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 제목만으로 이미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독자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뮤지션'으로 인정받는 서태지와 '엔터테이너' 이상의 가치를 부여받지 못하는 문희준을 동일선상에 놓은 것 만으로도 많은 서태지 팬들이 불편한 심기를 가지리라.
사실 한국에서 아마추어든 프로든 서태지에 대해서 논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맹목적 충성심에 지배당한 팬들의 항의라는 것에 직면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년전 이은미씨 역시 그런 글을 썼다가 게시판에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 일이 있었다. 따라서, 지금 나 역시도 어느정도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기억하기 바란다. 맹목적 충성심으로 진실을 외면한다고 해서 그 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1. 서태지가 천재라구요?
서태지는 천재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음악적 천재가 아닌 마케팅의 천재이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을 읽는 데에 천재이다. 기실 서태지의 음악은 천재성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언제나 미국의 최신조류를 누구보다 빨리 흡수하고 한국에 가져올 뿐이다. MC 해머와 LL Cool J 가 날리던 시절. 한국어에는 맞지 않는다며 외면받던 랩 음악으로 가요계에 데뷔. (혹자는 신해철이 랩의 원조라고 하지만, 그것은 간주 부분의 나레이션 정도 이상은 아니라고 본다. 본격적으로 랩 자체가 음악을 끌고나간 것은 서태지가 처음이다.)
그 후 한반도에 랩 음악 열풍일 때 다시 미국에서 부활한 그라인드 코어계열 음악을 접목해서 복귀. 이후 그런지 열풍을 타고 그런지 앨범발매. 해체 후 이번에는 세계적 인기를 모은 하드코어 밴드로서 복귀.
서태지는 언제나 남들보다 한발 앞서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대중문화가 우매한 이 나라 사람들보다 앞섰을 뿐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한 적은 없다. 음악적 천재성이란 것이 창조의 영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서태지는 음악에 있어서 천재라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것이다.
실례로 서태지의 데뷔곡인 '난 알아요' 를 시작으로 히트곡중 많은수가 표절 논쟁에 휩싸였었다는 점이라던가 그의 '팬' 들이 아닌 객관적인 시각의 평론가가 뮤지션에게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그렇다면 서태지는 무엇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는가. 당연하게도 '댄스' 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자. 서태지와 아이들이 데뷔 후 수년간 매 앨범발매마다 그들의 무기로서 들고나온 것은 음악이 아닌 '춤'이 먼저였다. '이번에는 이런 춤을 개발했어요' 가 항상 먼저 들어왔던 것이다. 물론 새로운 춤과함께 돌아오는 것은 당시의 패턴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에 와서 그것이 잊혀지고 마치 서태지는 데뷔부터 음악으로 승부를 했던 것인양 사실이 왜곡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것이 설사 서태지가 장래 순수음악을 하기위한 발판이었을 지언정, 이 나라 곳곳에는 그런 타협에는 관심두지 않고 오로지 음악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많은 배고픈 뮤지션들이 있다. 시대를 잘못 만나 사라져간 자들도 있다.
절정의 인기를 등지고 순수음악으로 매진하며 뒤를 돌아보지 않는 김수철씨나 이상은씨 같은 사람도 있고, 대단한 재능과 수많은 팬들이 있었어도 결국 트로트로 가야했던 유현상씨 같은 분도 있다. 서태지의 팬들에겐 미안하지만, 난 같은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저렇게 열심히 음악을 하는 사람을 봐서라도 당시의 서태지를 댄스가수 이상으로 부를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 지금은 보편화가 되어버린 활동정지와 앨범발매 후 복귀라는 싸이클은 서태지가 만든것이다. 게다가 HOT 를 배출한 SM 엔터테인먼트의 마케팅 기법이 서태지의 방식을 모방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다. 즉, 각 멤버에게 가상의 캐릭터를 부과하고 그에따라 행동하도록 하는 기법은 서태지가 그 출발점인 것이다.
데뷔초의 서태지와 아이들이 기억나는가? 박명수가 패러디 하기까지 했었던 순진무구한 말투와 각 멤버별 강한개성. 그러나, 2, 3, 4 집으로 내려오면서 그 이미지는 점점 변한다. 그리고 현재. 서태지의 어디에 그런 성격이 남아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작위적이다' 라고 지적한 HOT 의 각 멤버들의 성격은 사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패러디 버젼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아주 나쁘게 말한다면, 현재 가요계를 병들게 만든, 그리고 만들고 있는 모든 기획사나 가수들의 행동지침은 바로 서태지의 과거행적 그 자체인 것이다.
2. 문희준이 아티스트라고?
'나를 아티스트로 불러달라.'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어이가 없었던 말을 조사한다면 아마도 10 위권 안에 반드시 뽑히게 될 말일 것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사라진 빈공간을 이용해 절묘한 타이밍에 나타나 가요계에 군림했던 HOT. 그 HOT 가 해체되며 각 멤버들은 각자를 스스로 돌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이 상황에서 강타와 문희준을 제외한 상대적으로 네임 벨류가 높지 않았던 세 명은 그대로 뭉쳐 JTL 을 만들고, 강타는 자신의 여린 이미지를 고수하고 싶었는지 재즈를 하겠다며 나섰다.
그리고 얼마 후, 문희준은 락 밴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사실, 강타가 재즈를 하니 나는 락을 해야지...하는 냄새가 상당히 나긴 하지만 어쨌든 그는 네임벨류와 기획사의 든든한 돈줄을 이용해 비교적 좋은 뮤지션들을 끌어들여 밴드를 결성하였다. 그리고 앨범발매.
