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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러진 새끼손가락 / 필리파 피어스
어느 날 아침 주디는 새끼손가락이 이상해서 잠이 깼어요. 아픈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새끼손가락이 콕콕 쑤시면서 간질간질하지 않겠어요? 아무래도 뭔가 잘못된 것 같았어요. 새끼손가락을 쭉 펴 보아도 여전히 간질간질 콕콕, 다른 손가락들이랑 같이 오므려 보아도 여전히 간질간질 콕콕 쑤시지 뭐예요.
주디는 옷을 갈아입고 새끼손가락만 꼿꼿이 새우고는, 아침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어요.
주디는 식탁에 앉아서 엄마랑 아빠, 오빠랑 여동생에게 종알거렸어요.
"내 새끼손가락이 이상해."
그러자 데이빗 오빠가 냉큼 물었어요.
"새끼손가락한테 또 무슨 짓을 했는데?"
주디는 고개를 살랑살랑 저었어요.
"아무 짓도 안 했어.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그냥 새끼손가락이 이상한걸."
엄마는 별것 아니라는 듯 말했어요.
"내일은 괜찮아질 거야."
하지만 주디는 몹시 걱정스럽게 물었어요.
"그럼, 오늘은 어떻게 해요?"
하지만 엄마는 더 이상 주디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어요.
아빠가 얼른 다정하게 말했어요.
"음, 어디 보자. 손가락뼈가 부러진 건 아닐 테고, 그렇지? 자, 손가락을 구부려 보렴. 손짓을 하듯이, 이렇게 말이야. 구부러져?"
"네."
하고 대답하기가 무섭게 주디는 자기도 모르게 "아야앗!"하고 비명을 질렀답니다.
엄마는 그제야 다시 주디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걱정스럽게 물었죠.
"아프니?"
주디는 힘없이 말했어요.
"아니. 구부릴 때하나도 안 아팠어. 하지만 아주 이상했어. 새끼손가락이 잘못된 것 같았어. 기분 나빠."
그러자 데이빗 오빠가 타박을 주었어요.
"어휴, 네 새끼손가락 이야기는 지겹다, 지겨워."
엄마도 덩달아 말했어요.
"그래, 새끼손가락일랑 잊어버리고 어서 아침이나 먹으렴."
주디는 더 이상 새끼손가락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어요. 하지만 생각까지 안 할 수는 없었죠. 새끼손가락은 정말이지 이상했으니까요. 주디는 다시 한 번 새끼손가락을 구부려 보았어요. 그러다가 문득 새끼손가락이 저 혼자 구부리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달았지 뭐예요? 그래요. 새끼손가락은 너무너무 구부러지고 싶어서 콕콕 쑤시고 간질간질했던 거예요.
주디는 새끼손가락을 구부린 채 콘플레이크에 우유를 붓고, 오빠가 설탕을 다 쓰기를 기다렸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갑자기 데이빗 오빠가 화를 버럭 내며 소리쳤어요.
"야! 이리 안 내놔!"
엄마도 깜짝 놀라며 큰 소리로 물었어요.
"왜 그러니?"
"설탕을 타고 있는데, 주디가 바로 내 코앞에서 설탕을 채 가지 뭐예요!"
데이빗 오빠는 아직도 설탕이 묻은 숟가락을 그대로 들고 있었어요.
주디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어요.
"내가 안 그랬어!"
하지만 오빠는 막무가내였어요.
"네가 그랬잖아! 안 그랬으면, 어떻게 설탕이 너한테 가냐?"
주디는 끝까지 우겼어요.
"난 설탕에 대고 새끼손가락을 구부린 것밖에 없단 말야!"
하지만 데이빗 오빠는 코웃음을 쳤어요.
"흥, 거짓말!"
엄마가 엄하게 말했어요.
"당장 오빠한데 설탕을 돌려 줘라, 주디."
아빠만 아무 말도 없이 주디의 새끼손가락을 눈여겨보았어요.
그 때 여동생 데이지가 말했어요.
"설탕 그릇이 저절로 휙 지나갔어. 내가 똑똑히 봤단 말이야."
물론 데이지의 말에 귀담아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내 새끼손가락이....... ."
주디가 입을 열자마자, 엄마가 말을 가로막았어요.
"주디, 새끼손가락 얘기 좀 그만 해. 네 새끼손가락은 멀쩡하다니까."
그래서 주디는 새끼손가락 이야기는 입도 벙긋 못했어요. 여전히 새끼손가락이 간질간질, 콕콕 쑤시는 데도 말이죠.
