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 영원한 대공방 : 과거전
(Everlasting of Offence and Defence Battle : The Past)
<제 1부. 전쟁의 서(書)>
들어가는 말
"신은 인류를 버렸다." 당신은 믿으십니까?
오랜시간동안 인간은 본질을 잃어버린 사실을 믿으십니까?
이 소설을 보시기 바랍니다. 세상의 모래알 만큼 많은 존재, '인간' 이란 존재의
현 모습에 대하여 알게되실 것입니다...
<1편. 그 외로운 숲속에>
<1장. 새벽의 사신>
<통합력 211년 4달 12일>
성의 숲은 레트리 대륙의 불가침 성지이다. 오래전 레트리고왕국(진하력 1000년경~
통합력 34년) 이라는 거대한 나라와 마그왕국 이라는 신생국가 간의 전쟁으로 대륙
전역이 황폐화 되었을때도 이곳만은 파괴되지 않아 레트리고왕국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기도하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레트리 대륙 사람들의
마음속에 신성한 곳으로 각인된 숲, 그러기에 성의 숲은 아무나 함부로 들어올 수
없고, 찾아오지도 않는다. 아니, 찾아오지도 않았다.
풀과 나무를 해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숲속을 가로질러가는 사람의 그림자가 셋
있었다. 세사람 모두 그들이 걸치고 있는 저것이 과연 옷이라 말할 수 있을런지 구
별을 못할 정도로 찢어진 복장에 제각각 어딘가 한 부분씩 다친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가파른 숨소리를 내며 숲 저편으로 달려나갈때 반대편에서 또다른 소리들이
시끄러운 잡음과 함께 들렸다. 어림잡아도 숫자를 셀수없는 소리의 주인공들은 숲
저편에서 방금전 세 남자를 포위하는듯한 흐름으로 움직여나가는 중이었다.
그들 모두 온통 새카만 무언가를 걸치고 있어 안개가 자욱히 낀 숲의 분위기에 동
화되어 더욱 섬뜩한 느낌이 흘렀다. 만약이라도 성의 숲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이
그것들을 본다면 "암흑시대의 재래다", "마경의 마물들이 침입했다" 라고 외치며
혼비백산 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러한 집단을 가리켜 새로운 별명을 붙일 필요도 없이 널리 알
려진 대명사가 하나 있다......
'새벽의 사신'.
항상 해뜨기 전에, 이른 아침의 여명이 숲 저편에서 온 세상을 비추기 직전, 그것
도 안개가 자욱히 낀 날에만 등장하여 생긴 이름이다.
이 암흑의 집단이 지나간 지역 안에 모든 생명체들은 예외 없이 시체의 형태도 알
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모습으로 죽임을 당했는데, 10개월전 우연히 한 늙은
노인이 나무를 하는 도중 사람들을 먹는(암흑이 사람을 덮치는 것이었지만 노인은
눈이 흐려 사람을 먹는 것으로 착각했다.) 사신을 목격하는 것으로 사신의 존재가
드러나게 된 것이다.
평화롭게만 보이는 성의 숲과는 이질적인 이미지의 사신들은 앞서 도망치는 세 남
자를 교묘히 추적하고 있었다. 분명, 세 남자들은 숨이 턱에 찰 정도로 열심히 달
리고 있고 사신들은 걷는 속도만큼 느린 속도로 그들을 추적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들 사이의 거리는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이윽고 사람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큼직한 공터에 세 남자
들이 거의 구르듯 튀어나왔고, 찰나의 순간, 새벽의 사신들은 자욱한 안개와 함께
그 흐릿한 자신들의 모습을 집요하게 보여주듯이 공터를 둘러싼 숲 전역에서 모습
을 들어냈다. 세 사람들은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저마다 자신들 만의 비명을 지르며
공터중앙에 위치한 오래된 원형 돔으로 된 건물로 달려나갔다.
고시대의 유적처럼 보이는 원형의 건물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없었는지 곳곳의
벽들은 대부분 금이가고 일부는 이미 무너진 상태였다. 더욱이 유적 안밖으로 난립
한 각종 식물들은 마치, 유적을 당장에 붕괴시키 려는듯 한껏 하늘을 향해 높직하
게 뻣어 있었다.
유적을 향해 달려나가는 세 남자중 한 남자가 무의식적으로 뒤를돌아봤다. 그는
공포와 함께 두려움, 분노, 절망이 섞인 독특한 표정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한가지 더, 검은 눈동자 속으로 비춰지는 의문...... 그리고 비명...... 사신의
속도가 더욱 빨랐다. 세 사람들은 단 한마디 비명만을 지르고 사신의 암흑에 먹
혔다. 사신들은 속도를 늦추지 않고 더욱 빠른 속도로 유적을 향해 달려나갔다.
유적안에서 절망과 고통에 찬 비명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이 있었다니...오
랫 동안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새벽의 사신을 피해 이곳에 숨어 있었던 그들 모
두 몸이 성치않은 불구자였지만, 불구자 일찌라도 사신들은 자비롭지 않았다. 곧
살과 가죽이 찢어지는 소리, 뼈와뼈가 갈리는 소리들과 함께 원형의 유적은 옅은
노랑색의 노후된 벽의 색을 벗고 검고 끈적한 빨간색으로 새단장을 하기 시작했
다.
곧 비명소리는 멈추고 사신들은 언제 자신들이 있었냐는듯 안개와 함께 모습을
감췄다. 동터오르는 햇빛을 받는 유적안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고깃조각들과
바닥 가득히 고인 새빨간 핏물만을 남긴채......
<30일전-3달 32일>
아직 이른 새벽, 성의숲 한 부분에서는 지금 인간의 한 무리와 사신이라는 또다른
무리가 대치하고 있었다. 사신, 성의 숲에 스스로의 인생들을 내맡기고 사는 사람
이라면 분명 알고있는 이름이었다. 정확한 이름은 '새벽의 사신'.
성의 숲의 안개는 통합국에서도 '안개 비경'(통합력 127년 데반-오아스-카리아프코
의 저서:전세계의 안개가 자욱히 끼는 장소 127선을 선별하여 소개하고 있다.)에
그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자욱히 끼어 유명하다. 특히 그 안개가 심한날은 태양이
중천까지 올라가도 숲에서는 안개에 가려 햇빛을 볼수 없을 정도로 자욱한 안개를
만들어 내어 한 치앞도 보이지가 않는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겨우 앞사람의 명암정도만이 구별되는 이러한 안개는 비
록 지금이 안개가 가장 자욱할 새벽이라는 시간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오가 되도
안개가 끼일 정도로 심한 안개였다.
인간의 무리에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렸다.
"분명 사신인가?"
"확실합니다. 틀림없습니다!"
지금 그들의 정면으로 밀집진형을 짜고있는 암흑의 존재는 이들의 지휘관 으로서는
그 존재를 인정하기에도 힘든 상황이었다. 몇 분전 마법석으로 사신들을 확인한
마법병이 그에게 '사신들이 진형을 만들었습니다.' 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그의 이
런 불신은 애초에 생겨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휘관은 자신의 부하에게 확실히 사
신임을 인정받으려는 말투로 말을 하였다.
"정말, 정말 사신인가?"
"예, 마법병들의 말로는..."
"아무리 안개를 뚫고 본다는 마법병이라지만 사신을 본적도 없잖아!?"
"그... 그러나 카르보 군단장님! 저들은 분명 온통 검정으로만 된... 사신입니다."
지휘관은 점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한번도 본적없는 존재에게 과연 온통 새
까맣다고만 해서 사신이란 말을 붙일 수 있는가... 점점 심각해지는 두통속에 지휘
관은 덜컥 겁이 났다. 이러다 병사들보다 내가 먼저 패닉에 빠지겠다... 또다른 지
휘관이 머리를 부여잡은 그의 어께를 굳게 잡았다.
"정신차리라고 카르보. 자네까지 이러기인가?"
"...... 미안하네 베라드... 하지만 저들이 과연 사신일까?"
"자네... 지금 우리앞에 있는 저들이 만약 사신이라 하면 그냥 앉아서 죽을텐가?
사신이든 아니든 아무튼 없애야 하는건 변함없어. 자, 그렇게 머리만 쓰고 앉아
있는것은 부하들에게도 좋지 않아."
아직도 자신의 머리를 붙잡고 어쩔줄 몰라하는 카르보에게 베라드는 자신의 큰손
으로 그의 등을 두들겨 주는 선물을 하고서 자신의 부대가 있는 안개속으로 사라
졌다.
"...... 고마워, 베라드..."
마침내 그는 일어났다. 날씨가 선선한 새벽인데도 긴장한 얼굴로 이마에는 잔뜩
땀을 묻힌채 일어나 자신의 검을 찾았다.
