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3690]圃隱先生詩-大倉九月[태창구월]
포은집 제1권시(詩)에 光陰如過隙(광음여과극)으로
동문선 제5권 (五言古詩)에는 光景如過隙(광경여과극)으로
나오는데 동문선의 양주동선생도 광음이 틈을 지나는 것 같으니
라고 역주하신 바 光陰如過隙(광음여과극)이 맞는것으로 본다.
大倉 大=큰 대, 클 태.
圃隱 鄭夢周
幽人夜不寐(유인야불매)。秋氣颯以凉(추기삽이량)。
曉來眄庭樹(효래면정수)。枝葉半已黃(지엽반이황)。
白雲從東來(백운종동래)。悠然思故鄕(유연사고향)。
故鄕萬餘里(고향만여리)。思歸不可得(사귀불가득)。
手把古人書(수파고인서)。憂來聊自讀(우래료자독)。
憂來縈中膓(우래영중장)。廢書長嘆息(폐서장탄식)。
人生百歲內(인생백세내)。光陰如過隙(광음여과극)。
胡爲不自安(호위부자안)。而作遠遊客(이작원유객)。
大倉(대창): 서해도(西海道)의 세미(稅米)를 운반,
저장하였다가 서경관(西京官)의 녹봉을 지급한 창고.
鄭夢周(정몽주): 1337 ~ 1392. 고려 말기 문신 겸 학자.
의창을 세워 빈민을 구제하고 유학을 보급하였으며, 성리학에 밝았다.
幽人(유인): 속세(俗世)를 피해 조용히 사는 이.
秋氣(추기): 가을의 기운. 颯(바람소리 삽): 어느덧.
眄(곁눈질할 면): 바라보다. 從(좇을 종): ~부터.
悠(멀 유): 멀다. 아득하다. 然(그럴 연).
萬餘里(만여리): 시인의 고향 경북 영천에서 개경까지
만 리가 되지 않으니 아주 멀다. 로 읽는다.
古人(고인): 옛날 사람.
聊(애오라지 료): 애오라지(부족하나마 그대로).
縈(얽힐 영): 두르다, 둘러싸다.
廢(버릴 폐): 버리다.
嘆息(탄식): 한탄(恨歎ㆍ恨嘆)하여 한숨을 쉼. 또는 그 한숨.
光陰(광음): 시간이나 세월을 이르는 말.
過隙(과극): 지나는 것을 문틈으로 보다. 작은 시간.
自安(자안): 스스로 안락함을 얻다.
遊客(유객): 유람(遊覽)하는 사람.
감상
大倉이 글의 내용에 설명되지 않는다. 왜 시의 제목을 대창으로 했을까?
대창은 본래 관료에게 지급할 녹봉을 저장하는 곳이다.
설마 시인이 녹봉 때문에 고향에서 개경으로 왔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시인의 생애에서 가장 빛나는 업적이
의창을 설치하여 빈민을 구제한 것이다.
혹 그 업적을 은근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제목을 대창으로 했을까?
라고 생각해 본다. 첫 단어가 幽人인데,
시인은 유인으로 지낸 적이 없다.
秋氣颯以凉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유인으로 표현했겠지!
憂라는 말이 나오는데 시인은 무엇을 걱정했을까?
혹시 이성계의 위망(威望)이 날로 높아지자,
그를 추대하려는 음모가 있음을 알고 그것을 걱정했을까?
깊어 가는 가을밤 걱정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시인은
서늘한 바람에 고향 생각하고, 고향에서 편안히 지낼 것을,
왜 멀리 객지에 떠나와 고향이 그리워 한탄하는가?
라는 마음을 표현했다.
幽人夜不寐(유인야불매)。秋氣颯以凉(추기삽이량)。
秋氣가 颯느덧 以凉하여, 幽人이 夜에 不寐하다가,
가을 바람이 어느덧 서늘하여, 외로운 이 밤에 잠들지 못하다가,
曉來眄庭樹(효래면정수)。枝葉半已黃(지엽반이황)。
曉來하여 庭樹를 眄하니, 枝葉이 半이나 已미 黃렇네.
새벽에 뜰의 나무를 바라보니. 그 가지와 잎이 반이나 누렇구나!
白雲從東來(백운종동래)。悠然思故鄕(유연사고향)。
白雲이 東으로 從하여 來하니, 悠然한 故鄕을 思하네.
힌구를 동에서 떠오니, 아득히 먼 고향을 생각하네.
故鄕萬餘里(고향만여리)。思歸不可得(사귀불가득)。
故鄕은 萬餘里라서, 歸를 思하나 得이 不可하네.
고향이 아주 멀어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구나!
手把古人書(수파고인서)。憂來聊自讀(우래료자독)。
手에 古人의 書를 把하고, 憂가 來하면 聊대로 自讀하다가,
손에 옛사람 책을 들고, 걱정이 찾아오면 그것만 읽다가,
憂來縈中膓(우래영중장)。廢書長嘆息(폐서장탄식)。
憂來가 中膓에 縈하면, 書를 廢하고 長게 嘆息탄식하네.