아빠는 여느 때처럼 제일 먼저 집을 나섰어요. 아빠는 엄마에게 잘 있으라며 뽀뽀를 하고는, 데이지한테도 쪽 뽀뽀를 해 주었죠. 그리곤 데이빗 오빠에게 "오늘도 착하게 지내야지!" 하고 인사하고, 주디에게도 "얌전히게 지내라!" 하고 인사했어요. 그러더니 웬일인지 몸을 숙이고 주디한테도 뽀뽀를 해 주는 거예요. 정신없이 바쁜 아침에 말이에요. 아빠는 "구부리고 싶어하는 새끼손가락을 조심하렴!" 하고 귓속말을 했어요.
그리고 나서 아빠는 회사에 갔어요. 잠시 후, 주디와 데이빗 오빠도 학교에 갔고요.
새끼손가락은 여전히 이상했어요. 계속해서 콕콕 쑤시고 간질간질했어요.
주디는 교실에 앉아 담임 선생님이 큰 소리로 읽어 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교실을 빙 둘러보는데, 때마침 탐내던 지우개가 눈에 쏙 들어오지 않겠어요? 눈을 두리번거리는 귀여운 분홍빛 새끼 돼지와 똑같이 생긴 지우개였죠. 그 지우개 주인인 사이먼이라는 남자애는 주디랑 별로 친하지 않았어요. 설령 친하다고 해도 그렇게 예쁜 지우개라면 주기 싫을 거예요.
사실 주디는 얼마나 탐이 났던지 그 지우개한테서 눈도 뗄 수 없었어요. 그러데 갖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수록 새끼손가락이 참을 수 없이 콕콕 쑤시고 간질간질해지지 않겠어요? 새끼손가락은 손짓하는 것처럼 구부러지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예요.
결국, 주디는 새끼손가락을 구부리고 말았죠.
그러자 조그맣고 후 하고 입김을 부는 듯한 소리가나더니, 사이먼의 책상에서 뭔가가 휙 날아와 주디의 손 옆에 톡 떨어지는 게 아니겠어요?
선생님은 책을 읽다 말고 큰 소리로 야단을 쳤어요.
"사이먼, 지금 뭐 하는 거야? 수업 시간에 지우개를 던지다니! 교실에서 지우개 던지면 못써!"
사이먼은 억울해하며 말했어요.
"제가 던진 거 아니에요!'
선생님은 주디의 책상에 와서 지우개를 집어들고 다그쳤어요.
"그럼, 어째서 네 지우개가 여기 와 있지?"
선생님이 지우개를 뒤집자, 뒤편에 사이먼 스미스라고 씌어 있었어요.
사이먼은 아무 말도 못했어요. 물론 주디도 입을 꼭 다물고 있었죠.
선생님이 말했어요.
"교실에서는 절대로 지우개를 던지면 안 돼. 이 지우개는 오전 수업이 끝날 때까지 선생님 책상에 두겠다."
하지만 지우개는 선생님의 책상에 있지 않았어요. 아무렴, 그렇고말고요! 주디는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새끼손가락을 살짝 구부렸어요. 마침내 지우개는 공중으로 휙 날아와 주디의 책상 위에 톡! 떨어졌어요. 주디는 얼른 호주머니에 지우개를 집어넣었죠.
오전 수업이 끝날 무렵, 사이먼은 지우개를 받으려고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하지만 지구개가 있을 턱이 없었죠. 사이먼이 선생님 책상 주위를 샅샅이 살펴보고, 선생님도 열심히 찾았지만, 지우개는 온데간데없었어요. 결국 포터 선생님은 짜증이 나서 화를 냈고, 사이먼은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죠. 지우개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거예요.
물론 주디는 알고 있었죠. 지우개가 어디 있는지 말예요.
이제 주디는 자기 새끼손가락이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 알았어요. 무엇 때문에 그렇게 콕콕 쑤시고 간질간질했는지도 알았고요. 하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비밀이에요. 남들이 알게 되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사이먼의 분홍색 돼지 지우개는 물론이고, 새끼손가락만 까닥거리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몽땅 돌려주어야 할 테니까요.
그래서 주디는 아주아주 조심했답니다. 점심 시간에는 맛있는 과자 하나를 더 먹고 싶어서, 아무도 안 볼 때 과자한테 새끼손가락을 살짝 구부렸어요. 그리고 과자가 휙 날아오자 맛있게 먹었죠. 자연 시간에는 진열대 위에 놓여 있는 조개껍질 중에서 가장 예쁜 것을 골라 새끼손가락을 살짝 구부렸어요. 한참 뒤에는 어떤 여학생의 머리끈을 향해 새끼손가락을 싸악 구부려 사르르 풀었고요. 2색 색연필에 대고 새끼손가락을 구부리기도 했지요.
