쩌겠는가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데.
발렌티노 롯시
뭐 할 말이 없다. 강하다. 아마 롯시에게 어떤 바이크가 주어지더라도 그는 포디움에 오를 것이다. 이건 변함이 없다. 그래도 인간인데 약점이 없을려나.
작년의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롯시가 약했던 서킷들은 카타르, 도닝턴 파크, 아센등이다. 원래 롯시가 월등하지 않았던(약한 서킷이 원래 없기 때문에 라이벌보다 월등하지 않았을 뿐이다.) 경기장인 카타르를 제외한다면 도닝턴 파크와 아센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가졌었다. 우선, 브리지스톤 첫 해인 YZR-M1이 시즌 중반을 지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기온이 들쭉 날쭉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브리지스톤의 문제가 아닌 것이 작년 결과를 보면 기온의 편차와 노면의 습도가 높을 때 압도적인 성능을 보인 타이어 회사는 브리지스톤이었다. 그러므로 이것은 타이어 본래의 성능이 구리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타이어를 바꾼 M1의 특성이 다듬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롯시를 이야기하면서 M1과 야마하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아직 마사오 후루사와가 밝힌 것이 없어서 올해 야마하 바이크가 정확히 어떤 부분들을 보완시키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팀인 혼다와 스즈키의 인터뷰를 통해서 유추해 보자면 파워 보완, 즉 두카티의 스피드를 따라잡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야마하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시즌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야마하 머신은 코너링의 바이크라는 명제를 가지고 있고 이것은 롯시의 강점이기도 했지만 800cc가 되면서 일반적인 상식과 반대로 코너링의 편차는 오히려 줄어들었고 직선 주로와 코너 탈출에서의 가속력이 더 크게 드러나게 되었다.
앞의 두 가지 이야기, 타이어 그리고 바이크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를 보면 롯시의 문제는 드라이빙 실력이나 심리적인 상황 때문이 아니라 바이크와 타이어에 있을 것이라는 결론이 대충 내려진다. 특히 올해는 콜린 에드워즈와 다른 야마하의 선수들 기록이 좋아지는 폭(상승세)도 빠르지 않으며 가장 최근의 헤레즈와 여타 테스트들에서 두카티와의 랩 타임 차이가 큰 것도 생각보다 야마하 바이크는 큰 발전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야마하가 올해로 브리지스톤과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며, 작년에 보여졌지만 M1의 엔진 신뢰성과 기계적 안정성이 대단히 뛰어나다는 것은 레이스에서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결국 롯시는 작년처럼 편차가 큰 경기는 보여주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그러한 기복은 더 줄어들 것이라는게 결론이다. 이 때문에, 뒤에 이야기를 하겠지만, 2009년 경기가 생각보다 흥미롭게 될 것이다.
케이시 스토너
사람들이 흔히 말하기를 스토너는 조금 아쉬운게... 캐릭터성이라고 하지만 대니 페드로사의 팬 입장에서 이는 배부른 소리고, 아쉬운 건 작년 GP8의 신뢰성이었다. 만일 스토너가 GP8에 사소한 트러블들이 없었다면 2008년은 무척 흥미진진했을 것이며 아마 2006년을 능가하는 챔피언십 포인트 계산의 아슬아슬함이 존재했을 것이다.
롯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신뢰성을 이야기했는데 두카티가 이점에서 야마하에게 밀리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머신 트러블이 자주 있으며 선수들의 편차가 극심한 것이 부족한 점이다.
사실 예전에는 'GP 머신은 창조적인 개발과 진보가 핵심이지!' 라고 생각했는데 차츰 내가 보수적이 되는건지(보수적인 입장이 된다고 해서 딴나라당을 찍는다거나 MB를 지지하는 일은 혼다가 발렌티노 롯시 할애비를 데리고 온다고 해도 일어나지 않을 일인건 분명하다.) 4바퀴 레이스를 많이 보면서 눈이 바뀌는 건지 레이스에서 중요한 것은 신뢰성과 랩 타임의 꾸준함이라고 요새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FP 랩 차트를 봐도 평소에 엉망인 레이스를 보여주는 랜디 드 푸니엣이 갑자기 5위 안에 들어가거나 해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평균 랩 타임과 얼마만큼 랩을 돌아서 어느 수준으로 속도가 나왔느냐가 더 중요한 부분이다.