그 걱정이 가슴에 맺히면, 책을 놓고 길게 탄식하네.
人生百歲內(인생백세내)。光陰如過隙(광음여과극)。
人生은 百歲의 內이라서, 光陰이 過隙과 如한데,
내 삶이 백 년도 못되어,
그 모습이 망아지가 문틈을 지나듯 빠른데,
胡爲不自安(호위부자안)。而作遠遊客(이작원유객)。
胡를 爲위해 自安하지 不하고, 遠리 遊客을 而作했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고향에서 편안히 지내지 못하고,
멀리 떠나와 나그네 되었는가?
[출처] 大倉 鄭夢周|작성자 깨몽
원문=포은집 제1권시(詩)
圃隱先生文集卷之一 [詩]
大倉九月
幽人夜不寐。秋氣颯以涼。曉來眄庭樹。枝葉半已黃。
白雲從東來。悠然思故鄕。故鄕萬餘里。思歸不可得。
手把故人書。悶悶聊自讀。憂來縈中腸。廢書長嘆息。
人生百歲內。光陰如過隙。胡爲不自安。而作遠游客。
태창의 9월〔大倉九月〕
유인은 한밤에 잠 못 이루는데 / 幽人夜不寐
가을 기운은 삽연하고 서늘하네 / 秋氣颯以涼
새벽 되어 뜰의 나무 바라보니 / 曉來眄庭樹
가지 잎이 반이 벌써 노래졌네 / 枝葉半已黃
흰 구름이 동쪽에서 날아오니 / 白雲從東來
아득히 고향 생각 일어나도다 / 悠然思故鄕
고향은 저 멀리 만여 리 밖이니 / 故鄕萬餘里
돌아가려 해도 돌아갈 수 없네 / 思歸不可得
친구가 보낸 편지 손에 들고서 / 手把故人書
번민하며 애오라지 읽어 본다네 / 悶悶聊自讀
근심이 몰려와 몸속을 휘감으니 / 憂來縈中腸
편지를 덮고서 길이 탄식하노라 / 廢書長嘆息
사람의 한평생은 백 년 안인지라 / 人生百歲內
그 세월 틈을 지나듯 빠르거늘 / 光陰如過隙
어찌 스스로 편안히 있지 않고 / 胡爲不自安
멀리 유람하는 나그네 되었던가 / 而作遠游客
[주-D001] 흰 구름 : 부모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말이다.
당(唐)나라 적인걸(狄仁傑)이 하양(河陽)에 어버이를 남겨 두고
병주(幷州)로 벼슬살이를 나갔다가 태항산(太行山)에 올라
흰 구름이 외롭게 나는 것을 보고, 좌우의 사람들에게
“나의 어버이가 저 아래 계신다.”라고 하고는 서글피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구름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자 그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新唐書 卷115 狄仁傑列傳》
[주-D002] 사람의 …… 빠르거늘 :
장자(莊子)가 말하기를 “사람이 천지간에 살아가는 것은
마치 흰 망아지가 틈을 지나가는 것과 같다.
[人生天地之間, 若白駒過隙.]”라고 하였다. 《莊子 知北遊》
ⓒ 한국고전번역원 | 박대현 (역) | 2018
이하 원문=동문선
동문선 제5권 / 오언고시(五言古詩)
東文選卷之五 / 五言古詩
大倉[鄭夢周]
幽人夜不寐。秋氣颯以凉。曉來眄庭樹。枝葉半已黃。
白雲從東來。悠然思故鄕。故鄕萬餘里。思歸不可得。
手把古人書。憂來聊自讀。憂來縈中膓。廢書長嘆息。
人生百歲內。光景如過隙。胡爲不自安。而作遠遊客。
대창(大倉) -정몽주(鄭夢周)
유인이 밤에 자지 못하니 / 幽人夜不寐
가을 기운은 우수수 서늘하도다 / 秋氣颯以涼
새벽에 뜰나무를 내다보니 / 曉來眄庭樹
가지와 잎이 벌써 반은 누르렀구나 / 枝葉半已黃
흰 구름이 동쪽으로부터 나오니 / 白雲從東來
아득한 고향을 생각하노라 / 悠然思故鄕
고향이 만여 리나 되니 / 故鄕萬餘里
돌아갈 것을 생각하나 돌아갈 수 없구나 / 思歸不可得
손에 고인의 글을 잡고서 / 手把古人書
근심이 오면 애오라지 그것이나 읽는다 / 憂來聊自讀
근심이 와서 창자에 얽히매 / 憂來縈中腸
책을 덮고 길이 탄식하노니 / 廢書長嘆息
인생은 백 년 동안 / 人生百歲內
광음이 틈을 지나는 것 같으니 / 光景如過隙
어찌하여 스스로 편안하지 못하고 / 胡爲不自安
멀리 노는 길손이 되었는가 / 而作遠遊客
ⓒ 한국고전번역원 | 양주동 (역) | 1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