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재의 시즌과 함께한 일주일 보고서 (2) - ＜드디어 한국음식＞

[이은재]

8/4(토)

오늘의 요리: ‘신’라면
라면을 먹었다.

분명 배가 불러야 정상인데

아무리 먹고 또 먹어도 계속 들어갔다.
후루루루룩. 짭짭.

신라면은 ‘신’내림을 받은 음식임에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맛있을 수 없다.
라면 10봉지가 3분만에 순삭되는 현장에 나도 함께 서있었다.
정말 치열한 쟁탈전이었다.
면 한가닥을 사이에 두고 사방에서 젓가락 정병들이 서로 무섭게
밀치고 잡아당겼다.

역시 라면은 진리인 듯 하다.

(왼쪽부터) 서현이(15), 준경이(16), 미연이(16).
귀여운 시즌 동생들이다.
요즘 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8/5(일)

준우와 내 손의 칼 베인 상처.
우리 둘다 워커일을 하다가 칼에 베었다.
열심히 일한 자랑스런 흔적이라고 할 수 있다.(사실 칼질을 못한 탓이 더 크긴 하지만ㅋ)
비밀병기 아이들은 요즘 시즌 아이들에게 맛있고 따뜻한 밥을 만들어주기 위해
피땀 흘려 일하고 있다.

오늘의 요리: 떡볶이

그동안 떡볶이 맛과 비슷한 소스 요리들은 많이 먹었지만,
이렇게 진짜 “고추장”과 떡을 넣은 떡볶이는 3월 18일날 한국을 떠난
이래로 처음이었다. 나는 정말 정신없이 떡볶이를 먹었다.
역시 한국 고추장이 몸에 잘 맞아서인지, 소화가 잘 됐다. 그동안은 여행하며
토마토 소스와 고추로 고추장 소스를 대신해 왔었는데, 그 소스도 ‘만능 양념장’
이라고 불릴 만큼 맛이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나 고추장의 승리였다.
다른 것들은 대체할 수 없는 고추장 본현의 쌉쌀하면서도 강력한 맛이 있었다.

나는 떡볶이를 먹은 후, 밥에 떡볶이 소스와 김을 부셔 넣고 비벼서
자가 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다. 이것은 한국에서 떡볶이를 먹을 때면
필수적인 절차로 여겨졌던 것이다. 원래는 불에 한번 더 볶는 것이 정석인데,
그냥 이렇게 먹는 것도 맛있었다.
위가 터질 듯이 아플 정도로 밥을 많이 먹은 것은 여행 중 오늘이 처음이다.
과식한 것이 후회되기는 하지만 다시 식사시간으로 돌아가도 나는 똑같이 많이 먹었을 것이다.

8/6(월)

오늘의 요리: 계란말이와 멸치볶음, 깻잎.

그리고 고등어 조림.

여행하며 매끼 정말 최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게 맛있고
푸짐한 음식들을 먹었지만, 그래도 내 몸은 한국에서 먹던 밑반찬들을
그리워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반찬들이 어찌나 맛있던지.
나는 반찬을 먹다보니 밥을 순식간에 다 먹어버렸다. 반찬은 정말 ‘밥 도둑’이었다.
역시 나는 아무리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토종 한국인 인가 보다.
빵과 우유가 아무리 맛있다고 하지만, 밥과 빵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곧바로
밥에 달려들 것이다.

반찬을 만들어서 챙겨주신 부모님들께 감사하고, 이집트까지 반찬들을 잘 날라준 시즌 아이들에게 고맙다.
덕분에 시즌이 있는 한달간 살이 통통하게 쪄서 한국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8/7(화)

오늘의 요리: 갑오징어 덮밥
갑오징어 덮밥은 다합(에서 우리가 만들어 먹은) 음식 중 베스트 메뉴다.
다합에서 갑오징어 덮밥을 단일 메뉴로 식당을 열어도 아주 성공할 것 같다.
왜 이집트 사람들은 집앞 바다에 싱싱한 갑오징어를 두고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안해먹는 걸까?
솔직히 코샤리보다 갑오징어 덮밥이 훨씬 맛있는 것 같은데.
이 음식을 새로운 다합 명물로 만들라고 일러주고 싶다.

한 달 전부터 광야체험을 너무 해보고 싶었는데,
오늘에서야 비로소 사막 투어를 했다.

