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를 준비하던 1달 전 태풍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슴을 알고 있었다. 수련회 기간인 8월 3일에서 6일 사이에 태풍이 우리 나라를 지나갈 수도 있다는 걸 예보를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설마 하는 마음 반, 믿음 반, 기도하면서 믿음으로 조정하지 않았다. 수련회를 위해서 여름 휴가 등을 조정한 지체들이 많았기 때문에 갑자기 일정을 변경할 순 없었다.
8월 3일 새벽, 불안감도 없진 않았지만 우린 믿음으로 제주도행 배를 타기 위해 장흥으로 떠났다. 거의 4시간을 달려 장흥 카페리 터미널에 도착했고 무사히 배에 오를 수 있었다.
하늘은 파랗고 날씨는 뜨거웠다. 제주에서는 여름다운 날씨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우리가 머물 화이트하우스는 오후 4시경에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화이트하우스는 제주도 서귀포시의 대정읍이란 곳에 있었는데, 넓고 시원한 정원 너머로 바다가 바로 보이는 해변에 위치해 있었다. 전양숙 집사님 내외가 우리팀을 반겨주셨다.
약 이틀 동안은 예정된 일정대로 잘 움직였다. 예배하고, 강의를 듣고, 당번을 따라 식사 준비를 하고, 또 설거지를 했다. 제주 식물원과 예수전도단 본부인 열방대학를 방문해서 학생들과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 모처럼 느낄 수 있는 여유로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 태풍 무이파가 제주도 남부를 강타했다. 이미 예고되어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예외 외의 세기에는 적잖이 놀랐다. 돌아갈 차편 걱정으로 분위기도 많이 헝클어 지기 시작했다. 급한 스케쥴이 있는 지체들은 비행기 편이라도 구하기 위해 분주해 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태풍은 모든 배편과 항공편들을 막아버렸다. 그리고 우리가 있던 화이트하우스에도 상처를 할퀴고 지나갔다.
주일이 아침이 되자 먼저 하늘 길이 열렸다. 바쁜 지체 3명은 먼저 떠났다. 남은 지체들은 늘어진 일정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의견을 나누었다. 그렇게 해서 목사님께 특강을 부탁했다.
태풍이 끝나자 언제 그렇냐는 듯이 다시 날씨는 조용해졌다. 우린 함께 헝클어진 화이트하우스를 정리했다. 그리고 태풍이 지나가자 제주에 안개가 심해서 10m 코 앞도 보이지가 않을 정도가 되기도 했다.
항공편이 열리자 어렵사리 티켓을 구해 3일에 걸쳐 청년들을 대부분 비행기로 창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목사님 가족들과 교사 선생님들은 우리가 가져간 차량을 운전해 오기 위해 마지막까지 남게 되었다. 청년들을 위해 희생하는 어른들의 마음에 고마움을 느꼈다.
3박 4일을 예정하고 간 제주도에 총 8일이 지나서야 모두가 탈출(?)해 나올 수가 있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광도 좋았고, 화이트하우스 댁의 섬김 때문에 태풍 중에서도 불편함 없이 보낼 수가 있었다.
되돌아 보면 한 편으로 짜증도 나고, 곤란함 때문에 불편함도 없진 않았지만, 서로를 위해 양보하고 인내하며 하나님 나라를 위해 협력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