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돼지까지 잡다니!
솔향 남상선/수필가
사회가 각박하다 보니 각종 사기꾼과 보이스피싱이 활개 치고 있다. 요즘 세상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도 많다지만 식언(食言)하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정치인들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는 부모 자식 사이에도 약속이행이 되지 않아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사람 사이의 신뢰 단절이 인간성 상실을 부채질하고 있다.
바르게 사는 것이 정의사회 구현에 앞장서는 것이다. 잘못을 저질렀으면 그것을 반성하고 잘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약속을 했으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누구든지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약속 이행에 예외를 두어서는 아니 된다. 신뢰가 깨지면 기대할 수 있는 그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수일 전에 어린이 놀이터에서 꼬마들이 놀다가 다투는 일이 벌어졌다.
잠시 티격태격하다가 그만 둘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한 대 얻어맞은 어린이가 집에 가서 무슨 얘길 했는지 엄마가 번갯불 속력으로 뛰어나왔다. 얼마나 흥분했는지 엄마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고함을 지르며 야단이었다. 주먹질한 꼬마는 겁이 얼마나 났던지 울면서 집으로 달음질쳤다.
잠시 후에 제 2의 꼬마 엄마가 또 달려나왔다. 그녀는 입에 거품을 물고 거친 말을 서슴지 않았다. 두 엄마는 자기 자식만 생각했지 상대방은 안중에도 없는 거 같았다. 서로가 자신의 자식만 사랑하는 애착에 빠졌던 거였다. 조금도 양보하거나 배려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불협화음은 주변을 시끄럽게 했다.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된 거였다. 분명한 것은 양쪽이 모두 잘한 것은 아닐 텐데, 잘못을 시인하는 사람은 그 어느 쪽도 없었다.
요즈음 엄마 아빠들은 자녀교육의 귀재라 해도 손색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아노·미술·영어학원, 태권도 도장, 다 보내면서도 사람 냄새 풍기며 따뜻한 가슴으로 사는 법을 모두 가르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일부 젊은 세대 엄마 아빠는 자녀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치지 못하고 있다. 금이야 옥이야 애지중지할 줄만 알았지 정작 가르쳐야 할 것을 놓치고 있다. 자녀들을 과잉보호할 줄만 알았지 문제성이 있는 부모들이라 안타깝기 그지없다.
자녀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고사성어 하나를 소개하겠다.
노나라의 사상가인 증자는 부모의 언행과 가정교육을 중요시했던 사람이다. 어느 날 증자 부인이 시장에 가면서 울고 있는 아들에게 <울지 않으면 시장에 갔다 와서 돼지를 잡아주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울던 아들이 돼지고기가 먹고 싶었던지 아니면 울다가 지쳐서이었던지, 그 말을 듣고서는 울음을 멈췄다. 얼마 후 부인이 시장에서 집에 와 보니, 남편인 증자가 칼을 시퍼렇게 갈아 놓고는, 막 돼지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부인이 깜짝 놀라,
“아이를 달래기 위해서 그냥 해본 말인데 그 말을 곧이곧대로 알아듣고 돼지를 잡으려고 하느냐?”
하면서 못 잡게 하였다. 그러자 증자는 태연하게 말하기를,
“아이는 모든 것을 부모로부터 배우는 것이오. 오늘 당신이 아이를 속이면 아이한테 거짓말을 가르치는 것이오.”
하면서 돼지를 잡았다. 이것이 <돼지를 죽여서 자식을 가르친다.>는 '살저교자(殺猪敎子)' 고사성어다.
이렇듯 부모의 언행과 가르침은 자식의 인생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하겠다.
실로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이 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엄마 아빠들은 자녀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분들이 종종 있다. 부모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어찌 자녀들한테 신뢰 받는 사람이 되라 말할 수 있겠는가!
부모가 식언(食言)으로 신뢰성을 잃고 있으니 어찌 자녀 교육이 제대로 되겠는가!
증자의 ‘살저교자(殺猪敎子) 고사성어’
자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돼지까지 잡다니!
약속이행으로 신뢰를 받게 되는 거지만 서로의 배려와 양보에도 기인하는 것이다.
나는 과연 아이의 엄마 아빠로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자식들이 존경하고 신뢰할 수 있는 부모라 자부할 수 있겠는가!
배려와 양보에도 부끄러움이 없다 큰 소리 칠 수 있는가?
첫댓글 증자의 아이는 항상 자신이 한 말을 지키려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겠네요. 저도 제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