"하사관! 내검은 어디있는거야?"
"여기있습니다. 군단장님!"
그는 힘있게 하사관의 양손에 들려있는 검을 낚아챈 다음 정면을 뚫어지게 바라봤
다. 아까와는달리 정면을 향하는 그의 두눈에는 뜨거운 무언가가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작은 목소리로 자신을 달랬다.
"그래... 사신이 어찌됐든 저들을 이기지 못하면 내가 죽는것은 다름없다. 가만히
앉아서 죽을 쏘냐..."
자신을 이렇게 달래는 동안 그의 부대 가장 앞쪽에서 병사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사신이 움직인다!!!"
곧, 거대한 진동이 병사들의 가슴속을 울리며 지축을 흔들기 시작했다. 사신이 움
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순간 인간의 부대는 동요되기 시작했다. 떨리는 다리대
신 자신의 창을 기둥삼아 서있던 최전방의 몇몇 병사들이 그대로 주저앉기 시작했
다. 흐릿하게나마 그들을 보자니 카르보는 자신의 속이 분노와 함께 끓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 병신아! 여기서 쓰러지는건 그대로 죽음인걸 몰라? 어서 일어나라! 이미 죽을
목숨이라면 사신 하나라도 길동무 삼아라!"
말을하던 카르보는 자신이 사신이 죽는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 것을 느꼈지만,
지금으로선 어찌되었든 상관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 라도 군대의 사기가 땅으로 곤
두박질친 이 상황을 극복 해야만 하였다.
"너희는 자랑스런 만그국의 병사다! 건국의 영웅 드로-테른의 정신을 이어받은 몸
이다! 지금 오직 눈앞의 목표만을 노려보라!"
'너희 실날같은 운명에 구애받지 않고 오로지 눈앞의 목표만을 따라 전진하라!'
생전에 테른이 만그국을 건국하기 전 만그고원을 오를때 아사 직전이던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한 말이다. 그 이후 이 말은 만그국군을 대표하는 표어로 남게 되
었지만 말이다. 테른의 한마디가 시간을 뛰어넘어 후세의 병사들의 두귀를 사로
잡는 순간, 병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동요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오... 감사합니다, 테른이여... 죽어서도 영광을 얻을지라.'
카르보는 지금이후로 이만큼 죽은 테른이 고마울일은 없을것이라 느끼고 있었다.
자욱한 안개속에서 마법병들만이 볼 수 있는 먼거리의 사신들의 움직임은 이제
보통 사람이 달리는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마법병들이 아니라도 보통의 병사
들도 사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요란하게 풀을 헤치는 소리로 알수있었다.
'좋아... 이대로라면...' 카르보의 머릿속은 자신을 따르는 병사들과 함께 사신의
공격에서 벗어나는 계획으로 가득찼다. 잠시의 시간이 필요로 했지만, 그는 자신의
부대도 사신의 진행같이 맞서 전진해 저 사신의 암흑을 가로질러 가는것이 최선이
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는 그의 군단이나 베라드의 군단이나 밀집대형을 취한 상황에서 접전을 치
른다면 전방에서는 수많은 병사들이 밀집되어 싸우기 때문에 한번 방향을 잡으면
쉽사리 방향을 틀수 없기 때문이다. 이작전은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방어위치를 바
꿀수 없다는 단점을 안고있었지만, 그만큼 사신들도 전투중에 그들을 가로질러갈
카르보의 군단에 대하여 그들의 흐름을 바꾸지 못한채 그대로 지나쳐 버릴것이기
때문이다.
"받들어~~~ 창!!"
멀리 왼편에서 베라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베라드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했을것이다... 카르보는 다시금 용기를 얻었다.
"받들어~~~ 창!!!"
그의 목소리에 창을 가진 최전방의 병사들이 자신의 양손에 들고있던 장창을 전
방으로 향했다. 명령을 내릴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카르보는 자신의 명령에
움직이는 부대원들의 모습을 볼때마다 마치 자신이 일국의 왕이라도 된듯한 쾌
감에 사로잡히곤 한다. 병사들의 창이 전방을 향했는지 보이진 않지만 그는 지
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 잠시 기다렸다가 두번째 명령을 내렸다.
"신이시여...... 우리가 죽음이라는 시련을 이기고 다시금 땅위를 밟고 설 수 있
게 축복을 내려주소서...... 전군 전진!!"
지축이 울리며 그의 부대가 전진하기 시작했다. 중무장 보병의 상징이라 일컫는
장창(Long Spear)과 대방패(Tower Shield), 양날의 단검과 두꺼운 철갑옷으로
무장한 중무장 보병 각 500두, 그 뒤를 이어 은빛이 미미하게 나오는 검폭이 좁은
장검과 가벼운 강화 가죽옷으로 무장한 경장 보병 각 800두, 마지막으로 한손에
구슬로된 마법석과 방패로 무장한 마법병 각100두, 도합 2800두로 구성된 카르보
와 베라드의 연합부대는 달려오는 사신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카르보도 군
대의 흐름을 타고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명령을 내리기에 바빠지기 시작
했다.
"하사관! 거리는!?"
"약... 일천보... 아니? 칠백보!!"
"최전방 병사들에게 전한다! 창의 높이는 가슴위로 세운다. 방패나 창, 어느것도
놓쳐서는 안된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라, 잘못하다가 머리가 날라가는 수가 있다.
행군이 늦어져도 좋으니 각 대열의 간격을 반 보 이하로 줄인다. 절대로 떨어져서
안된다. 절대로 대열을 이탈해서는 이번 전투는 이길 수가 없다!!"
"각 백인대장에게 전한다!! 창의 높이는......!!"
분명 사신이다...... 그는 단정했다. 분명 진군하기 전의 사신과의 거리는 2000보
이상이었다. 사람이라면 1000보이상 뛰어올수 없다. 만약 뛰어온다고 해도 전쟁터
에서 그런짓을 한다면 적과 싸우기도전에 지쳐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파는 행위밖
에 되지 않는다......카르보는 질린표정으로 계속해서 명령을 내렸다.
"마법병! 경계사격을!! 폭발마법은 지형만 파괴한다. 화염마법으로 대응하라!!"
곧 온몸이 진동하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머리위로 백여개의 불기둥이 솟았다. 그
리고 정면의 사신을 향해 무자비하게 떨어지며 불바다를 만들었다.
"와아아~~!!"
병사들의 감탄섞인 탄성가운데 카르보도 미소를 지었다.
"좋았어! 이대로라면..."
'이길수도 있겠다...' 그러나 곧 그는 자신의 이러한 생각을 바뀌야만 했다.
"뒤다! 뒤쪽에 사신이다아!!"
순간, 정면의 사신을 향해 걸어가고있던 수많은 병사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다.
뒤쪽에서 오는 흐릿한 그림자들, 안개속에 가려 확실히 보이지 않는 존재들 이었지
만 분명한 것은 주변의 모든것들을 삼킬기세로 다가오는 저 암흑... 달리 말할것도
없이 '사신' 이었다.
그 다음은 설명이 필요없이 모두가 패닉상태에 빠졌다.
이제 그들로서는 정면의 사신들의 존재는 필요없게 되었다. 당장 급한건 정면에서
오는 사신보다 더가까이서, 더빠르게 다가오는 뒤쪽의 사신과 대적하는것이 더욱
시급했다.
"이런...!! 지리를 지켜라, 이대로 전진한다!"
지휘관의 명령도 필요없었다. 장창을 든 중무장보병들은 군대의 흐름을 타면서 후
방에서 그들의 목을 칠 사신들을 상상하며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나아갔고, 후방의
마법병들은 방향을 잃은채 안개속을 향해 불기둥을 쏘아댔다. 불기둥에 맞은 경장
보병들은 한결같이 "사신이닷!" 이란 비명을 지르며 자신과 전우의 살타는 냄새를
맏아야 했다.
"하사관!! 하사관!!"
카르보는 그의 오른편과 왼편에 있어야 할 하사관들을 찾기위해 목소리를 외쳐대
었지만, 그의 외침은 다른 비명과 어울려져 그의 귀에도 들리지 않았다.
"베라드!! 어디있는거야?! 베라드!! 젠장, 이제 어떻게 해야 되는거야?"
묵직한 소리, 가벼운 금속소리와 함께 병사들의 비명이 더욱 심해졌다. 사신들이
한번 손짓할때마다 병사들은 손과 발이 잘려나가며 쓰려져야 했다.
"뒤로 기습하다니...... 정말 머리가 좋군... 만약 인간이라면 일사분란하게 움직
이는 완벽한 군단이다......"
