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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새재사랑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호산아 오상수
*[새재사랑산악회] …♣ 강원도 인제 <방태산>의 겨울 산행 (1)
▶ 2016년 2월 21일 (일요일)
*[산행 코스] 서울 군자역(07:45)→ (경춘고속도로)→ 동홍천(44번 국도)→ <화양동휴게소>→ 인제읍 합강삼거리→ (31번 국도) 내린천 길→ 기린면 현리→ 방동계곡(적가리골)→ 방태산휴양림 안내소→ [주차장]→ <이단폭포>→ 임간도로→ <2야영장>→ 우측계곡 등산로(지당골)→ 계단 길→ 가파른 오름길→ 능선 삼거리→ 방태산(주억봉, 1,144m 정상)→ 삼거리(점심식사)→ 능선 길→ 구룡덕봉(1,388.4m)→ 능선 길→ 매봉령→ 하산 능선길→ 모덤터→ 계곡 삼거리(원점 회귀)→ 이단폭포→ 주차장→ [현리](31번 국도)→ (451번 지방도로)→ 내촌→ 동홍천 (경춘고속도)→ 귀경
♣ [프롤로그 : 따뜻한 설 명절] — 그러나 북핵의 위협과 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한 우려
☆… 지난 2월 8일은 우리의 ‘설 명절(名節)’이었다. 2016년은 천간(天干)으로는 ‘병(丙)’이요 지지(地支)로는 ‘신(申)’이라, 새해 병신년(丙申年)을 맞이한 것이다. 설날에는 조상을 추모하여 후손들이 정성을 모아 차례를 모시고, 고향집 부모님 곁으로 흩어져 살던 자손들이 모여와 덕담과 음식을 나누며 한 해의 소망을 마음에 새기는 날이다. 이번 ‘설’은 대체 휴일까지 더해져 긴 연휴(連休)가 이어졌다. 가족끼리 따스한 정을 나누는데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그보다 앞서, 북한은 도발적인 ‘4차 핵실험’에 이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함으로써 우리의 국가 안보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안겨주었다. 분단의 상황이 새삼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이미 유엔 안보리와 국제 사회에서도 북한의 도발적 행태에 대한 제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북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발적인 위협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새해의 여명(黎明)-멀리 하남 검단산-남한산성 사이에서 열리는 하늘, 신축 123층 '롯데월드타워'가 고고하게 솟아있다
[2016년 2월 21일 당일 07:20, 군자역 가는 길, 7호선 청담대교 위를 달리는 전철 안에서]
☆… 설 연휴 중에, 정부는 급기야 ‘개성공단 폐쇄’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개성공단은 김대중 정부 시절, 소위 ‘햇빛정책’으로 일환으로 휴전선 이북, 개성에 세운 공단이다. 남북의 경협을 통하여 서로 도움을 주면서 민족의 화해와 공존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거기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북한의 인민생활의 향상을 기하기보다는 핵무기 개발이나 김정은의 개인 자금으로 전용하고 있었다.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남북의 대화는 이미 한계(限界)에 봉착했다. 지금까지의 ‘북한이 내세우는 대화’는 오로지 그들 방식의 기만전술(欺瞞戰術)일 뿐이었다. 핵을 장착한 북한의 미사일은 한반도 전체는 물론, 일본과 미국의 본토까지 사정거리에 두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은 국가적으로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이런 때, 우리 온 국민은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 [오늘의 산행지, 방태산(芳台山)] — 백두대간에서 인제군 내륙으로 갈라져 나온 지맥
☆… 방태산은 사방으로 긴 능선과 깊은 골을 안고 있는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에 소재한 방대한 영역의 토산(土山)이다. 설악산 대청봉(1,708m)에서 서북능선으로 이어지던 백두대간(白頭大幹)이, 남으로 방향을 돌려 남설악 한계령을 넘어 점봉산(1,424m)을 솟아 올리고 계속 남하하여 조침령-갈전곡봉을 지나 56번국도(홍천-양양)가 지나가는 구룡령(九龍嶺)을 넘어 약수산-응복산-만월산을 경유하여 오대산(두로봉)으로 이어진다. 방태산(芳台山)은 백두대간의 구룡령 서북쪽 3.7km 지점에 위치한 갈전곡봉(葛田谷峰, 1,204m)에서 인제군 기린면쪽으로 갈라져 나온 산줄기로, 가칠봉(柯七峰, 1,240.4m)-응복산(鷹伏山, 1,155.8m)을 거쳐 구룡덕봉(九龍德峰, 1,388m)으로 올라와 방태산(정상, 주억봉 1,444m)의 지맥을 형성한다. 이 산줄기는 인제군 기린면과 홍천군 내면-상남면의 경계를 이루는 군계능선이다.
