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서는 옆으로 길게 퍼진것이 아주 예뻐 보이지만 끊고서 옮겨 놓고 보면은
아주 고역입니다. 77~78 자를 기준으로 편집 마족 핀이 편집 해 보았습니다.
덧. 이 활동에 대하여 고깝게 생각 아니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편집 상태에
지적 아무리 해도 거의 고쳐지는 경우가 없거든요. 정식연재란에 한정승인으로
결론 지었습니다. 가급적 이 편집을 따라서 올려주셨으면 합니다.
덧. 그저 쏟아지는 잠 쫓아내려고 편집 한 것에 불과합니다. 천운이 따르시는
것인지 승인 날짜를 잘 택하시게 된 것 같다는...에헷.
편집에 관한 글은 소설기고란의 정기공지를 참조하세요. 아래는 핀이 작성한
조금 더 자세한 안내글입니다.
1) 한글 워디안이나 이야기에디터등의 워드프로세서로 치는게 나을겁니다.
한 65~75칸에서 엔터쳐서 줄을 넘기는게 좋습니다.
...다음넷 옆줄 꽈악 채우면 감평할때 워드에 옮겨서 보는데 그때 가히
짜증 퍼버벅 납니다. 곧, 인터넷기준이 아니고 4대통신망기준인것이며
온라인 기준이 아니고 오프라인 기준입니다.
(덧.천리안은 모르겠는데 나우누리와 하이텔이 80칸 제한입니다)
2) 가급적 내용상의 새 문단이 나오면 띄워주시길.
3) 글줄들로 좌르륵 쓴 문단하고 따옴표 붙은 대화하고 띄워주시는게 좋음.
4) 대화를 주고 받을때 띄우느냐 붙여주느냐는 개성이겠지만 저는 붙입니다.
5) 한줄 쓰고 한줄 엔터로 그냥 띄워버리면 좋은 소리 절대 못 듣습니다.
6) 수정본 올리실때는 5나 0등의 꺾여지는 숫자를 기준으로 모아주세요.
7) 글의 마지막칸을 정렬해주기 위해서 스페이스바 몇번 누르기도 하지만
그것은 다음넷이라서 무용지물일겁니다.
8) 편집이 나빴을때 구제 받을 확률은 거의 포기하시는게 나을겁니다.-_-
9) 무한""전개체라고, 대화를 주고 받는 따옴표가 5회 이상 여러번 모여
있을 수록 도맷금으로 소설의 질이 퍼버벅 떨어집니다.
[Fin de Siecle] Cause I am always thinking about you.
[신연재]-jewel 제 1 장 붉은 안개의 춤 1화-
.. 번호:10939 글쓴이:유아이 조회:2 날짜:2001/09/29 13:33 ..
.. 나는 문득 눈을 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눈을 떴다>란, 말 그대로 <눈을 떴다>로, 보통,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났다>란 의미로 쓰는 <눈을 떴다>는 아마 짐작컨데, 이미 1~2분 전
쯤일 것이다.
나는 침대 위에 누운 상태 그대로에서, 고개만 살짝 왼쪽으로 돌려 창 밖을 바라
보았다. 창문은 어제 덥다고 열어둔 상태 그대로였기 때문에, 귀찮게 일어나 손을
쓰지 않아도 되는 정도였다. 그 대가로 밤 새 들어온 모기떼 때문에 피부가 온통
가려웠지만.
창문 너머로 빼꼼이 고개를 내민 하늘은, 아직 뜨뷔네의 옷자락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동쪽 하늘에서 점점 그 손길을 내미는 하샤네또한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즉, 지금은, 찬바람과 새벽의 헬가가, 그녀의 하프를 연주
하는 시간, 바로 새벽이었다. 그 것도 낮과 밤의 기운 중에 밤의 기운이 더 강한,
그야말로 이른 새벽.
그 사실을 깨닫자, 나는 알 수 없는 흥분과 감동에 사로잡혔다. 내가, 이 내가,
세상에! 다신 보지 못 할 것이라 생각했던 아침해가 뜨는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우와와…."