카르보는 왼손에 쥐어진 그의 검을 양손에 움켜쥔채 다가오는 암흑의 물결에 맞섰
다. 이윽고 그의 시야에 사신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는 본능적으로 반짝이는 물체
를 양손에 들려진 검으로 힘있게 쳐내었다. 그리고 연이어 사신을 베었다. 곧 암흑
하나가 쓰러졌다.
"...... 사람?"
그는 자신의 말을 의심했다, 사신이 사람이라니...... 그러나 쓰러진 물체는 분명
사람 이었다. 긴장되어 감각이 잔뜩 선 양손으로 사신을 베어질때 느낀 질감으로
보나 사신이 죽을때 낸 단말마의 외침으로 보아도 그것은 분명 사람 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의심하며 떨리는 손으로 쓰러진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검은 가면안에 있는 것은 사람의 얼굴, 얼굴이 반으로 찢어진 이유는 그가 휘두른
칼부림 때문이라...... 카르보는 자신의 머리가 다시 아파오기 시작했다. 지금껏
지옥에서온 사신으로만 알고있었는데... 그것도 반년 이상 이나 말이다. 이대로
가다간 다른 병사들같이 그 역시 패닉상태에 빠질것만 같았다...
"카르보! 정신차려!! 이런제길, 발파스트-카르보! 일어나!!"
"어?! ...베라드?!"
"그래, 바보야 일어나! 여긴 전장이란 말이야, 우리가 앉아있을 때는 사형당할때나
앉아있는것이야!"
그의 두 눈에는 10년가까이 동료였던 베라드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비명이 가득
한 혼란중에 그는 베라드의 목소리를 구별해 내었다.
"베라드!! 이것봐봐... 사신은..."
"지금 말하지마! 지금 할 일은 이곳을 빠져 나가는 일이야!"
카르보는 그제서야 자신의 주위로 병사들이 끊임없이 쓰러지고 있다는것을 깨달
았다. 다행이 그가 있었던 곳은 병사들이 밀집되어 사신들이 많이 지나치지않은
곳이었다. 아니, 그대신 병사들을 둘러싼 사신의 수가 만만치 않는 곳이었다. 그
만큼 카르보자신이 이끌던 부하병사들의 죽음을 더많이 지켜봐야 했다.
"베라드, 들어봐! 내말을...!!"
"닥쳐! 이곳에서 살아남는다면 내가 듣을께, 그러니까 제발... 지금은 따라오기나
해."
막 사신하나를 벤 베라드가 말했다.
말을 해야 하는데... 카르보는 자신의 의식이 두통과 함께 멀어짐을 느꼈다. '빌
어먹을...... 지병이 또 도지는군,' 이 생각을 마지막으로 그의 의식은 조용한
어둠으로 빠져들어 갔다.
'그래...... 이곳을 빠져나가는 동안 살아남겠지...... 그때말하는거야...... 따
듯한 차 한잔을 손에 쥐고 나무상자로 만든 간이의자에 몸을 의지하며...... 군용
담요로 온몸을 감싼채 나의 오랜친구 베라드에게 말하는 거야......'
카르보의 상상은 가슴속에서 우러나오는 따끔한 현실의 감각과 함께 끝나 버렸다.
그의 가슴에는 길다란 장검이 하나 꼿혀 있었다. 카르보는 그의 가슴위로 튀어나온
칼을 보면서 현실의 감각이 다시 무뎌지기 시작했다.
'베라드...... 어딜 그렇게 가는거야? 이봐...... 아프다고 흔들지 마...... 아프
다? 어디가 아픈거지? 젠장...... 난 살아남을 거야. 아플리가, 아플리가 없잖아?
피도 안 나오고...... 어라? 가슴에서 피가...... 그래...... 살아서 따듯한 모닥
불 앞에서 베라드에게 말하는 거야...... 사신은...... 사신은...... 사신이 아니
라고......인간...... 이라고......'
자욱한 안개속에서 어렵게 전장을 벗어난 베라드였다. 아쉽게 사신 둘이 그를 추격
하였지만, 사신의 검술은 그보다 한수 아래였다. 어렵사리 그 둘을죽인 베라드는
사지에서 빠져나온 상황에 자칫 비명을 지를뻔했다.
"카르보!! 카르보 정신차려! 오, 신이여... 카르보의 가슴에 칼이 꼿히다니..."
자세히 살펴보니 카르보의 목도 칼에 의해 예리하게 잘려있었다. 그나마 불행인지
다행인지 칼은 카르보의 신경을 제외한 기도와 식도만을 잘라놓았다. 아니, 눈으로
봐서는 그런거 같았다.
"카르보!! 정신차렸!!"
지금껏 눈을 감고 죽은듯이 있던 카르보가 떨리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 본다...
죽음 앞에서 마지막 남은 자신의 새끼줄을 태우듯, 그의 손에 무언가를 적어주기
시작했다. 비록 글씨는 쓰여지지 않지만 베라드는 그가 무언가를 쓰고 싶었는지는
알수 있었다. 그리고 카르보는...... 마지막 새끼줄의 끝을태운 그는 떨리는 손을
살며시 내려놓음으로서 그의 생을 마감했다. 베라드도 자신의 동료의 죽음앞에 침
묵을 지키며 묵묵히 그의 두눈을 감겨 주었다. 베라드에게는 슬픔을 참는 잠시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후에 카르보가 죽기전에 남긴 글자들을 다시금 그의
기억속에서 나열했다.
"사... 아니...... 간?"
그는 이해가 안갔지만... 다시금 천.천.히. 글자를 나열했다.
"사신 아닌... 인간...!?"
베라드는 설마하는 자신의 느낌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튀어올라 그의 앞에 쓰러진
사신의 검은천을 벗겨 내었다. 그리고 그는 카르보가 그랬던 것처럼 한동안 머리
가 복잡해지며 숨이 가파올라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Fin de Siecle] Cause I am always thinking about you.
.. <2장. 만그국>
<통합력 211년 4달 21일>
성의 숲 북쪽 끝으로 만그고원 이란 고지대가 이어진다. 만그고원은 다른 보통의
고원들과 마찬가지로 일년내내 춥고 항상 만년설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러나 특별
히 다를게 있다면, 만그고원의 정상에는 고원의 거대한 크기 만큼이나 큰 대분지
가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곳은 특이한 기후덕택에 그나마 만년설이 생기지 않
는 온도를 유지할수 있어 부분적으로 목축이 가능한 사람이 살 수 있는 지역이다.
만그고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내 맡기고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나마 고원안에
서 가장 입지조건이 좋은 분지에 살고있다. 그리고 이땅을 지배하는 만그국이란
나라의 수도또한 거대한 분지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있다. 만그고원이라는 수비적
입지조건에 분지라는 자급자족 조건을 고루갖춘 이러한 대지에 만그국이라는 소국,
그러나 레트리대륙과 주변 대륙에서 빠질수 없는 힘있는 강국이 있다.
만그국의 수도인 만그요새는 그 이름에서도 알수있듯이 처음 도시를 만들때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군사도시 이다. 고원의 분지 중앙을 중심으로 여긴다면, 만그
요새는 중심에서 북서쪽으로끝까지간 외진 곳에 있다.
만그국 건국의 영웅이자, 만그국의 초대 총수였던 드로-테른은 그의 자서전에서
아사 직전의 그의 추종자들 3500여명과 그의 직속 군단원 870명 과 함께 만그고
원의 분지에 도달 했을때 그의 두 눈앞에 보이는 것이라곤 분지를 가득메운 사람
크기만한 바위와 드문드문 나있는 초지, 그리고 문명에는 전혀 문외한 이었던 분
지의 원주민들 4000여명이 전부였다고 기록했다. 직접 인용하자면,
"...내가 과연 옳바른 선택을 했는지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5일밤낮을 설쳐대었다.
당시로선 나의 생각을 바로잡아 해외로 망명가기 위해 고원을 다시 내려가고픈 심
정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않있어 시작된 고산증은 나의 가신(테른은 그의 추종자들
을 이렇게 불렀다.)들은 거침없이 쓰러뜨렸고 나의 망명의 욕구를 더욱 부채질 하
였다..."
이렇게 기록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당대 최고의 전략가 일 뿐만아니라 그에대한 절대적 민심
이란 한장의 히든카드를 가지고 있었던 그는 뜻밖의 도움을 받았고, 그에게 도움을
준 자는 당시 마그왕국에서 최고의 부호로 손 꼽히던 필르케 가문의 가주, 필르케
-마호베른 이었다.
