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남지의 가을/김필로
궁남지*의 연꽃이
누렇게 말라죽었다
돌림병에 걸린 것처럼
수사기관에서 줄을 치고
범인을 색출하는 중이란다
바람이 죽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늪 속의 뿌리는 살아 있다고
하늘이 진실을 말한다
그래도 말라죽었다고 모두 한목소리로 곡한다
그러나
시의 연못은 말한다
꽃은 연밥을 남기고
이파리는 부석거려도
진흙 아래 뿌리가 거대한 알을 품고 있다고
궁남지의 연꽃은 살았다
궁남지의 가을은 살았다
마치 그곳을 조심스럽게 지나가는 늙은 가을처럼
*충처남도 부여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초의 조경이다.
1964년 사적 제 135호로 지정되었다.
첫댓글 궁남지 연잎이 죽었다고 줄을 치고 수사중!! 와~~ 대단한 발상. 알을 품고 살아있다고~ 연꽃이 연밥이 되었다고..
가을의 풍성함이 묻어납니다. 멋진 글입니다.
죽은줄만 알았던 연꽃이 살아나 조심스레 늙어가는 가을이라~
우리네도 곱게 농익어 가자구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노을님! 원덕님!
관심과 댓글 감동입니다.
범인은 결국 늙은 가을이었네
바람은 아직 죽지 않았다 하고
하늘은 틀림없이 죽었다 곡을 하니
시의 연못이 노래한다
비록 얼굴은 야위어 볼품 없으나
연못 아래엔
경천동지할 황금알을 품고 있나니
미성님
시의 착상이 놀랍고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