그런데 만일 테스트 신뢰성을 평균 이상의 랩 수와 평균 랩 타임등으로 따진다면 스토너는 곤란한 선수다. 보통 테스트에서 20바퀴만 도는 건 기본이고 너무 빠를때는 다른 선수를 1초 이상으로 재껴버리지만 몸 상태가 아니다 싶으면 형편없이 달려준다. 그렇지만 우리는 스토너가 QP에서나 테스트에서 항상 1위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스토너의 경우는 판단하기가 좀 까다롭다. 2008년에는 솔직히 말해서 굉장히 잘 달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잘 달리기는 했지만 우승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2009년도 판단하기 어렵다. 분명히 수업시간에는 천잰데 막상 시험치면 점수가 그다지...인 안경쓴 부반장을 보는 기분이랄까?
아 모르겠다! 결론부터 이야기하겠다.(오늘 참 글 안 써진다.)
두카티가 카본 스윙암과 프레임으로 머신에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머신에 변화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 엔진 특성은 작년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을 것이며 모르긴 몰라도 완전 다른 바이크로 태어났다고 본다. 팀에서는 중속 영역의 강화를 통한 기존 800cc 두카티 바이크의 진화라고 하지만 중저속과 고속 영역의 토크를 둘 다 잡는 이상적인 사이클 기관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두카티가 NASA랑 손을 잡고 신형 엔진을 개발했을리도 없고 말이다.
그러므로 두카티 바이크가 빨라 보이는건 맞는데 야마하에 비하면 미완성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번 시즌은 테스트 일수도 줄어들었기 때문에 신뢰성이 점검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여기다가 스토너 개인적인 편차를 합산하면 2009년이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는게 결론이다. 당연히 이건 스토너가 챔피언십을 딸 확률이 희망적이지 않다는 것이지 그가 그리드 뒤에서 경기를 한다는 말은 아니며 두카티 바이크가 빠르지 않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런 이유로 앞에 롯시에 대해서 설을 풀면서 말했듯이 경기가 흥미롭게 될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되었다. 경기가 흥미롭다는 것은 나의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레이스보다는 약한 개념이다. 흥미는 좀 대중적인 입장이고 재미는 내 입장에서 레이스다운 레이스다.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대중들이 좋아하는 창조적인 추월이 많아야 하는데 두카티와 스토너가 레이스 후반에 예상보다 낮은 성능을 보여준다면 롯시는 경기를 자신의 구미에 맞게 요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하는 예상은 항상 틀리더라.
대니 페드로사
딱 잘라서 이야기하면 페드로사는 올해도 우승은 못한다. 아마 결코 못 할 것이다. 특히 올해는 더 힘들게 분명하다. 일단 작년 08'RC212V가 브리지스톤을 바뀌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혼다와 브리지스톤의 작업량이 크지 않았다.(작업량을 늘리기 위해서 브리지스톤을 사용하는 그레시니 혼다에 팩토리 바이크를 주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본다. 오히려 신야 나카노에게 RSV4라는 멋진 바이크를 선물로 줬을 뿐이다.)