우리는 트럭을 타고 사막을 향해 달렸다. 사실 가는 길이 다 사막이었는데,
우리는 그 중 사람들이 관광을 하러 많이 가는 쪽으로 갔다.
위가 뻥 뚫린 트럭 뒷자리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바다와 사막을 보니
내 마음도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시원했다.
솔직이 좀 많이 덜컹덜컹거려서 무섭긴 했지만, 매우 쓰릴 넘쳤다.
애니메이션 ‘카’에 나오는 자동차 경주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 순간을 남기기 위해 떨어뜨릴 위기를 무릅쓰고 아이패드로 열심히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사막 사이에 있는 카페? 쉼터? 같은 곳이었다.
우리는 둥그렇게 둘러 앉아 차를 마시고 장기자랑을 했다.
이건 딱 내가 바랐던 바로 그런 것이었다. 편하게 앉아서 풍경을 만끽하는 것.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갈 때는 항상 멋진 풍경을 보면서도 곧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는데, 오늘은 아무런 걱정 없이 오직 사막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별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내 생에 이렇게 많은 별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깜깜한 하늘에 별들이 하얗게
이룬 은하수가, 마치 내 검은 옷에 남아있는 허연 빨래 비누 자국 같았다.
은하수를 왜 밀키 웨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중학교 과학 시간에 보이지도
않는 별자리들의 이름과 위치를 외우느라 고생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 앞글자를 따서 겨우 겨우 외웠던 별자리들이 내 머리 위에 있었다.
카시오페아니, 오리온이니. 직접보니 이제야 모든게 다 이해가 되는 듯했다.

이렇게 뻥 뚫린 하늘에 넓게 펼쳐진 별들을 사진 한장 안에 담아내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니 교과서 사진으로만 별들을 이해하는 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수많은 별들을 직접 본 사람으로서 다른 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별들은 교과서에 나온 그림만큼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훨씬 멋지고 아름답다는 것을.

한국에서 바라본 하늘과 이집트 사막에서 바라본 하늘은
정말 달랐다. 과연 같은 하늘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이 됐다.
요즘 한국에서 별을 보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도시의 반짝이는 불빛들도 참 예쁘지만 별들의 빛도 정말 예쁘다는 것을 알았다.

8/8(수)

44인분 고기를 손질하시는 대장님.

오늘의 요리: 한국에서 보내주신 반찬들과

갈비찜!

오늘은 이집트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을 했다.

나의 여행 마지막 공연이기도 했다.

나는 어쩌다가 써니쌤 바로 뒤에서 태극기를 드는 기수가 되었다.

다른 아이들이 실수를 하도 많이 해서 돌고 돌다가 내 차례가 된 것이었다.

나같이 키도 작고 팔 힘도 약한 애가 감히 태극기를 들어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그래도 아주 눈에 띄는 빛나는 자리라고 생각되었기에 일단 기수를 해보기로 했다.

연습없이 공연 때 나는 처음으로 태극기를 들었다.

두 손으로 태극기를 잡고 팔을 하늘로 뻗는데 어찌나 팔이 아프던지.

태극기를 들고 있는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훨씬 훨씬 더 힘든 일이었다. 

역시 나는 일찍이 기수 자리를 거절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이전에 기수를 했던 찬희쌤과 동군이에 대한 존경심이 치솟았다.

팔에 피도 안통하고, 저리고, 팔이 끊어질 것 같았다. 

게다가 내가 키가 작아서 태극기가 낮게 펄럭이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의 시야를 다 가리고 있는 듯 했다.

써니쌤께서 왠지 나를 보시며 얼굴을 찡그리시는 것 같았다.

써니쌤을 볼 때마다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자랑스런 우리 나라의 태극기를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들다니, 한국의 이름에 먹칠을 한 것 같아 죄책감이 들었다.

마지막 공연이라 정말 꼿꼿이 멋있게 태극기를 들고 싶었는데, 

나는 바람에 따라 펄럭이는 태극기를 따라 이리 휘청 저리 휘청댔다.

태극기를 들고 나니 팔과 어깨가 너무 아파서 북도 제대로 치지 못했다.

그동안 밤마다 정말 열심히 북연습을 했었는데,

오늘 공연은 정말 최악이었다.

오늘은 청원이(8/8)와 준형이(8/9)의 생일 파티를 했다.
44명의 축하 덕담을 듣느라 2시간 넘게 생일 파티가 계속 되었다.
비록 가족들과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은
청원이와 준형이에게 모두 행운이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초등학교 이후로는 내 생일도, 다른 누군가의 생일도 열심히 챙기지 않았었다.
그저 ‘축하한다’는 말이 전부였다.
하지만 하반하에서 이렇게 매번 크게 생일 파티를 열어 서로의 생일을 축하해주며
생일과 기념일을 잘 챙겨준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
우리가 그 사람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니 말이다.

