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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디러 섬에 살고 있는 사람 소스디들
닙이누시 산의 날개신선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구경한 후 다음 일정은 바스디러 섬에 살고 있는 물사람들의 세상을 구경하는 일이었다.
물사람들은 인어처럼 거의 물 속에서만 생활하는 인간들인데, 몸에는 의상도 걸치지 않고 번들거리는 맨 몸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물사람들은 육지와 격리된 루스구스 대양의 먼 바다에 위치한 바스디러 섬에 살고 있었는데, 그 인종의 숫자는 대략 일백만 정도 된다고 했다.
바스디러 섬은 샤르별의 3대륙 9대섬에 속할 만큼 큰 섬인데, 사방이 큰 바다로 막혀서 육지와 고립된 세상이었다.
해변을 따라 험난한 바위들이 솟아 있고 또 한편에는 천혜의 백사장이 넓게 깔려 있으며, 섬 위에는 열대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넓은 섬이었다.
물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주로 바다에서 자라고 있는 해산물들인데, 살아 있는 물고기도 날것으로 먹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샤르별에서는 야만인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샤르별의 신선들은 날고기는커녕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과일들조차 입에 대지 않고 살아가는데, 살아 있는 물고기를 날 것으로 먹는 물 사람들을 야만인으로 분류하는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샤르별에서 야만인 취급을 받는 인종은 물사람 외에도 몸에 털이 덮인 츠스디 털사람,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더스난이 농경족도 포함되어 있었다.
털사람들은 숲속에서 짐승을 잡아먹고 살아가고, 더스난이 농경족들은 농사를 지으며 원시적 생활을 하기 때문에 야만인종으로 분류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고기, 곤충, 벌레, 짐승, 식물 등으로 배를 채우며 살아가는 잡식성의 지구 인류들도, 샤르별에서 바라볼 때는 당연히 야만인종으로 분류되고 있을 것이다.
물사람들이 야만인종으로 분류되고는 있지만 그들의 성질이 난폭하거나 못되지는 않았다. 순수하고 소박한 성격들이 오히려 친근감도 있었다.
물사람들이 바스디러 섬에 살게 된 것은 1억 5천만 년 전부터라고 했으며, 그 유구한 역사 동안 육지 인종들과 피가 섞이지 않고 단일 혈통을 유지하며 현재까지 이르렀다고 했다.
바스디러 섬이 옛날에는 육지와 맞닿을 정도로 큰 대륙의 섬이었지만 차츰 물속에 침하되어 지금은 넓은 바다의 한 복판에 떠 있는 고도로 변했다고 했다.
그리고 바스디러 섬이 큰 대륙이었던 옛날에는 인종들의 숫자도 지금보다 훨씬 많이 있었다고 했다. 지금도 바스디러 섬은 조금씩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는 이 섬과 물사람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4차원 문명세계를 창조한 샤르별 인류들의 우주첨단의 문명도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가는 바스디러 섬의 운명을 되돌릴 방법은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슬픈 운명의 역사를 미리부터 알고 바스디러 섬에 우리들이 도착했을 때, 물사람들은 모든 시름을 잊은 듯 물 속에서 평화롭게 생활하고 있었다.
바스디러 섬은 지구 인류들의 상식으로 표현하자면 하나의 독립국가였고, 그 섬의 독립국가에서 살고 있는 백만의 물사람들은 단일민족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단일민족인 그들은 그들만이 전통적으로 이어오는 독특한 문화들을 향유하고 있었는데, 샤르별의 현대문명세계 인류들은 이들의 삶을 철저하게 잘 보호하면서 우정의 교류를 지속하고 있었다.
우리들이 이 섬에 방문해서 물사람들 가까이 접근했지만 아무도 적대감을 표시하지 않고 오히려 다정한 친구를 맞이하듯 우정을 표시하려고 애썼다.
바스디러 섬에 도착했을 때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수많은 물사람들이 거친 파도의 물결에 뛰어들어, 넓은 바다에서 무한한 자유를 즐기며 그들만의 독특한 삶을 연출하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물사람들은 물에서 신나게 헤엄치기도 하고 파도타기도 하며, 어떤 물사람들은 물 위에 솟구쳐서 싱싱 날아다니기도 했다. 또 어떤 물사람들은 능숙하게 자맥질하면서 물 속에서 조개를 캐기도 했고, 어떤 물사람들은 한가하게 바위에 걸터앉아 그들이 만든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다.
물사람들이 만든 악기들은 조개껍질이나 동물의 뼈 같은 재료들을 이용해 만들어져 있었는데, 그 악기들 속에서 나는 곡조들은 무척 슬프게 들리며 바다의 물결 위에 부서지고 있었다.
물사람들이 그렇게 물 속에서 떼 지어 살아가는 모습은 마치 물개들이 집단으로 살아가는 모습과 비슷했는데, 그들의 알몸에는 조개나 각종 아름다운 돌을 실로 엮은 장식품들로 치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길게 자란 검은 머리들은 그들 나름대로 멋을 부리며 가꾸고 있었다. 물사람들의 키는 큰 편들이 아니었지만, 번들거리고 포동포동한 피부들 때문에 자연의 건강미가 넘치고 있었다.
