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은 비가 내리고
엊그제 소서가 지난 칠월 중순 화요일은 초복이었다. 흐린 하늘에 비가 얌전히 내리다가도 햇볕이 드러나기도 해 장마철 날씨는 하루에도 변덕이 심했다. 어제는 병원에 잠시 다녀올 일로 산행을 대신한 산책으로 소일했지만 근래 연일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근교 산행을 다녔다. 발품을 판 보람은 있어 영지버섯은 다수 찾아냈지만 무릎과 종아리에 무리가 와 불편이 느껴진다.
주중 화요일은 불편함이 느껴지는 다리에 안식을 안겨주어야 할 듯해 산행이나 산책을 지중하고 도서관에 머물고 싶었다. 마침 인터넷 검색 기상정보도 우산이 그려진 시간대가 있어 바깥 활동은 하지 않음이 좋을 듯했다. 이른 아침밥을 먹어 도서관 문이 열기를 한참 기다려 현관을 나섰다. 아파트단지 이웃 동에 꽃대감이 가꾸는 꽃밭을 들리니 친구는 집으로 올라가려는 참이었다.
친구와 짧은 시간 안부를 나누고 건너편 아파트단지에서 초등학교 앞을 지나니 보도가 무척 조용했다. 교문에는 석면 해체 공사로 학교가 조기 방학에 들고 외부인은 출입을 삼가십사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었다. 용지호수로 가자 무궁화동산은 아침 이른 시간에 당국의 인부들이 예초기로 제초 작업을 마쳐 놓아 깔끔했다. 바야흐로 우아한 나라꽃 무궁화가 피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호숫가 둘레길로 가니 호수 가장자리에 부들이 무성해 자라고 분홍 부처꽃이 피어나 눈길을 끌었다. 미끈하게 솟은 꽃대에서 싸리꽃처럼 송이가 자잘하게 피어난 꽃을 왜 부처꽃이라 부르는지 명명 연원은 좀 알아봐야겠다. 호수에는 잎을 가득 펼쳐서 수면을 덮어 가는 수련이 군데군데 꽃을 피우고 있었다. 호수 수면에서 수련이 꽃을 피운 속에 부처꽃을 보니 배경이 되어 어울렸다.
내가 가끔 찾아가는 도서관은 창원 시청 산하 공공도서관 가운데서도 마을 도서관 격으로 운영하는 소규모로 용지호수 잔디밭 구석진 곳에 자리했다. 사서 1인으로 운영해 일요일에 이어 월요일은 휴무라 화요일이 주말 이후 첫 개관일이었다. 시간을 맞춰 출근한 사서는 문을 열고 바깥의 무인도서 반납함 책을 꺼내 정리하고 실내를 쓸고 닦는 청소를 마치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집에서 읽었던 책을 반납하고 열람대에 놓인 지방지 신문을 펼쳐 읽었다. 평소 텔레비전을 보질 않아 지역 뉴스에도 어두운데 세상 돌아가는 이런저런 사정을 알게 되었다. 칼럼으로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의 ‘수어지친(水魚之親)’을 풀어준 얘기를 잘 읽었다. 70년대 경제개발을 주도한 청와대 참모와 박 대통령과 친밀감을 언급하면서 당시 유능했던 경제 과외교사를 언급했다.
신문을 덮고 신착도서 코너를 포함해 서가에서 읽을 책을 다섯 권 골라냈다. 창가로 와 나의 개인 서재나 마찬가지인 간이 열람석에 앉아 김주완의 ‘줬으면 그만이지’를 펼쳐 단숨에 읽어내렸다. 지방지 기자 출신이 쓴 서부 경남에서 소리소문없이 대단한 육영 장학사업과 기부 활동을 펼치는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였다. 나도 그분의 선행은 청년기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다.
점심시간이 되어 중앙동 오거리로 나가 국밥집에서 점심을 때우고 왔다. 오가는 길에 용호동 상가 백숙집은 복날 삼계탕을 먹으려는 이들이 대기표를 받아 줄을 서 기다렸다. 오후에도 아침나절 못다 읽은 책장을 마저 넘겼는데 어느 시간대는 바깥이 어두워지면서 세찬 빗줄기가 쏟아졌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다리에 휴식을 안겨주며 도서관에서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날은 작은어울림도서관에서 모둠별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부녀들이 나타났는데 아무도 들리지 않은 하루였다. 종일 개인 서재나 마찬가지로 혼자서 책을 펼쳐 읽다가 바깥에 내리던 비가 잦아들길 기다려 아침에 뽑아둔 나머지 책을 챙겨 사서 앞으로 가서 대출 도서로 신청했다. 서서는 이달 말은 며칠 휴가 일정이 잡혀 있어 달을 넘겨 팔월 초에 들리셔도 된다고 안내했다. 23.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