백두대간 갈전곡봉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가 가칠봉-응복산을 경유하여 방태산 구룡덕봉으로 이어진다.
☆… 방태산은 그 산체가 워낙 방대하고 높은 산들이 중첩되어 있으므로 수많은 골을 안고 있다. 깊은 계곡에는 항상 청정한 물이 흘러넘친다. 맑디 맑은 내린천이 동남녘의 산자락을 씻어 내리는 ‘3둔 4가리’가 바로 그것이다. 살둔, 월둔, 달둔, 연가리, 아침가리, 결가리, 적가리의 비경(秘境)을 품고 있는 심산(深山)이다. 방태산은 계곡의 청랑한 풍광도 아름답지만, 사시 수량이 풍부하여 날씨가 아무리 가물어도 계곡에는 늘 맑은 물이 흘러내린다. 그리고 정상인 주억봉 서남쪽 깃대봉 아래엔 청정한 자연림 사이로 <개인약수>가 솟아나고 있는데, 그 톡 쏘는 물맛이 아주 독특하다.
구룡덕봉 동북쪽의 1,249.2m 고지가 방태산 매봉, 그 앞서 갈림길이 매봉령이다
♣ [방태산 아침가리의 물맛] — 울창한 수림과 청정한 계곡물이 흘러넘치는…
☆… 특히 방태산은 여름철에는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수림과 차가운 계곡물 때문에 계곡 피서지로서는 최고의 명승지이다. 우리 <새재사랑산악회>에서는 이미 두어 차례 ‘아침가리’ 계곡을 트레킹하면서 그 청정을 물맛을 온몸으로 맛보기도 했고, 구룡령-갈전곡봉-가칠봉을 종주하고 난 후 ‘삼봉약수’에서 목을 축이기도 했고, 주억봉 서쪽의 깃대봉-배달은석 산행을 한 후, ‘개인약수’로 내려와 그 특유의 물맛을 보기도 했다. 방태산의 계곡에서 발원한 골골의 방태천은 내린천이 되어 흐르고 이것이 인제읍 합강(合江)에서 홍천강에 유입되어 소양강(소양호)이 된다. 그러므로 방태산의 계곡물은 한강의 원류(源流)인 것이다.
2011년 - 아침가리(조경동계곡)의 여름
이런 물맛 보았소?
♣ [아름다운 동행] — 인생은 앞으로만 가는 길, 그러나 함께 가는 길이다
☆… 오늘 161차 산행에는 남정균 회장을 위시하여 김준섭·한영옥 부회장, 민창우 기획위원, 박은배 회계위원, 김화영 산행전문위원, 유형상 부대장을 비롯하여, 호산아 오상수·장병국 고문, 김의락 님, 안상규 님, 전진국 님, 김기봉 님, 김재철 님 부부, 이철호 님, 박현주 님, 장영서 님, 김명자 님과 나천옥 님 지평의 지기 강우신, 임백기 님, 그리고 오랜만에 처음 나오신 강석환 님, 김준섭 님의 지기 정석희 님을 비롯한 네 분 등 30명의 대원들이 참석하였다. 그런데 예약을 해놓고 취소하거나, 당일 나오지 않은 분이 모두 10명이나 되어서 매우 아쉬웠다.
♣ [산으로 가는 길] — 인제에서 내린천 길을 따라 올라가는…
☆… 오전 7시 45분, 서울의 군자역을 출발했다. 비록 쌀쌀한 날씨지만 하늘은 아주 청명했다. 오늘 따라 도로의 교통사정은 아주 원활했다. 우리의 금강고속버스(기사 권영길 사장님)는 서울에서 경춘고속도로를 경유하여 동홍천에서 44번 국도에 내리기까지 도로는 아주 한산했다. 동홍천I.C.에서 국도로 내린 버스는 철정 <화양동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인제읍 합강에서 31번 국도(내린천 길)를 따라 산행의 들머리인 기린면 방동계곡까지 순행했다. … 서울을 출발한 버스 안에서 남정균 회장이 간단하게 인사말을 하고, 민창우 기획위원이 <오늘의 산행>에 대해 안내의 말씀을 했다. ‘특히 올 겨울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서, 산이 우리에게 아름다운 설경을 보여줄지? … 그래도 고지의 산록에서 겨울의 꽃, 상고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고 했다.
