滿秋의 주말연휴 이틀간의 일정을 화보로 정리해 본다.
10월 16일 토요일 맑음
토요일 이른새벽, 일출에 대한 혹시나 하는 기대와 해국이(海菊)를 만나러 동구 울기공원 대왕암에서 하루를 연다.
거센 바람과 짜디짠 바닷물, 그리고 바위틈 척박한 환경 등 악조건을 이겨내고 활짝 만개한 해국
다음은 무룡산 숲공원에서 모이는 송정동 체육회원들의 구민체육대회 필승기원 결의대회를 겸한 무룡산 억새산행
행사참가자들은 임도를 따라가고, 걷기 좋아하는 일부는 무룡산 정상을 거쳐 행사장으로 내려간다.
무룡산에도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송정동 체육회(회장 최병협) 주관으로 숲속공원에서 개최된 구민체육대회 필승결의대회
100여명이 넘게 참여하는 성황을 이루는 바람에 준비한 도시락이 모자라서 정작 고생한 임원들은 밥을 굶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북구의 8개동 가운데 송정동의 단결력은 단연 으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송정동 체육회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 핵심은 체육회장 및 이사진의 솔선수범과 리더쉽이다.
송정동 체육회 이사진의 면면을 보면 평범한 주부 직장인이 많은 편이다.
소위 지역유지로 불리는 입김 센 몇사람에 의해 굴러가는 '관변조직'이 아니라 각자 한 분야씩을 맡는 이사들이 모여 조직된 힘을 발휘한다.
매년 열리는 구민체육대회에서 종합우승을 휩쓸듯이 하는 성적을 내는 이유도 종목별 동아리가 활성화 되어있기 때문이다.
각 동아리는 회원들 스스로 회비를 내고 참여하며, 정기적으로 훈련을 통해 기량을 연마하는데 이러한 힘들이 송정동체육회를 떠받친다.
6년째 체육회장을 맡고있는 최병협 회장은 직장인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자생단체장은 돈있고 시간많은 지역유지가 맡는 자리'라는 통념을 깨뜨렸다.
그 밑바탕은 아마스포츠(축구) 및 노조활동과 우리사주조합 활동으로 훈련된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특유의 성실함이라 할 수 있다.
투명한 운영과 정기적으로 체육회 소식지 발행을 통한 소통으로 주민참여를 조직해서 모아지고 분출되는 힘이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오는 24일 북구한마음체육대회에서 송정동 체육회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왕에 나선 산길, 송정동 체육회 행사를 뒤로하고 무롱산에서 동대산으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내처 걷는다.
내가 31년째 살고있는 고장, 태어난 고향보다도 두배를 더 산 곳이니까 '제2의 고향'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나는 이 山河를 사랑한다. 그래서 시시때때로 북구의 골짜기 이곳저곳을 누비는 것이 행복하다.
오늘은 멀리 외도하지 않고 내 사는 뒷산이 가을 옷으로 변해가는 모습과 들꽃도 보면서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낸다.
가는 길 아래에 기내미골 매실농장을 지나게 되는데 노부부가 계신것 같아서 잠시 내려갔다.
이곳 매실농장은 내가 사계절 사진을 찍어서 소개하기도 했고, 노부부가 직접 재배한 매실을 추천한 곳이기도 하다.
매실수확기 이후에 못 들렀으니 꽤나 오랫만의 방문에 노부부는 친자식이 온 것만큼이나 반갑게 맞으신다.
잠시 과일을 깎아 나눠먹으면서 쉰 다음에 길을 재촉하려니 그에 어머님이 직접 가꾸신 채소를 한웅큼 따서 배낭에 넣어 주셨다.
아래 하얀민들레는 투병을 하시는 어르신께 약효가 있다고 해서 일부러 씨를 사다가 농장에 뿌린 것이라는데 늦가을에도 더러 꽃을 피우고 있었다.
산길에는 지천으로 피어있는 가을 야생화들이 나를 좀 보아달라고 손짓하는 것 같아 발길을 자꾸 멈추게 된다.
무룡산-동대산 임도를 걷는 산객들이 심심치않게 마주치거나 앞질러 간다.
유명세가 있거나 먼 곳에 있는 산을 찾아가지 않고도 언제나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이 항상 대기하고 있는 울산시민, 특히 북구민들은 큰 복이다.
북구의 남쪽 끝인 염포동에서 출발하여 무룡산과 동대산을 거쳐 북구의 북쪽 끝자락인 신흥사입구까지 임도가 이어진다.
동쪽으로는 탁트인 동해와 정자해안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서쪽으로는 울산시내는 물론 북구지역 대부분을 굽어볼 수 있다.
2003년 봄 무룡산에 큰 불이 났을 때 피해지역에 대한 복구사업을 주민헌수운동으로 추진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주민참여 성공사례를 일회성에 그치지 않기위해 후속사업으로 매년 봄가을에 이 임도를 따라 양 옆으로 단풍나무와 벚나무를 심었다.