빛의 공이 점점 더 두둥실 떠가는 듯한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비록 일어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목소리가 반쯤 잠겨 있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
았다. 태양이 뜨는 모습에 내 정신이 온통 쏠린 탓도 있었겠지만, 더 큰 이유는 그
보다 훨씬 더 끔찍한 괴성-이라는 말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을 바로 조금 전에 들
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나는, 그 잠에서 깨고나서 눈을 감은
상태로 1~2분간 생각했던 것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았다. 그리고 가장 좋을 것이라
생각되는 것을 떠올렸다.
내가 그 1~2분간 생각했던 것은, 이름하여,<나를 깨운 이 괴성의 주인공에게 복수
할 방법>이었다. 제목이 좀 진부하지만 별 수 없다. 원래 작명실력이 훌륭치 않던
내가 즉석으로 만들어낸 이름에 뭘 더 바라겠는가.
어쨌거나 나는, 그 진부한 제목의 생각을 실행하기 위해 목을 가다듬었다. 일어난
직후였기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게 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나는 어쨌건 목소리
를 단시간에 가다듬는데 성공했다. 찬란한 태양의 광휘는 이미 내 기억 속에 잊혀
진지 오래였다. 원래 그런 낭만적인 것에 대한 내 짐착은, 내 눈과 입과 귀에 맹
세코 결코 많지 않다.
나는 손가락을 목에 대고 가만히 목소리를 내었다. 지릿한 울림이 내 손을 통해서
전해져 왔다.
"아-"
그런대로 평소의 내 목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어느새 반쯤 일으켜진 상체를-아마
아침해 뜨는 것을 정신없이 구경하다 나도 모르게 일으켜진 것 같다- 앞으로 쭉
내밀어 방문을 열었다. "달칵"하는 약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따뜻한 기운이 확
전해져 왔다. 그 덩치, 어제 밤에 덥다고 거실에서 잔다고 하더니만 거실 창문을
전부 다 꼭꼭 걸어 잠그고 잔 모양이다. 하여간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어린애 같
다니깐. 누구는 밤새 청문을 열어놓고 잤는데 말야.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뭐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는 걸까?).
나는 목청을 높였다. 그리고 실행했다.
마을 밖 헤루냐의 들판에,
쉐보일의 날 밤만 되면,
오호라, 풀잎 소리 대신
한 여인의 애타는 한숨소리가.
누가 내는 소리지?
왜 내는 소리지?
빵 집의 이르카?
뚱땡이는 싫대!
약초점의 미레?
멍청해서 싫대!
그럼 누가 남았지? 누가 남았지?
어라, 반응이 늦다. 그러니까 멍청하단 소리를 듣지. 하지만 아무리 멍청한 덩치
라도 이쯤이면….
"이이이샤아아아앗-!"
...반응이 왔군.
그리고 곧,(진짜 <곧>이다. 1촌가, 2촌가?) 그 <멍청한 덩치>가 엄청난 기세로 내
앞에 다가왔다. 어떻게 그 덩치로 이렇게 날렵하게 올 수 있는 것인지 나는 한동안
심각한 고민에 잠겼다. <오거의 후손? 드래곤의 사생아?>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나는 내가 심장마비로 죽지 않은 것을 매우 자랑
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세상에! 그 덩치에, 그 얼굴에, 그 표정이라니!
그는 그 바위만한 크기와 강도를 지닌 그 얼굴 위로, 마치 오거가 인간을 앞에 세
운채, <구워 먹을까, 날로 먹을까, 쩌 먹을까>라고 고민하는 듯한 눈과-오거가 어
떻게 인간을 쩌 먹을 수 있는지는 넘어가도록 하자-, 기묘하게 뒤틀린 입술과, 그
리고 정말 충격적이기 그지없는 붉어진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 모습에서 두려움을 초월한 그 어떤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그만 나는
그 얼굴을 귀엽다고 느끼게 되어버렸다. <오, 맙소사! 신이시여! 제발 저의 죄를
사하여 주시옵소서!>
나는 어쨌건 나를 이 이른 새벽에 깨게 해 준 이 멍청한 덩치의 은혜에 충분히 보
답한 셈이었고, 그래서 기분이 아주 좋았지만, 진짜 문제는 바로, 건넛집에서 임
산물을 파는 티베르씨가, 오늘 축하할 일이 있어 돼지를 잡는 줄 알고 축하용 샴
페인을 들고 온 일이었다.<돼지 잡았나 보구나. 그런데 너무 소리를 꽥꽥 지르던
걸? 하반이 직접 잡았나 보지>
덕분에 그 멍청한 덩치는, 안 그래도 끔찍하기 그지없는 얼굴에 더욱 더 끔찍한
홍조를 다시 띄움으로서, 나에게 그 두려움을 넘어선 초월적 감정을 다시 한 번
더 느끼게끔 하였다.