집에 가면 친구들의 생일을 열심히 축하해주어야겠다.
특히 말로만 말고 선물을 꼭 챙겨주어야겠다.

8/9(목)

44인분 밥(made by 호준). 실제 냄비의 크기는 사진으로 보이기보다 훨씬 거대함.

오늘의 요리: 카레

감자튀김.

가장 그리웠던 한국 음식 중 하나인 카레를 먹었다.
역시 카레는 봉지 음식이라서 그런지
‘카레 여왕’에 담긴 카레 가루를 넣어서 끓이니
한국에서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이 그대로 났다.
그것은 엄마의 요리 솜씨가 아닌
‘카레 여왕’님의 감칠맛이었나 보다.
단호박까지 들어갔다면 정말 완벽했지만,
외국에서 카레를 먹은 것만으로도 내겐 축복이었다.

다합을 떠나기 전 마지막 쇼핑을 했다.

나는 드림케쳐(30LE)와 민소매 티셔츠(60LE)를 샀다.
역시 밤거리는 참 좋았다.
특히 사람이 많고 번쩍이는 것이.

한달간 머물렀던 다합도 이젠 떠난다.
나의 땀을 가장 많이 빼어간 다합의 작렬하는 태양을
아마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나는 다합에 머물며 (첫 일주일과 아팠던 날, 단체로 수영을 안한 날을 제외하고는) 매일 같이 아침 수영을 했다.
써니쌤께서 처음 다합에 도착했을 때 매일 아침 수영을 하면 나중에
사람들 앞에서 멋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셔서
주말에도 빠지지 않고 정말 열심히 수영을 했는데,
이렇게 진짜 이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와서 기쁘고 뿌듯하다.
‘선택’은 ‘필수’라고. 내게 ‘선택’의 상황이 주어졌을 때 망설이지 않고 나가면
그 기회를 잡는 것이라고 써니쌤께서 항상 말씀 하셨는데
그 말이 정말 맞았나 보다.
나는 ‘선택’이었던 수영을 ‘필수’적으로 매일 참여해서
뿌듯함과 체력을 모두 얻었으니 말이다.


8/10(금)

새벽 1시에 다합을 떠나 10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카이로로 향했다.
하반하에서 대형 버스로 이동이라니. 좋긴했지만 하반하 답지는 않았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몇 키로씩은 걸어야 ‘하반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이동은 너무 편했다.

오는 길에 수에즈 운하를 지났다.

수에즈 운하는 프랑스와 영국이 인도까지 가는 길을 단축시키기 위해 지중해와 홍해를 연결한 통로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고기를 저장할 때 사용할 향신료를 가져오기 위해 원래 아프리카 대륙을 거쳐 인도로 갔었는데,

이 수에즈 운하가 생긴 이후로는 훨씬 더 쉽게 인도에 도달할 수 있었다. 

게다가 영국은 이 운하를 통과하는 배들로부터 엄청난 양의 통행료를 거두어들였다.

수에즈 운하는 굉장히 중요한 거점이었다고 한다.

다합은 시나이 반도라는 작게 떨어진 땅에 덤으로 붙어 있는 곳이었다면, 

오늘 우리가 도착한 카이로는 진짜 아프리카 대륙 안에 있다.

우리가 카이로에 있는 동안 빅모 아저씨가 우리를 가이드 해준다고 한다.

빅모 아저씨는 그의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가이드를 해주시는데,

아내는 에이스고, 큰 딸은 잔나이고, 작은 딸은 자이다이다.

나는 내 또래인 듯 보이는 잔나와 친해지고 싶다.

잠깐 눈을 감았다 떴더니 숙소에 도착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오아시스 호텔.
여행 초반 부터 8기 아이들이 자랑해마지 않았던 호텔이라 기대를 했는데,
이곳은 정말 내 입에서 ‘우와-‘하는 탄성이 나올만큼 대단한 곳이었다.

이제껏 ‘호텔’이라는 이름을 가진 호텔 아닌 호텔들에 너무 많이 속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역시 그렇지 않을까 했는데, 이번에는 진짜였다.

정말 방 키를 꽂으면 불이 들어오고, 잘 다림질된 하얀 시트가 씌워진 푹신한 침대가 있고, 침대 옆에 은은한 주황빛의 램프가 있으며

화장실에는 샴푸, 바디, 샤워켑, 그리고 드라이기까지 있는
진짜 ‘호텔’이었다. 슬리퍼와 샤워 가운이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호화로웠다.

