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이와의 시간이 이제 나흘 남짓 남았습니다. 여름 한시적 시간을 전제로 제주도에 합류했으니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8월 18일 태균이 병원예약도 있어 우리는 17일 모두 제주도를 잠시 떠나 각자 집에서 며칠 시간을 보낸 후 다시 돌아올 예정이지만 이제 근이는 다니던 학교로 돌아갑니다.
근이녀석에 대해 말하자면 너무 할 말이 많습니다. 어제 일전에 잘 봐두었던 감통놀이터같던 바닷가에서 무려 6시간을 놀고 왔는데 늦게 배운 도둑질이 밤새는 줄 모른다고 그렇게 바다들어가기를 거부하던 근이녀석이 이제는 바다를 누구보다 신나게 즐깁니다. 어제 파도가 일렁이며 밀물이 닥치는데도 더 깊이 들어가려고 할 정도니 물을 즐기는 그 표정도 화보감입니다.
요 며칠 티로신보충해주기 위해 도파플러스도 추가해 먹였더니 안 그래도 적극적인 녀석이 더 적극적이 되었습니다. 제주도 생활에 익숙해지고 함께 있는 사람들에 익숙해지니 저한테는 절대 못 그러지만 태균이가 휴대폰을 들고있으면 빠르게 낚아채고는 예전에 했던 습성대로 유튜브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바로 빼앗기곤 하지만 지금 근이가 더 좋아지기 위해서는 휴대폰 화면보기는 금물입니다.
TV 애니메이션도 아주 즐기고 있어서 집에 돌아가도 이렇게 해소해가야 할텐데 집에서는 내내 휴대폰만 했다고 하니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근이는 안구실행증이 심해 화면이 작을수록 안구쓰기가 작은 각도 안에서 몰리기 때문에 그 증세가 더욱 심해집니다.
이미 양쪽 발이 바깥으로 향하는 팔자걸음걸이도 많이 진행되었고, 이 표시는 두 안구가 한 사물을 바라볼 때, 동시에 촛점을 맞추기 위해 움직이는 각도가 외사시 작업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근거리의 촛점이동이 늦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제주도에 와서 눈쓰기 바라보기 등 시각인지도 좋아졌지만 근이에게 안구실행증은 오래 시간을 두고 개선해나가야 하는 큰 숙제입니다. 주변에 있는 작은 것에 집착하는 것에서 벗어날 때 이식증에서도 놓여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녀석 어디든 자리잡았다싶으면 바닥에서 작은 무언가를 집어서 계속 입에 넣습니다. 보통사람 눈에는 잘 뜨이지도 않는 작은 것들을 잘도 찾아내고 그런게 없으면 닥치는대로 종이를 잘게 잘라 씹어댑니다. 그래도 정도는 상당히 줄여놓았고 포기도 빨라졌기 때문에 이 상태로 계속 주시하며 요즘 부쩍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음식맛느끼는 기능을 더 살려가야 합니다.
하루 아침 저녁 꾸준히 보충한 천연소화효소와 초유로 인해 장기능은 확실히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시간은 한참 더 필요로 합니다. 아직 변보는 시간이 일정치 않고, 이 녀석 오랜 시간동안 불안기전이 독특하게 대변보는 것으로 해소되는 구조를 누적시켜왔기에 불안이 상습화된 상황에서는 아마도 이 부분부터 다스려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껌딱지처럼 저를 의식하고 함께 있으려고 하면서도 기저귀갈아주거나 옷입히려고 할 때 가끔 머리를 잡아당기는 공격행위를 하기도 합니다. 그 만큼 가까이 다가오는 것에의 공포가 습관처럼 불안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고 너무 쉽게 평범한 상황도 불안한 것으로 뇌가 인식해가는 이 트라우마같은 불안을 너무 쉽게 느끼는 뇌구조가 근이의 공격행위의 근간이며 대변문제를 쉽게 해결하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근이의 불안은 사랑과 칭찬의 제스츄어 접촉조차 적대시하는 스킨쉽 거부현상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동안 타인들에게 보여주었던 자신의 부정적 측면들 (공격성, 괴이한 손테러, 불안이 앞설 때 괴성지르기 등) 로 인한 사람들의 기피적이고 혼내는 반응에 위축되고 분노해온 감정도 이 녀석은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근이녀석 체험적으로 자신을 달가와하지 않는 사람들을 선별하고 대응하는 방식도 상당히 동물적 생존지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믿고 의지해도 되는지를 가름하는데 긴 세월을 두고 하는 녀석이며 자신의 방식을 버릴 녀석이 아닙니다.