그는 자신의 가문이 소유한 거대한 금력을 드로 테른에게 무상으로 전액 제공하는
대신 신생국에 대한 20년간의 모든 상권과 부총수의 자리를 요구했다. 그의 행동은
당시 마그왕국의 사람들에게는 [미친짓] 으로 보였다. 그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비난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행동을 굳게 진행해 나갔고 급기야 사람들은
마호베른이 자신의 가문, 필르케를 말아먹을 작정이라고 만장일치로 입을 모아 소리
쳤다. 그러나 최소한 마호베른이란 사람은 그런 사람들의 평가와는 다른 미래를 예
측할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마호베른의 특별한 자금지원이 있은후 2년뒤, 정확히 통합력 154년 만
그국은 인구 5만(이후에도 꾸준히 테른을 지지하는 무리들이 고원을 오른다는 어
려움을 딛고 만그요새로 몰려들어왔다.)의 도시국가로 역사의 한 부분을 써 나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57년뒤, 그러니까 지금의 만그국은 인구 560만명, 영토 로서는
만그고원전역을 차지하며, 레트리대륙 경제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물론, 만그국이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그 이름만 들어도 레트리대륙 근방의
대상인 들이 절로 모인 다는 마호베른이 20년동안 가지고 있었던 상권독점 덕분이
었고, 그는 그의 전재산을 투자한 만큼의 이익과 그의 자손에게 영구히 세습이 가
능한 부총수의 자리를 얻게 되었다.
만그고원의 분지에 위치한 57년 역사의 만그요새는 크게 다섯구역으로 정리가 된다.
먼저, 북쪽의 구역과 동쪽의 구역은 500만 요새시민들이 사는 일반 주거지역이고,
서쪽의 구역은 만그국을 지키는 50만가량의 용병군으로 이루어진 용병 주거지역이다.
중앙의 구역은 만그국의 심장이나 다를바 없는, 비공정 100여대가 동시에 뜨고 내릴
수 있는 비공정 항구와 각종 무역회사와 금융권등이 자리잡고 있다. 마지막으로 남
쪽의 구역에는 만그국을 이끄는 각종 국가 정부 기관들이 자리잡고 있다.
정부 기관들의 중심에는 만그국의 머리이자 만그고원을 이끈다는 자부심으로 뭉친
자들만이 들어갈 권리가 있는 '수뇌부'가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수뇌부에는 국가의
머리들을 위해 건물안에 부수적인 시설을 많이 설치되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지
하에 만들어진 거대한 도박홀(이 시설은 일반인에게도 공개되는 유일한 것이다.)이
그것이고, 그 외에도 2,3층을 전부 사용해 건물 내에 설치된 산책홀(이것은 건물
안에 나무와 꽃들을 심어 추운 밖을 나가지 않아도 쾌적한 환경에서 산책할 수 있
게끔 만들어진 것이다.)이 있고, 옥상에는 수영장도 마련되어 있다.
아직 추운 늦은 겨울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수영장을 가로지르며 헤엄치는
남자 하나가 있었다. 신분에 따라서 부르는 호칭이 약간은 다르겠지만, 건장한
체격에 약간은 진하게 타들은 듯한 피부를 가진 저 수영하는 남자를 가리켜 만
그국 사람들은 '각하'또는 '총수님'이거나 '대두목'이라고 부른다. 한 사람만을
제외하고는......
"라피~~덴! 이제 그만좀 해, 난 추워죽겠어!"
수영장 밖으로 헤엄을 치는 남자만큼이나 열심히 그를 부르는 여자가 한명 더 있
었다. 역시 신분에 따라서 그녀를 일컫는 대명사가 다르겠지만, 자연스레난 금발
의 웨이브에 이미 성숙한 미인의 몸매를 가진, 지금도 고함을 지르는 그녀를 가
리켜 만그국 사람들은 '준 각하'또는 '헬레나'또는 '큰 누님'이라고 부른다. 드디
어 남자는 헬라나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여자의 목소리에 수영장을 가로지르는 일
을 잠시 멈추었다.
"헬레나, 같이 수영하지그래? 적어도 추위만은 덜할텐데 말야."
"너, 나 놀리는 거지? 누가 들어오기라도 하면 나는 어떻하라구? 이제 그만하고
나오라고."
헬레나의 말에도 딴청을 부리던 라피덴은 그녀의 얼굴이 묘하게 일그러지며 살기를
발산하자 그제서야 허겁지겁 수영장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걸어가 등받이가 적당
한 각으로 기울어진 안락의자에 몸을 의지하고 있던 헬레나의 두 다리에 몸을 기대
었다.
"아... 편안하다..."
"자, 좀더 가까이 와봐. 내가 수건으로 닦아 줄께."
"아, 고마워."
라피덴은 헬레나의 다리에 몸을 기댄채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머리카락에 잔뜩
묻어 있던 물이 떨어져 나갈때 느껴지는 시원함과 함께 헤레나의 목소리를 감지했
다.
"어머, 너 진짜 모르니? 하기야 맨날 집무실에서 만그국의 안녕을 책임지는 분이
니... 너도 자주 밖에도 좀 나가고 그래 매일 수뇌부 인지 뭔지 하는 아리송한 건
물에 박혀 있지 말구 말야..."
아리송한 건물이란 말은 분명 수뇌부 지하에 설치된(한번 들어가면 밤낮을 구별
못한다는 기괴한 소문이 흐르는 곳이기도 하다.) 도박장을 말하는 것이리라...
대부분의 수뇌부 사람들은 그들이 그들의 공개 도박홀에다가 [도박홀 아이시스]
라는 이름을 손수붙였음에도 불구하고 [지하 도박장]이라고 부르고 다닌다.
계속해서 말을 하는 헬레나의 목소리를 뒤로한채 라피덴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새벽의 사신... 만그국 수뇌중의 수뇌인 총수의 자리로서 그 이름을 모른다는 게
더 이상할 정도로 유명한 대명사 이다. 만그국의 성의숲 주둔군 10만명을 1년동안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전멸시켜버린 존재들이다. 물론, 사신의 존재는 반년전에
알려진 일이고, 전멸당했다는 사실은 오늘에서야 우연히 알아버린 사실이었지만
성의숲 주둔군의 이유 모를 전멸과 실종은 1년전부터 계속되는 일이었다. 그도
사신의 존재는 알고있던 것이다. 헤레나에게는 한번 모른척 해본 것이었지만 말
이다.
그가 생각을 멈출때쯤 헤레나는 지금껏 그의 몸을 닥아주던 일을 그만하고 손짓과
몸짓을 다해가며 라피덴에게 새벽의 사신을 설명해 주는일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새벽의 사신이란 말야, 성의숲에서 출몰하는 괴의 존재들을 보고나서 그런 이름을
붙인거래. 아, 항상 해뜨기전 새벽에 나타난다지? 그것도 온통 새까아~만 모습으로
말야. 근데 성의숲에서 나타나는 것들이 왜 만그고원에서 유명해졌는지 알아? 그건
성의 숲에서 주둔하는 우리 군대를 공격하고 다니기 때문에... 잠깐만?"
"하하하...!!"
그제서야 라피덴은 지금껏 꾹참고있던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을 참았던만큼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못하고 계속 웃어댔다. 헬레나는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에 분노
하며 입을 닫아버렸다.
"너어..."
"하하하... 아하하... 미안, 알고 있었어... 큭큭..."
"흥! 사람속이는건 여전하구나?"
"아... 많이 고쳤어"
헤레나가 말이 없는것으로 보아 그는 이제 헬레나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성의숲
주둔군과 관련된 이야기를 자신이 설명해 주어야 할 때 라고 느꼈다.
"그 얘기는 반년전부터 알고 있었어 아핫, 그렇게 노려보지마... 새벽의 사신은
사교계나 술집에서는 좋은 이야기 거리겠지만 정부로서는 일급비밀에 비상사건
이였거든. 생각해봐, 성의숲 주둔군이 전멸한 상태야... 아무리 사람이 아닌 존
재라지만 이정도되면 심각한 상황이지,"
"근데 말야!"
"...... 어?"
"그런데 말이야."
한참 설명에 빠진 라피덴의 말을 끊어버린 헬레나는 방금 자신의 두 귀로 들어온
새로운 흥미거리에 기뻐하며 자신의 궁금증을 채우기 시작했다.
"근데말야... 주둔군이 전멸해 버렸다고?"
"어... 음... 어떻게 알았지?!"
"건망증! 아까 자기입으로 말해버려 놓고선?"
"으...... 나도 새벽 조례때 알게 된 일이야... 조례중에 갑자기 성의숲 에서 왔
다는 군단장 하나가 갑자기 들어와 알려줬지."