우리는 가방을 내려놓고 바로 아침을 먹었다. 호텔 ‘조식’을 말이다.
초코 크로와쌍, 파운드 케익, 와플. 보기만 해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는 음식들이었다.

나는 초코 시럽을 왕창 뿌려서 그동안 억제되어 왔던 단 음식에 대한 욕구를 풀었다.
나는 그동안 항상 달달한게 너무 먹고 싶었다.
초코 시럽이 뿌려진 와플을 한 입 베어 무니 온몸의 피로가 사르르 풀리는 듯 했다.

밥을 먹고 나니 배가 부르면서 잠이 솔솔 왔다.
잠을 안자려고 했지만 침대가 나를 끌어당기는 힘이 너무 강했다.
나는 그 크고 넓은 침대에 누워버렸다.
에어컨 바람으로 시원해진 이불이 몸을 감싸는 느낌이
어찌나 포근하고 좋던지.
나는 몇번이나 침대 위를 뒹굴뒹굴 굴렀다.
이어서 낮잠시간이 계속되었다.
써니쌤께서 주신 4시간의 휴식시간을 나는 풀로 낮잠을 자는데 사용했다.
정말 제대로 휴식했다고 할 수 있다.

잠에서 깨어났을때 나는 어리둥절했다.
내가 하반하에 있는 것이 맞나. 이렇게 편하게 낮잠을 자도 되는 건가.
아무래도 너무 불안해서 옆방 지원 형님께 찾아갔더니
형님도 방금 잠에서 깨어나서 나처럼 혼란에 빠진 상태셨다.
우리는 둘다 갑작스럽게 얻은 편안함이 너무 익숙치 않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었다.
그것은 거지가 갑자기 돈을 주워 부자가 되었을 때, 부를 어떻게 누려야 할지 갈피를 못잡는 것과 같았다.
우리는 마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사람들 마냥 어색하게 우리에게 주어진 호화와 여유를 마주했다.

그러나 사실 내가 더 걱정된 것은 이런 호화스러움에 익숙해져
언젠가는 이것을 너무 당연시 여기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익숙해서 감사한 줄 모르는 것 보다는,
너무 안익숙해서 모든 것이 감사하고, 약간은 어색하고 불안한 것이 나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하반하답지 않은 호텔과 요즘의 생활에 계속 어색하게, 수줍게 다가가기로 결정했다.



<디베이트: 남녀, 절대적으로 똑같이 대우 받아야 하는가, 차이에 따라 다르게 대우 받아야 하는가?>
시즌과 함께 한지 벌써 2주가 다 되어 갑니다. 요즘은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시즌과 함께 8월 23일에 귀국하는데요.
한국에 가서 보고 싶은 부모님을 만나고, 편한 집에 들어누울 생각을 하면
설레고 기쁘다가도, 비밀병기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것과 써니쌤께서 유토피아라고 말씀하시는 인도에 못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많이 아쉽습니다. 그래서 요즘에는 더
열심히, 후회없이, 최대한 즐겁게 하루 하루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 ‘남녀는 절대적으로 똑같이 대우 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서로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대우 받아야 하는가?’
정말 고민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양성평등’을 주장하긴 했으나 그것이
절대적으로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상대적으로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번도 고민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토론에서는 절대적인 평등을 주장하는 바인데요. 사실 입장을 택한
지금도 여전히 어떤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제가 절대적 평등을 주장하는
이유는 세가지입니다.

첫째, 남녀 모두 똑같은 인간입니다. 남녀를 절대적으로 평등한, 즉 같은 위치에 두어야
모든 사람들이 개개인의 능력과 조건에 맞게 대우 받을 수 있습니다. 남자는 평균적으로 힘이 쎄기 때문에 짐을 옳기는 일을 하고, 여자는 평균적으로 꼼꼼하기 때문에 공예를 한다면,
분명 그곳에서 예외인 경우가 존재할 것이고, 일부 사람들은 불평등을 겪을 것입니다.
남자, 여자 구분 없이 힘이 쎈 사람이 짐을 옮기고, 꼼꼼한 사람이 공예를 한다면 어떨까요?
모두에게 적용되지도 않는 ‘평균’에 대한 고정 관념 때문에 자신에게 맞지도 않는 일을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렇지만 남녀 사이 생물학적 차이는 어쩔 수 없는게 아니냐고요?
남자가 여자보다 골격이 크고 근육량이 더 많지 안냐고요?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 올림픽을 할때도 남녀로 나누어 경기를 하지 않고 근육량이나 신체 조건에 따라 나누어 경기를 하는 거에요. 여자 중에도 남자 선수 못지 않게 근육이 우람한 선수가 있을 수 있고, 남자 중에도 몸집이 외소한 선수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렇게 나눈다고 해도 여전히 남자가 신체적으로 더 우월한 쪽에, 여자가 더 열등한 쪽에 많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렇게 하면 그저 ‘남자여서’, ’여자여서’ 나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훨씬 더 공정하지 않을까요?
군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체조건에 따라 남녀 구분없이 군대에 가면 됩니다.