이 사업 역시 주민들이 직접 나무를 심었는데 그중에서도 현대자동차 노사가 함께 참여하여 심은 구간이 가장 많다.
세월이 흘러 임도를 터널처럼 이루는 숲길이 되면 멋진 등산로 겸 산악자전거 코스가 될 것이란 기대를 안고서..
그런데 이처럼 주민들의 참여와 정성으로 심은 나무에 대해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어 안타깝다.
동대산 임도 변에 심어진 단풍나무가 잡목과 억새 칡덩굴 등으로 뒤덮여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나무들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숨막혀 죽겠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이다.
동대산에 이르자 페러글라이딩 회원들이 활공을 즐기고 있다.
2주 전에 간월재에서 만났던 장관만큼은 아니어도 북구의 하늘을 날고 있으니 더욱 반갑다.
페러글라이딩은 바람방향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부느냐에 따라서 간월재로 가기도 하고 이곳 동대산으로 오기도 한단다.
산길에서 만났거나 패러글라이딩 회원들 중 절반은 회사 직원들인 것 같다.
목례를 하고 지나치기도 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현대자동차 직원들의 활동범위는 워낙 넓고 다양해서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만날 확률이 높다.
하물며 안방이나 다름없는 북구에서야..
2010. 10.17.(일) 맑음
동아일보사 주최 2010 경주국제마라톤대회가 열리는 날이어서 아침일찍 경주로 향한다.
올해는 연습 부족으로 직접 뛰지는 않고, 단체로 출전하는 현자마라톤클럽 회원들 격려 및 자원봉사 차원이다.
오후 행사 때문에 개인차량을 갖고 가면서 시간을 보니 여유가 있어서 잠시 선뎍여왕릉을 둘러보기로 했다.
선덕여왕릉은 7호국도 경주방향으로 길가에 있는 신문왕릉을 지나서 첫 신호등 삼거리 우측에 안내판이 있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치는 길인데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선덕여왕'을 보고서 언제 한번 가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던 참이다.
우측 샛길로 4~5백미터쯤 들어가면 주차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완만한 숲길을 약 7분정도 걸어가면 된다.
이른 아침, 막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는 이른아침이라 고즈넉하다.
7호국도를 아무 생각없이 오갈때는 이곳이 잡목이 우거진 야산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울창한 소나무숲 속에 선덕여왕릉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요원이 배역을 맡았던 '덕만공주' 훗날의 선덕여왕은 신라 27대 왕이자 한국역사상 첫 여왕이었다.
1,400년 전, 고구려 백제와 맞서며 신라를 통치했던 여군주가 잠든 왕릉은 드라마에서 덕만공주가 보여줬던 부드럽고 서민적인 이미지가 오버랩된다.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 벌판은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느낌이다.
이어 경주국제마라톤대회장인 황성공원 운동장으로 이동했다.
매년 단체참가를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마라톤클럽(회장 최외업, 이하 현마클) 회원들
현마클은 마라토너들이 '꿈의 기록'이라 부르는 서브-3 기록 보유자만 50명이 넘는 명문클럽이다.
뿐만아니라 울트라 국가대표, 그랜드슬럼 달성, 울트라 완주 100회 이상 등등 대기록 보유자들이 즐비하다.
09시 정각, 풀코스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走路의 한 곳인 北川 풍경
경주 국제마라톤대회장에서 충청향우회 한마음축제가 열리는 태화강 둔치로 이동했다.
울산에서 삶의 터전을 잡은 충청남북도 향우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이니만큼 규모가 제법 크다.
모임 부스는 각 市 郡별로 모이지만 팀은 몇개의 시군을 모아서 淸 風 明 月 4팀으로 구성했다.
그렇지만 승부를 가리는 경기보다는 함께 참여하는 단합행사 위주여서 경기는 집체적인 줄다리기가 으뜸이다.
혼성 계주도 빠뜨릴수 없는 종목, 마음은 급한데 몸이 마음처럼 움직여주질 않는다.
신명나는 풍물놀이와 장기자랑 무대
행사장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명촌교아래 억새장관에 잠시 들렀다.
태화강과 동천강이 만나는 하류지점에 형성된 모래톱과 둔치는 도심속의 억새평원이며 철새도래지다.
이만한 풍경이 도심지 한가운데 있다는 것도 울산시민들의 복이다.
첫댓글 설현님 충청향우회 체육대회 사진에 아시는분있나 찿아보세~ 유
하얀 민들레는 토종으로 제주에서는 더 드물고 귀합니다...
운치있는 이 계절을 다 느낄 수 있어서 아주 좋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저기 있네여...ㅎㅎㅎ, 설헌 손 끝~~~.
멋진 삶에 축복이...
깨끗한 화상으로 올린 꽃님들의 모습에 자연의 신비한 아름다움이 있기에
또한 기쁨이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