물사람들의 주거지는 물속에 지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열대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섬 위에 집단으로 지어져 있었다.
물사람들의 주거지는 돌을 쌓아서 지붕을 풀로 덮고 사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며, 어떤 주거지는 바위 속에 굴을 파서 지어져 있기도 했고, 어떤 주거지는 커다란 조개껍질을 지붕에 덮어서 모양을 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집이라기보다는 거의 움막과 같은 수준들이었다.
물사람들은 비바람이나 피할 정도의 소박한 주거지를 만들어두고 가족들과 함께 단란한 삶들을 살아가고 있었다.
욕심도 없고 크게 바라는 것도 없이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인류들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물사람들은 가족끼리의 단결성이 뛰어나서 좁은 주거지에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화목을 과시하고 있었으며, 원시상태의 집단 주거지들은 섬 위에 넓게 퍼져서 군락들을 이루고 있었다.
이 원시상태의 주거지에서도 초현대식 건물이랄 수 있는 피라미드 같은 건물들이 가끔씩 눈에 띄는 것을 보고 희한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 건물들은 샤르별의 스지스디 본토에서 찾아와 물사람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서 지어놓은 건물들이라고 했다.
현대문명세계의 인류들은 이 섬을 찾아와 수시로 필요한 생필품을 공급해주기도 하고 의료혜택을 베풀기도 하며 지식교육과 훈련을 시킨다고 했다.
말하자면 문명인들이 야만인들에 대한 개화운동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시책이었을 것이다.
대륙의 문명인들과 야만인 물사람들 사이에는 항상 친밀함과 우정이 깊어지는 관계가 유지되고 있었다. 문명인들의 야만인들에 대한 깊은 배려와 보호정책 때문이었을 것이다.
처음으로 바라본 물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세상에 둘도 없는 진풍경 중에 진풍경이었다.
물사람들이 먹고 살아가는 식량은 거의 다 바다에서 수확한 해산물들이었으며, 그러한 해산물을 말리거나 절여서 먹는 법이 없었고, 무엇이나 날것으로 생식하는 식생활 습관을 누리고 있었다.
큰 고기는 살점을 칼로 베어 찍어 먹었고 작은 고기들은 통째로 씹어먹기도 했다. 조개도 날것으로 먹고 해조류도 날것으로 먹고 있었다.
해조류의 넓은 잎에다 생선이나 조개를 쌈처럼 싸먹기도 했다.
이런 날것을 생식하는 습관 때문에 물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의 마당에는 반드시 작은 웅덩이들이 고여 있었다. 바다에서 잡아 온 해산물들을 그 속에 가두어두고 키우면서 끼니때마다 꺼내먹기 위해서였다.
물사람들은 의상을 걸치지 않고 살아갔지만, 몸에다 장신구를 부착하거나 걸고 다니는 것은 좋아했다.
아름다운 조개껍질이나 바닷가에서 주운 돌을 구슬처럼 갈아서 만든 장신구를 목에 걸기도 하고 팔찌처럼 차고 다니는 모습도 있었다.
어떤 멋쟁이 물사람들은 온 몸에 장신구를 잔뜩 휘감고 멋을 내고 다니는 모습도 있었다.
물사람들이 장신구로 이용하는 조개껍질이나 돌들은 진귀한 것들이 많았다. 조개껍질 중에는 보석처럼 빛을 내는 것들이 있었고, 돌들도 그냥 돌이 아니라 우주석이란 이름을 가진 아주 희한한 빛을 내는 돌들이었다.
그런 진귀한 물건들이 바스디러 섬에는 잔뜩 널려 있었다.
물사람들 중에서도 머리가 좀 깬 사람은 거북이나 물개처럼 생긴 동물들을 사육하며 길들이기도 했다. 사육한 동물들은 식량이 부족할 때 잡아먹기도 하고, 길이 잘 들어 있는 동물들은 여러 가지 용도로 이용하고 있었다.
길들인 거북의 등을 타고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했으며, 길들인 물개를 이용해 해산물을 채취해 오도록 훈련시키기도 했다.
완벽에 가까운 원시사회라고 물사람들의 세계를 소개할 수 있었지만, 그 세계에서도 전통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는 문화나 문명의 모습들이 있었다.
바스디러 섬에 도착해서 맨 먼저 계획한 행선지는 러차라는 이름을 가진 물사람의 거처였다. 러차는 바스디러 섬의 통치자였기 때문이다.
러차의 거소는 바스디러 섬에서 말하면 관저나 다름없었다. 물사람들의 통치자는 거의 세습적으로 이어져 온다고 하는데, 그래서 러차는 세습 통치자였고 그가 거주하고 있는 관저는 세습으로 물려받은 아주 오래된 물사람의 고가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러차의 거소가 통치자의 관저라고는 하나 다른 물사람들의 거처들과 마찬가지로 크게 화려한 점은 없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주 넓은 광장에 크게 세워져 있는 조개지붕의 집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돌을 쌓아 지어진 나지막한 지붕에는 크고 넓적한 조개껍질들이 기와처럼 얹혀 있어 제법 모양을 내고 있었고, 광장의 넓은 마당 주위로는 돌담을 둘러 경계를 표시하고 있었다.
