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하고 책상에 앉아 한 시간쯤 졸았더니 목부터 엉덩이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네요. 고삐리 때는 책상에 엎어져 8시간도 편안한 수면이 가능했는데 속상합니다. 내 나이가 되면 아침을 뭘 먹을까 같은 자잘한 선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데 내가 '이화수'를 자주 찾는 건 순전히 돌솥밥과 마담 때문인 것 같아요. 30분 뚝딱 아침 해결, 투썸에서 그린 티 라테를 주문했고 소담스럽게 놓여있는 마들렌을 3개 샀어요. 마들렌이란 이름을 프랑스 소설 속에서 만났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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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라와 비슷한 맛이 나는 스펀지 케이크입니다. 레시피는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설탕, 계란, 버터를 이용해서 만든다고 해요. 부드러운 촉감이나 바닐라 향이 정갈한 유부녀 느낌이 납니다. <오징어 게임 2>를 보려고 넷플릭스를 켰는데 나는 <쉬리 1999>를 선택했어요. 송강호(1967)-한석규(1964)-최민식(1962)-김윤진(1973)-강제규(1962)가 우리 세대 친구들이며, 미장센이 노스텔지아를 사정없이 자극합니다. 한석규 패션은 지금 봐도 세련되었고 송강호는 영락 없는 촌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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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탄 소령이 다리 위에서 대위(최민식)를 조인트 까는 장면은 철정 검문소를 이미지 모션 시켰어요. 오늘날은 <기생충>의 송강호가 대세지만, 필자는 한석규 누아르를 더 좋아하고 멜로는 한이 탑 오브 탑입니다. 소나기를 피해 수족관 앞에서의 키스신 그야말로 명불허전입니다. 퐁티의 '거울 신경세포'가 직통으로 작동하면서 내 몸이 후끈 달아오르더이다. 이 당시 흔히들 할리우드에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죠스>(1975)나 조지 루카스 감독의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1977)을 뽑고 한국에선 이견 없이 <쉬리>를 뽑는다고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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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한국 영화계에 지금과 같은 영화가 없었어요. 20개 제작사가 한국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오로지 외화 쿼터를 따기 위해서였어요. 1년에 의무 편수 4편을 채우면 쿼터가 나오고, 이 쿼터로 돈을 벌었어요. 그러니 방화는 최소 경비만 들여 한 달 만에 촬영이 끝나는 졸속 영화들이 양산됐어요. 80년대 한국 영화계가 그런 식으로 침체돼 있었던 겁니다. <쉬리>는 30억이 넘는 제작비로 전국 600만 관객 돌파(최종 전국 695만), 해외 수출(일본 매출 18억 엔)까지 이뤄내면서 ‘잘 만든 영화 한 편은 충분히 돈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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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곧 영화 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로 이어졌고, 이후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 <실미도>까지, 사실상 코로나 이전 모든 한국 영화의 탄생과 성장엔 <쉬리>가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영화는 쉬리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닙니다. <쉬리>는 오프닝 부터 압도적이었어요. 작전을 위해 훈련받는 북한 공작원들 수십 명이 스크린에 쏟아져 나오고, 서로를 찌르고 총으로 쏘고, 심지어는 몰려서 있는 사람들 사이로 움직이며 총을 쏘기까지. 지금 봐도 그 규모에 압도되는 오프닝 시퀀스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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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 내내 도심 추격전, 빌딩 폭파, 도심 총격전, 헬기 레펠 등의 규모가 흥미진진합니다. 정말 돈이 많이 들었다는 티가 났고, 돈 들인 만큼 태가 난 작품입니다. 백미는 단연 영화의 최후반부 잠실 주경기장 시퀀스인데, 이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동원해서 찍었을지 영화 내내 궁금했습니다. 이후 감독 인터뷰를 찾아보니 그건 몰래 찍었던 거라고. 축구 협회가 촬영 허가를 안 내줘서 중계 카메라 들어갈 때 몰래 따라 들어가는 식으로 여러 차례 도둑 촬영한 걸 엑스트라 써서 찍은 장면들과 편집한 거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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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의 재미 부분은 앞서 말한 액션이 충분히 채워준다면, 감성적인 부분은 유중원(한석규)과 이명현(김윤진) 사이의 멜로입니다. 물론 유중원과 이장길(송강호) 사이의 브로맨스를 꼽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개인적으로 살 떨리는 러브스토리가 내 취향을 저격했어요. 김윤진이 내 스타일이고 그녀의 눈빛, 석규를 만지는 손길 하나에 숨이 멎는 긴장감과 이 순간 하나에 모든 걸 걸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퐁티의 거울신경세포'의 감흥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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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영의 '사랑 안 해'를 백지영만큼 불렀던 나의 그녀(HK)-백지영-(데뷔 1998)-김윤진이 3중 캡처 되는 느낌입니다. 감독이 신경 쓴 부분은 약혼 상태로 서로 사랑하지만, 진실을 숨겨야 하는 비밀, 한 쌍의 물고기’로 표현된 운명적 사랑, 연출 액션 속에 섞인 부드러운 감정, 일상 속 대화로 친밀감 배가, 그리고 결말에서 진실이 드러날수록 갈등이 심화되고 나의 감정의 갈등도 극대화되었습니다. 이처럼, 한석규와 김윤진의 러브라인은 감정과 긴장감을 동시에 조율하면서,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영화의 드라마적 깊이를 더해 주는 핵심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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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묘>의 최민식은 배 나온 할아버지, 송강호는 기생충 최우식 아빠로 익숙한 사람들에게 <쉬리>는 "저 잘생긴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거의 30년 전 얼굴이니 너나 나나 한창 때가 아닙니까? 한석규 이 찬구는 늙지도 않는 것 같아요. "부검해 보니 임신 중이던데" "직무 유기를 인정합니까?" "지난 1년 나의 삶의 전부였어.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어" 아! 사랑과 임무 사이에서 피할 수 없던 비극적 운명, 총구 앞의 슬픈 사랑” <쉬리> 싫어. 사랑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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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려고 그랬어 돌아가려고
너의 차가움엔 그래다 이유 있었던거야
나를 만지는 너의 손길 없어진
이제야 깨닫게 되어서 내맘 떠나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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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하는 그런 미련 때문에
그래도 나는 나를 위로해
나 이제 이러는 내가 더 가여워
이제라도 널 지울꺼야 기억에 모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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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사랑안해 말하는 난 너와 같은 사람
다시 만날 수가 없어서 사랑할 수 없어서
바보처럼 사랑 안해 말하는 널 사랑한다
나를 잊길바래 나를 지워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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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처럼 몰랐어 너의 두 사람
아직 기억하려던 그건 그래 다 욕심이야
다짐했건만 매일 아침 눈을 떠
지나간 너에게 기도해 나를 잊지 말라고.
2025.7.4.fri.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