나는 그런 하반을 보면서, 이젠 대책조차 세워지지 않는 <귀엽다>란 감정을, 끔찍
하게도, 정말 끔찍하게도 한 번 더 느끼고야 말았다. <아아…. 신께서도 이젠 나를
용서하지 않으실 거야>
어쨌거나 당시로서 나는 그런 생각을 떠올렸으므로, 배꼽이 빠져라 웃어대었다.
정말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우핫, 우하하하핫-!"
나는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웃어댄 후에, 다시 한 번 더, 끔찍하기 그지없는
<귀엽다>란 생각을 더욱 더 진하게 만든 뒤에,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내었다-
지금에서야 생각한 거지만, 그 <초월적인 감정>속에서도 무의식적으로 느낀 두려
움에 흘린 눈물이 아니었나 싶다-.
"후, 하하. 맙소사, 하반. 후, 어, 언제부터 킬킬, 우, 우리 집에, 하아. 돼지가,
하, 한 마리 더 늘었지?"
하반의 무서운 눈초리를 받으며,(오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제 감정을 서서히
정상으로 만들어가고 계시군요!) 나는 힘들게 말을 마쳤다. 하반은 입에서 신음
소리인지. 이 가는 소리인지 모를 소리를 내더니 짧게 말했다.
"으드득, 너, 한마디만 더하면, 죽인다."
"......"
나는 일단 입을 다물긴 했지만, 얼굴 만면엔 가득히 웃음을 띄운 채로, 하반의
살기어린 눈초리를 그대로 받아냈다.
그 때였다.
"꺄하하하하!"
정체모를 묘령의 웃음소리에, 나는 순간, 혹시 하반이 여자일 가능성에 대하여
주의 깊게 생각해 보다가, 내가 바보같다는 것을 느끼고 생각을 그만뒀다. 대신,
내가 여자일 가능성 또한 생각해 보다가, 머리가 아파짐을 느끼며, 내가 미친 것
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다.
"이봐, 여기야. 뭘 생각하는 거야?"
조금은 머슥해진 목소리에 나는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곁눈질로
보니 하반 또한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나는, 나 혼자만 바보가 아니
라는 사실에 신께 감사를 보냄과 동시에, 우울과 좌절감을 느꼈다. 내가, 저 멍
청한 몬스터와 같은 급이라니!
속으로는 우울한 만감이 교차했지만, 나는 전혀 내색하지 않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해 보았다. 흐음, 저 보기좋게 살이 오른-물론 사람을 기준으로 말한 것이다-
통통한 몸매와, 연두빛의 길고 부스스한 머리칼, 다갈색 빛의 커다란 눈동자.
어라?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그러니까...미...미...
"미아!"
[Fin de Siecle] Cause I am always thinking about you.
[중편]-jewel 제 1 화 붉은 안개의 춤 2화-
.. 번호:10941 글쓴이:유아이 조회:5 날짜:2001/09/29 13:40 ..
.. 옆에서 하반이 커다랗게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나는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는
좌절감을 느껴야 했다. 저 멍청한 몬스터도 기억하는 것을, 버젓한 인간인 내가
기억을 못하다니-!
하지만 나는 겉으로는 전혀 내색을 하지않고(당연하지! 나는 삶에 대한 애착이 많
다고옷-!) 반갑게 말했다.
"미아! 아저씨랑 도시에 갔었다면서? 언제 온거야?"
그러자 미아는 배시시 웃었다. 아마 내가 자신을 만난 것을 반가워한다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쯧, 아서라. 나도 물론 네가 반갑긴 하지만, 그거야 네가 도시가서
사왔을 선물 때문이고. 하지만 미아는 내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순진
하게 웃으며 말했다. 내 가슴 한 구석이 진하게 아파온다. 이게 말로만 듣던 양
심의 가책인가.
