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끝나간다
꿈에서 현실로 순간이동 해야 하는 날이다
늘 여행의 끝은 아쉬움이 따라온다
리셉션에 전화 해 체크아웃 문의를 하니
캐리어는 룸 안쪽에 두고
그냥 나오시면 된다고 한다
딸은 캐리어에 링깃 지폐를 팁으로 끼워놓고 나온다
보트까지 시간 맞춰 가져오고
승선자와 짐을 꼼꼼히 확인하더니 실어놓는다
이 곳에서의 마지막 아침식사
새들까지 들어와 남은 음식을 같이 먹고 날아간다
여긴 동물 사람의 구별이 거의 없다
건물 벽에는 도마뱀이 돌아다니고
리조트 복도에도 새들이 드나들고
내가 아침마다 꼭 챙겨먹었던 파란 사과
크기가 작으마하니
먹기에 부담도 없고 좋다
딸들한테도 한조각씩 잘라줘가며
발코니에 있는 이 예쁜 공간은 이용을 해본 적이 없다
매일 밤이면 우르릉 쿵쾅대며 비가 오는데
저 쿠션은 날마다 비에 젖었다 말랐다를 반복하는데 괜찮을까?
방수천으로 만들었나?
쿠션의 모양이 망가지지 않는걸 보면....
잠잘 때 나무 긁는 소리도 나고 콩콩대는 소리도 나던데
원숭이들이 놀다가나?
뱃시간에 맞추려 일찍 체크아웃하고
리셉션에서 시간을 좀 보냈다
큰딸 짝다리 짚고 서 있는 폼좀 보소
비행기 탑승 시간이 많이 남은 사람은
체크아웃 후 짐을 맡기고도 얼마든지 리조트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우리에겐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아 잠시 종알대다가 배를 탔다
나를 안아주고
나를 머물게 해 주고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준 바다여 안녕!
공항에 일찍 도착해서 카운터가 열리자마자
1차로 짐을 부치려는데
비상구 자리를 추가요금 내고 구입하겠느냐고 묻는다
가격은 1인 3만원
진에어의 좁은 좌석에 고생한 우리는 얼른 Yes!
짠딸 말대로 공항규모는 작은데
라운지는 꽤 넓고 쾌적하다
안락의자와 테이블이 있는 자리가 있어
테이블좌석에서 음식을 먹고
안락의자로 옮겨 편히 쉴수 있겠다
이른 시간이라 사람도 없다
난 동백이 마지막회를 보기 위해
아이패드 들고 테이블자리로 옮겨앉는다
큰 딸은 몰래몰래 사진을 찍어
가족들에게 생중계를 하고 있었다
'엄마, 동백이 보러 테이블 자리로 옮겨간다'
'눈물 날지 모른다고 냅킨도 잔뜩 챙겨갔어 ㅋ ㅋ'
'드디어 동백이 보기 시작한다'
'엄청 진지한 표정이야'
'킥킥 드디어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눈물 닦는 것좀 봐'
'엄마, 눈물 줄줄 흘린다'
'훌쩍거리는 소리 엄청 잘들려'
아!!
동백이 끝났다
이제 무슨 재미루다가 산대유~~
옹벤져스는 날 실망시키지 않고 마지막 회까지 열일했다
마지막 장면의
동백이와 용식이 분장을 쬐꼼만 나이들게 했으면 좀더 현실적이지 않았을까
"아니 뭔 고등학생 딸을 두고
메이저리거 아들을 둔 부부가 고로코롬 젊대유~~~
안그려유?"
"내말 맞잖유?"
비행기 안에서는 나누어주는 점심도 마다하고
잠시 눈을 붙였다
비상구 앞자리라서 발 쭉쭉 뻗으며 스트레칭하며 왔더니
그다지 힘든줄 모르겠다
엄마의 보호를 받던 두 딸이
이젠 엄마를 보호하며 데리고 다닌다
난 그냥 좋아라하며 쫓아다니기만 했다
난 그냥 즐기기만 했다
꿈꾸던 장면 속에 바로 내가 들어가 있었다.
고마워 딸들
배려해준 남편 고마워요
여행 후 우리집 베란다 빨래줄엔
때아닌 여름옷들이 줄줄이 걸려있다
밖은 겨울바람이 불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