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는 "연장된 자아(extended self)"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게 무엇이냐?
영아들의 발달 단계 중,
자아(나)와 피아(세계)를 구분짓는 과정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의 소유물까지" 내 자아의 경계선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는 겁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즉, 통제 불가능한 건 세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 즉, 통제 가능한 건 나
이런 식으로 어렴풋이 세계관이 정립된다는 것이죠.
즉, 연장된 자아라 함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내 소유물들까지 통틀어서 내 자아의 총화로 인식하는 개념을 뜻합니다.
그리고 바로 이 개념에서부터
소비자 행동과 마케팅의 많은 전략들이 파생되게 됩니다.
자아를 꾸미고,
자존감을 구매하다
연장된 자아의 개념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합니다.
이미 영아기 때부터 조형된 세계관이므로,
막상 어린 아이들조차 자신이 소유한 물건으로 스스로를 평가하기 시작하죠.
나는 누구인가? 어떤 존재인가?
라는 존재론적 물음을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10대 때부터 자아 정체성이 서서히 윤곽을 잡아나가는데,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자아의 본신보다는 연장된 자아를 통해 스스로를 평가하는 경향성이 나타납니다.
결국에는 연장된 자아, 즉 자아가 커지는 개념이니까,
연장된 자아든 뭐든 자아가 크고 거대할 수록 좋은 거 아닌가요?
역사적으로 봤을 때,
악군일수록 본인의 위엄을 선전하는데 치중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성군이라면,
사후에 후인들이 선왕의 공적을 기리며 오히려 자발적으로 동상을 세워주곤 했죠.
스스로 진실된 가치감을 충만히 느끼는 자가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위엄을 보이기 위해 동상을 세울 필요가 있을까요?
연장된 자아를 꾸미고,
돈으로 자존감을 사는 행위는 누구나 하고 있는 일들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위태로워요.
연장된 자아를 꾸미느라 무리하면서 과소비를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잔뜩 꾸미는데 성공했더라도,
내 연장된 자아보다 훨씬 더 값나가는 것들로 치장한 사람들은 이 세상에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면 난 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죠.
연장된 자아끼리의 비교에서 패배한 내가 보잘 것 없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지금 이 시대는 SNS의 발달로 인해 그야말로 "연장된 자아의 각축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장된 자아의 개념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내가 마음대로 할 수있는 사람을
마치 내 분신처럼 생각하는 경향성이 있습니다.
(ex. 자녀, 가스라이팅의 대상 등)
나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공功은 전부 내 공이 되고,
상대방의 과過도 내 것처럼 느껴지기에 어떻게든 지워주려 발버둥치게 되요.
그리고선,
상대방이 결국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즉, 더 이상 통제가 안된다고 느껴질때면
불같이 분노하게 됩니다.
control freak(통제 매니아)과 말 잘 듣는 아이의 조합은 파파걸과 마마보이들을 양산해내며,
그러한 부모들의 속내를 잘 들여다보면,
자녀를 객체로서 존중한다기보다는 내 소유물로써 아끼는 감정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존감의 본체는 결국, 내 정체성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와 감정입니다.
내 캐릭터, 내 신념, 내 행동,
내 인간관계, 내 과거와 현재,
내 목표와 내가 추구하는 미래 등등
연장된 자아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이 필요하며,
특히 어려서부터 많은 이야기들을 보고 듣고 직접 겪으면서,
나만의 이상과 롤모델을 형상화시키는 작업이 매우 중요해요.
영화 타이타닉의 주인공 잭 도슨이 보여주는 자존감은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것입니다.
타이타닉에서의 저 선상파티장면은
본신의 자아가 지니는 고귀함이 연장된 자아들이 추앙하는 화려함을 압도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죠.
날카로운 송곳은 아무리 주머니 안에 감춰도 곧 드러나게 돼 있습니다.(囊中之錐)
꾸미지 않더라도 건강한 자존감을 지니고 있다면, 세상이 여러분을 반드시 알아볼 겁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감사합니다. 조금씩이라도 실천할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좋은 오후 되세요
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도 진짜배기가 되려고 해요^^
좋네요. 그래서 고맙습니다. :)
자존감 모지리들이 저기 용산에 엄청 많다던데... 이 글을 보여드리고 싶네요. ㅎ
감사합니다.
잭 도슨 급은 아니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찐자존감 가진 사람 주변에 본 적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간혹 볼 때가 있어요.
어느 자리 어느 상황에서건 자연스럽고 여유롭고 나름의 존재감이 있는 모습이랄까요?
영화 캐릭터로 따지자면, 미스터 히치의 윌 스미스 캐릭터가 딱 적절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꾸미면 세상이 나를 알아볼수 있는 기회를 보다 쉽게, 더 많이 얻을 수 있어요. 내면이 가장 중요하지만 외면도 나름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장면 진짜 최고였죠
아직도 무수히 많은 영화중에 강렬히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입니다
디카프리오는 얼굴로 다가졌네요 ㅎㅎ
22 나도 저얼굴이면 자존감 천하장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