그는 지금 헬레나에게 국가 기밀을 말하는데 굉장한 아쉬움을 느끼면서 묵묵히,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얏호! 잘됐다. 아차, 잘된게 아닌가? 암튼 그래도 이제 술집에서 자랑할 거리가
생겼으니까... 글쎄 라피덴, 어제 비공정 선원들이 술집에 와가지곤 나한테 자랑
하는 거 아니야? 글쎄 '큰누님은 오르시지? 새벽의 사신 이라고 듣어봤어?' 라고
말하면서 자랑을 하길래 밤새도록 잠도안오고 괘씸한 놈들때문에 샘이나 죽겠었
는데 주둔군이 전멸했다는 빅뉴스를 자랑하면 그놈들 오늘 껌뻑 나자빠 질껄?"
"아아... 그래..."
라피덴은 긍정의 대답과 함께 깊게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 자신이 비공정 선원
들에게 큰 누님으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한 여인에게 어처구니없게도 국가
기밀을 선물해 줬다는 사실에 실감을 하였다.
"뭐를 그렇게 생각해? ...설마 후회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아~니..."
순간 그의 심장이 덜컹 거리며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지만, 표정 하나 변화없이 차
분하게 대답했다.
"그럼 무슨생각을 그렇게 곰곰히 하는거야? 말해봐?"
"......"
"빨리말해봐."
"우리 언제 결혼할까?"
갑작스레 그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대답에 헬레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뭐어?!"
"...라는 생각."
"어휴! 뭐야?!"
생각끝에 결혼 이란 말로 헬레나의 궁금증을 해결하기는 했지만, 다음에 있을 그녀
의 행동에 그는 그런 어처구니가 없는 단어를 꺼낸것을 후회하게 되었다.'퍽!' 이
라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라피덴은 신음섞인 비명소리와 함께 머리를 싸메고 굴렀
고, 헤레나는 아픈 자기 오른 주먹을 왼손으로 꼭 붙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조용
히 말했다.
"아이고오~~"
"우리 결혼날짜를 생각 했다고... 5년동안 기다리게 해 놓구선, 잘도 말해... 착한
넘... 자 일루와봐."
헤레나는 바닥을 구르는 라피덴을 잡은뒤 그녀의 무릎에 눕혀놓고 방금전 그녀의 주
먹으로 때린 그의 머리를 다정스레 쓰다듬어 주기 시작했다. 헤레나의 갑작스런 태
도변화에 그는 잠시 어리둥절 했지만, 좋은 분위기가 될 것이라는 그럴사하지도 않
는 예감에 라피덴도 긴장을 늦추었다.
"착하기도 하지... 언제 결혼할 건데?"
"... 알고싶어?"
"알고싶지요. 라피덴 총수님?"
화사하게 웃는 그녀의 미소속에서 라피덴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
"지금 생각해 볼께" 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라피덴은 잠시 참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그는 지금 자신과의 결혼에 대단한 관심을 가지는 여인의 무릎에 눕혀 있으니까.
"... 응? 라피덴 왜 말을 안해?"
"......"
"아이, 쑥쓰러워 하지 말고... 숨 한번 크게 쉬고... 옳치 잘한다."
그녀의 변함없는 말투와는 사뭇 다르게 그녀의 오른손에있던 다섯개의 손가락들은
여자 특유의 연약함을 유지한채 한가지 더, 다부진 주먹을 천천히 쥐어 보이며 그
의 얼굴을 조준하고 있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지금 누군가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하는 바램 뿐이었다.
"라피덴 총수님~~"
멀리서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비록 천국에서 오는 천사들의 이미지와는 크게
벗어난 괄괄한 목소리 였지만, 라피덴에게 있어서는 지금 어떤 천사들 보다도 더
반가운 천사의 목소리 였다.
"그래! 나 여기있다!"
"총수님~~ 늦었습니다. 10분후에 긴급회의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보시지 않으시
겠습니까?"
"알고 있어."
시종장 우간과의 짤막한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라피덴은 고문기구 같던 헬레나의
무릎위에서 벌떡 일어났고, 우간과의 대화가 끝난뒤 헬레나가 그를 부르기도 전에
그는 재빠르게 계단을 통해 내려가고 있었다.
헬레나는 한숨과 함께 그에게서 확답을 받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사기꾼 이라는 말을 연달아 외치며 라피덴 으로 인해 생긴 화를 풀어야만
했다.
<만그요새 수뇌부 군사회의실>
7층에 위치한 군사회의실로 뛰어가는 라피덴을 따라 뛰어오는 사람이 한명 더 있었
다. 앞배가 잔뜩 튀어나와 보기에도 동정심이 저절로 일어나게 만들정도로 열심히
뛰지고있는 남자, 하지만 그의 뛰는 속도는 멀리서 보기에도 보통 사람의 걷는 속
도와 비슷해서 라피덴과의 거리는 점점멀어지고 있었다. 미안할 정도로 열심히 뛴
남자는 결국 자신이 뛰어가든지 걸어서 가든지 도착하는 속도는 마찬가지 라는 결
론을 내리고 걷는 방향으로 그의 행동을 변화시켰다.
남자에겐 다행히도 그의 고문같은 걸음의 마지막임을 보여주듯이 복도 저편에서 그
를 기다리는 라피덴의 모습이 보였다. 라피덴의 오른 편에는 [긴급 군사회의]라는
명판과 함께 양 팔로 힘껏 밀어야 열릴듯한 문이 단조롭지만 복잡하기도한 갖가지
문양들을 간직한채 굳건히 닫혀 있었다.
"허어... 허어... 자... 각하... 받으시지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라피덴의 앞에 도착한 시종장 우간은 지금껏 그의 왼 팔장에 끼
여 있었던 총수의 집무복을 양팔로 전해 주었다.
수영장서부터 입고있던 잔뜩 젖은 반바지를 단숨에 벗어 버린채 아직 다 마르지도
않은 우람한 몸에 집무복 이라는 이름의 다소 경직적인 정복을 무리라 싶을 정도로
입는 바람에 짤막한 말밖에 하지 못한 라피덴의 앞에서 그의 시종장 역시 길게 느
껴진 짤막한 대답과 함께 너무 젖어 복도에 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반바지를 양손
으로 가지런히 받아 다시 왼팔에 고정하고 방금전 자신이 왔던 복도를 다시 되돌
아 나가기 시작했다.
겨우 집무복의 상,하의를 입은 라피덴은 대충 손으로 젖은 머리를 털면서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그긍... 나무로 된 문과 대리석으로 된 바닥이 이상한 마찰
소리를 내며 회의실 안에 울려 퍼졌다. 그 덕분에 회의실 안에 있던 몇 안되는 사
람들의 시선이 문과함께 회의실로 들어오는 라피덴의 모습에 맞추어 졌다.
"모두 다... 왔군. 내가 잠시 잊었소."
혹시나 하는 바램으로 라피덴은 자리에 없는 사람을 찾아 보았지만, 아직 주인없는
의자는 하나 뿐 이었다.
"......!!"
라피덴은 강렬한 시선을 느꼈다. 그에게 이러한 살기 등등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은
만그국에선 단 둘 뿐 이었다. 약혼녀 헬레나와 만그국 유일의 세습되는 직위를 가
진 부총수 란즈켈. 회의실에 헬레나가 들어온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 못할 일이 기
에 라피덴은 금방 그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남자가 란즈켈임을 단번에 알아차
렸다.
"라피덴 총수각하... 매일마다 회의에 참가하시는 시간이 늦어 지십니다."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부총수."
앞배가 잔뜩 튀어나온 란즈켈 이었다. 그의 비만은 우간의 그것보다 더욱 심했다.
그가 느끼하게 웃으며 기름기로 미끈해진 자신의 양손을 살짝 쥐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 이런일이 계속 이어지시면 곤란합니다..."
"... 명심 하겠습니다..."
"후후... 선대 총수님께서는 항상 저희에게 모범을 보이셨는데..."
란즈켈의 구차한 참견에 잔뜩 올라온 화를 가라앉히며 그의 자리에 앉은 라피덴은
란즈켈의 한마디에 다시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선대 총수라면 만그국 건국의 영웅
드로-테른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테른은 드로-라피덴 에게 있어서 양아버지이
기도 했다. 선대 총수님은 그에게 그런 존재이다. 그런 선대총수의 이름을 함부로
말해 욕되게 만든 란즈켈의 행동이 라피덴을 분노로 이끈것이다.
"그말, 명심하겠습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한마디를 하며 라피덴은 란즈켈과 기괴한 미소를 주고 받았다.
겉으로는 미소를 보이고 있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모든것을 알려고, 또 어딘가에
다가 이용해 먹고 싶어하는 란즈켈일 것이다... 그는 그렇게 단정 지었다.
하기야, 그렇게 단정지어도 틀린 말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선대로부터 이어져 온
금력의 힘에 의해 그의 후손에게 까지 물려줄수 있는 부총수의 자리를 가진 란즈켈
이었다. 보통 서민들은 그의 이름을 듣는다면 지금껏 한번도 본적없는 그의 뚱뚱한
모습에 돼지를 생각하는 대신, 만그국 건국일에 태어나고 또 태어나자마자 부총수
라는 명판에 이름새김을 예정받은 그를 가리켜 '행운의 란즈켈' 이라는 별명을 먼저
생각한다.