"응. 금방 도착했어, 오자마자 돼지를 잡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니까. 돼지 비명
소리도 너무 크고. 하반이 직접 잡은 것은 아닌가, 짐작했어. 그런데 오는 길에
티베르 아저씨 얘기를 듣고 얼마나 웃었던지. 후후, 지금도 웃음이 다 나오네?"
나는 미아가 티베르씨를 티베르 아저씨라 부르는데 약간의 승리감을 맛보면서 빠
르게 물었다. 될 수 있는대로 하반 쪽을 바라보지 않으려 애쓰면서.
"있지, 미아. 음, 그래, 도시에 가니까 어땠니? 굉장한 게 많았지?"
나는 미아가 하반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게 하기 위해-뒤 수습하는 건 곤란하다-
할 말을 생각하지 않고 급하게 물은 것이므로 말하는 것에 곤궁함을 느꼈다. 하
지만 미아는 그런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는지, 꿈에 젖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대단했어... 세상에, 이샤. 어떤 여관은 말이야. 오, 맙소사, 믿을 수 있어?
유리창이 있더 라니까. 또, 한 펍pup에 가서, 그러니까…<음유시인의 들판>이던가?
어쨌건 그런 데에 가서 칵 테일도 마셔봤다? 색깔이 내 머리칼 색이랑 비슷했어.
굉장히 예뻤는데…음…. <불꽃의 사랑>이 던가, <사랑의 불꽃>이던가?
나는 칵테일의 유치한 이름을 들으며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 주점 아저씨, 장사술 좋은데? 손님들 봐서 칵테일이름도 마음대로? 그러니까,
낭만적인 10대 소녀에겐 그런 낭만적인 이름을 칵테일에게 갖다 붙여서 팔아먹겠단
거 아냐. 하지만 그 장사술이 꽤 잘 먹혀들었는지 미아는 마냥 꿈 꾸는 듯한 표정
이었다.
그 날의 맛을 회상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하지만 저런 모습을 보일수록, 미아가 칵
테일에 손도 못 댔다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어 나는 더욱 웃음을 참기 힘들어
졌다. 그래, 보수적인 술꾼 니름보씨가 미성년자에게, 그 것도 자기 딸에게 아무리
칵테일이라지만 먹일리가 없지. 다만 저 멍청한 몬스터monster만이 눈치를 못 채고
떠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그렇지. 네가 어찌 인간을 따라오겠누?
"헤에, <불꽃의 사랑>이라구? 맛이 어떻디? 술은 독해? 값은 어때? 칵테일은 내가
좀 별론데. 거 계집애처럼 홀짝홀짝. 술이란 건, 커다란 1파운드 짜리 술병에 가득
따라서 단숨에 그냥 마셔주면 -! 캬! 그래, 너희 아버지 어디 계시냐? 설마 도시까
지 올라갔다가 술도 안 사고 돌아오신 건 아 니겠지. 거기의 <고양이 수염>이란 주
점의 흑맥주가 기가 막히다고 도시 올라가기 전에 그토록 선전했었는데."
또 하나의 술꾼 하반의 길고도 실속없는 말이 한바탕 지나갔다. 오늘 덩치에 안 맞
는 짓 여러 번 하는 구만.
미아는 하반의 정신없는 말들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간신히 정리를 하여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대답했다.
"예. <불꽃의 사랑>맞아요. 아니, 맞을 거예요. 맛은 달콤한 것이 굉장히 맛있어요
(나는 이 시점에서 헛웃음을 들이켰다<엇험>). 독한진, 글쎄...잘 모르겠지만 그리
독하진 않아요. 하반 입장에서라면 더욱 더 그렇겠죠. 값은 몰라요. 아빠가 술을 사
오셨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엄마한테 들키면 안 되는 짓을 한 건 틀림없어요.
올 땐 없던 가방을 하나 달고 왔거든요. 또 나한테 평소엔 절대 안 주시던 용돈을
200레온이나 주셨구요."
하반에 필적하는 또 하나의 수대쟁이 미아의 말도 역시 빠르게 흘러갔다. 나는 처음
엔 그 말을 듣기 위해 귀를 곤두세웠지만, 말이 중간쯤까지 흘러가 버리자 그냥 포
기해 버렸다. 그러다가, 끝의 <200레온>이란 만에 나는 그만 충격을 받고 입을 헤-
벌리고야 말았다. 하지만, 눈에 갖은 불쌍함과 기대의 눈길을 한데 모아 내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그런 내 모습을 눈치챈 미아는, 눈을 찡긋거리더니 혀를 낼름 내밀며 말했다.
