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신애에 오랫동안 '할아버지 성서이야기'의 저자로 소개되었던 후지오마사히토(藤尾正人)씨가 1996년부터 20년간 운영하던 인터넷 블로그 문을 닫는다고 공지를 했더군요. 1925년생이므로 71세에 블로그를 시작하여 91세에 문을 닫는 것입니다.
잡지 폐간 소식을 듣는 것 같아 쓸쓸함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메일을 드렸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부모는 자식을 마지막까지 돌볼 수가 없습니다. 아직 힘이 남아 있을 때 퇴장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남은 일은 또 다른 사람이 이어서 해줄 것이라는 건강한 생각, 결국 하나님께서 이루실 것이라는 믿음이겠지요, 요즘 나이듦을 실감하고 있는 저에게, 가슴 뭉클한 무엇을 던져준 퇴장입니다. 후지오씨가 작년 10월, 블로그에 올린 글을 소개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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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어서 감동합니다.
후지오 마사히토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것이 마지막 이별이라 생각되면, 찬찬히 상대를 보게 됩니다. 사람도 90세가 되면, 내년에 내가 살아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뭐든지 이것이 마지막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감동하는 일도 많아집니다.
이번 봄, 신던 주크화를 스니커즈로 바꿨습니다. 닳아 떨어지는 게 내가 먼저일까, 네가 먼저일까 했었는데, 신발이 먼저 망가졌습니다. 이번에 신발을 사는 게 인생에서 마지막이라 생각이 들어, ‘너와 함께 좋은 여행을 했구나’ 하고 낡은 신발을 손에 들고 살펴보았습니다. 노인은 낡은 신발에까지 감동합니다.
노인이 되면 치매도 오니, 무감동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습니다. 한 달전(9월중순)에 ‘안전보장관련법안 반대’의 대군중을 TV로 보니, 몸이 허락한다면, 뛰어나가고 싶었습니다. 학자나 작가 뿐 아니라, 시민, 청년, 여성, 어린이까지 시위행진을 하고 있었습니다. 옛날의 전투적인 노동자・학생 중심의 시위와는 양상이 달라 감동합니다.
오랜만에 긴자거리를 걷다보면, ‘이것이 마지막일지도 몰라’ 하며 주위를 둘러봅니다. 부모님의 산소에 가도, '다음은 내 차례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하늘을 볼 때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감동하고, 피어나는 꽃들을 볼 때도 내년에 볼 수 있을까 하고 보게 되며, 교회 예배에 나가서도, 이것이 마지막인가 하여 찬송소리에 감동합니다. 무엇을 보아도, 어디를 가더라도,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어 만감이 교차하고 더 자세히 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성경도 쑥쑥 읽어 나갔지만, 요즘은 조금씩 발견해 가면서 읽습니다. 그리고 수없이 읽었던 구절에 또 감동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참 대단합니다. 구약의 시인들은 참 심오합니다. 예언자들은 날카롭습니다. 노년의 감동은 젊은 날의 감동보다, 마지막이 가까워서인지 훨씬 깊습니다.
예수님 자신도 감동을 잘 하셨습니다. “이런 믿음은 본 적이 없다.”라고 로마 백부장에게 감동하였고, 가나안 여자에게 “너의 믿음이 크도다” 하며 놀라시고, 새가 날아가는 것, 꽃이 피는 것에도 감동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 죽음을 미리 보셨기 때문에,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하루하루를 걸으셨으므로 깊은 감동을 느낀 게 틀림없습니다.
매주 예배도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감동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인자는 정한 대로 돌아 갈 것이다.”(누가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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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후지오씨의 블로그, 시라사기 에클레시아 메인화면입니다. 일본어가 되시는 분들은 찾아가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주소는 http://www.t3.rim.or.jp/~fujio/ 인데, 앞의 주소를 누르시면 바로 연결됩니다.
첫댓글 좋은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일본에서 잠시 뵈었던 후지오 마사히토 할아버지
아주 신선했던 청포도를 손수 싸들고 오셨던 마음이 따스한 분이시지요.
오래 기억에 남을거예요.
좋은 글 감사드리며 일부 발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