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계 칼럼 1. 억지 웃음
엊그제 호포역에 내려 고단봉을 향해 산을 올랐다. 계곡이 험하고 경사가 급하고 숲이 울창해 산행하기에는 적임지다. 요즘은 비가 자주 와서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발걸음은 한결 신이 난다.비속을 오르는 산은 풍족감 마져 든다. 혼자 하는 등산은 마음이 편고 자유로워 좋다, 그러나 아무리 대낮이라도 인가가 떨어진 숲 속은 어둡고 너무 조용해서 청솔개가 나타나도 머리끝이 선다. 무서울 때도 있다.
한창 땀을 뻘뻘 흘리고 거친 바위를 제치고 오르는데 하하 웃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대낮도깨비가 나타난나 싶어 움찔했다. 웃음 나는 쪽으로 바라보아도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보신용 지팡이를 들고 웃음의 발생지를 찾아 나섰다. 길이 없는 숲을 헤치고 해병의 용감정신으로 무장하여 계곡의 이곳저곳을 찾아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늙은이 한 분이 바위 위에 요사스럽게 정좌하여 앞 고목을 정시하며 웃고 있었다. 한창 듣고 있으니 ,하염없이 울고 있는 건지 웃고 있는 건지 분간이 어려웠다
내심 저 노옹도 요즘 유행하는 오래 사는 비결을 듣고 혼자 억지로 웃고 있구나 생각했다.겉으로 보기엔 인생 살만큼 산 분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나를 기준으로 이른 나이는 넘은 것 같았다. 저 늙은 나이에 억지 웃음이 나올까 얼마나 더 오래 살려고 첩첩 산중에 혼자 밥 사들고 저런 생고생? 할까 측은한 생각이 드는 한편 같찮다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백 살을 먹어도 백 년을 더 살고 싶은 게다. 좀 섭섭한 이야기지만 노인이 많으면 국가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라와 가족을 위해 적당히 살고 가는 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게다. 늙어서 음담패설이나 지껄이며 주색에 젖어 여자 꽁무니나 따라다니 꼴은 동네방네 쏘아 다니는 구제불능 분견이나 다름 없다. 아무리 억지 웃음이 건강에 좋다고 개골창에 대낮에 혼자서 웃는 게 늘그막에 좋은 그림일까.
역사상 장수한 사람들은 잘 웃지 않는 사람이라고 한다. 내 고향에 가면 고등학교다닐 때 어른시들이 아직 구십 넘게 사는 사람이 제법 있다. 나는 그 어른시들이 어릴 때부터 한번도 웃는 것을 본 일이 없다. 요즘도 고향에서 만나면 절대 웃지 않고 정색으로 나를 바라본다.요즘 한 수 더 떠서 웃음강사라는 직업도 등장했다고 한다.
웃음은 생리학적으로 웃는 일이 있어 뇌에 자극을 받으므로 자연스럽게 웃게 되는 게다. 그렇게 되야 웃음의 정상로드이고 건강에도 좋을 것 아닌가. 억지로 웃는 것은 광인이나 별 다른 게 없다 천박해 보이며 인생을 가식해서 사는 다시 말하면 자기 몸을 속이는 일이다.
하도 웃을 일이 없어 웃음을 만들어 생산해 보자는 것은 그에 따른 생산품은 나와도 거긴 제정신이 빠진 가짜다. 경망스럽고 천박스런 가짜 웃음이 판치는 세상이 오늘 우리의 현실일지 모른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회장님, 잘 지내십니까? 노인들이 보시면 섭섭할 수도 있겠으나 정직한 삶이 옳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권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