이번 시즌은 더 힘들게 되었다. 테스트 기간이 짧아졌고 GP 주말의 FP, 웜-업 세션의 시간이 단축되면서 타이어 테스트를 하기 더 좋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결정적인 한 방을 추가한다면 페드로사가 부상으로 카타르와 헤레즈 테스트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주장에 대한 근거가 좀 빈약한 것 같으니 더 추가해보겠다. 혼다 RC212V의 고질적인 문제도 여전할 것이다. 조악한 신뢰성과 일관성이 부족한 너덜너덜한 바이크 개발이 그것이다. 올해 처음 팩토리에 올라온 안드레아 도비지오소가 개발을 이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며 현실적으로도 알베르토 푸익의 방해 공작으로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 HRC에는 제레미 버지스같은 크루 치프가 없다. 2009년 RC212V도 대략적으로 고속 엔진 회전에서의 토크 강화와 그로 인한 다루기 어려워진 엔진 반응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페드로사는 거친 2스트로크에서 기량을 쌓았던 선수라고 하지만 잘 다루지 못할 것이다. 라이더와 크루 치프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서 바이크가 폭넓은 방향으로 발전하지 못한다면 혼다의 바이크는 계속 까다로운 바이크로 남게 될 것이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을 보면 팀이 시즌 중반을 거치면서 타이어에 적응을 할 것이고 브리지스톤에 맞춰진 완전히 새로운 섀시를 가져올 것이다. 아마도 작년의 상황처럼 혼다의 팩토리 바이크는 시즌을 지나면서 완전 딴판의 바이크로 진화될 것이다. 그만큼 다른팀들에 비해서 늦게 성적을 끌어올린다는 이야기지만 뒤늦게 바이크 개발을 완성시키면 2010년에 개발 규제가 생기는 시점에 맞춰서 신형 엔진과 바이크가 미리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다른 팀들에 비해서 한 단계 앞서나가는 이점이 존재한다. 물론 이것은 혼다가 2009년은 포기하고 2010년을 미리 내다볼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 가능한 일이다.
호르헤 로렌조
스페인 선수들의 특징은 번호를 자주 바꾸는 것인가 보다. 페드로사는 챔피언십 성적에 맞춰서 번호를 바꾸고 로렌조는 별다른 이유도 없이 번호를 바꾸었다. 이베리아인들은 변덕이 심하고 질투심이 강하다던데 두 사람은 서로를 은근하게 신경쓰고 있는 것일까?
로렌조의 경우 작년 갑작스런 저조한 성적과 난조는 로렌조 자신의 문제는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역시나 문제는 타이어였다고 느낀다. 로렌조 자신은 ‘스스로가 너무 한계를 정하지 않고 달렸다’고 말했지만 타이어와 바이크가 이 한계를 받쳐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로렌조는 굉장히 많은 양의 하이사이드를 경험하게 되었고 자신감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번 프리 시즌 테스트에서 보여진 것처럼 로렌조는 작년만큼 월등해진 랩 타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여전히 이 젊은 선수가 자신감을 찾아가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첫 테스트 세션에 바이크를 건네받고 타이어 세팅을 찾아가기 위해서 좀 더 과감하게 스타트를 할 필요가 있음에도 사고를 두려워하거나 머신이 박살난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스스로의 한계를 대폭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페드로사와 로렌조는 번호를 자주 바꾸는 것 말고도 또 다른 공통점을 가지게 된다. 주변 상황에 대한 대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페드로사는 지나치게 주변에 신경을 쓰면서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고 로렌조는 지나치게 주변에 신경을 쓰면서 자신을 너무 보호하고 있다. 페드로사 같은 경우에는 사춘기 여자애들처럼 답을 찾기 좀 어렵지만 로렌조는 자신만 변화된다면 얼마든지 탑 클래스에 부족한 1%를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솔직하게 말해서 2009년에 야마하는 롯시에게 관심을 더욱 집중시키게 될 것이고 로렌조가 받게 되는 지원들은 한 차례 거쳐진, 걸러진 정보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므로 완벽하게 맞춰진 양복을 입지는 못할 것이다. 옷이 맞지 않으면 살을 빼거나 운동을 통해서 근육을 키워야 한다.