덕분에 수업이 끝날 무렵 주디의 주머니에는 분홍색 돼지 지우개뿐만 아니라 온갖 물건들이 가득했답니다. 모두가 구부린 새끼손가락이 가져다 준 것들이었죠.
그럼, 주디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몸 한가운데에 있는 뱃속은 달착지근한 과자를 너무 많이 먹어서 몹시 거북했어요. 또 머리 꼭대기에는 붕붕 떠다니는 듯한 흥분이 사이다 거품처럼 부르르르 끓어올라 어찔어찔했고요.
머리와 배 사이에 있는 어딘가는 왠지 꺼림칙했어요. 주디는 호주머니에 숨긴 물건들을 생각하면서 뿌듯해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그것들을 생각조차 하기 싫지 뭐예요? 사이먼이 분홍색 돼지 지우개 때문에 울고 있다는 건 더욱더 생각하기 싫었어요. 이렇게 생각하고 싶은 마음과 생각하기 싫은 마음 사이에서, 주디는 더욱더 찜찜해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방과 후에 주디는 여느 때처럼 데이빗 오빠랑 같이 집으로 돌아갔어요.
집에서 멀지 않은 사탕 가게 앞을 지날 때였어요.
주디가 불쑥 말했어요.
"아,초콜릿도 먹고 싶고 캐러멜도 먹고 싶다."
오빠는 퉁명스럽게 말했어요.
"돈도 없으면서, 뭘, 나도 없어. 어서 집에나 가자."
하지만 주디는 계속 종알거렸어요.
"데이지는 저 가게에서 캐러멜을 얻어먹었대. 데이지도 돈이 없었는데, 캐러멜을 얻어먹었잖아."
오빠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어요.
"데이지는 어리니까 그렇지. 거의 아기나 마찬가지잖아. 너같이 다 큰 애는 돈을 내야 캐러멜을 살 수 있다구."
그래도 주디는 투덜거렸어요.
"너무 불공평해!"
새끼손가락도 주디한테 맞아, 맞아 하고 속닥거리는 것 같았어요. 그러더니 새끼손가락이 또 콕콕 쑤시고 간질간질하지 뭐예요? 또다시 구부러지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예요. 하지만 주디는 절대로 그러지 못하게 했어요. 아직은 말예요. 그리고는 오빠와 함께 천천히 사탕 가게 앞을 지나, 집에 가서 차를 마셨어요.
차를 마시고 나니까 금세 날이 저물었어요. 식구들 주디만 빼고 모두 바빴어요. 엄마는 데이지를 깨긋이 씻겨서 침대에 뉘었어요. 아빠는 뭔가를 고치고 있었어요. 오빠는 번호가 매겨진 조각들을 가지고 모형 비행기를 만들고 있었고요. 주디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그래서 주디는 살짝 빠져나와 사탕 가게로 갔답니다.
가로등 불빛이 있긴 했지만 거리는 어두컴컴했어요.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어요. 거리는 텅 비어 있었죠. 평소 같으면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서 어두운 거리를 걷기가너무너무 무서웠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주디는 새끼손가락이 콕콕 쑤시고 간질간질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어요.
주디는 사탕 가게 앞에 서서 창문을 들여다보았어요, 창문 너머에는 화려한 리본으로 묶은 예쁜 캐러멜 깡통과 초코릿 상자들이 쫙 진열되어 있었죠. 가게 안쪽에는 초코릿 상자들이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고, 커다란 눈깔사탕 단지와 사탕이랑 캐러멜이랑 초콜릿이 섞여 있는 꾸러미와 상자와 통들이 늘어서 있었고요. 가게 안이 어두워서 어렴풋이 짐작만할 수 있어지만, 그 밖에도 온갖 달콤한 과자들이 즐비했답니다.
주디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마침내 새끼손가락을 구부렸어요.
그 순간 초콜릿이랑 눈깔사탕 단지랑 갖가지 사탕들이 창문 쭉으로 사삭 다가왔어요. 얼마 안 있어 창문에 온갖 달콤한 것들이 우르르 몰려들었죠. 마치 주디와 주디의 새끼손가락을 구경하러 온 듯이 유리창에 다닥다닥 붙지 뭐예요? 주디는 겁이 털컥 나서 건너편 길가로 허겁지겁 도망쳤어요. 하지만 새끼손가락을 계속 구부리고 있었기 때문에 사탕 가게에 있는 것들이 몽땅 유리창에 다닥다닥 달라붙었어요. 그리고는 빽빽하게 모여들어 점점 세게 유리창을 밀어대더니, 마침내...... .
