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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는 안내산악회 오지팀 계획 B 코스인 '금곡 마을회관 → 사방댐 → 조두산 → 마당재 → 안봉 → 휴양림 하산길 → 기백산 → 휴양림 하산길 → 폐헬기장 좌측 → 임도 → 휴양림 주차장'의 12.5km, 6시간 코스를 달릴 예정이었다. 다만, 기백산은 이미 다녀온 산이고 특별히 다시 찾을 이유도 없어, 기백산은 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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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산
높이: 942m
위치: 경남 거창군
금원산, 기백산에서 발원한 계류와 황석산에서 흘러나온 물이 합쳐 지우천을 만들고 지우천은 안의를 지나 남강으로 흘러간다. 기백산 정상을 가운데 두고 그 북서쪽에 금원산이, 동쪽에 조두산이 양 날개를 편 듯 이어져 있다. 또 남쪽인 황석산이 전모를 드러내 보인다.
산행 기점은 북쪽 집터나 남쪽의 용추사 입구 삼거리가 된다. 점터에서 폭넓은 길을 따라 한수동 계곡을 향해 올라가면 잡목림을 헤치고 주 능선 안부에 이른다.
여기서 동쪽 능선을 따라 완만한 경사를 올라가면 조두산 정상에 이르고 그대로 북능 길로 접어들어 내려가다 계곡 길로 바뀌면서 남산리에 이른다
또 위의 안부에서 서쪽 능선을 따라 멋진 암봉에 이르면 여기가 안봉인데, 이 후로 암능 길을 따라 기백산 정상에 이른다. 안봉에서 동남 계곡을 향해 내려가면 고학리다. 기백산 정상에서 금원산까지는 억새로 가득하고 기백산 정상 부근은 괴상한 모양의 바위 군락 지대가 멋지다.
금원산 정상에서 바로 동쪽으로 내려가는 지재미골 코스와 정상 직전의 동남 계곡을 따라 내려가 자운폭포가 있는 지재미골 코스는 점터에서 합쳐진다.
안의에서 용추계곡으로 들어가면 삼거리가 종점인데, 약 2km 올라간 장수사 조계문에서 오른쪽의 도수골로 올라가거나, 용추사 위 사평 마을에서 소위 시영골이라는 계곡 길을 따라 주 능선에 올라 금원산이나 기백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코스를 택할 수도 있다. - 한국의 산하
기백산[箕白山]
정의: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과 거창군 위천면에 걸쳐 있는 산.
개설: 기백산의 높이는 1,331m로, 이 일대는 소백산맥이 서남으로 뻗으면서 덕유산(1,568m)을 이루고, 또 덕유산에서 동남으로도 산줄기가 뻗었는데, 여기에는 월봉산(月峯山, 1,272m)·금원산(金猿山, 1,335m)·기백산으로 이어져 함양군과 거창군의 경계를 이룬다.
명칭 유래: 봉우리의 바위들이 마치 누룩 더미로 쌓은 여러 층의 탑처럼 생겼다 하여 ‘누룩덤’이라고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지우산(智雨山)이라 불렸다. 김정호(金正浩)의 《청구도 靑丘圖》에는 ‘旗泊山(기박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자연환경: 기백산을 중심으로 북서쪽으로 4㎞ 간격을 두고 같은 능선을 따라 금원산이 이어지는데, 이 능선은 다양한 형태의 바위 능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암릉은 금원산 쪽으로 내려가면 나오는데 거대한 판석형 암석을 차곡차곡 포개어 놓은 듯한 경관을 보인다. 서쪽은 금원산·월봉산 산릉으로 덕유산에 이어진다.
기백산의 동남쪽에는 남강이 발원하며, 북쪽 사면으로 황강(黃江) 상류의 위천(渭川)이 흐른다. 기백산 일대는 덕유산록과 더불어 월성계곡을 형성하고, 월봉산을 지나 큰목재에서 거망산·황석산으로 뻗은 산맥 사이에서는 지우천이 흐른다.
지우천이 흐르는 장수동은 옛 안의 삼동 가운데 하나인 심진동으로 지금은 용추사 계곡으로 더 알려져 있고, 장수사 조계문, 용추폭포, 용추사 등의 명소가 널려 있다. 기백산 안봉에서 솟기 시작한 물줄기는 고학천 용폭을 이루고 쌀다리와 용원정 명소를 간직하고 있다.
산 고스락 남쪽에 원추리와 싸리나무군락으로 이루는 기백 평전이 펼쳐져 있다.
동북쪽의 거창과 서북쪽의 위천 지역에는 비교적 넓은 산간 분지가 발달해 있다.
현황: 주요 산행코스는 용추사 입구 삼거리에서 출발하는 코스와 금원산 북쪽 점터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있다. 첫 번째는 용추사 입구 삼거리 종점·도수골·기백산·금원산·지재미골·점터에 이르는 코스이고, 두 번째는 점터·조두산 능선·안봉·기백산·금원산·지재미골·점터에 이르는 코스로 각각 6시간 정도 소요된다.
최근에는 가을철 금원산에서 기백산을 거쳐 조두산을 잇는 능선의 억새밭도 많이 알려졌다. 산의 서쪽에 487년 장수사의 부속 암자로 세워진 용추사(龍湫寺)가 있는데, 문화재로 거창 가섭암지 마애여래삼존입상(보물, 1971년 지정)이 있다.
