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정을 먹은 점심

[이영득]

지난 토요일,

범초 선생님과 현정란씨랑 수아님이 가는 약초 모임에 따라 갔다.

내 손으로 익은 뜰보리수를 맘껏 따 보고도 싶었고,

익은 열매를 제대로 찍고 싶었다.

가까이서 쉽게 볼 수 있는 게 오히려 사진을 쓰려고 할 때 없을 때가 많다.

뜰보리수도 마찬가지다. 

오전엔 땀 뻘뻘 흘리며 밝얼산 자락을 오르다가 내려왔다.

 한 시간쯤 고헌산 자락도 살랑살랑 걸었다.^^

조록싸리가 한창이다.

 

유진 언니가 직접 짠 우유로 만들어 온 

귀한 요거트도 먹고,

 

 다닥냉이에 알 낳는 배추흰나비도 봤다.

 19세 이하 관람불가

원조 '산딸기'도 따 먹고. ^^

  젖소부인도 보고.^^

유진 목장엔 젖소부인이 많다.

유진 목장 젖소부인들 냄새는 분냄새가 안 나고 좀 구수한(?) 냄새가 났다.

아우, 저 많은 부인들을 거두면서 언제 요거트까지 만들어 왔을까?

맛나서 세 번이나 받아 먹으면서 

고맙고 황송했다. 

그 기운으로 점심 먹기 전에 한 시간은 더 걸을 수 있었는데,

선생님이 내려 가자 해서 좋으면서도 어찌나 서운하던지.^^

보리수를 따는 사이 카우보이님과 성일경님은 불을 피우고, 고기 구울 준비를 했다.

또 한번 황송했다.

 이렇게 잘 익고 이쁜 보리수를 따고,

사진도 맘껏 찍었다.^^

 앵두도 따고,

앵두가 이쁠까, 앵두 같은 입술이 이쁠까?

 백 번도 더 생각해 본 날이다.^^ 

답은 아직도 모른다.

이쁜 말 하는 입술은 앵두만큼 이쁠 것 같다. ^^

청뫼 님은 농장에 가면 뜰보리수가 많다며, 애써 딴 걸 내 보따리에 넣어 주었다. ^^

 점심 맛나게 먹고는

텃밭 구경도 했다.

텃밭을 어찌나 잘 가꾸어 놓았는지

기름 자르르 흐른다.

집에 올 무렵.

유진 언니가 텃밭으로 가자더니 상추랑 열무, 배추를 한 가득 뽑아 주었다.

얼마나 많은지 선생님과 수아랑 셋이 나누었는데도 이렇게나 많다.

집에 와 큰딸과 다듬고 씻으며 말했다.

이것 전부 다 약 한 번 안 치고 가꾼 거라고.

그리고 다 얻어 온 거라고.

 배추랑 열무, 씻어 놓으니 더 예쁘다.

야들야들 부드러워서 물김치 담으면 딱이겠다.

유진 언니 덕분에 오랜만에 최고의 재료로 맛난 물김치 담갔다.

불량주부 모처럼 식구들한테 점수 좀 땄다.

자취하는 큰 딸 갈 때

상추랑 물김치 싸 주면서 어찌나 뿌듯하던지.

상추는 다음 날 아침에도 먹고, 점심에도 먹고, 저녁에도 먹었다.

아침에 입이 미어터지도록 상추를 싸 먹는 걸 보더니

남편이 이런다.

 "그렇게 맛있나?"

"응! 서방님도 먹어 봐. 살살 녹아." 하면서 한 입 싸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날 아침엔 빵을 먹엇다.

하루 종일 보리수 따느라 고생했다고(실은 즐겼는데

남편은 엄청 따 온 뜰보리수를 보더니 나무에 매달려 진탕 고생 했는 줄 안다.

 ㅋㅋ 착각하게 가만 두었다.^^)

모타리 작은 아내 아침 지을 기력 없을까 봐 슬그머니 빵을 사 둔 남편.