안드레아 도비지오소
도비지오소도 로렌조처럼 맞춤 옷을 입지 못할 가능성이 큰데, 웃긴 것은 페드로사도 여전히 큰 옷을 입는다는 점이다. 어쨌든 도비지오소가 현재는 비어있는 페드로사의 자리를 채우면서 개발을 진행중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도비지오소의 인터뷰에서는 계속해서 혼다에게 주문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것은 혼다가 도비지오소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으며 개발을 완전하게 맡기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도비지오소는 과거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보지 못한 선수였다. 시장용 칼로 10년을 요리하던 요리사에게 최고급 요리칼을 주면 더 좋은 요리를 할 수 있게 될까?
작년 도비지오소의 경기 내용은 코너에서의 강함이 돋보였던 경우가 많았다. 코너에서 라이벌을 추월하다가 마지막 코너의 백스트레이트에서 추월당하는 경우가 많아서 많은 사람들은 도비지오소가 팩토리로 간다면 더 뛰어난 경기를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위에 말했듯이 가장 좋은 칼을 준다고 최고의 요리가 나오게 되는 것은 아니다. 요리의 재료와 음식을 받아먹는 사람이 느끼는 분위기가 요리의 맛을 좌우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이야기가 안드로메다 식객으로 간 느낌이지만 도비지오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약간은 발렌티노 스타일의 라이딩을 구사하는 느낌인데, 혼다의 RCV 800cc 머신은 전체적으로 완벽한 코너링을 만족시키는 바이크는 아니었다. 혼다의 느낌은 언제나 스탑-앤-고 스타일이었고 라이벌을 압도하는 코너 탈출 능력이 결정적이었다. 2007년의 RC212V와 2008년 위성팀들에게 제공된 RC212V가 성공적이지 못했던 이유도 혼다가 개발 방향을 코너에서의 기동성으로 잡으면서 자신들의 특기를 살리지 못했던 이유가 컸다. 도비지오소의 경우 경쾌한 모터사이클에 더 적합한 모습을 보이고(작년 위성팀 RCV의 특징) 이에 오랫동안 훈련되어 있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처럼 엄청난 성적으로 우리를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이것은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될 것이며 결국에는 도비지오소 스타일에 맞춰진 뛰어난 모터사이클로 RC212V가 완성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도 아직 이 젊은 루키가 로렌조나 페드로사 그 이상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니키 헤이든
전에 주식 투자 강좌를 보면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니키 헤이든의 경우가 그렇게 저평가된 선수라고 생각하면 조금 지나친 착각일까. 흔히들 2006년은 롯시의 슬럼프가 없었다면 헤이든이 결코 우승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것은 2006년 시즌을 꼼꼼하게 보지 않고 결과만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무지다. 헤이든이 한번도 롯시와 같은 천재성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가지는 편견이라는 것이다.
2006년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헤이든의 성적이 결코 나쁜 적이 없었다. 퀄리파잉과 테스트 세션에서 좋은 결과로 레이스 결과를 미리 예측하게 했고 그 예측이 빗나가는 경우도 없었다. 언제나 테스트에 성실하게 임하는 자세를 보여주듯이 테스트와 경기 결과가 이렇게 착하게 일치하는 선수도 보기 드물다. 롯시만 슬럼프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헤이든도 무리한 라이딩으로 레이스를 망치는 경우가 있었다. 아 물론 롯시와 달리 헤이든은 심리적인 압박으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 두카티로 이적하는 헤이든을 많은 팬들은 박수를 보내면서 응원하지만 이것은 두카티의 좋은 바이크를 타게 되는 헤이든의 성적을 응원하는게 아니라 저평가받고 혼다에서 버려졌다고 생각하기에 박수를 치는 것이다. 즉, 혼다에게 본때를 보여주라는 의미다. 헤이든의 두카티 이적을 응원하는 사람들은 헤이든과 혼다의 팬들일 경우가 많다.