1983년 11월에 기백산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번 주 목요일 오지 산행은 안내산악회 오지 팀이 계획한 경남 거창의 오두봉(오두산/조두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2019년 7월 달린[산행기] 기백산, 금원산, 현성산과는 능선으로 이어진 산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산은 아니나, 이 팀이 계획했을 때 다녀와야, 추후 기회가 왔을 때 잡지 않은 걸 후회하는 (몇 번 경험 있다)일이 없을 거 같아 따라나선다. 이번 산행의 주요 봉우리인 오두봉과는 능선으로 이어진 기백산, 금원산, 현성산, 월봉산, 거망산, 황석산[산행기]을 다 오른 후라, 용추계곡을 중심으로 도는, 능선 산행의 마지막, 즉 용의 눈을 그리는 산행{畵龍點睛)이라고 억지로 의미 부여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 기간 딱히 갈 만한 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이 팀의 장점이자 단점 중 하나가 산행 후 1시간에서 1시간 30분가량 갖는 하산주 시간인데, 이번 산행은 '도감어가'(이미지의 '도감어감'의 '감'은 '가'의 오타다)라는 식당이다. 오지의 해산물 식당이라, 지도 앱으로 위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1인 메뉴가 없는 걸 보고 가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 와중에 생선을 즐기는 인간도 아니고. 그렇다고 근처에 다른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니라, 인솔 대장이 선택한 이번 식당에 대해서는 뒷말이 있을 거 같다. 그런데, 식당보다 더 망설이게 했던 건 B 코스 중 마당재에서 금원산 휴양림 갈림길까지의 2km가량이 가을철 산불방지를 위한 통제 구간이라는 사실이다.
만약 현장에 도착해, 인솔 대장이 산방을 언급하며 B 코스는 포기하라면 피곤해진다. 오두봉에서 기백산까지 이어주지 않으면 이번 산행은 의미가 없다. 당일 기상청 기백산 산악날씨에 의하면 산행 중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에, 기온은 영하 9도에서 8도 사이, 바람은 4m/s로 약간 강해, 체감온도는 영하 14도에서 13도에 이르는 전형적인 겨울 날씨다. 당연히, 산행 준비는 그에 맞춰, 사당역표 김밥과 겨울철 복장! 사당역표 김밥은 다음 산행을 위해, 이동 시간 중 얼음과자로 변하는지 테스트하는 의미도 있다. 그리고 눈에 대비해 등산지팡이와 스패츠도 가져가나, 현장 상황을 보고 사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2 – 1
5시 15분 기상 알람을 맞춰 놓고 잠이 들어, 새벽 알람에 놀라 깨어보니, 기상 알람이 아니라 경주 지역 지진 발생 재난 문자다! 그 동네가 지진이 심상치 않은 게 약간은 무서운 생각도 든다. 어쨌든 기상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이라 바로 일어나, 볼일을 보는 동안 밤새 산행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했다. 있다. 한 명이 취소했다. 24시간 내 취소라 환급이 없는 조건에서 취소는 정말 급한 일이 생겼거나, 입금하지 않아 관리자 직권으로 취소한 경우다.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만원이 아니라, 한 자리가 비어 출발한다. 그리고 날씨는 지난 예보와 큰 차이가 없다. 늘 그렇듯이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미리 준비한 배낭을 둘러메고 5시 55분경 집을 나섰다. 그런데, 평소에 가지고 다니지 않던 등산지팡이, 스패츠 등을 넣어서 그런지 배낭이 무겁게 느껴지는 게 오늘 산행이 쉽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든다.
구산역에서 6시 8분 열차를 타고, 삼각지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 6시 48분경 사당역에 내렸다. 날씨가 따뜻하면 승차장 종합판매대에서 김밥을 사겠지만, 영하의 기온에 체감온도가 영하 13도 낮아, 막상 먹으려고 보면 김밥이 아니라 얼음과자라, 배탈 난다. 해서 바로 1번 출구로 나가 공영주차장으로 가며 보니, 생각보다 한가하다. 실제 공영주차장이 직장인으로 붐비는 시간은 7시 한참 이전이라는 걸 지난 선녀봉 산행 때 알았다. 장거리 출퇴근이니 당연하겠지?! 경기도지만 가까운 곳으로 가는 소수의 버스만 승객을 태우고 있는 곳을 지나,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는 방향으로 우회전하자, 생각보다 많은 버스가 눈에 띈다. 다섯 댄가? 몇 대든, 타야 할 오두봉행 버스가 첫눈에 안 들어와 약간 긴장하며 자세히 둘러보니, 사각지대인 오른쪽 벽에 붙여 주차해 발견하지 못한 거였다.