지금껏 하나 부족함 없이 자란 57세의 늙은 란즈켈의 욕망은 절정에 이르어 이제는
총수의 자리까지 얻기를 바라며 탐탐히 라피덴의 주위에 그의 심복을 심어둔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그의 정황을 예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중에서 그가 가장 신뢰하
는 심복은, 지금 총수의 시종장 이란 직책으로 라피덴을 감시하고 있었다.
라피덴 또한 그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어짜피 그를 감시하는 사람을 붙잡아
추궁하더라도 마땅히 눈에 보이는 혐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감시자가 있다고 해서
당장 그에게 해가 되는 일도 아니었기 때문에 라피덴도 자신을 감시하는 란즈켈을
심복들의 존재를 그냥 묵인해 주고 있었다.
라피덴은 그의 정면에 앉아서 그를 보고있는 란즈켈의 시선을 무시한채, 좌우를 살
폈다. 그리고 지금 수뇌부에서도 군사에 관한 일을 맞고 있는 핵심들이 전부 왔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구상관. 가쿠타-에클리흠
구상관 부관. 필르케-발메이지
용병대 총대장. 도마-도언
구상관 이란 직책이 참으로 할일이 많은 자리인데, 보통 구상관이 하는 일은 군사
과학에 관한 아이디어 제공이다. 그리고 정치를 할 때에는 해박한 지식과 전문가에
가까운 정치술수를 이용해 늘 새로운 정책을 제시해야 하며, 경제를 논할때는 경제
학박사의 수준으로 경제상황을 조사해 경기정책에 아이디어를 제공해야하며, 전시
에는 총수의 최고 부관으로서 전쟁에 참가해(총수가 없으면, 총수대행으로서 총 사
령관이 된다.) 필승의 전략과 전술을 만들어내고 제시해야 하는 직책이다. 어찌보면
만그국에서 총수의 자리보다 더 중요한 자리라 말할수도 있다.
이러한 보통 무사안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면 당연히 꺼려하는 직책을 맏고 있는
에클리흠 이란 남자는 한마디로 절대미를 과시하는 천의 얼굴을 가진 남자였다.
그의 얼굴이 가진 미모만큼 에클리흠은 만그국 처녀들의 우상이었고, 또한 구상
관의 업무만큼이나 날카롭고 예리한 표정과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총수 라피덴
과는 어릴때부터 둘도없던 친구사이로 어쩌면 라피덴이 자신보다 더 신용하는 사
람이라고도 말할수가 있었다.
"총수 각하, 요 몇달간 성의숲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분석해보면 성의숲 주둔군은
분명 새벽의 사신 이라고 불리는 존재에 의해 전멸을 당한 것으로 여겨 집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뒷바침 하듯, 오늘 아침조례때 무례하지만 부득이 하게 조례실
에 난입한 라인스도-베라드의 말은 잠정적으로 주둔군이 현재 성의숲엔 아무도
남지 않았고, 베라드 단 한사람 남았다 라고 밖에 말할수 없는 상황 입니다."
"라인스도-베라드 라는 남자는 주둔군 어느 부대 소속이오?"
담담하게 말하고 있던 에클리흠에게 질문을 던지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머리는
마치 운동선수처럼 짧게 깍여 있고, 근육질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것으로 보아선
젊은 남자일 것이라 여기겠지만, 그는 올해로 나이가 47세가 되는 젊은 남자의 이
미지랑은 많이 다른 인생의 풍파를 많이 겪은 듯한 강인한 인상의 남자였다.
"예, 그는 성의숲 주둔군 북방 제7... 군단장 이었습니다. 도언 장군님."
"아, 그렇군... 북방군은 이미 석달전에 군의 중추가 통째로 사라졌으니 그럼 성
의숲 변방의 잔여 군단이었군.]
"더 물어보실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장군님?"
"아아... 이젠 없소이다. 그렇게 신경써주니 고맙소."
에클리흠은 도언의 이름 뒤에 꼬박 장군님 이라는 호칭을 붙임 으로서 도언을 기분
좋으면서 무안하게 만들었다. 계급은 없지만, 구상관의 자리는 군에서는 총수 다음
의 자리로서 그 밑으로 부총수, 정규군 총대장, 용병대 총대장 순으로 나가는 것으
로 볼때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아래의 자리였다.
"주둔군이 전멸한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새벽의 사신 이라는 존재가 지금껏 우리가
예상하고 있던 사념의 집단체, 또는 지옥의 존재라는 이미지와는 굉장히 거리가
먼...... 인간이란 것입니다."
순간 란즈켈을 제외한 모든이들은 헛숨을 들이켰다.
"설마... 너무 생각해서 돌아버린건 아니냐?"
"아닙니다. 총수각하, 저도 처음 이 소식을 듣었을때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럼 누구한테 듣은 소리겠군?"
"베라드가 말해주었습니다."
"베라드가?"
"그가 사신과의 전투에서 죽인 사신의... 아니 사람의 목을 직접 가지고와서 저
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라피덴은 다시한번 헛숨을 들이켰다. 머리를 직접들고 오다니... 베라드란 작자도
어지간히 알리고 싶었던거 같군, 그가 생각을 마쳤을때쯤 에클리흠은 다시금 말문
을 열어 열심히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저는 오전내내 국립 도서관을 찾아 성의숲에 관련된 군단을 찾아보았습니
다. 검은 가면에 검은 머리칼, 검은 갑주에 검은 맘토를 걸친... 그정도가 아니어
도 검정색과 관련이 깊을 법한 집단을 말입니다."
"흠... 그래서. 찾았나?"
라피덴과의 미소주고받기 이후 한마디도 하지않던 란즈켈이 다급히 입을열었다.
아무래도 만그국 안에서도 최고의 정보망을 가진 그로서도 에클리흠이 국립 도서
관에서 서적을 열람한 사실은 모르는 듯한 눈치였다. 혹은 에클리흠이 국립 도서
관에 갈수 있다는 예상 자체를 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예. 부총수님. 성의숲에 본거지를 두거나 혹은, 성의숲에서 활동한 군단들중 검
정색과 관련있는 군단들을 선별해 보았는데... 첫번째로 150여년전쯤, 그러니까
성의 숲 주변에서 마그왕국의 공세속에서 마지막 레트리고왕국을 지켰던... 흑철
퇴기사단."
"아니야, 아니야... 150여년 전이면 적어도 5세대 이상은 지났어."
"아, 그렇군요, 도언 장군님. 그러면 97년전에 성의 숲 일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았던 검은손 도적단."
"97년전에 도적단원 전원이 죽임을 당했지..."
도언의 말이 끝날때 마다 에클리흠의 눈초리가 미묘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에클리흠
의 감정변화를 용병대 총대장 도언은 아는지 모르는지 말할테면 해봐라 라는 식의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에클리흠과 도언의 대화는 이제, 현재의 사실을 잘아는 한
젊은이와 과거의 사실을 잘 아는 중년의 장군이 벌이는 자존심대결로 흐르는듯 보
였다.
"그럼... 죄송합니다. 서류를 잠시..."
"에크, 그러지말고 옛날 이야기부터 하지말고 최근의 이야기부터 하는것이 어때?"
"그것도 좋은 방법이군요... 각하."
잠시 그가 작성해온 서류뭉치를 정리하던 에클리흠은 가장 뒷장의 서류부터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최근 마그왕국소속의 자비로 움직이는 민병군단. 검은유령."
라피덴은 피식 웃어버렸다.
"에크, 아무리 검정색에 관련되었다고 해도 설마 민병군단이 우리군 최정예인 주둔
군을 이길수 있겠어?"
"각하, 잠시만..."
이번엔 도언이 총수의 말을 끊어버렸다.
"구상관님, 혹시 검은유령의 군단장이 누군지 아시오? 이전에 제가 성의숲 부근에
일이있어서 잠시 내려갔을때 검은유령의 군단장에 대해서 듣어본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이 안나오..."
재빨리 자신의 서류를 읽어 내리던 에클리흠이 말했다.
"검은 유령이라면... 헨트-루닥 이란 남자가..."
"성이 헨트 입니까?"
"예, 그렇습니다만?"
잠시 에클리흠과의 대화를 그만두고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보였던 도언은 이제 모두
를 쳐다보며 말문을 열었다.
"30년전에 만그국을 발칵 뒤집은 마그왕국의 군단의 장군을 아십니까?"