‘두카티의 좋은 바이크를 타는 헤이든을 응원하는게 아니다.’라고 했는데 스토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말했지만 두카티 데스모세디치 GP는 빠른 바이크지 좋은 바이크는 아니다. 균형적인 측면에서 뛰어난 쪽은 오히려 야마하와 혼다다.(최근에는 야마하가 압도적인 것 같다.) 두카티가 여러가지 장치들로 실험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은 너무 스토너만 잘 달리다 보니 다른 선수들을 키워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프라막팀을 통한 주니어 두카티팀의 육성 계획을 밝힌 리비오 수포의 말도 경제 위기 상황에 위성팀들에게 기회를 준다는 테크3팀의 계획과도 비슷하지만 한편으로는 두카티 바이크에 젊은 선수들을 일찍 태워서 이들을 적응시키게 만들려는 속셈도 있다.
헤이든은 그 어떤 선수들과도 다른 독특한 라이딩을 한다. 리어 브레이크의 사용 빈도가 높으며 이것은 혼다 시절에 증명된 것이며 이번 헤레즈 테스트에서도 두카티를 통해서 입증되었다. 두카티 말보로팀은 테스트에 대한 브리핑을 하면서 헤이든의 리어 브레이크 사용 빈도를 기자들에게 설명하였고 이를 통해서 헤이든 바이크에 근본적인 변화를 할 것이라고 말을 했었다. 이 독특한 라이딩 스타일은 두카티와 약간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 전체적으로 RCV보다 프론트에 무게가 실리는 D16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전자 장비에 엔진 브레이크의 의존을 많이 하는 경향이 보이고(카본 프레임도 프론트의 무게를 뒤로 두려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 경우 헤이든의 리어 브레이크 사용이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순전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므로 올해에는 아닐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헤이든도 도비지오소의 경우처럼 바이크에 적응하는 기간이 좀 있을 것이고 이것은 시즌 중반을 지나서야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아마도 헤이든도 첫 해에 좋은 성적을 내는게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헤이든의 두카티 시즌 첫 해는 1198 슈퍼바이크, 몬스터 그리고 스트리트파이터를 판매하는데 주력하게 될 것이다. 헤이든의 투입은 미국 경제의 불황에서 두카티의 모터사이클 판매에 한 줄기 빛이 되기 위함이다.
이번에는 다른 선수들을 팀 위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하나 하나 설명하기 귀찮기도 하고 팀으로 묶어서 이야기하는게 편한 경우가 많아서다. 글이라는게 재밌게도 그림이나 영상은 어느 기준에 묶여서 사람들의 상식에 붙잡히게 되지만 글은 내 꼴리는대로 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리즈라 스즈키 MotoGP팀
리즈라가 다시 스폰싱하게 되면서 일단 큰 불은 진화했다. 처음에 음모론같이 생각한 것이, 스즈키가 테스트 결과가 갑자기 좋아진 것은 스폰서를 붙잡기 위해서 Dorna와 팀들이 꾸민 책략이라고 느꼈었다. 그러나 좀 논리적으로 생각을 해보니 스즈키가 GSV-R을 원래 다른 팀들보다 800cc에 일찍 맞춰서 개발하였고 브리지스톤과 작업을 한 기간이 길다는 이유가 있었다. 원래 브리지스톤의 개발 파트너는 두카티지만 스즈키도 브리지스톤과는 오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이야기로는 스즈키가 2009년 싱글 타이어에 대비해서 처음부터 섀시를 두 개로 만들어서 왔다는 것이다. 확실히 스즈키 공돌이들은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인정사정 없다. 다른 팀들은 곤조를 지킨다고 어쨌든 타이어를 끼우고 달려보면서 눈치껏 조절하는데도 스즈키는 그런거 없고 일단 빨라지면 장땡이다.
