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코린 15,12-20; 루카 8,1-3
+ 오소서, 성령님
비가 오네요? 이 비가, 뜨거워진 대지를 잘 식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제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어제에 이어 계속해서 주님의 부활에 대해 말합니다. 당시 코린토 교회에는 그리스도의 부활은 믿지만, 그리스도인의 부활은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예수님만 부활하셨고 우리는 부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들의 주장이, 그리스도교의 근간을 뒤흔드는 잘못된 믿음이라고 꾸짖으며, 죽은 이들의 부활이 없다는 주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여섯 가지로 이야기합니다.
첫째, “죽은 이들의 부활이 없다면 그리스도께서도 되살아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죽은 이들의 부활이 불가능하다면, 그리스도의 부활도 불가능합니다.
둘째,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사도들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셋째,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
사도들이 선포한 복음의 핵심은 “예수님께서 주님”이시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은 주님이 될 수 없습니다. ‘주님’, 즉 ‘주인’은 어떠한 대상을 소유하고 다스리는 존재입니다. 주인은 살아있어야만 주인입니다. 결국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것은 예수님께서 살아 계시다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미사 중에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라고 기도합니다. ‘예수님께서 살아계시다’, 즉 ‘부활하셨다’, 그리고 ‘다스리신다’, 즉 ‘주님이시다’, 이 두 가지가, 우리가 예수님께 드리고 있는 가장 중요한 신앙 고백입니다.
넷째, “죽은 이의 부활이 없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거짓 증인으로 드러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하시지도 않은 일을, 하느님께서 하셨다고 증언한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여러분의 믿음은 덧없고 여러분은 아직도 여러분이 지은 죄 안에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죄를 용서해 주기 위해 돌아가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용서의 확증이고 보증입니다.
여섯째, “그리스도 안에서 잠든 이들도 멸망하였을 것입니다.”
이상의 여섯 가지를 근거로 하여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결론을 내립니다. “우리가 현세만을 위하여 그리스도께 희망을 걸고 있다면, 우리는 모든 인간 가운데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일 것입니다.”
결국, 세상을 떠난 이들의 부활은 그리스도교의 여러 교리 중 하나가 아니라,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입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복음을 전하실 때 동행한 사람들의 이름을 전합니다. 열두 사도와 마리아 막달레나, 요안나, 수산나, 그리고 다른 여인들입니다. 이 여인들은 자신들의 재산으로 예수님의 일행에게 시중을 들었습니다.
이 여인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실 때 도망갔던 열두 제자들과는 달리, 예수님의 십자가 길에도 동행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직후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예수님의 모든 친지와 갈릴래아에서부터 그분을 함께 따라온 여자들은 멀찍이 서서 그 모든 일을 지켜보았다.”(루카 23,49)
또한 예수님이 무덤에 묻히실 때 따라갔던 사람들도 이 여인들입니다. 그리고 안식일 다음 날 향료를 가지고 무덤으로 간 것도 이 여인들이었으며, 천사들로부터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사도들에게 예수님의 부활 소식을 전한 것도 이분들입니다.
결국 이 여인들은 ‘빛이 신비’의 증인들이며, ‘고통의 신비’의 증인들이고, ‘영광의 신비’의 증인들입니다.
이분들은 묵묵히 예수님의 길에 끝까지 동행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삶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 줍니다. 이분들 중에는 일곱 마귀가 떨어져 나간 막달라 미라아도 있고, 헤로데의 집사의 아내도 있습니다. 과거가 어떠하든, 현재의 신분이 어떠하든 예수님의 길에 동행하는 데에 장해가 되지 않습니다.
오늘, 우리가 어디를 가든 예수님과 함께 간다면, 우리도 예수님의 길에 동행하게 될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언제 어디서나, 지금 여기에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프라 안젤리코, 그리스도의 부활과 빈무덤의 여인들, 1439-1443년
출처: File:Fra Angelico - Resurrection of Christ and Women at the Tomb (Cell 8) - WGA00542.jpg - Wikimedia Comm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