"메롱, 바보 이샤. 이런 산골마을에서 돈 쓸데가 어디 있다고 예까지 그 엄청난 돈
을 들고 와? 트로 엘다 시에서 다 썼지, 뭐."
트로엘다 시는, 이 쉐보일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의 으름으로, 미아가 간신히
물건을 구하러 가는 니름보씨를 졸라서
(
<아빠는 이 마을에서 가장 예쁜 딸을 둔 것이 자랑스럽지도 않으세요?>,
<미아야, 이 마을에 아가씨는 너뿐이지 않니. 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했지?
미안하구나, 미아야. 이 마을에는 아가씨가 없었다는 것을 깜빡했구나>,
<아빠아아아앗-!>
)
몇 년만에 가게 된 도시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해 트로엘다 시는 도시같지도 않은 아주 작은 도시에 불과했지만(보통 마
을 보다 조금 더 큰 정도랄까? 우리 마을은 보통마을보다 한참 자격미달), 우리 마
을 사람들이야 어디 그렇게 생각하나.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별천진걸. 뭐? 어
떤 여관엔 유리창도 있어? 것보다 조금 더 큰 도시에 가봐라. 유리창은 물론이고
유리잔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자신이 데단한 데에 다년온 듯한 착각에 빠져허우적대는 14세의 꿈 많은
소녀에게 찬물을 냅다 던질만한 위인은 아니다(그 전에 미아는 유리잔에 대해 전혀
믿어주지 않는다. <유리로 만든 잔이라니. 이샤, 이거 몇 개?>) 대신 나는 그 <대
단한 곳>에서 200레온이나 들여 사온 물품들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갖은 불쌍함과
기대의 눈길을 부어 미아에게 쏘아대었고, 그러자 미아는 한 번에 보아도 알 만한
아주 곤란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이, 미아. 네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 어떡해?
내가 곤란해지잖아.
아니나 다를까, 마치 벼락, 아니 하반의 웃음소리, 아니아니, 미아의 웃음소리를
연상시키는 나를 곤란하게 하는 끔찍하고도 괴로운 호통소리가 내 등뒤로 들려왔다
(더 웃긴 건 미아도 자기 웃음소리랑 똑-같은 이 호통소리를 무서워한다는 거였다).
"이 놈! 어디서 연약한 소녀를 괴롭혀대는 게냐?"
나는 희색이 만면한 얼굴로 헤루냐 할멈을 돌아보았다. 세상에! 정말 고마워요,
헤루냐! 세상에서 가장 웃긴 말을 들었어.
나는 그 생각을 그대로 표현한 얼굴로 헤루냐 할멈을 돌아보았지만, 내가 바라보지
도 않은 미아만이 얼굴이 빨개진 채 어쩔 줄 몰라했고-<연약한 소녀>라는 말에 혹
한 모양이다-, 정작 반응을 기대했던 헤루냐 할멈을 <뭘 보냐>란 얼굴로 묵묵히 그
짤막한 키를 꼿꼿이 세우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런, 헤루냐. 농담을 했으면 웃어야죠. 그렇게 뭐 씹은 얼굴로 있으면 어떡해?
나는 이 생각 또한 그대로 얼굴에 표현하여 헤루냐 할멈을 바라보았고, 그리고 입
에서는 저도 모르게 헤루냐 할멈의 물음에 대답하고 있었다.
"쉐보일 마을 입구에선 데요?"
딱! 정확히 정강이를 강타한 헤루냐 할멈의 사격술에 말 그대로 혀를 내두르며 펄쩍
펄쩍 뛰어올랐다-아마도 정수리를 때리고 싶었겠지만 키가 모자랐다-.
"아고고곡!"
"너 미친 거냐? 짐작은 했지만, 사실일진 몰랐군."
아고곡! 헤루냐, 이미 늦었어요. 그런 농담을 해도 이젠 전혀 웃기지 않는다고요.
