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냐 나이로비 카렌 블릭센 기념관
카렌 블릭센Karen Blixen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의 원작소설을 집필한 덴마크 여성작가다. 그녀가 아프리카 케냐에서 커피농장을 하며 살던 삶을 바탕으로 1937년에 쓴 자전적 장편소설이다. 이 영화는 미국 영화감독 시드니 폴락이 제작 감독했고 1985년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1885년 덴마크에서 출생하여 1962년 덴마크에서 사망한 그녀는 기이한 소재를 골라 지적인 문장으로 글을 썼다. 아버지는 군인, 정치가, 문필가였다. 어머니는 부유한 상인가문 출신이다. 10살 되던 해 아버지가 자살했다. 어머니는 2남 3녀를 데리고 친정에 가서 과부 어머니와 살았다. 청교도 가문인 외가의 생활은 블릭센에게 많은 제약을 주었다. 그녀의 작품에서 신과 인간, 운명과 자유의지, 귀족과 브루주아 등의 대립은 그때 받은 심적 갈등이다. 결혼 전 덴마크 잡지에 단편을 발표했지만, 젊은 시절의 목표는 화가였다. 덴마크 왕립 미술원에서, 파리와 로마에서 미술 공부를 했다.
아프리카 생활이 시작된 것은 1914년부터다. 그녀의 육촌인 스웨덴 출신 귀족 남작 브로폰 블릭센과 당시 영국령 동아프리카였던 케냐로 가서 결혼식을 올리고 나이로비 근교에서 커피농장을 시작했다. 커피농장이 아주 컸다. 1915년 남편으로부터 매독에 감염되어 오랫동안 고생했다. 결국 1925년 남편과 이혼했다. 또한 경제 대공황과 커피 작황 부진으로 농장이 파산되었다. 두 번째 남자는 영국인 데니스 핀치헤튼인데 비행조종사이며 사냥꾼이었다. 결혼은 하지 않고 친구로 지냈는데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별했다. 그녀는 여러 시련을 겪은 뒤 1931년 고향인 덴마크로 돌아갔다. 작가 활동을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다. 덴마크로 돌아와 3년간 집필한 첫 작품은 ‘7개의 고딕 이야기’다. 1934년 미국 출판사에서 필명 아이작 디네센으로 출간하여 성공했다. 1937년 케냐의 생활을 쓴 ’아웃 오브 아프리카’로 작가의 지위를 확보했다. 그 외 ‘초원 위의 그림자’ 등 9권의 소설을 썼다. 1954년과 1957년 두 차례 노벨문학상 후보로 등록 되었으나 노벨상을 받지는 못했다. 1959년 미국학술원의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과도한 위절제 수술로 인한 영양실조로 1962년 덴마크에서 사망했다.
시드니 폴락S. Pollack이 1900년대 초 케냐를 무대로 카렌 블릭센의 삶을 제작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카렌 블릭센 역은 메릴 스트립이, 연인인 데니스 핀치해튼 역은 버트 레드포드가 맡아 열연했다. 사바나의 광활한 배경, 시대적 상황에 충실한 구성, 서정적인 분위기, 섬세한 감정묘사로 걸작이다. 카렌 블릭센은 아프리카 커피농장에 있던 스웨덴 남작과 결혼했는데 사냥을 떠나 며칠씩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지친다. 카렌 브릭센은 커피 농장으로 가던 중 벌판에서 기차를 세워 상아를 싣는 데니스 핀치해튼과 만나 첫눈에 반하지만 헤어진다. 남편과는 점점 멀어져 가던 중 데니스의 방문을 받는다. 데니스가 가져온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모짜르트의 음악이 아프리카의 들판을 울리고, 두 사람의 마음까지 울렸다. 데니스와 함께 사파리여행을 떠나 야영 중 춤을 춘다. 카렌은 남편이 옮겨온 매독에 걸려 덴마크로 요양을 떠난다.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오지만, 결혼했던 남편과 이혼한다. 카렌은 데니스에게 결혼을 요구했지만 자유롭고 싶어 하는 데니스는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렵게 결혼약속을 했는데, 데니스는 비행기 추락사고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결혼에 대한 꿈도 허물어졌다. 카렌은 덴마크로 돌아가 아프리카에서의 사랑을 글로 쓴다. 광활한 아프리카 들판의 풍경, 모짜르트의 서정적인 음악, 데니스의 죽음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큰 감동이다. 상영 시간 160분의 대작으로, 케냐 고원지대의 풍경을 아름답게 담았다. 메릴 스트립은 카렌 블릭센 역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덴마크어 억양이 가미된 영어를 구사하려고 노력했다. 로버트 레드포드도 영국식 영어의 억양과 말투를 익히려고 애썼다. 특히 메릴 스트립은 케냐에 101일을 머물렀는데, 그 가운데 무려 99일을 카메라 앞에 설 정도로 치열한 직업의식과 열정적 자세를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 아카데미상 11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7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카렌 블릭센 기념관은 카렌 블릭센이 살던 케냐 나이로비의 집을 덴마크 정부에서 구입하여 독립기념으로 케냐 정부에 기증한 것이다. 나이로비 외곽 20㎞ 거리 카렌지역에 있다. 카렌이 살던 집을 기념관으로 개조했다. 1920년대 초창기 백인 정착민들의 삶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넓은 뜰에는 당시 사용했던 트랙터와 철제 농기구가 있다. 주변이 모두 커피 농장이었다. 커피농장에서 사용했던 각종 커피 원두 가공 기계류와 농기구들도 있다. 기념관 안에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각국 책이 있다. 실내는 사진촬영 금지다. 바닥 장식은 100년 전 것이다. 남편과 카렌의 각자 방이 있다. 당시의 가재도구들이 잘 정리되어 있다. 마가목 목재가구다. 변기, 목욕탕, 침대 등 생시의 사용 물건들이 많다. 주방에는 덴마크 그릇이 있다. 남자 친구 데니스의 책장도 있다. 카렌 블릭센이 사용했던 것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영화 촬영시 사용된 소품들을 진열해놓은 것이다. 그림 실력도 뛰어났던 카렌 블릭센이 그린 그림들 복사본도 전시되어 있다. 커피농장에서 일하던 가장 예쁜 소녀와 가장 영리한 소년을 그려서 걸어두었다. 기념관 뒤쪽의 넓은 뜰에는 인도식 맷돌이 있다. 뭄바이에서 가져온 것이다. 멀리 보이는 산이 주먹 모양이어서 응공산이라 부르는데 그곳에 남편이 묻혀있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남편이 묻힌 먼 응공산Ngong Hills을 바라보곤 했다. 우리도 카렌 블릭센처럼 뜰에 서서 애련한 눈빛으로 응공산을 바라보았다. 박물관 짓기 오래전부터 있던 아주 큰 나무가 그대로 있다. 선인장이 큰 나무에 기생하고 있다. 정원에는 큰 코끼리 동상도 있다. 기념관 건물 주변은 꽃과 울창한 열대 식물들로 아름다운 경관이다. 덴마크의 여인인데 타국 케냐에서 세계인의 걸음으로 훈훈한 사랑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