암반이 깔려 있는 광장은 많은 군중들이 집회를 할 수 있도록 넓었으며, 마당의 한 구석에는 실내 풀장과 같은 큰 연못이 만들어져 있었다.
러차의 거소를 방문했을 때 그는 마침 마당의 연못에서 한가하게 수영을 즐기며 몸을 단련하고 있었다. 연못 속에는 애완용으로 키우는 동물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러차는 수영을 하면서 그 동물들과 재미있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것을 눈치챈 그는 아무런 의상도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잽싸게 물에서 나와 반겼다.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면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샤르비네와 러차는 구면이었다.
샤르비네가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봉사단의 활동에 참여하면서 물사람들을 자주 찾아왔기 때문이다. 샤르비네가 벌였던 봉사활동은 주로 의료봉사라고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과 친숙해지고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근래에 얼굴을 보지 못해 궁금했는데 어쩐 일로 이렇게 모처럼 방문했소? 우리 물사람들은 틈만 나면 아니의 이야기를 꺼내놓고 보고 싶어 했다우. 어쩌면 아니가 우리 물사람 형제들을 잊고 다시는 방문하지 않을 거라는 슬픈 생각을 가진 자들도 있었소. 그런데 이렇게 찾아주니 반가운 마음을 무어라 형용할 수 없구려.”
샤르비네를 반갑게 맞이한 러차는 샤르비네에 대한 반가움과 그동안의 심정을 솔직하게 토로하는 것이었다.
“제가 물사람 형제들과 나눈 우정이 얼마인데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나요? 평생 그 우정은 변치 않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사실 그동안 저는 멀고 먼 우주를 여행하느라 본의 아니게 이곳을 방문할 수 없었어요. 그러니 오해하지는 마세요."
샤르비네도 그동안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에 대해서도 러차에게 자세히 소개해 주었다.
러차는 아주 서글서글한 성품으로 우리를 반기고 손님에 대한 예를 갖추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저녁이 되니 많은 사람들이 러차의 마당에 몰려들었고, 그 자리에서 우리를 위한 즐거운 파티도 벌어졌다.
물사람 악대들이 나와서 재미있는 악기소리를 연주하며 춤을 추기도 했고, 목소리가 좋은 물사람들은 나와서 노래도 불렀다.
나도 물사람들과 섞여서 흥이 나게 춤을 추었고, 샤르비네는 그녀 특유의 아름다운 목소리로 영혼을 울리는 노래들을 불렀다.
샤르비네는 물사람들의 애창곡인 영가들도 많이 익히고 있어서 능숙하게 열창했다. 샤르비네가 자신들의 영가를 열창할 때는 섬이 떠나갈듯한 물사람들의 합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너무 신나고 유쾌한 기분을 마음껏 느꼈던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즐거운 파티가 끝나고 물사람들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선물을 꺼내놓았다. 대부분 진귀한 조개껍질이나 돌들이었고, 물고기의 뼈를 이용해 만들었다는 피리 같은 악기도 선물 받았다.
어떤 물사람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부적을 선물하기도 했다. 뼈를 깎아서 기묘한 모양으로 만든 물건인데 목에다 걸고 다니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했다.
물사람들은 행운의 부적을 우리들의 목에 걸어주며 항상 신의 가호가 따르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샤르비네를 알아보고 좋아하는 물사람들이 낮에도 찾아와 그녀에게 선물한 물건들도 있었지만, 이날 저녁 환영파티가 끝나고 받은 선물들은 더욱 우리들 마음을 감동시켰다.
샤르비네도 미리 준비해 온 물건들을 물사람들에게 선물하며 따뜻한 환영에 대하여 감사의 보답을 했다.
이튿날 우리는 춘우셔시를 타고 러차와 함께 바다 밑에 수몰되어 있는 물사람들의 수중 유적지를 살펴보았다.
수몰된 물사람들의 유적지에는 수천, 수만 년 전에 살았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물사람 선조들이 살았던 집터와 유물들이 조용하게 물 속에 가라앉아 과거의 슬픈 기억들을 되살리게 했다.
물 속에 가라앉아 있는 유물들을 물사람들은 일체 손을 대지 않았다. 유물들의 주인이었던 슬픈 영혼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물사람들은 또 자신들의 선조였던 슬픈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해마다 위로제도 올린다고 했다. 미개한 인종들처럼 살아가는 그들이었지만, 그들 나름대로 순박한 인품과 아름다운 정신세계를 소유한 인종들이라고 기억할 수 있었다.
바스디러 섬에서 돌아올 때 많은 물사람들이 마중 나와서 손을 흔들고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아쉬워하던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지금도 바닷가에 나가 찰랑거리는 파도소리를 듣고 있으면 멀리서 물사람들의 슬픈 영가가 아련하게 귓가에 들려오는 듯하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著
첫댓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