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살이 넘어가면 대장내시경 해야 됩니다.”
언젠가 그런 글을 읽고는 내시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검사전에 12시간 간격으로 역겨운 약제 500cc를 세 번씩 2회를 마셔야 한다는 것...
카메라를 항문으로 삽입할 때 무척 아프다는 것,
공기주입할 때 아랫배가 아프다는 것이 두려워 <다음에 다음에>라고 하며 미뤘습니다.
무심코 지내다 55살이 되어 대장내시경을 받고 용종 큰 거 두 개를 떼어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문득 듣고는 안달났습니다.
변이 어떤 때는 가늘게 나오기도 하고 염소똥처럼 알갱이 변이 나오는 것이 대장에
탈이 난 거 아니냐는 염려가 마구 생겼습니다.
10월 중순경 XX의료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대장내시경 받으려고 합니다.”
“11월 20일까지 예약이 완료되었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예약하셔야 2019년도 중에 검진받을 수 있습니다.”
예약을 서둘러 11월 26일 예약을 했습니다. (수면내시경(위+대장) 20만원)
지난 22일 병원에 들러서 장 청소약제를 받으러 오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검사전 날 오후 7시, 7시 20분, 7시 40분에 각각 500cc를 먹고 다음날 오전 7시, 7시 20분,
7시 40분에도 500cc를 먹으라 합니다.
검사 3일전부터 쌀밥을 먹고 반찬은 고춧가루, 깨, 해조류 같은 장에 달라붙을 만한 것을
먹지 말고 검사전 날 오후 5시 전에 흰죽과 간장만 먹으며 검사당일은 금식하라는 것,
확률은 0.1%지만 검사시 여러 가지 발생할 수 있는 사고발생가능성에 동의하였습니다.
검사전 날 점심은 흰 죽대신 흰 쌀밥을 간장에 비벼 먹고 저녁은 금식, 장청소제 복용
7:00 물 500cc + 엔도클린산 A, B제
7:20 물 500cc + 엔도클린산 A, B제
7:40 물 500cc만 마심
레몬향이 첨가되었다고 하더니 목넘김이 아주 좋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장청소제를 두려워 할 필요가 전혀 없었는데...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장청소제를 먹고 변기에 거의 앉아있다 시피 했다는데 3번 정도만
가고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 걱정스러웠습니다.
하룻밤이 지나고 오전 7시 20분부터 장청소제 다시 복용
7:20 물 500cc + 엔도클린산 A, B제
7:40 물 500cc + 엔도클린산 A, B제
8:00 물 500cc + 가소콜
어제와는 달리 두 시간 정도는 화장실을 다닌 것 같습니다.
항문으로 오줌같은 노랑물! 어젯밤과는 달리 장청소가 잘된 기분!
오후 1시 30분 병원 도착
혈압재고, 시력, 청력, 혈액검사, 소변검사, 심전도검사는 여느 검진과 비슷함
내시경실로 향했습니다. 몸을 새우처럼 구부리고 오른쪽으로 누우라 합니다.
그리고 링거주사를 꽂네요. 음마마... 10여분 기다렸을라나...
“수면제 들어갑니다.”
따끔한 기억 후 눈을 떠 보니 아무도 없습니다.
머리맡에 있던 그릇이 없어지고 아까 누웠던 자세입니다.
<언제 내시경 하려고 이렇게 기다리게 하나?>
아랫배가 쌀쌀 아픈 것이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아직도 내시경을 안 해주면
어떻게 하냐고 내심 기다린 지 20여분, 간호사가 지나가며 눈뜨고 있는 필자를 보며
하는 말
“벌써 깨셨네요.”
“20여분 전에 일어났소만 내시경은 언제 하는 겁니까?”
“검사 완료했습니다. 일어나서 가시면 됩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하여 인터넷에서 얻어 왔습니다.)
아니 벌써???
수면내시경 = 허망하고 싱거운 것
위내시경 할 때 욕지기 때문에 꺼억거리고 힘들었는데...
대장내시경은 공기 주입부터 관 주입할 때 엄청 고통스럽다는데....
수면으로 하니 그런 고통이 없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끝났습니다. 아주 싱겁게...
수면이 깬 후 대장에 주입한 공기 때문에 아랫배가 아픈 것 말고는 아주 좋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님들께 대장내시경 별 거 아니란 걸 말씀드립니다.
저처럼 공포스러워 미루었던 님들은 내년 연초에 신청하셔서
수면내시경으로 꼭 검진받으시기 바랍니다.
어떤 질병이든 초기에 발견하여 얼른 고쳐야지 시기가 늦어지면
호미로 막아도 될 것을 가래로 막아도 안 된다는 말이 있듯 병이 커지고 난 후에는
어떤 명의도 고치지 못하지요.
마지막으로 자랑 한 마디 하겠습니다.
의사의 내시경 검사결과 위와 대장이 56세 나이에 비하여 아주 깨끗하다고 합니다.
평소에 먹고 싶은 술과 담배를 좀 멀리 하고 몸에 해롭다는 음식도 멀리한
결과가 아닌 가 싶습니다.
우리 님들도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잘 관리하셔서 건강백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