물론 헤루냐 할멈은 처음부터 농담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듯이 <뭐 씹은> 얼굴로
나를 무시한 채 하반을 올려다보았다. 자기 키의 두 배나 되는 하반을, 보는 우리가
목이 아플 정도로 올려다보는 헤루냐 할멈이나, 자기 키의 반 밖에 안 되는 헤루냐
할멈의 눈 높이에 힘들게 맞추려 하는 하반이나 그 모습은 대단히 희극적으로 보였다.
그래서 나는 웃고 싶었지만, 내 다리에서 울려 퍼지는 무지막지한 통증이 그 것을 허
락하지 않았다. 아고곳-!
"크흐흠. 자네는 웬 목소리가 그렇게도 큰가? 돼지는 이 마을에 세 마리로 족하며, 더
더욱이 몬스터monster는 필요 없네."
"아, 예. 죄송합니다."
도대체 뭐가 죄송하다는 건지. 트롤을 방불케 하는-물론 트롤은 본 적 없다- 몸체를
가진 거구의 사나이 하반이 짝달막한 할멈 헤루냐에게 굽신거리는 꼴은 그야말로 못
봐 줄 지경이었다. 오크orc가 나에게 달려드는 모습이 훨씬 봐줄 만한 광경일 것이다
-오크orc는 본 적 있다-.
"아, 음, 저-. 할머니?"
나는 내 정강이를 붙잡고 뛰어오르던 것을 도와주던 손 하나를 개방해 내 귀를 세게
후볐다. 그리고 놀고 있던 입을 자연스럽게 열어 문장하나를 만들어 냈다.
"하반, 나는 오늘 처음으로 미아의 웃음소리보다 끔찍한 게 있다는 것을 알았어. 세
상은 넓고 괴성은 많군. 오래 살고 볼일이야."
"아아, 그렇군. 오크orc가 귀부인 목소리를 흉내내는 진귀한 소리를 들었군."
으음, 헤루냐! 때린 델 왜 또 때려요? 누가 사격술 몰라줄까봐. 그리고 왜 나만 때
려 어어엇!
하지만 헤루냐는 <자연스럽게> 무언으로 항의하는 내 시선을 무시했고, <자연스럽게>
단 한 마디로 하반을 순진한 어린애, 나를 순진한 어린애를 괴롭히는 나쁜 놈으로 몰
아세웠다. 그리고 나를 엄청난 경악 속으로도 몰아넣어 버렸다.
[Fin de Siecle] Cause I am always thinking about you.
[중편]-「jewel」제 1장 붉은 안개의 춤 3화-
.. 번호:11048 글쓴이:유아이 조회:3 날짜:2001/10/02 14:50 ..
.. "하반. 옆에서 그런다고 무조건 따라하는 것 아닐세. 그리고, 왜 불렀느냐, 아가
?"
처음은 당연히 하반에게 한 말이고 나머진, 믿기지 않지만 미아에게 한 말이었다.
우엑, 아가? 저게 아가면 이 세상의 부모란 부모는 다 접시 물에 코 박고 자살했을
거야. <세상에, 저걸 내가 낳았단 말야?> 그리고 내 입은 유감스럽게도 생각한 것을
생각만으로 그치게 하는 데 별로 쓸모가 없었다.
"우엑, 아가? 저게 아가면 이 세상의 부모란 부모는 다 접시 물에 코 박고 자살했을
거야. <세상 에, 저걸 내가 낳았단 말야?>"
그 것이 마지막으로 헤루냐는 불쌍한 정강이를 재빨리 방어하는 내 손을 무안하게
한 채(지팡이로 배를 밀었다. <우당탕!>), 아마도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빨개진 미
아의 얼굴을 위태하게 올려다 보며-우리 마을에서 미아의 얼굴을 올려다 보는 사람
은 그리 많지 않다- 나를 상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어조로 부드럽게 말하며 간단히
나를 나쁜 놈에서 개로 승격아닌 승격을 해 버렸다.
"그렇게 창피해 할 것 없다, 미아. 어디서 개가 짖는다고 생각해. 아주 우아한 아가
씨가 다 됐구나."
"하, 하하. 우, 우아한, 아이고 아파! 아가, 아가씨? 아야야야! 아가, 아가미달린,
붕, 하반, 거기 건들지마! 붕어가, 아얏, 피 나온다, 피! 아, 아니, 앗, 따거. 미아,
뭐 해? 빨리 약초점에 안가고? 어, 그러니까...... 그래, 아가미달린 붕어가 아니고?