지난 선녀봉 산행 때 버스 좌석 사이의 간격이 생각보다 넓어, 앞좌석에 붙여 배낭을 놓고도 여유가 있었다. 이번에도 그럴 거로 생각해 배낭을 짊어진 채 버스에 탔는데, 아니다. 같은 28인승도 차의 길이가 다르다는 걸 아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배낭을 짐칸으로 들고 가기에는 이미 늦어 배낭을 좌석 사이에 두고, 등산화를 벗고 그 위로 다리를 뻗었다. 그러자, 오히려 더 편해, 바로 잠이 들었다. 비몽사몽 중, 나머지 승객을 태우기 위해 양재와 죽전에 정차한 사실은 알았는데, 신갈은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실내등이 들어와 정신을 차리자, 버스가 휴게소로 들어간다. 당연히 천안논산고속도로라 생각해, 그 휴게소 중 하나라 생각했는데, 아니다. 옥산휴게소다. 즉 경부고속도로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들머리가 함양이 아니라 거창이다. 그럼, 설명된다.
급한 건 없으나, 버스에서 내려 찬 공기를 들이켜고, 옥산휴게소는 구경거리가 없어 볼일을 보고, 바로 버스로 돌아가며 보니, 오른쪽으로 같은 안내산악회 버스가 보여 목적지가 궁금해 다가가서 앞창을 확인했다. 백두대간 황악산이다. 까만 소 100 산 중 하나라, 인증꾼에게는 백두대간 인증과 100 산 인증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산행이다. 버스로 돌아와 다시 잠을 청하는데, 차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지도와 코스 설명이 있는 인쇄물을 나눠준다. 아직 이걸 나눠주는 건 이 대장이 유일할 거다. 필요는 없으나, 그 정성이 대단해 한 장 받아 기록으로 남겼다. 사실 산악회 게시판의 내용을 인쇄한 거라, 새로운 것도 없다. 그리고 당연히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특별한 건 없으나, 오두봉만 오르는 A 코스와 기백산까지 달리는 B 코스의 날머리가 다르다는 건 문제다. A 코스는 산행 후 하산주를 마시기로 한 식당이고, B 코스는 금원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이다. 고로 산악회 버스는 금원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대기하다가, B 코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는 일행을 태우고 식당으로 가면 된다. B 코스에 6시간을 할당했고, 들머리인 금곡마을회관 도착이 예정보다 빠른 10시 40분경이라, B 코스 마감을 4시 50분으로 공지했다. 고로 소요 시간이 6시간 10분으로 10분 늘었다. 당연히, B 코스를 달릴 산꾼을 파악해야 해, 손을 들어 확인했다. 총 14명이다. 반이 B 코스를 달리고, 한 명이 부족한 13명이 A 코스다. 그리고 늘 그렇듯이 식당에 예약도 필요해 메뉴를 선택했다.
다들 정식이나, 생선구이를 선택했는데, 유일하게 한 명이 물회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2인 이상 주문할 수 있다. 해서 뭘 먹어도 상관없는 내가 물회로 바꿨다. 그렇게 정리가 끝나고, 실내등이 꺼지자, 잠을 청했다가, 자는 것도 지쳐 깨어보니, 주변이 온통 산이다. 해서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로 갈아 신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쳤다. 처음 계획은 현지의 사정을 보고 등산지팡이를 가져갈 건지 말 건지 결정하려고 했으나, 오른쪽 창밖으로 보이는 백발의 정상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신호라,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말인즉, 뺄 게 하나도 없으니, 배낭이 보통 무게가 아니다. 그리고 도착 10여 분 전 인솔 대장이 마이크를 잡고, 기온이 낮아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 절대 혼자 다니지 말고, 두세 명이 뭉쳐서 다니라고 신신당부했다. 사실 승객의 대부분이 환갑을 넘긴 나이라, 추위를 우습게 볼 상황이 아니다. 지난 지리산 외삼신봉 산행 때는 직접 목격하기도 했고[산행기]! 이후 10시 37분 버스는 산행 들머리인 금곡마을회관에 도착했다.
2 – 2
버스에서 내려 마을 회관 주변을 둘러보니, 마당 구석에 서 있는 지도가 있어 그걸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등산 앱을 기동하고 현 위치의 고도를 확인했다. 201.7m, 생각보다 낮다. 최소 300m 이상 될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오두봉이 950m, 기백산이 1,330m 정도가 넘으니, 오두봉만 오른다고 해도 750m를 올려야 하고, 기백산까지 고려하면, 1,100m 이상으로 한국의 산, 기준 표고차 대단히 크다. 그리고 담장 너머로 보이는 산을 주시했다. 아무리 봐도 현성산이다. 현성산이 이렇게 가까운 것에 놀라고 있는데,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는 머리에 상고대를 이고 있는 백발이 현성이라는 거다. 그건 분명 덕유산이다. 정확히는 남덕유 봉황봉! 어쨌든, 마을 뒤로 현성산을 보고 나니, 오리무중이었던 기백, 금원, 현성 등의 지도와 오늘, 올라야 할 코스가 명확하게 그려진다.
주변 관찰이 끝나고, 선두의 뒤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 시각이 10시 39분으로 마을회관 앞에서 2분 정도를 보냈다. 다른 오지 산과 비슷하게 시작이 임도라, 볼 것도 없어 그저 앞만 보고 올라, 10시 48분 첫 번째 이정표를 통과했다. 그것에 의하면 오두봉은 3.4km, 기백산은 7.4km 거리다. 고로 오두봉에서 기백산은 4km! 그리고 어느 순간 임도가 끝나고, 급경사 등산로로 이어져 5분가량 올라가자, 땀이 쏟아져 그 상태로는 도저히 더 갈 수 없어 가던 길을 멈추고,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던 조끼와 넥워머를 벗어 배낭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 길을 재촉해 11시 정각에 오두봉 갈림길에 도착했다. 갈림길 이정표에 의하면, 직진하는 코스는 오두봉까지 2.0km, 우회전하는 길은 2.2km다.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비록 200m가 더 길지만, 2.2km 길을 권했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마침 이정표 아래에서 대장이 겉옷을 벗고 있어 두 코스의 차이에 관해 물었다.
