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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후기 안 써요, 안 쓴다고요……”
4, 5, 6, 7, 8월 호스텔링의 모든 후기를 쓰지 않은 나였다. 처음부터 그럴 작정은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호스텔링은 전참이나 후기는 한번도 작성하지 않은 놀라운 신입생 컨셉을 지키고 싶어졌……지만,
“후기를 쓰면 밥을 사주지!”
그러나 이번만은, 추석 용돈을 하나도 받지 못한 채 거지가 되어 결국 창현 선배의 밥약이라는 미끼를 물어버렸다.
이런 젠장. 글을 안쓴지 어연 백만년은 되는거 같은데, 대체 뭐라고 쓴담.
기행문은 내 재주도 아니었다, 그리고.
마음이 착잡해져 밖을 나와 잠시 산책을 했다.
‘한가위 무렵이라 그런가. 달도 보름달이고, 크고 예쁘네.’
보름달…
한동안 보름달에 대한 글이 페북에 나돌아 다닌 적이 있었다.
일본 소설가가 당신을 좋아해요, 라는 표현을 번역할 때 수줍어져서 오늘은 달이 참 밝네요, 라고 바꾸었다고.
아, 그러고 보니 9월 호스텔링에는…
그때에는 내게 보름달을 생각나게 하는 그사람과 함께 있었구나.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허구인것을 명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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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호스텔링의 첫 만남, 수원역에서 모이기로 했지만, 전날 신촌에서 새벽같이 일일호프에서 놀다온 나는 그만 깜박 졸아 살짝 늦고 말았다. 다행히 꼴지는 아니었지만.
“오 영현이 왔어?”
“안녕하세요~어, 남훈이 오빠.”
남훈이 오빠다. 방학동안 동방에서 잠깐 잠깐 보고 처음보는 건가?
갑자기 피곤함이 싹 내려가고 9월의 호스텔링이 정말 기대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이러지…설마, 나 아직도 저 오빠를 …… 설마.’
오랫동안 못 봐 반가운 마음에서 였을 거라 애써 믿으며, 우리는 기차를 타고 홍성으로 출발했다.
운명의 장난일까? 기차 안에서도 우연히 남훈이 오빠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살짝 설레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무렇지 않은 듯 표정관리 하면서 오빠의 옆에 살짝 앉았다.
기차 가는 동안은 참 지루하고 심심했다. 내가 좋아하는 스노우 어플로 사진을 찍으려 해도 같이찍어줄 사람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 대부분 기차 안에서 핸드폰으로 세븐나이츠를 하고 있어서 사진 찍자고 들이밀기도 살짝 미안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평소에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지우 오빠가 나랑 같이 몇번 찍어줘서 잠시 심심함을 달랠 수 있었다. 고양이와 쥐, 돼지모양 여러 개를 골라 찍어보다가 얼굴 바꾸는 걸로 살짝 찍었는데, 이럴수가. 사진이 생각보다 너무 자연스럽고 잘 나왔었다. 지우 오빠 얼굴 속의 나는 정말 연예인을 닮은 듯한-는 창현 선배 왈- 미소년이었다.
사진을 갖고 몇 번 자랑하다 보니 남훈이 오빠도 살짝 관심 아닌 관심을 가져다 주기 시작했다. 순간 나는 오빠와 나의 사진도 갖고 싶어 마음에 드는 걸로 몇 개 찰칵, 찍어댔다.
“야. 저 고양이 같은 거 지워줘.”
“네? 아… 마음에 안드세요?”
“응? 음..응.”
내 마음에 쏙 드는 걸로, 단 둘이서 찍은걸 몇 개 겨우 찍었는데 지우라니! 나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잘나왔는데.., 저 그냥 개인소장 할게요. 하하..”
대충 얼버무리며 스노우의 저장버튼을 살짝 눌렀다.
사진을 몇장 같이 찍는다고 혹시 내가 오빠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걱정되었던 나는 몇몇 할일 없어 보이는 사람들과 함께 내 앨범을 채워나갔다.
그런 나를 보며 남훈이 오빠가 중얼거렸다.
“이번 호스텔링 목표는, 너 인생샷 찍어주기다.”
“네? 저요?”
순간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저 대답하는 세 글자에 나는 얼마나 소녀 같아 보였을지 살짝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오빠의 앨범에도 내사진이 있다니..! 오빠가 날 찍어준다니…
그런 의미는 아니었겠지만, 나에겐 호스텔링 내내 나를 신경쓰고 있겠다는 소리로도 들렸다.
‘아… 저 한문장이 이만큼 나를 들뜨게 하는걸 보면, 나는 진짜 오빠를…. 하지만 나는 남자친구가 있는데.’
그뒤로 기차에서의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어쩌다 보니 시간이 다 되어 내렸고, 버스를 탔고, 펜션에 도착하고 짐을 풀고. 아, 조를 발표했는데 또 남훈이 오빠랑 걸렸었구나. 내가 분명 회장님한테 남훈이 오빠만 빼놓고 39기로 채워달라 졸랐었는데… 왜 하필이면..
