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유력하게 떠오르자 더불어민주당에선 “한동훈 나오면 땡큐”(장경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장경태는 지난 18일 SBS라디오에서 “한 장관이 꼭 비대위원장이 됐으면 좋겠다” “국민의힘이 꼭 모셔오기 바란다”며 이른바 ‘한나땡’을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후 국회 법사위 출석을 위해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
친명계 정청래도 같은 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인적으로 한동훈 비대위가 기대된다”고 했다. 4선의 우상호도 이날 김어준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거야말로 미친 짓이다. 그래서 저희는 감사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주장의 배경엔 “한 장관은 누가 봐도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인”(장경태) “오른팔을 당 대표로 세우면, 윤석열 심판 정서를 더 키우는 것”(우상호)이라는 시각이 깔려있다.
민주당의 한나땡 주장에 정치권에선 “대선 전 민주당의 ‘윤석열 나오면 땡큐’(윤나땡)가 떠오른다”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10월 “윤 총장이 정치에 뜻이 있다면 윤나땡”(신동근)이라며 말을 만들어 퍼뜨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듬해 11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까지 이를 유행어처럼 썼지만, 실제 대선 결과는 윤 대통령의 승리였다.
2021년 11월 5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차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에 최종 선출된 후 당 점퍼를 입고 인사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47.85%를 최종 득표하며 홍준표 의원(41.50%), 유승민 전 의원(7.47%), 원희룡 전 제주지사(3.19%)를 꺾고 1위를 차지했다.
여권에선 “민주당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때릴수록 컸던 윤 대통령처럼, 민주당의 비판이 한 장관에게 나쁠 것 없다는 취지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18일 SBS라디오에서 “민주당의 한나땡 얘기는 오판”이라며 “한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 갈 때도 ‘올라오기만 해봐라’ 하더니 2년 가까이 한 장관에게 쩔쩔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아울러 여권에선 대선 때와 현재 모두 보수 진영 최대 맞수가 이재명 (민주당)으로 동일하다는 점도 강조한다.
대선 당시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로 윤 대통령이 도덕적 우위 이미지를 점했듯, 한 장관 역시 같은 상대에게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송영길이 ‘돈 봉투 의혹’으로 구속됐고 다른 민주당 의원들도 같은 의혹으로 수사 중이라 파장이 더 커질 수 있다.
물론 당시와 현재가 다르다는 야권의 지적도 있다. 장경태 (민주당)는 “윤 대통령은 박근혜 정권에 대항도 하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도 남겼는데 한 장관은 뭘 보여줬느냐”고 말했다.
권력에 맞서는 이미지로 중도 확장을 꾀했던 윤 대통령과 달리, 한 장관에겐 ‘윤석열 정부의 황태자’라는 인식이 강하고, 윤석열 정부 국정 지지도가 30%대에 머무는 점도 한 장관의 상황적 한계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이지난 1월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부업무보고(법무부.공정위.법제처)에 참석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입장하며 자기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여야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정치권 관계자는 “한나땡이 될지 안 될지는 결국 한 장관이 윤 대통령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김성수(정치외교학) 한양대 교수는 “‘정부 2인자’ 이미지론 윤나땡을 머쓱하게 한 윤석열 대망론을 재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권력에 맞서던 과거 윤 대통령의 결기를 보여야 한 장관도 대망론 퍼즐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