200m가 더 긴 코스를 북릉이라 부르고, 곳곳이 암릉이라 산행 재미가 좋고, 그나마 전망도 있다는 거다. 당연히 볼 것도 없이 북릉으로 우회전했다. 능선으로 오르며 보니, 지자체에서 생각보다 등산로는 잘 정비했다. 그렇다고 급경사가 완경사가 되는 건 아니고, 금원산을 중심으로 한 여러 봉우리 중 지금 오르고 있는 오두봉은 등산객이나 산꾼이 거의 찾지 않는 봉우리라 쌓인 낙엽 덕에 오르는 게 쉽지 않아, 가다 쉬기를 반복했다. 11시 20분경 능선에 올라서자, 울창한 숲 사이로 간혹 현성의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다시 20분 정도를 가니, 대장이 얘기한 암릉이 시작된다. 당연히 조망도 트이고. 파노라마 왼쪽의 뾰족한 봉우리가 기백산, 중앙의 뾰족한 게 금원산, 오른쪽 앞으로 튀어나온 암봉이 현성산이다. 그리고 현성 왼쪽 뒤 백발이 월봉산, 오른쪽 뒤 백발이 남덕유산이다. 기백에서 시작해 금원 앞을 지나 현성 직전에서 떨어지는 능선이 이번 산행 하산 코스다.
탁 트인 조망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칼등 능선으로 20분가량 가자, 등산 앱이 반응한다. 오두봉 반경 50m 내다. 당연히 동영상을 찍으며, 낙엽 쌓인 급경사 암릉을 올라, 먼저 도착한 일행이 인증을 남기느라 번잡한 정상에 12시 7분경 도착했다. 인증을 남기느라 정신없는 정상에 나까지 추가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 조용해지기를 기다리며, 오른쪽 암벽 전망대로 가 주변의 경치를 기록으로 남겼다. 사실 아래 전망대와 비교해 높이만 달라졌을 뿐이 보이는 건 같다. 그래도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정상석이 아니라, 이정표 기둥의 '오두봉'이라는 명패를 먼저 사진 찍고 일행 중 한 명과 서로의 인증을 남겼다. 이후 번잡한 정상을 떠나며 시계를 보니, 12시 9분으로 점심시간이다. 저녁이라기보다는 늦은 점심에 가까운 물회를 예약한 상태라 지금 컵라면을 먹어야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을 수 있어, 기백산으로 향하며 퍼질러 앉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정상을 떠나왔으니, 당연히 마당재, 즉 고개로 내려가는 길인데, 적당한 바위가 보이지 않아, 정상에서 15분가량을 더 가, 암릉의 시작 지점에서 조금 내려온 곳에 자리를 잡고, 준비한 컵라면을 뜨거운 물로 불렸다. 겨울은 라면을 끓이는 게 아니라 불리는 거다. 그리고 남은 물에는 말린 우엉 3조각을 넣어 우엉차를 만들었다. 5분가량 불린 컵라면을 준비한 김치와 먹은 후, 우엉차로 입가심하고 12시 37분경 모든 인적을 없애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대략 15분 정도 등산로 오른쪽 암릉에 있었는데, 지나가는 일행은 세 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나와 같이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고 있으리라. 컵라면을 먹은 위치가 암릉의 시작이라는 예측이 맞았다. 산행 재미를 더하는 암릉의 연속이다. 당연히 다시 조망도 트이고, 물론 보이는 건 아래 전망대와 다르지 않다. 말인즉 이미 다 찍은 경치라 찍을 게 없다. 와중 기백과 금원, 현성 등이 더 가까워지기는 했다.
4시 50분까지 금원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하면 되니, 급할 게 없어, 물론 그렇다고 페이스를 늦추는 게 아니라, 봤던 경치지만 다시 감상하며 유유자적 마당재로 향해 12시 59분에 도착했다. 울창한 억새에 가려 잘 보이지 않으나, 마당재라는 이름답게 널찍한 개활지로 헬기장의 흔적이 있다. 그리고 A 코스는 여기서 오른쪽 억새 사이로 보이는 길로 도감어가 즉 하산주를 예약한 식당으로 하산하면 된다. B 코스는 왼쪽의 임도 수준의 등산로로 기백산으로 향하면 된다. 정확히는 그 앞 안봉이다. 안봉을 향해 가는데, 컵라면을 먹는 동안 지나쳐 갔던 3명 중 부부가 햇살 좋은 곳에 자리를 잡는다. 산꾼 부부와는 목요 오지 팀뿐만 아니라, 다른 안내산악회 오지 산행 때 만나는 사이라 정식으로 안면을 트지는 않았으나, 눈인사하는 사이다. 오늘도 급경사 오두봉을 오르는 중에 맨손으로 나뭇가지 등을 잡는 걸 보고 안쓰러웠는지, 장갑이 없는지 계속 묻고, 사용 중이던 핫팩까지 꺼내 준다. 해서 귀차니즘에 꺼내지 않았던 장갑을 꺼내 끼는 일까지 있었다.
