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1975) 가을 회룡리에 전기가 들어왔다.
전기가 들어오기 전에 마을엔 공동우물이 있어 물동이를 이고 오거나 물지게를 지고 와서 물을 긷어갔다.
우물가에서 보리쌀을 닦기도 하고 아낙네들이 시어머니 흉을 보고 수다를 떨 수 있는 곳으로 동네소문이
전파되는 매우 중요한 장소였다. 예쁜 각시들이 모이는 우물가에 앵두나무가 있거나 향나무가 우물을
지키는 수호목으로 자리를 지켰던 기억이 난다.
주로 식수를 얻는 곳이므로 동네에서는 샘이 마르지 않기를 바라는 치성도 들이며 합심하여 우물을 보호했다.
새마을운동여파로 생활개선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집안마당에 지하수를 파서 펌프를 설치하여 물 긷는
노동에서 해방되더니 수도꼭지만 틀면 부엌에서 물이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만퇴당초상화를 모시는 자은영당 앞에도 안골마을 사람들이 먹던 공동우물이 남아있다.
우리 문중은 이제는 쉽게 볼 수 없는 정감 있는 우물을 보유하고 있으니 또 하나는 보물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옛 정취를 살려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명소로 조성하고자 한다.
현대는 풍경을 파는 시대에 와있다.
옛 풍물이 그리운 사람이 많이 찾는 장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