‘나는 내 감정을 숨기는 게 힘들단 말이야. 이러다 오빠가 정말 좋아지면 어떡하지. 아. 아니야. 아닐거야.’
어쩌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윤봉길 생가로 출발했다. 버스정류장까지 걷는 길은 평화롭고 날씨도 화창했다. 님과 함께를 부르던 작사가는 이런 느낌이었을까?
승민이와 나란히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앞서가던 남훈이 오빠를 창현이 오빠가 나에게 붙잡으며 영현이한테도 해보라는 듯한 말을 했다. 무슨 일이지..? 내가 뭐 잘못했나..?
“아 안돼요. 신고 먹어요.”
하던 오빠는 그 옆에 승민이를 데려가
“승민아. 이 땅도 내땅이고, 저땅도 내땅인데,”
그리고 승민이의 가슴을 가리키며
“이땅은 내땅이 아니네?”
라고 그윽한 눈빛..으로 승민이를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 큰일날뻔했다. 남훈이오빠가 내 팔을 붙잡으며 승민이한테 했던 저 대사를 내게 했다면 정말 나는 신고를 했을지도 모른다. 혼인신고! 모두들 깔깔대며 웃었지만, 나는 제대로 웃질 못했다.
도착한 윤봉길의사의 생가는 제법 컸다. 선배들은 예의를 갖추어 절을 했고, …나는 또 남훈이오빠와 나란히 큰절을 드렸다. 감사하게 여겨야 하나요. 윤봉길 의사님.
나라를 위해 순국하신 분을 위해 경건한 절을 올리는 중인데, 나는 왜 이렇게 불순한 생각이 들까, 하는 자책감도 들었다.
그 뒤로 나의 인생샷을 찍어주기로 한 오빠에게 약속을 상기시키며 내 사진을 찍어달라고 졸라댔다. 귀신인체도 해보고, 도둑인 척도 해보며 여러 컨셉샷을 찍어댔다. 아, 오빠의 갤러리에도 내 사진이 한구석 차지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날 두근대게 했다. 다만 다시 생각해보니 생가 쪽에서는 예의를 지켜 있었어야 했는데, 나는 참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아무 생각이 없어지나 보다. 그런 나를 스스로 생각해도 안쓰러워 아려왔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남훈이 오빠는 다른 선배들과 얘기하며 걷다 갑자기 민석이 오빠를 목마 태워 천천히 거닐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본 내가 처음 한 생각은 와, 저 무거운 물체를 들다니 대단해! 였고 두번째로 든 생각은 나도.. 타보고 싶다. 였지만 감히 그 생각을 입밖으로 내뱉지는못했다.
목마를 타본 게 언제적 이었더라. 어렸을 적에, 일고 여덟살 적에 아빠가 놀이공원 가서 한번 태워줬었는데. 단순히 높은 곳에 올라서 바라보는 것과 달리 세상이 참 높고 넓고, 아슬아슬해 보였었는데. …그 감정 다시 느끼긴 좀 늦은 감이 없잖아 있었다. 오빠한테 그런걸 기대한다는 것도 실례고……
그렇게 나는 어린아이 같아진 내 마음 한구석을 달래면서 걸었다
숙소로 들어와 맛!있!는! 저녁을 차리고 으아아아아아 아직도 쓸게 반이나 남았어요 여러분!! 쓰기
싫어 죽겠다! 파업할까! 즐거이 먹었다. 다들 창현선배가 만든 알리오 올리오를 극찬하며 먹었지만 나는 그것도 잠시 남훈이 오빠가 만든 로제파스타 밖에
입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 먹을때도 이렇게 되나 싶을 정도로
나는 오빠를 참 좋아하나봐요. 하하.
저녁을 먹은걸 정리하고 뒹굴거리는 참에, 나는 남훈이 오빠에게 괜시리 말이라도 걸어볼 요량으로 오빠가 계속 하고 있던 세븐나이츠에 대해서 물어봤다.
“너도 할래?”
“그럴까요?”
“아, 근데 지금 내 멘티는 안된다. 민석이 멘티 해.”
“네..? 왜요..?”
“지금 나 멘티 다 찼거든ㅋㅋ”
이럴수가. 내가 한발 늦었다. 방학 중에 동방에서 오빠가 꾈 때 따라갔어야 했나. 나는 결국 민석이 오빠를 쫓아 게임을 깔고 설명을 들었지만 아쉽다는 생각에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죄송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민석이 오빠에게 게임을 지운다는 불행한 소식을 전하게 되었다.
아쉽지만, 원래 내 목적은 그게 아니었는걸.
스턴츠의 주제는 진실과 거짓이었다.