쨍그랑!
유리창을 깨뜨리고 말았답니다. 그러자 가게 안에 있던 것들이 새끼손가락을 구부리고 있는 주디를 향해 우르르 날아왔어요.
주디는 너무나 겁에 질려 안간힘을 다해 집으로 도망쳤어요. 뒤에서는 사탕 가게의 수많은 사탕들이 휙휙, 덜그덕덜그덕, 우당탕, 툭탁 소리를 내면서 무시무시하게 주디를 뒤쫓아오고 있었죠.
주디는 달리고, 다리고, 또 달려서 대문을 지나 간신히 현관문 앞에 이르렀어요. 현관문을 쾅 하고 다자, 주디를 쫓아오던 초콜릿이랑 사탕들이 일제히 현관문에 덜그덕 툭탁, 쿠당탕 쿵쾅 하고 부딪쳤다가 투두두둑 한꺼번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겠어요?
그제야 주디는 아직도 새끼손가락을 구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제는 사탕들이 쫓아올 염려가 없었지만, 주디는 위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허겁지겁 뛰어올라가 침대에 엎어져 엉엉 울었어요. 침대에 엎드려 울면서 지금은 똑바로 펴진 새끼손가락을 마구 원망했어요.
"미워, 네가 미워!"
바깥에서는 사람들의 고함 소리와 우당탕탕 거리를 뚸어다니는 발 소리들이 들려왔어요. 그리고 아빠가 무슨 일인지 알아보러 나가는 소리, 엄마의 말소리가 웅얼웅얼 들렸어요. 놀라고 흥분한 사람들이 저마나 소리 높여 왁자지껄 떠들어 대고 있었어요. 조금 있으니까 경찰차가 오는 소리까지 들리더니, 다시금 시끌벅적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이윽고 시끄러운 소리와 흥분이 가라앉고 주위가 잠잠해졌어요. 그리고 잠시 후 뚜벅뚜벅 계단을 올라오는 발 소리가 들렸어요.
방문이 열리고, 아빠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주디, 거기 있니?"
"네...... ."
아빠는 방에 들어와 주디의 침대에 걸터앉았어요. 데이지가 너무 놀라서 엄마가 달래고 있기 때문에, 아빠가 엄마 대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주러왔다고 했어요. 아빠는 사탕 가게에 유리창을 깨고 도둑이 들었다고 했어요. 틀림없이 도둑 떼가 든 모양인데, 도둑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대요. 도둑들을 본 사람도 없고요. 그리고 도둑들은 허겁지겁 도망치느라 훔친 물건들을 모두 내팽개치고 가 버렸대요. 가게에서 가까운 주디네 앞마당에다 말이죠. 그래서 주디네 앞마당과 현관문 앞에 초콜릿과 사탕들이 널려 있었대요.
주디는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계속 흐느껴 울었어요. 아빠는 주디가 왜 우는지 묻지 않았어요.
이윽고 아빠가 물었어요.
"새끼손가락은 어떠니?"
주디는 서럽게 울부짖었어요.
"새끼손가락이 미워요!"
그런 주디에게 아빠는 부드럽게 말했어요.
"그렇겠지. 지금도 콕콕 쑤시고 간질거려?"
주디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어요.
"아뇨, 그렇지 않아요."
아빠는 조용히 타일렀어요.
"주디야, 앞으로는 아무리 새끼손가락이 쑤시고 간질거려도 절대 구부리지 말아라."
주디는 진심으로 약속했어요.
"안 그럴게요. 다시는 안 그럴 거예요. 절대로."
아튿날, 주디는 데이빗 오빠보다 먼저 학교에 갔어요. 교실에 들어서니, 선생님 혼자서 책상에 앉아 계셨어요.
주디는 곧장 선생님 책상 앞으로 갔어요. 그리고는 호주머리에서 분홍색 돼지 지우개랑 조개껍질이랑 머리끈이랑 2색 색연필 따위를 몽땅 꺼내서, 모두 책상 위에 올려놓았어요. 선생님은 그것들을 보고도 아무 말이 없었어요.
주디가 말했어요.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아빠가 선생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리랬어요. 새끼손가락을 구부렸다고 말예요. 앞으로 다시는 새끼손가락을 구부리지 않을게요. 다시는 안 그럴 거예요."
그러자 선생님은 덤덤하게 말했어요.
"구부러진 새끼손가락 얘긴 벌써 들었단다. 그러니까 주디야, 그 얘기는 더 이상 안 해도 돼. 알겠지?"
그 뒤로 주디의 새끼손가락은 두 번 다시 구부러지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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