으악! 피가 안 멈춰, 어떡해? 하하. 하 반. 나 오늘 여기서 죽나봐. 짧은 시간이었지
만 즐거웠어. 안녕. 꼴깍!"
"삼가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지. 잘 죽었어."
내, 두 개의 내용이 한데 뒤섞여 만들어낸,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다 듣
고 어느 쪽이 요점인지 한참을 고민하던 하반은, 나의 장난을, 정말 환한 미소를 지
으면서 받아주었고, 헤루냐 할멈은 말 그대로 <어디서 개가 짖나?>하는 표정으로 먼
산만 바라보았고-하지만 헤루냐 할멈의 앞을 몽땅 하반이 가리고 있어 아무리 고개를
옆으로, 위로 올려도 보이는 건 하반의 옆구리와 어깨뿐일 것이다-, 순진한 시골 처
녀 미아는, 내 엄살을 곧이곧대로 듣고 사색이 되어 마을 쪽으로 연두빛 머리칼을
휘날리며 점차 검은 점이 되어갔다.
휘이이잉-
"......"
"......"
"......"
우우우웅-
"...뭐라고 말 좀 해 봐요. 다들 벙어리가 됐나?"
"오, 이샤. 나는 네가 벙어린 줄 알았는데. 어느새 완치됐구나."
"내가 저 놈을 완치 시켜줬지."
"......"
<이 놈>이 입을 열자 모두들, 심지어 헤루냐 할멈까지 한 마디씩 하더니 다시 모두
입을 다물었다. 나로 하여금, 만약 이 곳을 지나가는 한 할 일없는 한량이 이 광경
을 본다면, 이 곳이 대단한 일을 회의하고 있는 한 엄숙한 회의실일 것이라고 생각
할 텐데- 등의 잡스러운 생각을 떠올리게 하던 이 고매하기 그지없는 침묵은, 의외
로 헤루냐 할멈에 의해 다시 깨졌다.
"그런데, 오늘 아침의 그 괴성 말이다."
꽃 잎 하나가 바람에 날린다.
"아, 그거요? 그래서 내가 복수해 줬죠, 뭐."
꽃 잎 둘이 바람에 날린다,
"복수는 복수를 부른다는 말이 생각나는 구나."
꽃 잎 셋이 바람에 날린다.
"나는 현재 외엔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꽃 잎 넷이 바람에 날린다.
"역시 바보같구나. 미래를 꿰뚫어 보는 눈조차 없다니. 그래가지고 도대체 무엇을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을꼬. 어쨌든, 그 노래의 내용, 그 것 말이다......"
꽃 잎 여섯, 아니 다섯이 바람에 날린다.
"아. <마을 밖 헤루냐의 들판에, 쉐보일의 날, 밤만 되면, 오호라. 풀잎 소리 대신
한 여인의 애타는 한숨소리가. 누가 내는 소리지? 왜 내는 소리지? 빵 집의 이르카?
뚱땡이는 싫대! 약초점의 미레? 멍청해서 싫대! 그럼 누가 남았지? 누가 남았지?>요?
내가 다 작사, 작곡 했어요. 대단하죠?"
꽃 잎 일곱이 바람에 날린다. 이젠 세는 것도 힘들다.
"그래. 대단하더구나. 내가 아는 노래랑 비슷하지만 않았어도 훨씬 더 대단한 노래
가됐을 텐데. 그건 그렇고, 하반. 언제부터 내 땅이 자네의 애정 노름판이 됐나?"
"......"
내가 이젠 꽃 잎 세는 것을 차차 지겨워하고 있을 때쯤, 아무 내용도 없는 내용으
로, 겨우, 헤루냐와 나의 길고도 스피디한 대화에 끼여들 수 있었던 하반의 얼굴
표정이 어땠을 지는 나야 알 수 없다. 그 때 나와 헤루냐는 하반을 외면해버리는
아주 지혜로운 방식을 택했으니까.
"정말 하반은 멍청했어요. 난 그 쉐보일의 날에 하반이 밖에 나가는 소리를 듣고
대강 추리해서 찔러보았을 뿐인데 하반이 다 불어버린 거죠. 덕분에 내 인생의
걸작 곡이 하나 탄생했지 뭐예요? 뭐, 내 영특한 머리도 한 몫 했지만 말이죠."
