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 자리(位)가 없는 참사람(無位眞人)인가?
범부, 삼현십성, 조사, 부처 등 이런 위치가 일체 없는 참사람은 어떤 사람이냐는 것이다.
[대중1] 깨달은 사람입니다.
[스님] 그건 깨달은 사람이라는 위치가 있는 거다.
[대중2] 깨달았다는 말 조차도 개구즉착(開口卽着)이므로 말로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스님] 그건 지식과 이론으로 담아놓은 선에 매여 있는 것이지 실질적인 게 아니다.
그러니까 올바른 대답이
안 나오고 다른 융통도 없는거다.
[대중3] 집착없이 자유자재한 사람입니다.
[스님] 그것도 그런 위치를 세운 것이지.
[대중4] 하늘의 해는 항상 떠서 모든 만물을 비추고 있고, 땅은 평평하고 넓어 그 끝을 볼 수가 없음이로다. 이렇게 답했을 때는 어떠합니까?
[스님] 그것은 그와 같은 모양을 드러내서 세우는 위치를 가진 사람이 된다.
[대중5] 중생을 제도하는 위치의 사람입니다.
[스님] 그 사람은 중생을 제도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지. 오늘 내가 낚시를 드리우고 있는데 많이 걸리네. 또 말씀해 보세요.
[대중6] 구름처럼 항상 생주이멸(生住異滅)합니다.
[스님] 그대는 생주이멸의 위치에 있는 이네.
[대중7] 분별없는 불이(不二)로 모든 것이 하나임을 깨달았을 때 거기는 위치가 없습니다.
[스님] 그대는 공(空)의 위치에 있구만. 그런데 그런 위치가 없는 것을 물었는데?
[대중8] (두손으로 원상을 만들어서) 이것입니다.
[스님] 그러면 ‘이것입니다’ 하는 위치가 되잖아.
여기서 깨달아서 자기 인생을 뒤집어 엎어야 하는데, 지금 여러분이 육근육식의 중생의식을 가지고 하려고 하니까 해결이 안 된다.
의식을 가지고는 한계점이 있다. 지금 여러분이 이래저래 대답한다고 해서 되느냐? 하나도 안 맞는 거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여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는 위치가 또 있는 거고, 결국에 보면 전부 다 위치에 떨어진다.
“어떤 것이 자리(位) 없는 참사람입니까?” 물으니 어느 선사는 답하길
"면목이 없습니다." 하였다.
(학산대원대종사)
※ 무위진인(無位眞人) -임제록-
임제스님이 상당하여 말했다.
“붉은 살덩어리(육체)에 무위진인(無位眞人)이 있어,
항상 그대들의 얼굴로 드나드니, 아직 보지 못한 사람은 잘 살펴보고 살펴보아라.”
그때 한 스님이 나와 물었다.
“무엇이 무위진인(無位眞人)입니까?”
임제스님은 선상에서 내려와 그 스님의 멱살을 움켜잡고 말했다.
“말해라, 말해봐!”
그 스님이 무슨 말을 하려 머뭇거리자 임제스님은 그 스님을 탁 밀치며 말했다.
“무위진인이라니, 이 무슨 마른 똥막대기 같은 소리인가!”
하고는 곧바로 방장실로 돌아가 버렸다.
원문 : 학림사 오등선원 지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