그 부부를 뒤로하고 다른 한 명의 뒤를 따라 안봉으로 향하는데, 지금까지와는 달리 그늘진 응달이라, 등산로에 녹지 않은 눈이 있어 생각보다 미끄럽다. 와중에 오른쪽은 거의 직벽에 가깝다. 해서 조심조심 가며 보니, 왼쪽으로 봉우리가 있다. 안봉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안봉으로 향하는 다른 길은 보지 못해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봉우리를 넘을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우회한다. 어디서 안봉으로 향하는 길을 놓쳤는지 궁금해, 핸드폰을 꺼내 두 개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등산객이 많이 사용하는 앱의 지도에는 애초 안봉으로 향하는 길이 없다. 반대로 비법정 탐방로에 강한 등산 앱 지도에는 오히려 지금 가고 있는 등산로가 없다. 어쨌든 정규 등산로는 안봉을 넘어 이어진다. 말인즉 이 우회하는 등산로도 어딘가에서 능선으로 올라서야 한다. 안봉을 넘는 거보다 그게 더 힘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가다 보니, 어느 순간 등산로가 사라졌다. 등산로는 이미 능선으로 올라갔는데, 그 지점을 놓쳤다는 얘기다. 그럼, 여기서 치고 올라가야 한다. 다행히 10여 미터 위가 능선이다. 해서 위로 올라 능선 등산로에 도착해 보니, 선두가 깔아놓은 방향 지시 표지가 보인다. 선두도 나와 똑같은 과정을 밟았다는 방증이다. 어쨌든 능선에 올라섰으니, 안봉의 모습이 궁금해 뒤로 돌아봤다, 앙상하나 울창한 숲에 가린 게 거대한 밤송이 같다. 뭐 특별한 건 없어 보여 그나마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는 않아, 미련 없이 뒤로 돌아 기백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급경사 등산로로 기백으로 오르며 보니 왼쪽으로 차량이 다녀도 될 거 같아 보이는 길이 있다. 과거 임도였나? 작전도? 어쨌든 해발 1,331m의 기백의 마지막 깔딱이라, 조금만 오르면 숨이 턱에 차, 5미터가량 올라가고 쉬기를 반복했다. 쉬는 동안 뒤로 돌아 아래로 보이는 안봉의 모습도 기록으로 남기기는 했다.
가다 쉬기를 반복하며 위로 오르자, 앙상한 숲 사이로 거대한 바위가 보인다. 딱 봐도 전망대다. 저기서는 뭐가 보일지 궁금해 마지막 남은 체력을 쏟아 깔딱을 올라, 2시 10분 등산로에서 오른쪽으로 벗어나 있는 약간은 위험한 암봉 전망대로 올라갔다. 위험하다고 지나쳤으면 평생 후회할 전경이다. 혼자 보기 아깝고, 파노라마로 그칠 전경도 아니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물론 파노라마도. 사진에서 바위가 암봉이고 하나로 연결된 능선 끝의 마지막 높은 봉우리가 오두봉이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분기하는 능선이 시작되는 봉우리가 안봉이다. 양쪽이 낭떠러지인 칼바위 능선에 서서 보이는 모든 것에 감탄하고, 기록으로 남긴 후 조심조심 등산로로 물러 나와 다시 깔딱으로 오르며 보니, 위로 돌탑 비슷한 게 보여,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갔다. 그리고 돌탑이 있는 곳에 도착해 보니, 저 앞에서 인기척을 들리고, 움직이는 사람의 모습도 보인다. 기백산이다.
사실 처음 계획된 코스와 지도를 보고, 휴양림 갈림길에서 기백산까지 200m, 왕복 400m는 버릴 생각이었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으나, 분명 고개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거라, 그 깔딱이 만만치 않을 거로 생각했다. 와중에, 이미 과거에 올랐던 기백산에 다시 오르는 게 큰 의미도 없다. 하지만, 그 선택은 일단 휴양림 갈림길에 도착해 상황을 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돌탑이 있는 곳에서 기백산 정상을 바라보니, 저기를 다녀오지 않는 건 바보짓이라는 걸 알았다. 거의 경사가 없는 평지다. 두 번째 오르는 건데, 전혀 기억이 안 나, 지난 산행기로 확인했다. 당시는 용추사에서 기백산 정상으로 바로 올라갔다. 사실 돌탑봉 아래에 용추사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이 있으나, 그 길은 무시하고 바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을 선택해 기억이 없다. 고로 여기서 기백산 정상까지도 초행이다. 그럼, 비록 고개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더라도 정상까지 가야 한다. 해서 길을 재촉해 2시 17분 휴양림 갈림길을 통과했다.
