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핸드백』
- 시인 구산 박정래(국문78) -
아내는 수제 퀠트 핸드백이다
그 안에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샤넬 같은
명품가방에 전혀 무관심한
한 땀 한 땀 아내의 손바느질이 들어있다
아내의 핸드백 속에
덩치만 커다란 내가 들어가 있다
콤팩트한 지분냄새 7그램,
섹시 레드브라운 루즈 하나,
작고 동그란 손거울, 푸른 손수건,
잘 접힌 휴대용 장바구니가 들어 있다
아내의 핸드백에는
퀠트 핸드백의 새끼 같은, 딸 같은,
손지갑이 하나 들어가 있다
작은 손지갑에는
가볍고 얄팍한 나의 한 달이 살고 있다
보너스 포인트가 찍힌 오래전 할인점 영수증,
꼬깃꼬깃한 전기세 주민세 재산세 적십자회비 영수증,
크고 작은 동전들이 들어 있다
그 안에 사파이어반지나 금목걸이, 적어도 5만 원권 지폐 몇 장 같은
내 마음이 숨어있다
나는 그저 아내의 퀠트 핸드백의 손잡이거나 호크단추이다
(詩想)
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수제 핸드백을 직접 만들어 들고 다니는
아내는 명품이다. 명품 아내에게 명품 핸드백 하나 못 사준 나는 평범한 가장이다.
아내의 핸드백 속에는 내가 행복했던 이유와 아이들이 모두 잘 자란 이유와
앞으로도 잘 살아야할 이유가 하나 가득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