물론 아무도 몰랐다. 라피덴이나 에클리흠 모두 30세도 안되는 젊은 나이였기에
30년전의 일을 알고 있다는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다만, 만그국과 그
역사를 같이한 란즈켈이 기억을 더듬으며 도언의 말에 답을 해주었다.
"30년 전이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이라서 포로는 모두 목을 잘라 목은
효수하고 몸통은 짚단하고 같이 큰솥에 끓여 말들의 먹이로 줬다는 잔인한 장군 헨트
-라스 말이오?! 그놈이 만그고원을 오를 것이라는 소문아닌 헛소문때문에 몇년동안
근심했는지 모르오!"
아주 잠깐의 인내력이 필요했지만 결국 도언은 란즈켈의 마지막 한마디, [헨트-라스
말이오?!]에서 그가 찾던 대답을 얻었다.
"그렇습니다."
만그국의 총수, 라피덴도 라스라는 이름을 가진 장군에 대해서 알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역사책에 나옴직한, 실제로 등장하는 라스의
존재를 파악하였다.
"헨트-라스 라면, 30여년 전부터 6년간 성의숲에서 우리 주둔군을 괴롭히던 장군의
이름 아닙니까?"
"예. 그렇소. 당시 소문으로는 암살당했다던데... 그때 운이 좋게도 라스의 죽음과
시기를 맞춰 주둔군이 적의 군단을 공격하는 바람에 라스의 군단은 완파당하고 본국
으로 패주했다고 듣었소."
"아... 그런 사연이 있었군..."
라피덴이 자신도 모르고 있던 사건에 대하여 듣게되어 만족하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
었을때, 에클리흠은 만그국의 두뇌중에 두뇌인(구상관인 자신을 그렇게 자랑하며 다
닌다.)자신도 모르는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며 바라만 보고 있다가
자신이 대화에 끼어들 시기인 것을 알아내고선 재빨리 도언장군에게 자신의 궁금증
을 말하였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꺼낸 한마디였다. 그러나 에클리흠에게 돌아온 도언의 한마디는
에클리흠 뿐만 아니라 회의실 안의 사람들을 당혹감과 함께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
였다.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들을 고민에 빠뜨린 도언은 그역시 당혹한 표정과 함께
앝은 신음소리를 내며 말을 이었다.
"루닥이란 자가 라스의 아들이란 사실과 또한 그의 민병군단 검은 유령이 새벽의 사
신임을 증명하는 사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새벽의 사신의 전법은 안개가 자
욱히 끼이는 새벽에 그들의 모습을 들어내어 안개가 사그라들기 전 전장에서 모습을
감춘다는 것입니다. 이건 과거 라스가 사용한 자신의 군단을 은폐하려는 전술과 비슷
한 유형 입니다."
"은폐술 이라......"
"한마디로 심리전을 사용한 것입니다. 자신이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적들 스스로가
공포심을 유발시키게 만들어 자멸하게 하는 전술입니다."
"한마디로 라스는 유격전의 대가였지."
지금 한 말의 주인은 잠시동안 말이 없던 란즈켈이 끼어들듯이 도언의 말을 자르고
들어온 말 이었다.
"도언, 30년 전이면 자네는 용병으로서 데뷔하던 때의 일이야, 분명 선배 용병들에
게 듣은 이야기 이거나 떠도는 말을 어께 넘어로 듣은 것이겠지. 안그런가?"
"......"
"... 라스라는 작자는 유격전에 천재였네. 다른 회전같은 형식의 전투에서는 주둔군
이 라스의 군단을 모두 이겨버렸지만 말이지. 특히 연전연승 하던 라스가 한번은 스
스로 자신의 군단을 성의숲 외곽으로 빼내었지, 한마디로 우리랑 유격전이 아닌 전
면전으로 싸워보자는 의도였어. 결국 주둔군 5만에 그놈들은 4만으로 싸움이 붙었지.
바보같은 놈들! 자기네들의 분수를 알아야지... 끝내는 라스가 패잔병 8천을 이끌고
숲으로 숨어버린 것으로 우리가 이겼지. 그 담부턴 한번도 숲밖으로는 나오질 않대?
허허허..."
란즈켈이 마치 손자들에게 이야기 하는 말투로 당시 6년간의 전투를 짤막하게 소개
하고 있었다. 라피덴이나 에클리흠은 그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 그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학창시절 현대사라는 과목에서 세번째로 배우는 이야기 였다.) 연
신 하품을 해대었고, 도언은 자신을 무시한 듯한 란즈켈의 행동에 인상을 쓰며 앉
아 있었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지 란즈켈을 오랜만에 해본 자기자랑에 스스로 만
족해 하며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 달리 원한 관계가 없었던 주둔군 이었습니다. 만약 새벽의사신이 인간의 부대
라면, 새벽의 사신을 만들어낸 나라는 마그왕국 임에 틀림없습니다."
마치 혼잣말 인것처럼 말하는 에클리흠의 말에 회의실안의 모두는 공감했다. 아니
만그국 국민 모두가 새벽의사신의 존재를 완벽은 아니라 할찌라도 회의실 안의 사
람들 만큼이나 사신의 존재를 파악하고 있다면, 그들은 만장일치로 '마그왕국의
원한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악몽.'이라고 말하며 치를 떨었을 것이다.
마그왕국, 그것은 영웅 테른의 적이자 만그국의 적이었고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만그국을 만들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해준 국가였다. 고대, 레트리고왕국과 50년전
쟁을 일으켜 레트리고왕국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무너뜨렸으며, 근래에는 만
그고원을 부수적인 지형으로 가지고있는 레트리대륙의 칠할 이상을 차지하며 한껏
그 힘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마그왕국 이었다.
마그왕국과 만그국의 사이는 뗄레야 뗄수없고, 원한일 수 없을레야 풀리지 않는 원
한관계로 뭉친 관계이다. 만그국 건국의 영웅, 드로-테른은 본래 당대 마그왕국에
서 첫째로 꼽히는 장군 이었다. '건국의 영웅'이란 칭호가 붙기전 그에게는 '구국
의 영웅'이란 또다른 영웅 칭호가있었다.
정확히 60년전, 레트리 남과 북을 다스리는(레트리대륙은 남레트리 대륙, 북레트리
대륙으로 나뉜다.) 마그왕국에게 바다건너 북방의 군사국가, 리메제국이 침공하였다.
당시 비인증 문서의 기록에 따르면 바다를 건넌 리메제국의 군대를 레트리 대륙의
육지에서 수평선 넘어로 그들을 보았을때, 마치 잔뜩 성난 비구름이 몰려오는 것
처럼 하늘과 바다를 군선과 비공정으로 메우며 몰려들 었다고 기록되어졌다.
마그왕국은 리메제국보다는 강대했지만, 절대적 왕권을 가진 제국은 아니었기에
강대한 황권아래 모든 경제력을 군사력에 집중시키킬수 있는 리메제국과의 군사
력을 턱없이 약했다. 결국 왕국으로서는 급히 대군단을 만들어 테른에게 떠맏기
듯이 대군단을 주어버렸다. 당시 바다를 건너는 리메제국의 군단은 본토에서 싸
울수 있는 남자란 남자는 싹싹 긁어 모은 마그왕국의 총 군사수 보다도 1.5배가
많았다.
그러나 테른은 그들보다 많은 리메제국의 군사들을 단 반년만에 격파하고 스스로
강화협정을 맺게끔 함으로서 리메제국에서는 '피의 대장군','마그왕국의 악몽'으
로 불리며, 마그왕국에서는 '구국의 영웅'칭호를 받으며 단번에 그의 인기는 하
늘찌를듯이 올라갔다.
당시 마그왕국의 결혼하지 않은 여자란 여자들은 모두 테른을 사모했으며, 야사에
따르면 왕비마저 그의 영웅된 행동과 바른 행실을 치하함을 구실삼아 그를 자신의
방으로 부른뒤 유혹했다고 한다. 아무튼 테른을 사랑하는 여인들의 명단중에는 마
그왕국의 공주, '마그린'도 있었다고 한다.
한 나라의 운명을 살린 테른은 머지않아 마그왕가의 왕가 근위대장겸, 왕의 친위
대장이 되었고 마그린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곧 테른과 마그린은 서로가 사랑
하는 사이가 되었고 이를 빌미로 테른의 멈출줄 모르는 출세에 질투감과 시기를
느낀 마그왕국의 대신들은 국왕에게 테른이 의도적으로 공주에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함으로서 국왕의 불신과 함께 목숨을 위협받게 되었다.
결국 테른은 왕의 자결명령을 무시한채, 공주 마그린과 함께 머나먼 도피길에 나
섰다. 그리고 너무나도 잘 알려진이야기 대로 테른은 자신의 추종자들과 부하병사
들을 이끌고 만그고원의 정상에 오른다. 그리고 57년전, 만그요새라는 거대한 토
지와, 추종자 5만여명, 그리고 그때까지 그를 정신적으로 도운 공주 마그린의 힘
으로 만그국 초대 총수가 된다. 그리고 마그린과 결혼하게 된다.
