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대한 궁금증을 함께 해결하는 코너입니다. '뭘 이런 걸 다'하고 여길 만한 궁금증까지 최선을 다해 풀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서울 구로동에 사시는 김 모 씨가 보내주신 궁금증을 살펴봅니다.
김 모 씨는 어제 빗길에서 아주 위험한 경험을 하셨다고 하네요. 갑자기 차가 끼어들어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평소보다 많이 미끄러져 당황하셨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유는 노면의 물이 타이어와 노면의 직접적인 만남을 방해했기 때문입니다. 이를 전문적인 용어로 수막현상(Hydroplaning)이라고 하죠. 순간적으로 타이어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것과 같으므로 제동거리가 길어집니다.
이런 이유로 통상 노면이 마를 때보다 젖었을 때의 제동거리가 30% 이상 더 길어요. 수막현상은 통상 65km/h 이상으로 달릴 때부터 서서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타이어의 상태에 따라서 크게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새 타이어일 때와 트레드가 닳은 오래된 타이어의 경우 수막현상이 일어나는 시기(속도)와 영향이 다릅니다.
이는 많은 실험에서도 확인된 사실입니다.
미국의 타이어 유통업체인 타이어랙(TireRack)은 타이어 트레드가 8mm, 3.2mm, 1.6mm 남았을 때 제동거리를 재봤습니다. BMW의 세단을 이용했고 70mph(113km/h)로 달리다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멈춘 시간과 거리를 살폈습니다. 그랬더니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새 타이어일 경우 멈추는데 3.7초의 시간과 195.2ft(59.5m)의 거리가 필요했습니다. 두 번째는 4.7초와 290ft(88.4m), 마지막으로 트레드가 거의 남지 않은 경우 5.9초와 378.8ft(115.5m)나 걸렸습니다. 거의 두 배까지 제동거리가 늘었죠. 만약 실제 도로에서라면 사고를 당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더 무거운 차는 어떨까요? 같은 조건으로 차종만 포드 F-150 픽업으로 바꿔 테스트를 진행해봤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첫 번째는 4.8초의 시간과 255.9ft(78.0m)의 거리, 6초와 377.8ft(115.2m), 마지막으로 7.5초와 499.5ft(152.2m)의 기록을 보였습니다. 세단과 비슷한 패턴인데 절대적인 제동거리가 더 길어 위험성은 배가 됩니다.
TEA(Tandy Engineering & Associates)란 곳에서도 비슷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요. 이는 조금 더 자극적입니다.
트레드 깊이가 11/32인치(약 8.7mm)인 경우 60mph로 달리다가 급제동할 때 제동거리가 자동차 길이의 9.7배였습니다. 4/32인치(약 3.2mm)였을 땐 12.4배로 늘었고 2/32인치(약 1.6mm)에선 그 차이가 15.2배까지 벌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거의 민무늬인 1/32인치(약 0.8mm)의 경우 18.3배나 되었답니다.
영국의 E타이어(eTires)는 더 세분화해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트레드의 깊이를 8mm부터 1mm로 단위로 쪼개 실험했죠. 시속 60mph로 젖은 노면을 달리다 급제동해 제동거리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새 타이어(트레드 8mm)일 때보다 트레드가 거의 없는 경우(1.6mm) 제동거리가 60% 더 길게 나왔습니다. 자세히 보니 4mm까지는 큰 차이가 없지만, 그 이후에 제동거리가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자, 이제 결론을 내려보지요.
타이어 트레드 부분을 자세히 보면 마모 한계선(1.6mm)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트레드가 이 선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 교체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위 실험들에서 알 수 있듯이 트레드 깊이가 3mm 이하로 줄면 타이어 교체를 준비해야 합니다. 제동거리가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1.6mm까지 알뜰히 쓰기로 작정했다면 빗길에서 평소보다 크게 감속하는 것이 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