그 성의가 쾌심해서^^ 빵을 먹는데,

 빵 한 잎 먹고, 상추 한 입 먹는 촌스런 아내 식성이 우스웠는갑다.

아니, 이젠 촌스런 아내 식성 충분히 적응 했을 거고,

오히려 그런 식성이 믿음직스운 눈빛이다.

남편도 딸들도 맛있게 싸 준 상추를 한 입씩 먹더니 더 싸 달란다.

그래서 "이젠 각자 싸 먹어!" 했다. ^^

ㅋㅋ 나 먹기 바빠서리.

이건 유진님이 준 배추와 열무로 담근 물김치.

이거 떨어지기 전에 우리집에 오는 사람 있으면

한 보시기 퍼 줄 참이다.

물김치는 절이고, 김칫국물 끓이고, 양념 만들고 ...

손이 많이 가서 '담그?' '말어?'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주 기쁘게, 아주 쉽게 했다.

금자네사랑방 카페에 산골도라지님이 올려 놓은

 <열무 물김치 쉽게 담그는 법>을 보고 배워 응용한 덕이다.

1. 부드러운 열무나 얼갈이 배추를 씻어 뚝뚝 잘라 김치통에 담는다.

2. 김치국물은 소금(죽염을 넣었음^^)을 넣고, 찹쌀가루를 풀고 끓였다. 

3. 양념은 빨간 고추랑 마늘, 양파(큰 거 한 개), 사과(작은 거 두 개. 배를 넣어도 된다.), 생강(조금)을 믹스로 갈았다.

    4. 식힌 김칫국물과 3(양념)을 섞어 매실즙 반 컵 넣고, 고춧가루 조금 넣고, 새우젖으로 짭짤하게 간을 했다.

    (열무를 절이지 않았으니 간을 짭짤 하는 게 비법^^)

 5. 김치통에 담아 놓은 열무에 양파 한 개 썰어 넣고, 양념 된 김칫국물을 부었다.

 6. 밖에 하루 두었다 익은 냄새가 나기에 냉장고로 쇽! ^^

(여름이라 하루 익히니 시원하고 맛있다.) 

선생님 덕분에 약초 모임 따라 가고,

유진 언니 덕분에 귀하게 기른 유기농 채소랑 온갖 먹거리 얻어 오고,

금자님 카페와 산골도라지님 덕분에 쉽고 맛있게 물김치 담고,

부산에서 자취하는 딸 주려고 부랴부랴 물김치 담갔으니 그 덕도 보고,

낮에는 시험치고 일찍 온 딸 덕분에 같이 감자 삶아 먹었다.

"삶은 감자 먹을래? 밥 먹을래?"

묻자 마자 딸은 감자 먹는단다.

ㅋㅋ 식성은 촌스런 엄마 닮아 가지고.^^

오늘은 낮이 가장 긴 하지.

하지엔 감자를 먹어야 제격.^^

 하지 덕에 올감자 삶았다. 삶아서 팍신하게 푼 감자. 거뭇거뭇 한 건 삶을 때 넣은 죽염이다.

그러고보니 죽염은 달과별이님이 준 거네.

하이고, 오늘 누린 복, 어느 것도 혼자인 게 없다.

 오늘 먹은 점심이다.

유진 언니가 준 배추 열무로 담은 물김치 놓고, 팍신한 감자 삶아 먹었다.

딸과 함께 또 유진 언니가 준 상추를 싸 먹었다.

한 마디로 땅 기운과

정을 듬뿍 먹은 점심이다.

 다 고맙다.

[2010년 6월 21일. 풀꽃지기 자연일기]

[심상우]

영득쌤.........다 아름다워요! 맛나게 드시고 힘! 내셔요.
(올해 가기 전에 풀꽃여행 가고 말꼬야요~)

[Lim정진]

아앙 물김치....먹고싶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