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숨
김남조
아직 목숨을 목숨이라 할 수 있는가
꼭 눈을 뽑힌 것처럼 불쌍한
산과 가축과 정든 장독까지
누구 가랑잎 아닌 사람이 없고
누구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없는
불붙은 서울에서
금방 오무려 연꽃처럼 죽어갈 지구를 붙잡고
살면서 배운 가장 욕심 없는
기도를 올렸습니다.
반만 년 유구한 세월에
가슴 틀어막고
매아미처럼 목태우다 태우다 끝내 헛되이 숨져간
이 모두 하늘이 낸 선천先天의 벌족罰族이더라도
돌멩이처럼 어느 산야에고 굴러
그래도 죽지만 않는
목숨이 갖고 싶었습니다.
- 시집 『목숨』(1953) 에서
1953년 발간된 시집 목숨의 표제작인 시 "목숨"
연도에서 알 수 있듯이
민족의 비극 동족상잔 6.25 한국전쟁을 몸소 겪은 시인의 처절한 감성이 너무나 생생합니다.
김남조시인
단아해 보이는 외모에서 이런 격정적 분출이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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