평지나 다름없어, 경사가 주는 어려움은 없는데, 울창한 철쭉군락을 통과하는 길이라 전진이 쉽지 않다. 잎이진 나뭇가지가 길을 가로막는다. 어쨌든 그 철쭉 사이를 통과해 가는데, 반대편에서 방향 표지를 설치하는 선두가 내려오다, 날 보더니, '돌아와야 합니다!' 그리고 '깔지도 안 깔았어요!'한다. 농담이라, 그에 호응하는 몇 마디를 해주고, 기백산으로 향하는데, 2시 20분 등산 앱이 반응한다. 기백산 반경 50m 내다. 당연히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2시 21분 아무도 없는 기백산 정상에 2019년 7월[산행기] 이후 두 번째 올랐다. 처음에는 아무도 없는 거로 알았으나, 금원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오두봉에서 날 찍어줬던 산꾼이 간식을 먹고 있어, 삼각대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이후 정상 주변을 둘러보고, 이정표와 거창군에서 세운 지도 등을 기록으로 남겼다. 특히 지도는 지난 2019년 사진에도 있으나, 당시에는 별거 아니라고 무시했는데. 지금 보니, 평창의 위험에 준하는 거창의 위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 아주 신중하게 몇 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귀가 후 확인하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없다!
이후 금원산 방향으로 가 절경을 감상하고 기록을 남겼다. 앞의 암봉이 마치 누룩을 쌓은 거 같다고 해서 누룩덤이라 불리는 봉우리다. 그리고 그 뒤의 엉덩이 두 쪽이 금원산, 그 뒤가 월영봉에서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다. 물론 누룩덤 오른쪽에서 조금 벗어난 위치에 보이는 백발이 남덕유산 봉황봉이다. 그 모든 걸 기록으로 남기고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 간식을 먹고 있던 산꾼은 휴양림으로 떠났고, 그 부부가 도착해 인증 찍을 준비를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휴양림 갈림길로 향하는데, 역시 오두봉에서 인증을 찍어준 산꾼이 정상을 향해 오고 있다. 분위기로 봐서는 저 산꾼이 가장 후미로 보인다. 그래봐야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결국 내 뒤에 세 명이 있다는 얘기라,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페이스는 유지하되, 주변의 모든 걸 관찰하며 갔다. 해서 2시 36분 휴양림 갈림길에 다시 도착해, 이번에는 휴양림 방향으로 좌회전했다. 그런데, 땅에 나무를 박은 계단인데, 눈이 녹지 않아 대단히 위험해 보인다.
조심조심 내려가, 앞서가는 산꾼의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나무 계단은 양반이다. 높이 1,330m가 넘는 정상에서 휴양림 주차장의 높이는 모르나, 들머리를 봤을 때, 300m 넘지 않을 거로 보여, 1,000m 이상을 내려가야 하니 경사가 얼마나 심할지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와중에 음지의 너덜이라, 녹지 않은 눈으로 완전 지옥이다. 그 지옥의 하산길을 조심해서 내려가자, 너덜은 끝나고, 흙길이다. 다만 급경사는 변함이 없다. 와중에 오른쪽으로 나뭇가지에 가린 오두봉 능선이 보여 기록으로 남겼다. 물론 왼쪽의 금원산도. 그런데 한국 산은 끝나야 끝난 거라고, 길목에 다시 봉우리다. 그걸 넘자, 이정표가 있는데, 처음 보는 ‘복합산막’이라는 장소가 나온다. 거리는 2.5km! 그리고 급경사 나무 계단이다. 그 계단을 내려가자, 임도다. 인솔 대장이 가로지르라고 했던 그 임도. 임도에 있는 '금원산~기백산 등산 안내도'를 기록을 남기고 지시대로 임도를 가로질렀다.
임도를 가로지르자, 이정표가 있고 바닥에는 선두가 방향 지시를 돌로 눌러 놓았다. 현재 시각 3시 33분 휴양림 관리사무소까지 남은 거리는 2.3km. 남은 시간과 거리로 계산했을 때, 목표인 4시 30분까지 휴양림 주차장 도착은 문제없다. 그리고 3시 42분에 문제의 헬기장에 도착하자,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잠깐 멈춰 핸드폰을 조작하는 동안 날 추월한 부부가 좌측 급경사로 내려가다 말고 핸드폰을 보고 있다. 대장이 헬기장에서 주의하라고 경고한 건 기억나는데, 그 주의 사항이 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 부부 또한 그런지 가다 말고 지도를 확인하는 거다. 지도야 부부가 확인할 거고, 혹시 선두가 놓은 방향 지시가 없나,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헬기장을 한 바퀴 돌아봤다. 없다. 다만, 헬기장을 가로질러 등산객이든 산꾼이든 다닌 지 오래되어 보이는 등산로가 있다. 형세로 봐서는 능선을 타고 가는 길이다. 그리고 부부가 따라간 등산로는 계곡으로 내려간다. 대장은 계곡 쪽이 쉬우니 그 방향으로 가라고 한 거다.
당시는 아무 생각 없이 부부의 뒤를 따라 내려갔으나, 산행 후에 능선 방향으로 가지 않을 걸 후회했다. 그래봐야 늦었지만, 거의 금원산 직전까지 올라가는 왼쪽의 임도를 감상하며 급경사를 내려가자, 저 아래로 갑판 계단이 보인다. 분위기로 보면 임도가 멀지 않았다. 역시 예상대로다. 임도다. 그리고 계단 밑, 이정표 의하면 관리소와 유안청 폭포까지 남은 거리는 1.3km다. 유안청폭포? 2019년에는 미인폭포 외에는 못 봤는데, 관리사무소와 같은 거리니, 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고 임도를 따라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배가 슬슬 고프다. 해서 오랜만에 에너지바를 꺼내 먹으며 갔다. 그리고 4시 5분 임도 삼거리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직진, 유안청폭포는 좌회전해서 위로 올라가야 한다. 폭포 입구까지 왕복 2km! 고로 오늘 폭포 감상은 틀렸다. 내년 여름을 기약하고, 계속 주차장으로 향했다.