하여튼 이런 노력들이 이번에 그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고 카피로시가 그 방향을 잘 설정하고 있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나는 왜 자꾸 스폰서를 유치하기 위한 음모론이 생각나는지…
스즈키 바이크의 최대 장점은 다른 V4에 비해 좁은 각도의 실린더 배치다. 단점은 이것으로인한 엔진 진동과 고회전화의 어려움이다. 스즈키가 좁은 각도를 설정한 이유가 코너링에서의 이점을 위해서라는건 다들 알고 있는 것이지만 시판용 R1000과는 목표 설정 자체가 너무 달라서 참 난감하다. 차라리 R1000처럼 최고의 고속형 엔진을 목표로 과격하고 트랙션 성능을 좀 희생한 머신을 만드는게 낫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건 2005년까지의 이야기고 확실히 2006년 시즌 후반과 2007, 2008년은 이것이 제대로 떨어졌다. 작아진 배기량에 협각의 V4가 꽤 괜찮게 작동했고 노면의 상황이 좋지 않을 때 타이어와의 작동이 원활해지면서 다른 팀들보다 비오는 날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끝. 스즈키는 쓸 때마다 똑같은 이야기다.
몬스터 야마하 테크3
몬스터 에너지 스폰싱은 롯시와 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롯시로 인해서 테크3가 몬스터 에너지 스폰서를 붙이게 된 것인지 테크3가 먼저 계약하고 롯시가 이를 이어나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테크3는 앞으로 많은 이야기를 만들게 될 것이다. 도비지오소와 페드로사의 대결도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이나 테크3는 팀 대결의 포문을 가장 먼저 열었다. 토즐랜드도 최근 인터뷰에서 서로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고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으나 별로 사과를 할 것 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뭐 어쨌든 에드워즈가 원래 대인배 스타일이라서 팀 기반을 흔들 정도로 싸움을 할 것 같이 보이지는 않지만 이번 헤레즈 테스트에서 보여졌듯이 벽을 두면서 사이가 벌어졌다는 것은 앞으로 두 선수가 같이 밥을 먹을 사이가 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특별히 바이크와 팀에 대해서 더 할 말은 없으나 야마하의 완성도가 최대였던 2008년 최종 M1을 팀이 이어받았다는 것과 에드워즈가 기본 이상의 테스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토즐랜드는 브리지스톤 타이어에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로렌조와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 같다.
산 카를로 혼다 그레시니
위성팀으로 그레시니가 원래는 테크3 이상의 경기를 했었고 팩토리팀들을 제외하면 아니 팩토리팀을 능가하는 경기를 보여주는 곳이 이곳이다. 이는 파우스토 그레시니가 그만큼 수완이 좋은 사람이며 레이스팀 운영에 천재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대단히 뛰어난 사람이다.
그레시니는 이번에 팩토리팀과 같은 대우를 받게 된다. 혼다는 토니 엘리아스에게 도박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엘리아스가 그 정도로 잘 달릴 수 있는 선수인지는 좀 의문스럽다. 차라리 혼다가 자존심을 좀 버리고 멜란드리를 다시 그레시니로 집어넣고 팩토리 지원을 하는게 좋았을 것이다. 올해 혼다의 팀 배치를 보면 야마하에게 밀린 자존심을 되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우승은 2010년을 목표로 설정하고 올해는 메뉴팩쳐러 포인트를 획득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열세를 극복하려고 할 것이다.
프라막 두카티
알리체가 메인 스폰서가 되지 않지만 두카티는 이 팀에게 많은 지원을 하게 된다. 알려진 소식대로라면 모든 두카티팀들은 팩토리 GP9을 받게 되고 프라막 두카티는 두카티 말보로의 주니어팀으로 어린 선수들이 팩토리로 오기 전 단계로 레이스를 하게 된다. 당연히 시즌을 거치면서 팩토리가 받는 지원을 받게 되지는 않지만 이것은 프라막팀에게 좋은 현상이다.
