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중학교 다닐때 권선생님이 초임 발령을 받아 체육 선생님으로 오셨다. 그때는 여자가 체육 선생님은 드물었고 22세의 꽃다운 나이였다.
그때는 청년 같은 남학생들이 있어 학생들을 가르치기가 만만치 않았던 것 같았다. 내 친구들과 나는 선생님 집을 부지런히 드나들면서 편한 사제지간으로 지냈다. 권 선생님은 많은 은사님들 중에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잊지 못할 선생님이셨다. 70대 초반 부터 우리 집에 오셔서 숙박을 하고 골프를 치고 가셨다. 거의 10년 동안 소식이 없기에 이제는 기력이 부쳐서 못 오시나 했는데 어제 친구들과 4명이 2박3일 동안 골프를 친다고 오셨다.
대전에 볼일이 있어 가셨다가 사왔다면서 대전에 유명한 튀김 소보로와 떡을 주신다. 친구들과 안면도 여행 갔다 오다가 비가 와서 차표변경을 하는 바람에 대전역에서 3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성심당이란 쇼핑백을 나만 빼고 다 든 것 같아 너무 궁금해서 어떤 분에게 "저게 뭐래요? "하고 물으니 대전 역사에서 긴 줄을 서서 사는 가성비 좋은 튀김 소보로 빵이란다. 빵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는데 6개에 만원이라고 하니 나만 빼고 다 사가는 모양이다. 줄을 두 시간씩 서서 사가는 웨이팅 문화가 나는 싫다. 그래서 지루한 3시간을 멍청하게 앉아서 기다려도 그냥 왔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유명하다는데 사 올 껄 그랬나? 가끔 그 대전에 유명한 빵맛이 궁금했다 그런데 서울 사시는 선생님이 대전에 튀김 소보로를 사오셔서 먹어보니 바삭바삭한 식감이 마성의 맛이 맞다. 나는 또 먹을 복은 있구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ㅎㅎ 선생님은 83세의 나이라고 하기에는 얼굴에 무슨 짓을 한 것은 알 수가 없지만 주름이 너무 없다. 짐을 풀고 우리 거실에 오셔서 생각나는 제자에게 전화도 하시고 많은 얘기꽃을 피운다. 그 연세에 3일을 연속으로 골프를 친다니 그 체력이 놀랍다. 나는 체력 감당이 되겠냐고 했더니 골프를 일주일에 한번씩 치고, 수영을 일주일에 한 번씩 간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초 고령화 사회 진입이 멀지않았다고 뉴스를 통해 듣는다. 뒷방 할매가 되었을 나이에도 활발하게 체력 단련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3일 씩이나 골프 예약을 하신다. 나도 아직 젊은 아지매처럼 사는 걸 보면 초 고령화 사회 진입을 피부로 충분히 느낀다. 나는 당뇨병이 있어도 유튜브를 통해 반 의사가 되어 관리를 한다. 빨리 죽을 것 같지 않으니 한편 이 좋은 세상에 오래 사는 게 좋으면서도 자식들에게 짐이 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암튼 3일 동안 선생님이 친구들과 만족한 단양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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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단하신 선생님이십니다!
83세 연세에 3일 연속 골프~~
체육선생님 출신이라 역시 다르시군요~~
대전 성심당 빵의 명성은 정말 대단하군요!
특별히 날짜를 잡아 성심당 빵사러 대전에 갈까 합니다.
대전역에서도 빵을 사고 시내 성심당 본점에 가서 또 빵 사고~~
나들이 삼아 기차여행도 괜찮지요
정말 대전역 대합실에 늘어선 줄을 보고 놀랐습니다.
기다릴 자신 있으세요?
빵을 좋아하시나봐요..ㅎ
댠양에도 주말마다 3줄 서서 보통 두시간 기다리는 단빵 제빵소
손님중에 안들고 오는 사람이 없답니다.
웨이팅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핫플레이스를 가보고, 먹어봤다는 영웅심리가 아까운 시간을 죽이네요.
권선생님께서는 저의 은사님 중 현재까지 생존해 계신 분 중 오로지 한 분인 선생님이십니다.
제가 알기로는 풍기중학교 3년, 예천여중 3년 도합 6년 교직생활하신 후 결혼하셨고, Golf에 일찍 입문하시어
가히 달인이라 할 정도로 부군님 그리고 지인들과 Grass Rounding을 즐기시는 체육인이십니다.
제가 중1이었을 때 초임 발령 받으시어 저의 잘못된 버릇을 바로잡아 주시어서 잊을 수 없는 스승님이십니다.
그런 은사님이시기에 더러 안부 전화를 드리며 거의 매일 카톡을 전송해 드리고 있습니다.
풍기중학교 제15기 총무였던 제가 설두하여 지난 2008년 겨울에 경향각지의 남.여 동기생 13명이
서울 강동구 식당과 노래방에서 은사님을 초대하여 사은의 자리를 마련하였고 지극히 미미한 선물도 드렸었지요.
단양이면 지척 간이니 풍기를 다녀가셨으면 하는 바램인데, 일정 때문에 귀경하셨나 봅니다.
성심당(聖心堂)은 1956년에 청업한 이래 지금까지 전국 최고의 빵집이라 할 수 있는 가게이지요.
현장 판매와로 택배로 1일 매출이 1억원 이상인 Bakery shop이니 2시간이나 줄을 서서 기다린답니다.
제가 직접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친구의 지인이 갖고 온 튀김소보로를 맛보았는데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음식은 맛과 친절 그리고 주차 3박자가 맞아야 대박이 난다고 했는데, 성심당(聖心堂)이 그 대표적 예입니다.
권선생님이 어제도 우리 거실에서 밤이 깊도록 옛날 얘기를 하면서
제가 김정묵 제자를 아시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김선생님이 사은회 자리를 마련하여 식사와 노래방 그리고 많은 선물을 받고
아직도 카톡을 보낸다고 하면서 김선생님이 인성이 좋다는 말씀을 하셨답니다.
새벽에 골프를 치고 서울로 올라가십니다.
2박3일 동안 저도 덩달아 좋았습니다.
다음에 권생생님 이야기를 쓰는데
김선생님 자료좀 쓰겠습니다. 괜찮겠지요?.ㅎㅎ
저는 대전에 소보로 튀김 빵이 그리 유명한 줄 몰랐습니다.
이번에 소개한 팜플렛보고 알았습니다.
그런데 김선생님이 이렇게 소상히 말씀해주시니
냉동실에 4개 보관된 빵을 더욱 귀하게 여기며 먹어야겠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