♣ [호산아 고문의 정초 덕담] — 산, 늘 새롭고 신선한 생명력을 채워주는…
☆… 남정균 회장의 간청에 따라 호산아 고문이 덕담을 했다. 지난 2월 8일 ‘설’ 명절을 지나고, 내일이 정월대보름, 아직은 정초(正初)이니 ‘새해 인사와 함께 새로운 시간을 맞는 삶의 의미’에 대해서 말했다. … ‘인생은 스스로 가는 길이다. 시간이 강물처럼 흐르듯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단 한 번밖에 없는 숙명적인 길이다. 그 길에서, 우리는 사랑도 하고 기쁨도 누리고, 때론 아파하면서 고뇌하기도 한다. 새해를 맞으며 우리는 앞으로 걸어가야 길을 생각한다. ‘기대와 설렘’의 시간이다. 내일을 꿈꾸며 걷는다. 어디로 가야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각자 지나온 길의 자신의 모습을 성찰해 보면 어느 정도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정해진다.’ … ‘특히 우리들은 혼자가 아닌 ‘아름다운 동행’이 되어 함께 산(山)을 오르며 심신을 단련하고, 유쾌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다’ … ‘산을 통하여 우리는 천기(天氣)와 지기(地氣)를 받고, 여기에 우리 산우들의 정기(情氣)가 더하여, 늘 이 세 가지의 기운(氣運)을 받아 함께 행복을 누린다. 산(山)은 청정한 자연(自然)이다. 산(山)을 통하여 늘 새롭고 신선한 생명력을 충전해 나가시기를 바란다.’
♣ [산행 들머리-방태산 자연휴양림] — 청명한 하늘, 적가리골의 얼음장 계곡
☆… 오전 10시 30분, 산행들머리인 적가리골에 도착했다. 강원도 인제 합강에서 내린천 길을 따라 기린면 소재지(현리)에 들어와서, 곰배령-조침령을 넘어 양양으로 가는 418번 지방도를 타고, 방동계곡을 들어오면 ‘적가리골’의 방태산자연휴양림(芳台山自然休養林)에 다다른다. 민(閔) 대장이 안내소에 주차비 5,000원을 지불하고 약 1km의 비포장도로를 더 올라가서 주차를 했다. 오전 10시 55분, 대원들이 복장을 정비하고 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산행에 돌입했다. ‘이단폭포’를 지나 산간도로를 따라 걸었다. 오늘도 선두는 김화영 산행위원이 맡고, 후미는 민창우 대장이 대원들을 수습하여 오르기고 했다. 유형상 부대장은 대열의 중간에서 대원들의 산행을 돕는다. 늘 수고하는 미덕(美德)이 있다. 길을 따라 이어지는 계곡은 온통 허연 얼음덩어리로 꽝꽝 얼어 있었다. 그 두껍고 완강한 얼음 속에서 깊은 물줄기가 거침없이 흐른다. 오늘 날씨는 아주 청명했다. 공기는 싸늘하지만 그리 매섭지는 않았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정하고 맑았다. 우리가 걷는 도로는 제2야영장을 지나 제2주차장까지 약 1km 구간의 비포장도로이다. 대원들이 삼삼오오 어울려 걸었다.
♣ [지당골,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 — 빙판과 적설의 계곡, 바람이 없어 쾌적한…
☆… 제2주차장에서 본격적으로 산길이 시작되었다. 산록에는 여윈 알몸을 드러낸 장대한 낙엽송들이 하늘을 찌르고 서 있고, 시퍼런 산죽이 하얀 잔설 속에 뿌리를 내리고 추운 겨울을 나고 있었다. 그렇게 계곡을 따라 0.4km 올라간 지점에 삼거리 갈림길이 나왔다. 산행 들머리에서 1km 올라온 지점이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는 ‘지당골’로 올라가는 길이요, 왼쪽의 길은 우리들이 이곳으로 합류하는 하산의 길목이다. 먼저 도착한 선두의 화영 대장이 후속대원들을 기다린다. 잠시 더운 숨을 고른 뒤, 오전 11시 25분, ‘지당골’ 계곡의 산길을 따라 산행을 계속해 나갔다. 산록이나 계곡이나 모두 잔설이 쌓여 있는 눈밭길이다. 주변의 산록의 앙상한 나무들이 아직도 한겨울 속에서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계곡은 얼음으로 덮여 있고 길은 곳곳에 빙판이었다. 그렇게 계곡의 산길을 걷고 계곡의 다리를 건너고 골 깊은 ‘지당골’을 따라 산행을 계속했다. 깊은 골짜기인지라 바람은 거의 불지 않았다. 햇살이 드는 얕은 계곡에는 얼음장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응달의 산길은 고즈넉한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오르고 내리는 경사가 심하지 않아 계곡의 길은 산행하기에 아주 쾌적했다.