테스트 결과에서 미카 칼리오의 성적은 중간 이상으로 좋았다. 칼리오의 라이딩 스타일도 헤이든과 조금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되며 두카티의 카본 프레임은 여러 선수들에게 D16을 포괄적으로 맞추기 위한 전략으로 보면 될 것이다. 핀란드 선수들처럼 말수가 적은 과묵한 행동파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을 뒤로 하면 칼리오가 가진 장점이 얼마 없는 것으로 생각될 수 있으나 칼리오가 KTM 레드불 팀에서 KTM의 고질적인 머신 고장에도 불구하고 바이크가 좋을때는 꽤나 잘 달렸다는 것을 상기하면 이런 나의 팬심은 적절해 보인다. 칼리오도 조금 시간을 두고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세테 지베르나우
많은 팬들이 원했던 이름, 세테! 올해 발렌티노 롯시와 격전을 다시 벌여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나이도 좀 있고 예전의 섹시함이 잘 안보인다. 990cc 시절이라면 몰라도 800cc 두카티에서 쉽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수술로 많은 테스트를 하지 못한게 약점이긴 하지만 팩토리팀의 스토너와 멜란드리를 제외하면 작년에 가장 빨리 GP9을 테스트한 선수였다. 그만큼 바이크에 대한 이해도는 높을 것이다. 지난 헤레즈 IRTA 테스트 결과도 나쁘지 않았고 시즌 후반이나 지베르나우가 선호하는 유럽 시즌에서는 제대로 라이딩을 할 것 같이 보인다. 문제는 지베르나우의 어정쩡한 포지션이다. 꾸준한 800cc 라이딩을 한 것도 아니고 나이도 많고 팀도 싱글 라이딩을 하는 팀이다. 이런 팀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 달려주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지베르나우도 팀의 지원이 많지 않으면 잘 달릴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언론들이 지베르나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이런 어정쩡함을 잘 보여준다. 복귀만 화려했지 테스트에서 과거의 이름을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팬들은 그가 여전히 세테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다이지로 카토의 영혼의 힘을 받아서 달린 그의 기록적인 라이딩을 잊지 못하는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줄 것이다.
마르코 멜란드리
하야테 레이싱에서 하야테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모르겠다. 가와사키 오덕들의 부활을 위한 발버둥인지… 멜란드리처럼 재수 없는 선수도 참 드물 것인데, 이런 세계적인 치열한 경쟁에서는 약간의 실패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냉정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Crash.net에 보니 하야테 레이싱이 현재 F1의 브런-메르세데스팀과 같이 될 수 있을까 라는 기사가 있던데 그 기사의 결론도 ‘그럴 일은 없다.’ 였다. 나도 동의한다.
애초에 스크리머다 직렬 6기통이다 뭐다 설레발을 치더니… 역시 남자는 말보다 행동이다. 나는 말 많은 남자는 싫다.
대충 살펴봤는데 올해 시즌 프리뷰는 전체적으로 냉소적이다. 2009년에는 뭔가 상상을 뒤집는 경기가 나올 것이라는 큰 기대가 생기지도 않고 최근에 새로 발표된 2010년 테크니컬 룰도 실망스러웠다. 혼다가 올해도 빌빌댈 것이라는 예상을 하다 보니 의욕도 좀 떨어졌다. 거기다가 환율이 너무 뛰어서 홈페이지등의 유료 컨텐츠 사용 비용이 작년의 두 배 가까이 올라가 버렸다는게 치명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다른 모터스포츠에 갈 수 밖에 없었다. 요즘에는 내구 레이스와 다카르 랠리에 빠져 있다. 내구 레이스를 보면서 다양하고 섬세하게 조율된 규정이 레이스의 다양성을 꽃피워서 볼 거리를 만들어준다는 명쾌한 논리를 확인하고 있으며 다카르 랠리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레이스는 언제나 도전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다양성과 도전 정신이 없는 레이스는 아무리 값비싼 장비들로 경기를 한다고 해도 죽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건 레이스말고 다른 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듣기 좋은 소리만 계속 듣고 아름다운 그림만 계속 보면 보고 듣기야 좋겠지만 건전한 발전은 없을 것이다. 앞서 시즌 프리뷰 서론에서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흘러간다고 했는데 흐르는 물을 아무리 막아봐야 결국에는 다른 줄기가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인생을 의미없이 살지 말고 항상 생각하고 노력하자는 의미니 결론은 개똥철학이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위해서 장장 두 시간 가까이 글을 썼다고 생각하니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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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어서 모터지피를 시청했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