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323. 앗! 내 가방.
"형님, 언제 들어가세요?" 옆집 크리스티나 윤의 카톡 문자를 받았다.
아들과 함께 한국의 시부모님께 왔는데 우리도 날짜가 맞으면 함께 가지 않겠느냐는 내용이다.
마침 잘 됐다. 마닐라 공항에서 픽업해 줄 차를 구해야 하는데 함께 가면 OK이다.
인터넷으로 우리 부부의 비행기표까지 함께 사겠으니 인천공항에서 만나 함께 티케팅을 하자고 한다.
저가 항공이라 기내식이 없다. 공항에 가기 전에 Take Out용 돈가스를 두 개 포장하고 파리바게트에서 맛있는 빵을 몇 개 포장했다.
우리 빌리지에서 이웃으로 만나다가 불과 몇 주 만이지만 한국에서, 그것도 인천공항에서 만나니 또 새롭고 반갑다.
함께 짐을 부치고 표를 끊어 출국장으로 나갔다.
검색대에서 포장된 돈가스를 뭐냐고 물었지만 겉옷도 벗고 신발까지 벗고 작은 손가방과 백팩까지 모두 쉽게 통과했다.
출국장에 나와서 일행 네 사람이 담소를 나누며 김밥을 사겠다고 두리번거리다가 문득 내 머리가 얻어맞은 것처럼 쇼크가 온다.
"아, 내 백팩 어딨지?" 그러고보니 내 등에 가방이 없다.
검색대를 통과한 후, 돈가스 포장과 작은 손가방 등 소품만 챙겨들고 그냥 나온 것이다.
"백팩 속에 뭐가 있더라? 어머나, 돈! 2천 달러와 4만 페소, 그리고 한국 돈 30만 원" 가슴이 콩닥거린다.
얼굴이 시퍼래가지고 돌아서 들어가려니 제지를 당한다. 가방을 두고 왔다니까 1번 출입구로 가란다.
1번은 또 어디 있는 거야? 왜 이리 멀어? 허리 아픈 것도 잊고 뛰어가니 내 여권을 받아놓고 티켓만 들고 안으로 가라고 한다.
검색대는 또 왜 이렇게 여러 개야? 누군가를 붙들고 물어보니 따라오란다.
어느새 보관함에 잘 들어있다. 사인을 하고 찾아서 메고 나오니 모두들 반가워하며 웃는다.
"한국말로 해도 되니 그나마 다행이지 외국이면 그 잘난 영어로 할 뻔 했잖아."
출국장 한 구석에 앉아 탑승을 기다리며 돈가스랑 새로 산 김밥을 먹는데 꿀맛이다.
"형님, 이 돈가스 챙기느라 돈가방을 잃어버릴 뻔 했지요? 진짜 맛있어요."
그래도 일행이 있어 덜 지루하고 여행하는 것처럼 올 수 있었다. 마닐라에서는 마중 나온 그 집 밴으로 집까지 오니 얼마나 편한지.
날이 새면 우린 또 서로 드나들며 함께 생각하고 함께 웃고 함께 걱정하고 뭔가를 함께 궁리할 것이다. 서로 의지하고 서로 기대며.
첫댓글 한국이니 그 백이 보관되어 있었겠지요?
다행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