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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먹고 또 먹고,못먹을 것이 없네 25
보양식이란 무엇인가 (8)
권영
개고기를 끔찍해하는 사람이 왜 개고기에 대해 그리 상세히 쓰느냐고 어느 독 자가 물었습니다. 나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이야기를 하면서 싫다고, 끔찍하다고 건너 뛸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무엇보다 개고기는 아버지가 여름이면 즐기던 음식이었습니다. 아버지가 개고기를 먹은 것을 기막히게 알아채서 몸서리를 치는 딸을 위해,아버지는 그런 날은 나를 찾지도, 부르지도 않았습니 다. 그러면서 나를 몇 번이나 타일렀습니다. 훗날 어른이 되면, 다른 사람이 어떤 음식을 먹든지 절대로 싫은 기색을 보이거나 외면해서는 안된다구요. 음식은 오로지 개인의 기호일 뿐. 타인이 그것을 간섭하거나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며, 그런 음식을 먹을 자리가 생긴다면 그냥 가지 말라고 가르쳤습니 다.
아버지의 가르침을 나는 지켜 왔습니다.
유별나게 편식이 심한 나는, 싫은 음식이 나오면 김치와 밥만 먹고도 잘 웃고 떠듭니다. 절대 가지않는곳이 개고기를 하는 집이지요. 아버지 말대로 안가면 되니까요. 사설이 길었습니다. ㅎㅎㅎ 우리나라엔 삼백여년 전에, 동아시아에 서 유일하게 여성이 쓴 요리서가 있습 니다. 음식디미방이라고 하는데, 1670 년경 안동의 안동장씨 가문의 석계부인, 장계향이 75세에 쓴 요리책입니다. 순 한글로 쓴 이 요리책에 총 146가지의 음식이 나오는데 그중 어류, 고기류의 음식이 마흔 네 가지가 나옵니다. 정부인 장계향이 며느리와 딸들에게 주기 위해 직접 쓴, 이 요리책에 개고기 순대가 나옵니다.
우리는 보통 돼지고기 순대를 만들지만 안동의 떠르르한 양반가에서 개고기 순대를 즐겨 먹은 이 기록은 그 당시, 이 음식이 다른 육류와 마찬가지로 일상적 으로 쓰여졌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돼지고기 순대와 만드는 법은 비슷하지만 개피는 들어가지 않고 허파 간요리도 나옵니다. 개장꼬지 누르미라고 해서 오늘날의 꼬치요리와 비슷하게 만들어 먹었는데 요즘엔 상상이 되지않는 음식입니다. 오늘날의 개고기 음식은 그 만드는 과정이나 도살되는 과정이 너무나 불결하고 비합법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 동네에도 여름이면 개고기를 취급 하는 식당이 있었는데, 마당을 같이 쓰는 다른 가게의 여주인이 전해준 말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어떻게 옮겨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사실 오늘날 전세계에서 개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는 중국입니다.
매년 이천만마리 이상의 개들이 식용으로 도살되고 있고 동북 3성 지방에서는 개고기라면까지 있다고 하네요.
개고기로 어떻게 라면을 만드는지 모르겠지만 인구가 많은 만큼 참 별다른 음식도 만들어내는 나라입니다.
주역의 예기 곡례하편 월령편에 보면 ,
"천자가 개고기를 먹고 제사를 지냈다."
라는 기록이 있는 만큼 중국의 개고기 식육 역사는 길고도 깁니다.
중국 랴오닝성 진조우의 개고기 거리를 비롯해, 수 없이 많은 개고기 식당이 버젓이 영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세계의 동물애호가들은 한국의 개고기 상식을, 틈만 나면 비난하고 간섭하고 난리들이 아닙니다. 중국의 경우는 쏙 빼놓구요. 대체 이 무슨 개 같은 경우입니까? 약소국이어서 먹는 것도 타국의 잔소리를 들어가며 먹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살아있는 원숭이의 골을, 식구들이 둘러 앉아 파먹으며 장수를 축하하는 중국의 식습관은 요리로 인정하면서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대처 방법에 큰 문제가 있습니다. 어찌 그리 귀가 얇은지, 외국에서 비난하는 소리만 들으면 보신탕집부터 압박합니 다. 그러니 더욱 더 불법적이 되고 이상한 음식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이미 식용이 되고 식용이 되어 왔고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식재료를 가지고 편파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반려견을 키우면서 여름이면 개장국을 찾아다니는 지인을 저는 한 번도 비난한 적이 없습니다. 그것이 삶의 아이러니이니까요.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