♣ [급경사의 산록을 오르는 눈길] — 푹푹 빠지는 눈길, 매서운 바람이 좋다!
☆… 오전 11시 55분, 아득하게 올려다 보이는 통나무 계단이 앞을 가렸다. 이제 본격적으로 오르막길, 지금까지의 계곡 길을 벗어나 능선을 타고 오르는 산길이다. 대원들은 복장을 정비하고 열을 지어 계단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계단을 오르고 나니, 다시 가파른 산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길은 푹푹 빠지는 눈길이고 산록에는 앙상한 겨울나무들이 눈밭 위에서 시퍼런 하늘을 우러르고 있었다. 매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차갑고 세찬 바람의 발톱이 볼을 찌른다. 장갑 낀 손이 시렵고 아렸다. 파란 하늘에서 쏟아지는 원색의 맑은 햇살이 이마에 내려앉는다. 숨은 턱에 차고 땀은 솟아나지만, 싸한 공기 기분은 아주 그만이다. 이 맛이다. 겨울 산행의 묘미가 바로 이것이다. 산록의 오르막길은 더욱 경사가 급해지면서 고도를 높여간다. 인정사정없이 올라가는 산길이다. 오를수록 눈길은 깊어지고 바람도 더욱 매섭다. 나목의 잔가지 위로 파란 하늘이 냉냉하게 얼어서 산야를 드리우고 있는데, 한 발 한 발 걷고 걸어서 고도를 높여간다. 대원들의 간격이 많이 벌어졌다. 점점 높이 올라감에 따라 시야가 환하게 열리고 주변의 거대한 산등성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방태산 주능선의 ‘삼거리’] — 정상 주억봉 가는 길, 구룡덕봉으로 갈라지는 분기점
☆… 오후 1시 정각, 방태산 주 능선에 올라섰다. 뜨거운 이마와 파란 하늘이 맞대는 고산이다. 가슴이 훤하게 열린다. 돌아보니 북쪽의 먼 곳에 설악산 대청봉 산줄기가 아련히 눈에 들어왔다. 앞서 올라온 선두의 김화영 대장이 이곳 해발 1,400고지의 이정표 앞에서 후속 대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목 사이로 방태산 정상인 주억봉(1,444m)이 부드러운 삼각형 꼭지점을 세우고 서 있었다. 산의 정상은 이곳에서 서쪽으로 0.4km 더 올라가야 한다.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동쪽의 구룡덕봉으로 산행을 해야 하므로, 산의 정상은 다녀와야 한다. 선두의 대원들 몇 사람은 정상을 밟기 위해 앞서 올라갔다고 했다.
삼거리 이정표에서 바라본 설악산 원경
삼거리 이정표에서 바라본 방태산 정상 주억봉
♣ [방태산 정상으로 가는 길] —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눈을 안고 있는 겨울나무
☆… 정상을 향하여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길의 눈밭은 깊어지고 바람결은 고산의 성깔을 드러내려는 듯 더욱 매섭다. 파란 하늘에서 맑은 햇살이 내리고 있었다. 경사진 오르막길을 올라갈수록 적설이 많아지고, 얼마 전에 내리 눈이 그대로 나뭇가지에 쌓여 있었다. 방태산의 설화(雪花), 하얀 눈을 솜이불처럼 덮고 있는 겨울나무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방태산의 겨울 풍경이 가슴을 충만하게 했다. 그 설경을 카메라의 가슴에 담았다.
