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을 뒤적이느라
손등이 까맣게 탔네요.
봄이 얼마나 더딘지,
또 얼마나 순식간인지,
거기 서 있지 말아요.
사랑은 다니던 길로
오지 않는답니다.
생각은 이따가 하고
살며시 눈을 떠 날 봐요.
오! 밤처럼 두렵고 깊은 눈,
고개 숙인 수줍음이
사랑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
사랑은 늘 한잎 목마른
수면과 수심 반반
바람이 지나는 그 사이이지요.
사랑의 반을 넘어설 때
끝은 타고 속은 젖을 때
살랑살랑
애태워 한잎 더 늘었지요.
잎은 생각보다 먼저 피지만
생각은 잎을 잡지 못한답니다.
달콤하게 깍지 낀 손을 놓고
갔다가 영영 못 올지도 모르는
목마른 물가로 밀려온 잔주름 같은
실버들 그 한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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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개천에 실버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
실버들 가지 끝의 일부는 물속에 잠겨 있기도 하였습니다.
실버들, 수양버들, 능수버들....
김소월 시인님의 "실버들"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실버들을 천만사 늘여놓고도
가는 봄을 잡지도 못한단 말인가
이 내 몸이 아무리 아쉽다기로
돌아서는 임이야 어이 잡으랴
한갓되이 실버들 바람에 늙고
이 내 몸은 시름에 혼자 여위네
가을 바람에 풀벌레 슬피울 때에
외로운 맘에 그대도 잠 못 이루리」
버들가지를 꺾어주며 사랑을하고,
피어나는 물안개에 눈물을 감추며 이별하였던 곳.
2022년 3월 3일.
삼삼한 날 되시길 빕니다.
=적토마 올림=
첫댓글 실버들 한잎두입
실개천에 살랑살랑 멋집니다
김선생님,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