산의 규모에 비해 계곡의 크기가 꽤 크게 느껴지는데, 그 계곡 이름이 유안청계곡이다. 계곡 곳곳에 물놀이 장소가 있다. 2019년 7월 휴양림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물놀이 장소만 보면 그럴 만하다. 그중 하나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남기고 내려가자, 휴양림 관리사무소에서 설치한 '흙먼지 털이기'가 보여, 아랫도리와 등산화에 묻은 먼지를 꼼꼼히 털어냈다. 조금은 깨끗해진 기분으로 급경사 임도를 내려가자, 왼쪽으로 황금원숭이 상이다. 손오공이다. 그런데, 금원산의 명칭 유래를 보면, 황금원숭이 얘기가 나오기는 하나, 서유기를 표절한 거로 보인다. 황금원숭이 한 쌍과 금원산 명칭 유래를 기록한 안내문을 기록으로 남기고, 다시 주차장으로 향해, 4시 22분 세 선녀가 목욕했다는 선녀담을 지났다. 그리고 4시 25분 빨간 버스가 대기 중인 주차장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마감했다. 목표인 4시 30분보다 5분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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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15분 전인 4시 25분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는 주차장에 도착해, 따뜻한 우엉차가 든 보온병은 꺼내고 배낭을 짐칸에 넣은 후, 보온병을 들고 버스에 탔다. 그러자, 안면을 튼 산꾼이, 벌써 와서 노닥거리고 있어야 할 사람이 왜 이제 오는지 물어, ‘일찍 와봐야 할 일도 없어서!’라고 답했다. 그러자, 식당으로 일찍 출발하면 된다는 거다. ‘5시에 문을 여는 거 아니냐?’고 묻자. 가서 문은 두드리면 된다고! 해서 B 코스를 탄 산꾼 중 나를 빼고 다른 일행은 거의 도착한 줄 알았다. 다만, 내 뒤를 따라오던 한 명은 일고 있던 차라, 뒤에 한 명 더 있다고 하자, 처음 버스에서 조사할 때와는 달리, 인원에 변동이 생겨 총 13명이 B 코스로 갔는데, 아직 4명이 안 내려왔단다. 응? 내가 아는 한 명 외에 3명이나 더 있다고? 급한 거 없어 유유자적 온갖 전망대에는 다 올라가 기록을 남기며 왔는데, 후미가 아니었다!
그럼, 15분 전에 도착한 건 절묘한 타이밍이다. 일찍 내려와 버스에 멍청이 앉아 있는 거만큼 짜증 나는 일이 없으니. 나머지 네 명을 기다리는데, 먼저 오두봉에서 인증을 찍어준 산꾼이 도착했다. 그런데, 분명 기백산에서 나보다 먼저 떠났고, 하산 길에도 20여 미터 앞에 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안 보여, 노닥거리를 사이 빠르게 내려간 걸로 알았다. 그런데, 이제 도착이다. 어딘가에서 알바를 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마감인 4시 50분경 한 쌍이 뛰다시피 내려온다. 그중 여성은 처음 보는 등산객으로 이번 산행 내내 못 보던 인물이다. 남성은 잘 아는 산꾼으로 그 여성과 같이 오느라 늦었다. 마감 시각은 지났으나, 아직 한 명이 오지 않아, 내게 말을 걸었던 산꾼이 A 코스 산행으로 벌써 식당에 도착한 대장과 통화로, 10분만 기다리고 출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리고 4시 57분경 그 산꾼이 도착해 바로 식당으로 출발했다. 임도에 도착해 가로지르지 않고, 임도로 가는 바람에 늦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이 글을 쓰며 지도를 보니, 7분가량밖에 늦지 않은 것에 감탄할 정도다!
비록 조금 늦기는 했지만, 아무 사고 없이 B 코스를 달린 일행을 다 태우고 식당으로 출발한 버스는 5분 만에 도착했다. 하긴 산행 계획을 세울 때 생각보다 일찍 하산하면 걸어서 식당으로 갈 생각도 있어 지도로 확인하니, 금원산 자연휴양림에서 식당까지 2.2km, 걸어서 30분 거리에 불과했다. 5시 3분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며 보니, 서양식 식당 뒤로 현성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위치는 정말 잘 잡았다. 서양식 건물답게 모든 게 서양식인 식당으로 들어가자, A 코스를 즐긴 일행이 자리를 잡고 앉아, 이제 막 먹기 시작한 모습이다. 빈자린 B 코스 산꾼을 위한 거고. 나야 물회를 주문한 두 명 중 하나라, 눈치 볼 것 없이, 입구에 가까운, 일행으로부터는 가장 먼 변두리에 이미 밑반찬과 물회가 세팅된 식탁으로 가며 보니, 다른 한 명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맞은편에 앉았다. 옆자리는 정식을 주문한 세 명이다. 그런데, 알고 있던 물회의 모습이 아니고 밑반찬이 다르다.
