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證言) - [36] 강정자 (姜禎資) - 말씀따라 모든 사연 뒤로하고
4.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1 고등학교에 진학할 시기가 되자 아버지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해야 한다며 대구 경북여고를 가라고 하셨다. 아버지의 뜻을 따라 바로 밑의 동생인 강명자와 함께 대구로 유학을 갔다. 2 명자는 참 똑똑한 아이였다. 학창 시절 대구 사대 부속중학교를 1등으로 들어갔다가 1등으로 졸업하고 경북여고에 1등으로 진학하게 되자 지역신문에 프로필이 소개되었다.
3 대구 사대부 중고가 생긴 이래 가장 머리가 좋은 학생이라고 했다. 그래서 학교와 동문 그리고 문중의 기대가 참 컸다. 아버지는 우리가 의사나 판사가 되길 바라셨다. 4 나는 동생과 자취를 하며 생활했다. 집을 떠나자 교회도 아무런 제약 없이 다닐 수 있었다.
5 영어에 관심이 많아 미군부대 안에 있는 교회를 찾아가 성가대로 활동하며 영어를 배우기도 했다. 신앙과 학업 중 어느 하나 소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려고 했다. 6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여름이었다. 자취방은 밤 11시 이후가 되면 전기가 나가 촛불을 켜놓고 공부를 해야만 했는데 그날도 촛불을 켜놓고 공부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7 잠결에 누군가 큰소리로 “정자야!” 하고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깜짝 놀라 일어나 보니 방안에 연기가 자욱했다. 8 촛불을 켜 놓고 잔 것이 화근이었다. 초가 쓰러져 불이 모기장으로 옮겨붙어 천정으로 타올라 가고 있었다.
9 정신을 차리고 모기장을 당겨 발로 밟아 불을 껐다. 동생은 연기 속에서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연기가 자욱한 방 안에서 동생을 깨워 간신히 밖으로 나왔다. 10 연기가 걷히고 방에 들어가 살펴보니 주일학교에서 받은 성경 가장자리가 타들어가 있었다. 그것을 본 순간 나를 다급하게 부르던 음성이 바로 ‘하나님의 음성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