그래서 근이맘은 더 힘들지 모릅니다. 저처럼 단호하고 정확하게 하지말아야 할 부분은 야멸차게 단속하고 정리해주면서 근이를 사랑해주고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켜주어야 하는데 그럴 힘이 없으면 근이녀석 자기 스트레스를 분명 엄마에게 떠넘기고 조정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근이같은 기질은 긍정적 측면을 잘 살려서 다듬어주지 못하면 무한정 딸려가야 하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강한 생존력과 자기주장의 확고함, 근성 등 타고난 기질은 좋은게 많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좋은 기질이 타인을 힘들게 하는 행동요소가 되는 것 또한 순식간이라 이런 균형을 잡아주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있습니다.
어제 아침에도 새로온 멜보이를 위해 아침산책 나선 길, 당연히 근이녀석 바로 따라붙죠. 근이녀석 머리 속은 트럭타는것! 그저께 아침산책은 트럭타고 한바탕 돌다왔으니까요. 이걸 고수하고싶으니 풀뜯어 입에 넣기, 뱉으라고 하니 뱉기는 하되 주저앉아 뗏장부리기 등등 자기 주관대로 일을 끌고가고 싶어하는 근성은 정말 타고났습니다. 제발 이 근성을 좋은 방향으로 살리기를 바래보게 됩니다.
근이가 스스로 수저질하고 컵 내동댕이 치지않고 잘 마실 수 있도록 집중적인 손가락 손목 연습 꼭 필요합니다. 이 부분 단시일내 그 어떤 것도 제치고 우선되어야 합니다. 매일 한다해도 6개월에서 1년은 족히 필요한 작업이라서 이 싯점에서 반드시 최우선적으로 (대변보다도 우선) 배정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대변은 극단적인 경우 기저귀라도 해결을 도와주지만 손테러는 타인에게 큰 피해를 주는 수준까지 와있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두번째 근이의 시급과제는 코아근육의 단련입니다. 코아근육은 두 다리로 지탱하고 안정적으로 걷고 사지를 제대로 쓸 수 있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근이는 코아근육의 부실함으로 인해 걷고 뛰고 사지를 제대로 가동하는 구조가 경미한 뇌병변증세와 거의 같을 정도입니다.
코아근육의 부실함으로 인해서 몸의 자세가 많이 무너져있고 사람동작보다는 동물적 동작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근이는 실행증에서 유발된 발달장애이기에 코어근육만 많이 올려주어도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나은 전정감각 기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바닥이 불안정해도 일반 아이들은 서서 동작을 맞추어가지만 근이는 네발기기와 같은 동작으로 수행합니다. 코아근육이 많이 미성숙되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단계에서 저는 근이에게 제스츄어 언어를 꼭 가르쳤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말은 안 통해도 근이녀석 언어의 의미나 느낌은 충분히 아는 녀석입니다. 눈빛교환이나 눈빛언어도 가능합니다. 근데 바디랭귀지는 촉각방어 기전과 스킨쉽의 거부로 인해 아무리 좋은 의미의 몸짓표현도 근이에게는 공격행위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아서 많이 안타까왔습니다. 제스츄어언어의 대명사인 포인팅, 사랑표현 허그, 필요할 때 안아주기, 사랑한다는 머리 위 하트 등 간단한 것만 가르쳐도 근이와의 관계는 훨씬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것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 많은 것들은 차츰 풀어가기로 하고 우선 제가 제시한 것들 위주로 계속 연속해서 해나가면 근이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첫댓글 당연히 보충제를 하겠지만, 충분히 여러가지를 공급해서 몸의 건강을 돕는다면~~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처럼 물을 좋아하게 됐는데, 바다를 떠나게 되어 아쉽네요. 8월 중순이면 여름도 끝무렵이니 실내에서의 물놀이로 ~~
아, 근이의 이식증과 낚아채기 등이 순조롭게 고쳐지기를 간절히 바라게 됩니다. 맘께서 얼마나 고생하실까요. 잘 버티시라 응원합니다.🙏🍒
* 대표님,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