어쩌다 그런 막장으로 흘러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남훈이 오빠의 여자친구가 되었고, 승민이는 나의 오빠가 되어 남훈이 오빠가 승민이와 서로 사랑을 나누게 된다는 내용이 되었다. 끝에가서는 들통나게 되어 내가 남훈이 오빠의 뺨을 후려 치는 걸로 끝나지만. 결론이 그리 나도 좋았다. 잠시나마 남훈이 오빠의 여자친구의 역할을 해볼 수 있는 걸로 만족했다.
“오빠, 근데 처음 시작에 어떻게 할까요?”
“음? 난 잘 모르는데……”
“아, 그럼 그냥 제가 알아서 할게요ㅎㅎ”
스턴츠가 시작되고, 나는 남훈이 오빠를 꽉 안았다.
“오빠, 진짜 오랜만에 본다…”
“진짜 보고싶었어.”
“나 얼만큼 보고싶었어? 많이 보고 싶었어?”
전부다 내가 남자친구에게 하는 말들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나는 남훈이 오빠를 내 남자친구로 대했다. 여러분 저 죽을거
같아요 살려주세요 내 남자친구가
대전에서 나를 보러 올 때 했던, 카페에서 내가 장난스럽게 나 얼만큼 사랑해? 라고 물어봤을 때. 그 때처럼. 남자친구에게
미안해지기도 했다만 이건 그냥 스턴츠야. 연기야, 하고 나
자신에게 암시를 걸듯이 속삭였다.
이야기가 진행되고 나는 마지막으로 남훈이오빠의 뺨을 때리면서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연기로 마쳤다.
그리고 그 날, 나는 호스텔링 처음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사실 별 의미가 없는 상일지도 모르지만, 내 진심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어서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온게 아닐까?
나는 밤새 그 고민에 휩싸여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나는 정말, 아직도 남훈이 오빠를 좋아하는 걸까?
호스텔링중 버스를 타고 언젠가 선배들이 짖궃게 각자의 선배의 첫인상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남훈이 오빠를 두고 스스럼 없이 착한 사람, 이라고 했다. 오빠는 그리고 나에게 아직도 착한 사람이었다. 착해서, 내가 좋아하게 된……
‘오빠를 처음 봤을때가 아직 기억나요.
창현 선배가 밥을 사주신다고 나설 때 우연히 마주쳤었지. 그때 우릴 먼저 데려가서 잘 놀아준… 나중에 알고보니 39기 회장이라 놀랐다만. 그래도 친절하신 사실은 변하지 않아. 내가 오빠를 많이 좋아한다는 것도.’
으아아아앙 내가 뭐라는지 모르겠다ㅠ의식의 흐름기법 오예
‘하지만… 오빠도 나를 좋아할까. 그건 아니잖아.‘
그렇게 그냥, 남자친구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내 감정을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숨기기로 결정했다. 나만 괜찮으면 되니까. 나만 아무렇지 않으면……
그렇게 마음을 다잡던 나는, 다음날 리울리 구호를 외칠 때까지 남훈이 오빠를 피했다. 밥을 먹을 때도 괜시리 라면이 불었다며 다른 조로 가서 아침을 먹고, 기차에서도 떨어져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수원역에 도착한 뒤 사인지를 받아본 나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좋아하는 마음은 못 속이는구나!
거기엔 딱 그렇게만 적혀있었다.
“영현아. 이땅도 내땅 아니고 저땅도 내땅이 아닌데 이땅은 내땅이네?”
오빠가 장난으로 적은 그 말에도 나는 좋은지 속이 울렁거렸다. 사인지의 그 말은 오빠에 대한 나의 마음을 다시 확인 시켜주었다.
카톡! 오빠가 때마침 보낸 카톡은,
‘빙수 먹고 가.’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톡을 보냈다.
‘가입시다!’
3일뒤, 나는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전화를 했다. 무슨 일인지 직감이라도 한 듯 나의 전화를 피했지만, 결국 나는 카톡으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헤어지자는 말을 전했다. 우와
허구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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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후기로 이렇게나마 말을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사실 밥때문에 후기를 쓴다니, 말같지도 않는걸.
... 오늘 달이 참 예쁘네요, 오빠.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조리 허구인것을 명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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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런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헿♥ 밥사주떼여
쩐다
아니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짱짱이다 ㄹ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기.........님,,,
오빠 제가 사랑하는거 알죠ㅎㅎ헿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설쓰고있네
놀라운 글솜씨에게 축복을!
김남훈 화이팅!!!
남훈이 이녀석 이제 하산해도 좋다 허허
와 필력보소 ? 작품성 ★★★★★재미★★★★★
남훈아 부럽다 이자식
전설의 후기 소문 듣고 찾아왔습니다~
와ㅋㅋㅋㅋㅋㅋ진짜 잘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늦게 접하네요. 어째 굉장한 신입생들이 올해를 빛내 주었나 보네요
오 옥건 선배님..! 만나봬서 영광입니다
성지순례 왔습니다~ㅎㅎ
이 고전소설은 후에 46기 까지 전해져 내려옵니다~~
ㅋㅋㅋㅋㅋ워놐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