마그왕국이란 위협에서 벗어나기에 바쁘지만 평화롭던 몇년간의 시간이 지나고
테른에게도 불행이 닥쳤다. 마그린의 죽음. 본래 마그왕국이란 거대한 온실에서
자란 마그린 이었다. 그만큼 어려움 없이 지내던 그녀 였고, 그러기에 만그고원
이라는 고지대의 환경은 그녀가 견뎌내기에는 버거운 존재였다.
만그고원에 온뒤로 한번도 건강한 모습으로 웃어본 적이없는 공주였다. 끝내 고
지대의 환경에 적응 못하고 죽던 그날, 그날은 마그왕국에서는 왕이 직접 비공
정에 몸을 맏긴채 만그국의 공항에 도착하던 날이였다.
딸이라곤 단 하나밖에 없던 마그왕국의 국왕은 차갑게 식어버린 딸의 주검을 바
라보면서 두눈에서는 피를 흘리며 밤새도록 오열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 다
음날 테른을 마그왕국의 정식 부마도위로 인정하며 또한 만그국도 마그왕국의
가장 가까운 혈연국으로서 인정하려던 국왕은 친히 자신이 작성한 문서를 찢어
버리고 동시에 앞으로 마그왕국과 만그국은 둘이 동시에 지상에 존재할수 없는
피로 이루어진 원수국임을 포고하며 마그왕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50여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수뇌부 총수의 집무실>
라피덴은 자신의 의자에 앉아 몇시간전 긴급군사회의에서 발표된 단 몇마디 때문
에 그의 책상위에 가득쌓인 각 부서의 밀정허가서들을 한장씩 확인하고 있었다.
군사회의를 끝낸 그는 만그요새안의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모인 브리핑실 에서
[새벽의 사신은 이세계의 존재들이 아닌 엄연한 인간의 군단]이라고 말함으로서
브리핑실을 거의 폭주 직전 상황까지 몰아넣었고, 한가지 정보라도 더 얻어보려는
언론사의 기자들을 당혹스런 눈초리로 바라보며 황급히 집무실에 틀어 박혀야만
했다. 집무실의 문에서 노크소리와 함께 익히들은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클리흠입니다. 각하."
"들어와."
곧 집무실의 문이 느릿하게 열림과 동시에 만그요새의 젊은 여인들이 이름만 들어
도 정신이 아찔하다는 평판을 받는 미모의 남자하나가 들어왔다. 물론, 같은 남자
인 라피덴도 가끔씩 야릇한 분위기를 만들며 들어오는 눈앞의 남자를 볼때마다 정
신이 아찔함을 느꼈다.
에클리흠의 느리면서 분위기 있는 등장에 이어 그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숫기부족
한 소년티가 물씬 풍겨 나오는 사내가 있었다. 라피덴은 그 사내가 누구인지 몰라
어리둥절 하고 있을때 에클리흠이 친절하게도 사내를 소개시킴으로서 그를 고마우
면서도 무안하게 만들어 놓았다.
"각하. 이쪽은 제 부관인 발메이지 라고 합니다."
"아아... 발메이지, 첫 만남이군."
"각하. 송구스럽게도 몇시간전 군사회의에서 제 옆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 그랬나? 으음...... 그럼 이번이 두번째 만남이겠군."
"필르케-발메이지 라고 합니다."
"그래, 성이 필르케라... 뭐?"
"후훗!"
에클리흠은 라피덴이 놀란 토끼눈 처럼 눈을 뜨고 있는 표정이 꽤나 인상적이라서
그만 실소해 버리고 말았다.
"각하. 발메이지는 분명 란즈켈의 친척뻘 되지만, 란즈켈과는 다른 인물 입니다.
제가 보증하죠."
"미안, 난 필르케-란즈켈 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피가 저절로 역류하거든."
"이해할만 합니다."
에클리흠이 말하는 발메이지의 소개를 다 듣은 라피덴은 이번엔 직접 일어나 젊은
청년과 직접 문답을 벌였다.
"발메이지, 올해로 몇살인가?"
"이번에 19세 됩니다. 10일 전이 제 생일이었습니다."
"10일전? 늦은감이 있지만, 축하하네. 근데 에크의 부관을 맏고 있다고?"
"예에, 구상관님 께서는 부관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아직은 견습부관입니다."
"부관이든 견습부관이든 하는 일은 같지. 스스로 낮추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마지막 대사는 라피덴이 다소 경직된 듯한 자세로 오른팔엔 각종 서류철을 끼어
넣은 한눈에도 군대일에는 햇병아리 임에 분명한 그를 보며 말한 것이었다.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발메이지의 군기잡힌 목소리에 그는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이며 그의 상관을 대
신하여 명령을 내렸다.
"구상관과는 잠시 나눌 대화가 있으니 잠시 문밖에서 대기하도록."
"옛!"
그가 나가자 지금껏 미소로 침묵을 지키던 에클리흠에게 드디어 말할 기회가 주
어졌다.
"에크, 저 10대. 자네가 말하던 만그국의 미래인가?"
"예, 각하."
"에크, 누차 말하는 건데 우리 둘만 있을때는 그냥 이름을 불러줘."
"알겠습니다. 라피덴."
자신을 대하는 에클리흠의 말투에 거북함을 느끼고 있던 그는 라피덴이란 말에
한결 시원해진 표정으로 그의 오랜친구인 구상관을 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엄연히 말해선 발메이지라는 저 예비사관은 우리랑 같은 세대잖아? 굳이
만그국의 미래라고 말해야 할까?"
"분명 같은 세대임에 틀림없지만, 지금의 시대는 국가를 이끌어 나가려는 인재가
부족한 시절입니다."
"아... 귀한 인재를 한명 확보했다는 말이었나?"
에클리흠은 라피덴의 마지막 물음을 미소로 답해주었고, 자신을 불만이 가득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총수를 무시한채 자신의 궁금한것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책상 위의 서류는 무엇입니까?"
"밀정허가서지, 밤새도록 읽어봐도 시간이 모자를것만 같다니까."
"어쩔수 없지요, 타국에 밀정을 보내려면 총수의 허가를 얻어야 되는 만그국의
특정상 있는 일이지요."
최대 상권국가이자 정보의 중심지이기도 한 만그국은 민간단체나 언론사들도 정부
못지않은 정보력을 과시하는 나라로도 잘 알려져있다.
"물론, 새벽의 사신에 관한 것이야 군대에 관한 일이었으니 언론사나 타 정보기
관에서 알기힘든 일이었지만 최근 동향을 보니 왠만한 사람들은 사신의 존재를
알고있는거 같더군."
"... 헤레나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까?"
"물론, 내 정보통은 헤레나 밖에 없으니,"
에클리흠은 피식 웃었다. 아마도 만그국 수뇌중에서 전문적인 정보요원을 단 한명
보유한 사람은 총수밖에 없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라피덴이 웃으며 말을 꺼냈다.
"지금쯤 하루빨리 나의 밀정허가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겠군. 뭐,
새벽의 사신이 인간이라는 한가지 사실만 알려줘도 열개는 알아내어 버리는 위
인들이니..."
"지금쯤 이면 아마 마그왕국으로 가는 비공정들은 자리가 없어 폭주했겠는데요."
웃으며 말한 구상관의 말에 말도안된다는 표정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던 라피덴이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말을 이었다.
"... 으음... 설마 새벽의 사신이 레트리국의 군단이라 우기려 하는 것인가? ...
아무리 성의숲이 우리 만그국과 마그왕국, 그리고 레트리국 이렇게 삼국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라고 해도 그런 고집을 부려서야..."
"아하... 그렇게 생각 하셨습니까? 아닙니다. 저는 밀정허가서를 받으러 온 것이
아니고 외교를 하기위해서 이렇게 왔습니다."
"레트리국으로?"
"사신은 마그왕국의 민병군단임이 확실 해진 상황입니다. 사신의 존재가 알려진
이상, 마그왕국이 새벽의 사신 민병군단을 국가 정규군단이 아닌 한 개인의 민간
군단이라 주장하며 그런 일은 모른다 라고 하며 발뺌하거나 본격적으로 성의숲에
정규군을 투입할 것입니다. 누가 먼저 공격하느냐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성의숲에서의 전쟁은 불보듯 뻔하죠."
"그러나 레트리국과의 동맹은 시기 상조 아닐까? 오히려 두나라간의 동맹이 마그
왕국을 자극할지도 모르는데?"
"무방비 상태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보단 미리 준비하고 나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전략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그렇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