눈꽃 터널
♣ [방태산 정상, 주억봉의 겨울 풍경] — 겨울나무에 핀 수정처럼 맑은 빙화(氷花)
☆… 오후 1시 20분, 방태산 정상(주억봉, 1,444m)에 올랐다. 앞서 오른 전진국 님, 김기봉 님, 장영서 님 등을 산정(山頂)에서 해후했다. 그리고 유형상 님, 안상규 님 등이 곧 따라 올라왔다. 파란 하늘이 활짝 열린 정상에는 매서운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아담하게 앉혀 놓은, 동그스름한 화강암 정상석(頂上石)을 배경으로 등정의 인증샷을 눌렀다. 그런데 이것이 무엇인가. 정상 주위의 나뭇가지에 투명한 얼음이 얼어붙어서 만들어진 빙화(氷花), 수정처럼 맑은 얼음꽃이 정결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곳 1,400고지의 정상 부근에만 형성되어 있는 겨울의 꽃이다. 지금 햇살이 내리는 한낮 오후에 접어들었는데도 그 투명한 얼음꽃은 녹지 않고 있었다. 맑은 햇살을 역광(逆光)으로 받은 빙화(氷花)가 더욱 투명하고 눈부시게 빛난다. 바람이 불지 않고 조금만 따뜻하면 금방 사라질 한시적인 자연의 조화(造化), 귀하고 짜릿한 감동이다. 정상을 오르는 길목의 설화(雪花)와 주억봉 정상의 빙화(氷花)가 오늘, 겨울 산행의 아름다운 진경(珍景)이다. 민창우 대장을 비롯하여 대원들이 속속 산정이 이르렀다. 산우들이 올라오는 대로 정상석과 얼음꽃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눌러 주었다.
환상의 얼음꽃
대자연의 조화가 빚어낸 결정체, 아프도록 정결한
♣ [방태산 정상에서의 조망] — 설악산 대청봉, 오대산 비로봉 그리고 계방산까지…
☆… 시공(時空)이 환하게 열린 방태산 정상에서 사방을 조망한다. 방태산을 중심으로 주변 원근에는 장대한 산줄기와 첩첩산군들이 포진하고 있다. 올려다보면 아득한 청정 하늘이요, 내려 보면 수많은 산들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앙상한 겨울나무들을 산록에 심은 겨울산의 속살은 하얀 눈이불을 덮고 있었다. 백주(白晝)의 적막한 겨울풍경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곳 정상의 서쪽으로는 방태산 ‘깃대봉’ 능선이 뻗어가고, 남쪽으로는 ‘개인산’ 줄기가 이어져 나간다. 멀리 북쪽으로 눈길을 돌려 보니, 설악산 ‘대청봉’-‘중청봉’-‘소청봉’에서 뻗어가는 설악산 서북능선의 산줄기가 ‘귓때기청봉’-‘안산’까지 길게 이어지고 있는데, 그 앞쪽에는 남설악 한계령을 넘어온 백두대간의 ‘점봉산’이 이마를 허옇게 드러내고 그 주변의 첩첩산군 속에서 남으로 질주하는 산줄기는 이곳 방태산의 줄기와 맞닿아 있는 ‘갈전곡봉’으로 이어져 ‘구룡령’-‘약수산’-‘응복산’을 거쳐 ‘오대산 두로봉’으로 뻗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방태산은 백두대간 갈전곡봉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의 막바지에 자리잡고 있다. 갈전곡봉-가칠봉을 경유하여 이곳 방태산 구룡덕봉에 닿아 있는 산줄기가 손에 잡힐 듯 장엄한 지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멀리 동남쪽으로 오대산 비로봉과 남쪽의 ‘계방산’-‘운두령’으로 이어지는 한강기맥의 장대한 산맥이 포진하고 있다.
구룡덕봉으로 내닫는 방태산 능선, 멀리 백두대간의 오대산 산줄기가 보인다
개인산 능선
개인약수가 있는 산곡
방태산 서쪽의 깃대봉 능선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설악산의 연봉들
♣ [이정표 삼거리의 점심식사] — 정성와 우정이 교감하는…
☆… 오후 2시 정각, 화영 대장이 기다리는 ‘삼거리’ 평지의 눈밭에 자리를 깔고 점심식사를 했다. 약간의 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그렇게 매섭지는 않았다. 각자 준비해온 음식들을 꺼내놓는다. 다함께 나누는 식사는 정성의 나눔이다. 추운 겨울 산, 보온병에 담아온 따끈한 배추국이나, 미소된장국이 언 몸을 훈훈하게 하고, 시원한 막걸리 한 장이 팍팍한 가슴을 쓸어주었다. 한 자리에 둘러 앉아 나누는 음식은 항상 정성과 우정의 따뜻한 교감이 된다. 두런두런 환담도 좋은 반찬이다. 맑은 햇살을 받은 대원들의 얼굴이 정겹다.
<계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