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7일자 답글 서두에서 "질문이 모두 합하여 하루에 하나를 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답변을 달려면 몇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기에, 연거푸 질문이 올라오면 여러 면에서 힘에 부칩니다."라고 적은 적이 있는데, 오늘 하루에 두 가지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제가 다른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본 카페를 운영하기에, 진정성 있는 질문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셔서, 하루에 한 분이 한 가지 질문만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른 분의 질문이 올라와 있으면 다음 날 올리시면 됩니다.
질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추천하시는 재가자를 위한 참선/명상 배울수 있는곳들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제가 알아본건 안국선원, 참불선원 밖에 없더군요. 아울러 교수님께서는 경전공부 외에 어떤 수행을 실천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답변입니다. 두 가지 질문인데, 나누어 답하겠습니다.
1. 교수님께서 추천하시는 재가자를 위한 참선/명상 배울수 있는곳들이 있을까 궁금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서울도 그렇고 여러 곳에 시민선방이 있는 건 아는데, 어느 곳에서 누가 무엇을 지도하는지 전혀 모릅니다.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2. 교수님께서는 경전공부 외에 어떤 수행을 실천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경주 동국대 부임하기 전에는 20대 초반부터 거의 매일 하루에 30분 이상 좌선을 했습니다. 제 나름의 화두를 만들어서 간화선 흉내도 내 보았고, 거해 스님의 <깨달음의 길>을 읽은 후 위빠싸나 수행도 흉내를 내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 3월에 경주 동국대 교수로 부임한 후에는 좌복에 거의 앉지 못했습니다. 불교 연구 및 교육과 관련하여 논문 작성, 책 저술, 강의 준비 등 할 일들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명상기계인 '사띠-미터(Sati-Meter)'를 고안, 제작하고 2015년 경부터 거의 매일 새벽마다 20분-50분 정도 '사띠-미터'를 이용한 기계 명상을 했습니다. 스마트폰 메모장에 매번 과정과 결과를 기록하면서 5~6년 정도 지속했습니다. 그 목적은 사띠-미터 훈련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자가 실험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그 당시 스마트폰 메모장 화면 스크린샷 올리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리고 작년 12월 강의를 끝으로 정년퇴임하면서, 새벽에 일어나면 하루에 30분 정도 좌복에 앉습니다. 요새는 호흡할 때 콧구멍 속에서 일어나는 촉감에 집중하여 여실(如實)히 보려고 하는데, 앞으로 제 좌선 수행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경우 항상 염두에 두는 수행은, 좌선보다 계행(戒行)입니다. 어떤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하거나 생각이 떠오를 때, 십선계를 어기지 않기 위해 항상 노력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불자분들에게 가장 중요한 수행은 계행이라는 생각에서 호계주(護戒珠)라는 단주를 고안, 제작하여 보급하였습니다. 이번에 정년퇴임 특강을 하면서, 뜻을 같이 하는 여러 분들과 함께 호계주를 수백 개 제작하여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호계주 사진과 호계주 발원문, 계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리고 제 수행에 대해 물으셨기에 에피소드 하나 소개합니다. 경주 동국대 불교학부 강의 중에 만학도 한 분이, 하루에 몇 시간 정도 불교 공부하는지 물은 적이 있는데, 제가 다음과 같은 내용의 대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
"불교 공부는 하루 24시간 중에, 일부 시간을 내서 하는 게 아니라, 하루 종일 하는 겁니다. 하루 종일 불교 공부 하다가, 배고프면 잠깐 시간을 내서 밥 먹고, 저녁에 졸리면 잡니다. 책상에 앉아서 책을 보는 것만이 공부가 아닙니다. 삶과 죽음, 인생과 우주의 문제에 대해 항상 '곰곰이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게 불교 공부라고 할 수 있는데, 저의 경우 다른 할 일 없으면 하루 종일 이런 생각만 합니다. 고속버스를 타든, 걸어가든, 달리기 운동을 하든, 제게 떠오른 종교적, 철학적 의문이나, 불전을 읽다가 막힌 경문의 의미를 풀려고 노력합니다."
불자로서 살아가는 것은 '부처님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계정혜 삼학의 실천이 불교적 삶입니다. 음욕, 재물욕, 식욕, 권력욕 등의 탐욕이나 분노, 교만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계학), 나에게 닥친 현실적 문제건 인생과 우주, 삶과 죽음과 같은 종교적 철학적 문제건 이를 가장 슬기롭게 풀기 위해서 항상 곰곰이(정학) 생각하는(혜학) 삶이 불교적 삶입니다.
남을 흉내내지 않고, 일상의 문제든 종교적 의문이든 내 스스로 모든 것을 사유하고 판단하고 풀어내고 결정하면서 조고각하(照顧脚下)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부처님을 닮은 삶일 것 같습니다.
요컨대, 저의 경우 10선계를 준수하기 위해서 항상 노력하고, 요즘에는 거의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30분 정도 좌복에 앉아 있으며, 의식주를 적절히 해결하고 나면 '아직 풀지 못한 종교적, 철학적 의문'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아직 이해하지 못한 불전의 경문'을 이해하기 위해 생각하면서 생활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저의 경우 축구, 야구 같은 스포츠 경기 보는 것, 화투 치거나 바둑 두는 것, 드라마 보는 것 등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에 '나의 아저씨' 시리즈를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최종회가 끝난 후, 극작가와 제작진 모두에게 기립박수 쳐 주고 싶을 정도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이상 답변을 마칩니다.
첫댓글 교수님 혹시 호계주를 구입할 수 있을까요? 호계주를 늘 수지하면서 계행을 잘 지키며 살고싶습니다. 가족 모두 구입하고 싶은데 가능하실런지요..?
반갑습니다. 호계주를 <명보불교>라는 불교용품 판매업체에 주문하여 제작하고 있는데, <명보불교> 박순일 사장님께 방금 연락해 보니, 전화하면 구입 가능하답니다. 박 사장님 전화번호는 아래와 같습니다.
명보불교, 대표 박순일, 010-2510-6648
아울러 호계주 관련하여 불교신문에 기고했던 칼럼 링크 아래에 소개합니다.
https://cafe.daum.net/buddhology/Tk1q/7
호계주가 우리 불교계에 널리 보급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아는 스님들보다 더 스님처럼 사시는군요.
저도 부처님을 닮아보려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