둘째, 남자는 이렇다, 여자는 이렇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우리 안에 내재된 고정 관념 때문입니다. 우리는 조선시대 때부터 유교 사상을 갖고 있었고, 우리의 문화와 풍습은 모두 이런 사상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편견을 당연한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죠. 남자는 힘을 쓰는 일을 잘한다, 운동을 잘한다,
여자는 세밀한 작업을 잘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주위를 돌아보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실제로 운동을 잘하는 여자들도 굉장히 많고, 꼼꼼한 남자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편견 때문에 그동안 남자는 힘쓰는 일을, 여자는 앉아서 하는 손작업 등을 주로 해왔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여자 축구, 운동이 생긴지는 아직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남자들이 공예나 간호사, 요리사를 한지도 얼마 안됐고요. 아직은 서로에게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분야이기에 능숙하지 않은 것이지 각 분야에서 자리를 잡다 보면 분명 여자와 남자에 상관없이 능력있는 사람이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셋째, 앞으로는 과학이 발달하면서 남자가 임신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트랜스젠더들도 많아질 거고요. 각자 특수한 케이스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생겨날 것입니다. 즉 남녀는 더이상 사람들을 나누는 기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다양한 사람들이 모두 인정받으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녀가 아니라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배려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남녀 사이 절대적 평등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렇게 세가지 이유로 남녀의 절대적 평등을 주장하는 바입니다.

소감: 정말 고민이 많이 됐다. 남녀 사이에 신체적인 차이나 성향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차이를 인정해버리면 왠지 ‘여자는 대부분 꼼꼼하기 때문에 앉아서 손으로 하는 일을 해야 하고, 남자는 주로 여자보다 힘이 쎄기 때문에 밖에서 힘쓰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 망설여졌다. 그래서 나는 그냥 홧김에 절대적 평등 편을 택했다.
편을 택하기 전까지는 머리가 하옜는데, 절대적 평등으로 정하고 나니 그쪽으로 마음을 굳히게 됐다. 남녀가 동일한 위치에 있어야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능력과 조건에 따라 평가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토론을 하면서 남녀가 절대적으로 평등해지면 여자에게 훨씬 더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자는 임신, 출산을 하고, (인정하기 싫지만) 남자보다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남녀가 함께 올림픽 경기를 한다면, 여자부에서는 1등을 할 수 있었던 선수가 그만큼 좋은 실적을 내기 어렵다. 또 여성의 임신, 출산 등을 배려하지 않고 그저 근로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직원을 뽑는다면, 분명 여성은 남성에 비해 취업하기가 힘들 것이다. 즉 절대적 평등이 이뤄지면 여성들은 사회에 자리잡기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내 주장이 매우 큰 위험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토론하면서 알게 됐다.
고정 관념 없이 모두를 평등하게 대우하되 서로의 차이를 배려할 수 있는 방법. 그런 방법이 필요하다. 절대적 상대적으로 딱 나누어 주장하기보다는 조금 더 많은 사람이 평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비밀병기 박준우맘]

은재양 한국으로 돌아와 올리는 글이라 느낌이 색다를것갔네요

[sochokim9285]

은재 보고서 읽느라 퇴근도 늦었네~~~ 그간 은재 보고서를 통해 하반하의 일상을 알 수 있어서 좋았구
밝고 긍정적이며 사려깊은 은재의 마음 씀씀이에 나의 마음도 순화되는 느낌이 들었어. 재미있고 유익한 보고서를 읽게 해준 은재에게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짝짝짝 !!!!!!!!! <준형맘>

[6기 세원,비밀병기 세훈맘]

은재의 보고서를 통해 궁금했지만 이 궁금증이 해결될거란 기대는 전혀 없던 것들이 종합 선물세트처럼 자동으로 해결이 됐네.
이런 은재의 선물을 더이상 받을수 없는것이 아쉽기만 하네요....

한국에서 떡볶이는 또 먹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