자신을 아티스트로 칭해달라던 문희준의 앨범은 이것저것 악기소리만 여러개 가져다 붙인 순수 아마추어 작품과도 같은 졸작이었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창작한다는 얘기와는 달리 소위 미는 곡은 클래식을 비롯해 우리귀에 익숙한 멜로디를 첨가해 상업성을 철저히 겨냥하고 있다. 결국 그의 팬클럽 정도를 제외한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외면받았고, 거기에 그가 뱉어대는 각종 실언들은 그를 가요계의 가장 암적인 존재 중 하나로 만들어 버렸다.
적어도 자신이 아티스트로 불리고 싶다는 의지가 진정 1%라도 있다면, 지금이라도 약 1, 2 년 이상 많은 음악을 듣고 공부를 더 해야 할 것이다. 상업성에 연연하지 않고 남의 곡 차용하지 말고 그만의 음악세계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살은 오이먹고 빼는게 아니라 그런 창작의 고통속에 자연스레 빠져야 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에게는 기본적으로 음악을 창작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면 한때 정상이었다는 자존심을 버리고 겸허하게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할 것이다. 스스로가 자신의 팬클럽의 수준에 대해 부끄러워 해야 할 것이다. 전세계 어느 락 밴드가 중학생 위주의 팬클럽을 가지고 있으며, 라이브 공연을 형광풍선을 든 여중생들과 하는가 말이다.
3. 앞으로는?
사실 따지고 보면 서태지와 문희준의 데뷔는 비슷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서태지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하긴 했어도 본격적으로 공중파에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따진다면 똑같은 수순을 밟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댄스로의 데뷔, 정상에의 군림, 해체, 락 밴드로의 복귀...
물론 현재로선 서태지의 경우 상당한 경륜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므로 한 수 위의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서태지' 라는 이름값을 못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팬 들을 제외하고는 서태지가 무슨곡을 연주하고 있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그만큼 서태지의 현재 음악은 흡입력이 없다. 서태지로선 자신이 하나의 신화로 기억되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마음가짐이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았으면 한다. 음악가는 그저 자신이 느끼는 바를 음악으로 만들면 되는 것이고 명성이나 평가라는 것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간혹 신문에 나오는 기사들...림프 비즈킷이 서태지 밴드의 오프닝을 선다느니, 합동공연을 제의했다느니 하는 어이가 없는 뉴스들...만약 그것들이 서태지 측에서 인기유지를 위해 흘리는 기사라면, 또한 자신들의 콘서트에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흘리는 기사라면 그것들은 언젠가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문희준의 경우에는 위에 쓴 것이 거의 다 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아티스트로 불러달라고 떼를 쓰기 전에 자신 스스로가 아티스트로서 부끄럽지 않을만큼의 자질을 길러야 한다. 아티스트로 불리는 것. 하나의 뮤지션으로 대우받는 것은 떼를 써서 되는 문제도 아니고 팬클럽들이 여기저기 안티들을 공격한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그것은 자신이 행한 대가로서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것이다. 진정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가? 팬클럽부터 해체하라. 그리고 좀 더 배워라. 그것이 전부다.
4. 팬들에게 묻고싶다.
아마도 많은 서태지의 팬들이, 그리고 문희준의 팬들이 이쯤 읽었으면 뭔가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이곳은 블루노이즈인 만큼 아마도 서태지 팬들이 더 많으리라 본다. 물론, 서태지의 타고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사람의 뮤지션으로서의 그가 왜곡되는 것은 안된다.
과연 댄스가수 시절의 그가 없었어도 현재 그의 음반이 이만한 판매량을 기록할 것인가에 대해 냉정히 생각한다면 대답은 NO! 이다. 크라잉넛과 서태지밴드의 앨범중에 더 흡수력과 침투력이 높은것은 크라잉넛이다.
우리나라 가요계의 최대거물이라는 서태지는 언더에서조차 NO.1 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팬들이 비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가수라고 해도 않좋은 앨범에는 질타를 해야한다. 그래야만 다음 앨범에서 좀 더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 팬들은 그런것이 없다. 아마도 학창시절의 후유증이라고 여겨지는 '무조건적 칭찬병'. 바로 그것이 사실은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숨통을 조르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또한가지, 팬들이여 음악을 보다 많이 들어라. 가끔 일부 댄스가수를 천재라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기까지 하다. 과연 그들은 얼마나 많은 앨범을 들어보고 천재를 논하는 것인가. 그들의 비교대상은 고작해야 SES, 신화 따위가 아닌가. 이 나라가 얼마나 문화적 후진국인지를 깨달은 이후에 음악의 수준을 논하라. 팬들이 그것을 빨리 깨닫고 수준을 끌어올려야만 음악하는 사람들도 수준을 끌어올리게 된다. 팬들이 여자가수의 몸매에, 남자가수의 얼굴에, 쇼프로에 나온 가수의 입담에 놀아나는 수준이라면 이 나라 가요계는 더이상 앞날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요계가 잘못됐다고 떠들기 전에 자신들은 어땠는지 돌아보라는 말이다.
5. 마지막.
여기까지 읽어오면서 상당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게 된 분도 많으리라 본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여러분이 팬의 입장에서 무조건적 옹호를 하며 보지 못했던 그 이면에는 이런것도 있었다 라는 정도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아울러 팬들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요계를 정상화 시키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태지씨, 문희준씨 모두 한층 발전하여 진정으로 좋은 뮤지션으로서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기를...(물론 둘 중 한 명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