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힘 싣는 정부…“스타트업 중심 생태계 구축해야”
[신년기획 : AI시대②] 전문가가 말하는 AI 교육·투자 성공법
지디넷코리아 원문 입력 2020.01.02
(지디넷코리아=선민규 기자)정부가 미래 성장 동력의 핵심으로 ‘인공지능(AI)’을 선택했다. 모든 산업에 적용돼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는 AI를 육성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그 첫걸음으로, 지난 달 범부처가 참여한 ‘AI 국가 전략’을 수립했다.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본 방향을 수립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생태계 구축 및 시장 확장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AI 생태계 구축의 주요 키워드로는 ‘교육’과 ‘스타트업’을 꼽았다. 구체적인 전략으로 정부는 AI 교육을 위해 ▲AI 대학 대학원 확대 ▲군 장병 공무원 대상 AI 소양 교육 ▲일반 국민 대상 온·오프라인 AI 필수교육 ▲초중등 AI 교육 확대(2022년부터 실행) 등을,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3천억원 규모의 AI 펀드 조성 ▲창업 플랫폼을 활용한 AI 스타트업 발굴?육성 등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업계 내부에서는 AI 관련 교육 및 투자 계획이 자칫 형식적으로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운영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미래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AI 생태계를 위한 전략이 한순간의 유행처럼 흘러가, 종국에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같은 우려를 해소하고 실효성을 담보하기 전문가들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디넷코리아 (사진=픽사베이)
■ AI 교육, ‘논리적 사고’에 집중해야
이수영 카이스트 AI연구소 소장은 국내 AI 교육의 핵심으로 ‘논리적 사고’를 제시했다. 어떻게 AI를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기술적인 교육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AI의 기반이 되는 논리적 사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이수영 소장은 현재 AI 교육이 파이썬과 같은 특정 컴퓨터 언어를 배우는 데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소장은 “컴퓨터 언어라는 것은 컴퓨터에 어떻게 말하는 지를 배우는 것인데, 컴퓨터 언어에만 집중된 교육이 이뤄지면 언어가 바뀔 때 응용이 어렵다”며 “논리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컴퓨터 언어를 배운다면, 언어가 바뀐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적용 방식이 동일하므로 쉽게 다른 컴퓨터 언어를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리적인 사고를 키우기 위해서는 초·중등 AI 교육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논리적인 사고가 수학을 통해 함양된다는 점을 고려, 수학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어린 나이일수록 특정 언어에 매몰되기보다 논리적인 사고를 강화해야 한다”라며 “논리적인 사로는 수학에서 나타나는데, 특히 AI의 기반이 되는 수학 개념인 행렬과 확률에 대한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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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ICT체험관 티움 모바일에서 아이들이 로봇을 활용한 ICT 교육을 받고있다. (사진=SK텔레콤)
이 소장은 AI 교육을 크게 4단계로 나눠 각 단계에 맞춤형 실행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4단계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AI 활용법을 알려주는 교육 ▲AI와 다른 기술을 합쳐 시너지를 내는 교육 ▲AI와 다른 기술을 융합해 특화된 모델을 개발하는 교육 ▲전문가 육성단계인 AI 코어를 개발하는 교육 등이다.
이 소장은 “AI 교육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하는 교육부터 자신의 전문분야와 AI를 결합해 사용하는 ‘AI+X’, 자신의 전문분야와 AI를 결합해 사용하는 AI+X, 전문가를 육성하는 단계로 나눠 진행돼야 한다”며 “과학기술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와 교육부가 협업해 단계별 맞춤형 교육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단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 AI 투자, 스타트업 보다 ‘스케일업’
정부는 AI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전략을 내놨다. AI 전문 스타트업의 발굴·육성을 지원하는 3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대해 업계 내부에서는 얼마를 투자하느냐보다 어디에 투자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AI 전문기업인 솔트룩스의 이경일 대표는 AI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스케일업’에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경일 대표는 현재 스타트업 시장에 대해 ‘투자 기회는 많지만. 역량 있는 스타트업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런 시장의 구도가 일부 스타트업에만 투자가 몰리는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경일 대표는 AI 생태계 확대를 위해 시작하는 기업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 아닌,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스케일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케일업은 매년 직원이나 매출을 30% 이상 늘리는 기업을 말한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을 늘리는 것보다 스케일업을 늘려서 고용 창출 및 시장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기업 육성 방안이 필요하다”며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펀드가 이미 시장에 많이 존재하는 만큼, 투자금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장 가능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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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AI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스타트업의 출구 전략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과 달리 국내는 스타트업의 M&A(인수합병) 시장이 전무한 만큼, 출구를 찾지 못한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AI 등 첨단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97%가 M&A 되고 3%가 IPO에 성공하지만. 우리나라는 M&A 시장이 부재하기 때문에 극소수의 스타트업을 제외하고 대다수 기업이 공중 분해된다”며 “정부가 국내 M&A가 정착할 수 있도록 시장을 만들어 준다면, 첨단기술이 발전하는 선순환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전한 M&A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채찍과 당근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는 좋은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등장하면 대기업이 기술을 복사해 똑같이 만든다”며 “스타트업의 기술을 복제하는 대기업에 징벌적 배상을 부과하는 채찍과 함께, M&A에 나서는 기업에 세제 혜택 등 이점을 주는 당근이 함께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민규 기자(sun1108@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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