옆 식탁에는 인당 한 병씩 이슬이가 있는데, 우리 식탁에는 안 보여, 옆의 일행에게 물어보니, A 코스를 즐긴 일행이 미리 주문한 거란다. 해서 직원을 불러, 소주의 종류를 물은 후, 앞의 산꾼은 안 마신다고 해, 이슬이 한 병을 주문했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솥 밥이 나온다. 횟집이라 생각한 나의 실수다. 횟집이 아니라 밥집이다. 그러니, 기대했던 물회가 아니고, 밑반찬이 횟집과는 달랐던 거다. 어쨌든 밥을 퍼서 그릇에 담은 후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드는 동안, 밥과 물회, 그 외 밑반찬을 안주로 이슬이를 마셨다. 그러는 동안, 옆 테이블의 산꾼과 안면을 텄다. 오지는 쉽게 갈 수 없어, 목요 오지 산행 팀 중에는 휴일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에서 고정적으로 보는 산꾼이 대여섯 정도 되는데, 그중 둘이다. 맞은편 식탁에 또 다른 둘이 식사 중이다.
이슬이 한 병을 비우고 나자, 대충 파하는 분위기다. 해서 주변을 둘러보고, 식당 마감이 몇 시인지 물었다. 아무도 모른다. 다만, ‘왜 묻냐?’고 물어, 이슬이 한 병 더 주문할 생각인데, 남은 시간을 알 수 없어 그렇다고 하자,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들이 마실 이슬이 두 병과 내가 마실 한 병을 들고 온다. 밥을 다 먹은 후 물회를 안주로 다시 이슬이를 마시고 있는데, 5시 40분경 인솔 대장이 식당에서 나가며, 5시 50분 마감한다고 공지한다. 추가로 다음 주 목요 오지 산행은 평창 박지산, 단임산 연계 산행인데, 길이 얼어 버스가 날머리로 갈 수 없을 확률이 거의 100%로 그때는 휴양림으로 하산한다고 했다. 그 얘기를 왜 이제 하는 거야!? 사정이 그렇다면, 박지산에 갈 이유가 없어, 페널티를 물고 산행을 취소했다. 어쨌든 시간에 쫓기며, 이슬이를 마시다 보니, 뜨거운 물을 부어 만든 누룽지는 솥뚜껑도 열어보지 못하고, 식당에서 나왔다.
박지산행을 취소하고, 바로 2019년 박지산행 때와 같이 대중교통으로 단임산까지 연계할 수 있는지 지도로 검토해 봤다. 날머리인 발왕1교까지 버스가 올라갈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애초 올라가지 못할 곳을 날머리로 잡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당연히 겨울철에 버스가 저길 올라간다는 건 어불성설이라, 비록 페널티는 물었지만, 취소한 게 신의 한 수다. 괜히 박지산만 한 번 더 오를 뻔했다. 어쨌든 버스에 타자마자 잠이 들어 깨어보니, 7시 16분으로 금산인삼랜드다. 나를 빼고도 급한 승객이 많았던 모양이다. 버스에서 내려 화장실로 뛰어가 볼일을 보고 돌아와, 다시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볼일이 급해 잠에서 깨, 현 위치를 알기 위해 지도 앱으로 확인했다. 서울은 아직 멀었다. 일단 서울 도착까지는 참을 수 있을 거 같아 잠이 들지 않게 조심하고 있다가, 30분을 못 버티고 잠이 들어 깨어보니, 양재다. 여기서 내려야 하나, 이미 늦었다. 해서 어쩔 수 없이 종점인 사당에서 내렸다. 그 시각이 9시 38분이다.
모든 짐을 챙겨 기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버스에서 내려 바로 지하철역으로 들어가 화장실로 향했다. 이후 삼각지에서 열차를 갈아타고 집으로 향해 10시 40분경 도착해, 깨끗이 씻은 후 옷을 갈아입고, 김치찌개와 훈제 오리를 안주로 무사 산행을 감사하는 2차를 했다. 물론 밥도 먹고! 여러모로 만족한 산행이었다!
안내산악회 오지 팀 계획인 B 코스 '금곡마을회관 → 사방댐 → 북릉 갈림길→ 오두봉 → 마당재 → 안봉 우회 → 바위 전망대 → 용추사 갈림길 → 휴양림 갈림길 → 기백산 → 휴양림 갈림길 → 임도 → 폐헬기장 좌측 → 임도 → 휴양림 주차장'의 13.km(램블러) 구간을 5시간 50분 동안 달렸다. 이동 5시간 17분 휴식 33분!
예보에 비해 따뜻한 날씨라 산행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조끼와 넥워머를 벗어 배낭에 넣어야 했다. 다만, 바람을 막아줄 암릉에서는 강한 바람에 귀가 시릴 정도로 추웠다.
맑고 쾌청한 날씨가 탁월한 조망을 선사했다. 가깝게는 상고대로 백발이 된 봉황봉(남덕유산)과 이름을 알 수 없으나, 꽤 유명한 산으로 생각되는 산들. 그리고 지리산!
금원산 자연휴양림으로 하사하다가, 2019년 처음 기백산, 금원산, 현성산에 올랐을 때 다음에 현성, 금원만 환 종주하겠다던 계획이 떠올랐다. 내년 봄에는 실현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