풀 잎 하나가 바람에 날린다.
"그건 동의하마. 아니, 아니, 앞의 말 말이다. 누가 네가 영특하다더냐? 흠. 어쨌
건 덕분에 우리 쉐보일 전체 인구 수에서 머리가 하나 비지 않던? 아, 힘 쓸 땐 전
체 인구 수가 두 배로 늘어나지만 말이다."
풀 잎 둘이 바람에 날린다.
"아니죠. 쉐보일의 머리 수는 모두 스무 여덟이라고요. 내가 두 사람 분의 머리 회
전을 다 해 주니까."
풀 잎 셋이 바람에 날린다.
"어디서 개가 짖는 구나, 그래."
풀 잎 넷이 바람에 날린다.
"...근데 헤루냐. 왜 예까지 왔죠? 이 쪽은 헤루냐의 땅이라지만 잘 나오지도 않았
잖아요?"
풀 잎 여섯, 아니 다섯이 바람에 날린다.
"불이 나면 다시는 못 보니까 한 번 봐 둬야지."
풀 잎 여섯이...아니, 뭐라고욧-!
"아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라면, <아니, 그게 무슨 개뼈다귀 굴러오는 소리야?>로 물어보았을 내용이 하반에
의해 제법 예의바른 어조로 정리되어 헤루냐에게 전해졌다.
헤루냐는, 하반의 커다란 목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인진
몰라도 눈살을 찌푸린 채 신경질 나는 어조로 말하며(나는 헤루냐의 원래 성격이 그
렇다고 말하고 싶다), 길가에 쭉 뻗어있는 아름드리 나무의 긴 뿌리에 걸터앉았다.
"하반. 왜 그렇게 놀라나? 자네의 애정 노름판이 사라진대서 그러나? 흠. 어쨌건 이
들판이 불탄다는 건 사실일세. 오늘 아니면 내일, 그 것도 아니면 모레 중으로 불이
날 걸세. 오늘 불이 난다면 다신 이 들판을 못 볼 수도 있어 한 번 살펴보러 왔네."
내가 물었다면, <멍청한 놈 같으니. 한 번 더 설명해 줘야 알랴?>로 대답했을 내용이
하반이 물음으로 인해 제법 예의바른 어조로 정리되어 우리에게 전해졌다.
헤루냐 할멈을 따라 아름드리 나무의 뿌리에 걸터앉기 위해 그 위의 벌레와 나무진
을 소매로 쓱쓱 닦아내던 나는-하반은 그냥 길거리에 철푸덕 아무렇게나 앉았다-
헤루냐 할멈을 돌아보며 크게 소리를 꽥질렀다.
"아니, 그건 이미 말했고, 내가 물은 건 그게 무슨 말이냐구요!"
나는 소매에 달라붙은 나무진 때문에 꽤 애를 먹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 목소리가
높아졌고, 그와 동시에 헤루냐 할멈의 언성과 눈매도 높아졌다. 으윽, 불길한 예감.
"아니, 이런 폐륜아가 있나. 자기 나이보다 5배는 많은 어른한테 어디서 바락바락
대들어?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야?"
헤루냐는 지금껏 나를 공격하던 지팡이로 이젠 땅을 탕탕 공격하며 노성을 터뜨렸
다. 키도 조그만 노쇠한 할멈이 나무 뿌리에 걸터앉아서는 잔뜩 쉰 목소리로 고함
을 치는 모습은 겉보기에도 퍽이나 우스워 보였다.
나는 그런 헤루냐를 보며 <쉐보일 마을 입구에서 대들고 있고, 또, 하반한테 배
웠는데요?>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지만, 아무래도 목숨은 소중한 것이기에
간신히 목구멍까지 치솟은 말을 뱃속으로 집어넣을 수 있었다.
"자자, 할머님. 진정하시구요. 불이 난다니, 혹 꿈에서 보신 것입니까?"
하반의 정중하기 그지없는 말투에 헤루냐 할멈은 약간 노기가 풀린 듯한 얼굴로
지팡이를 옆에 집어던진 채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네."
순간 하반과 내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Fin de Siecle] Cause I am always thinking about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