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일기
2020-09-08
화
어제부터 리처드
헤이스(Richard B. Hays)의 책을 읽고 있다. 제목은
Echoes of Scripture in the Gospels(복음서에 나오는 구약성경의 메아리, 2016)이다. 저자의 대표작은 ‘서신에 나타난 구약의 반향’(Echoes of Scripture in the Letters of Paul, 1989)이다. 두 책 모두 구약성경을 신약성서 기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인용했는가를 연구한 것이다.
우리가 성경을 처음
읽을 때 우리는 이천 년 전의 유대인들과는 다른 사고구조와 상상력을 가지고 있다. 성경이 기록되던 당시의
사람들이 가진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할 때 우리는 그 저자들이 사용하여 나타내려고 한 의미를 포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마치 한글을 배웠으나 한국의 전래동화나 역사, 그리고 한민족의 정서에
무지한 외국인이 우리 문학을 읽을 때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 하거나 오해하는 일이
일어난다.
내가 몇 년 전까지
에베소서를 읽을 때 그런 느낌이었다. 짧은 편지인데 왜 이렇게 마음에 와 닿지 않지? 출애굽기를 읽을 때와는 전혀 달리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런데
톰 라이트의 책 몇 권을 읽고 나서 에베소서를 볼 때 그 행간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 짧은 글에 배어
있는 바울의 열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리처드 헤이스는
본래 바울을 연구한 학자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는 톰 라이트의 책을 읽다가 그가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2010년 리처드 헤이스가 노스 캐롤라이나의 더럼(Durham)에
있는 듀크 트리니티 학교의 학장으로 있을 때 톰 라이트는 거기 학회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가복음의 첫 부분이 이사야의 간절한 열망이 배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 하늘이 갈라졌다(마가복음 1:10). 그런데
마태와 누가복음에서는 하늘이 열렸다고 한다(마 3:16, 눅
3:21). 마가는 이사야 64장을 생각하면서 그의 복음서를
기록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사야 64장은 우리가 즐겨 부르는 복음송 ‘부흥 2000’의 가사에도 담겨
있다. 이사야 본문은 다음과 같다:
원하건대 주는 하늘을 가르고 강림하시고
주 앞에서 산들이 진동하기를
불이 섶을 사르며 불이 물을 끓임 같게 하사
주의 원수들이 주의 이름을 알게 하시며
이방 나라들로 주 앞에서 떨게 하옵소서
이사야 64:1~2
마가는 예수님의
탄생과 삶을 이사야의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즉, 세상을
심판하시고 그 백성과 그 성전을 회복하게 해 달라는 간절한 기도가 이제 응답되고 있다는 암시다. 그
백성이 정결하게 되고 그 성전이 회복되어야 아브라함과 맺으신 하나님의 언약이 성취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언약은 아담의 범죄로 뿔뿔이 흩어진 인류에게 복을 주시려고 아브라함과 그 자손을 자기 백성으로 삼으신다는 것이다(창 12장, 출 19장).
마가복음을 읽으면서
예수님이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고 제자들을 부르시고 가르치시는 행적을 알 수 있지만 그 행적이 의미하는 것을 이해하려면 역시 구약성경에 통달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리처드 헤이스의 메아리 시리즈 두 권은 복음서와 바울 서신을 이해하는데 크게
유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마가복음 1장 17절에 나오는 ‘예수께서 이르시되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
말씀에
대한 해설이다. 어부가 되라라는 이 구절은 흔히 복음전도자가 되게 하신다는 의미로 설교되지만 구약성경
예레미야서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심판의 의미로 사용된다고 한다:
16.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보라 내가 많은 어부를 불러다가
그들을 낚게 하며 그 후에 많은 포수를 불러다가 그들을 모든 산과 모든 언덕과 바위 틈에서 사냥하게 하리니
17. 이는 내 눈이 그들의 행위를 살펴보므로 그들이 내 얼굴
앞에서 숨기지 못하며 그들의 죄악이 내 목전에서 숨겨지지 못함이라
18. 내가 우선 그들의 악과 죄를 배나 갚을 것은 그들이 그 미운 물건의 시체로 내 땅을 더럽히며 그들의 가증한
것으로 내 기업에 가득하게 하였음이라
예레미야 16:16~18
이런 구약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시몬과 안드레를 부르신 예수님의 소명은 임박한 심판을 선포하는 일에 동참하라는 의미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자들이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라는 소명은 세례 요한이 했던 역할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제자들은 하나님의 심판이 임박했음을 경고하면서 회개를 촉구함으로 복음을 전했다. 그 외에도 심판에 대한 여러 표현들이 구약의 예언서들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이제 이 책의 첫
부분을 읽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네 복음서가 어떻게 구약을 인용하고 암시했는지 알아가는 것이 기대된다. 그리고
그들은 예수님을 어떤 분으로 특징을 잡아 소개하는지 알게 된다고 한다. 나아가 복음서를 그처럼 기록함으로
교회에게 가리키는 목적지가 무엇인지를 소개하겠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간에 차분히 읽을 예정이다. 그리고 간간히 유익한 내용을 소개할 생각이다.
<계속>
독서 일기-Echoes of Scripyure in Gospels.doc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