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3.12.20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등판하면서,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한 장관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맞붙게 됐다.
두 사람은 총선 정국에서 당을 이끌며 서로를 견제하는 동시에, 정치적 리더십을 보이는 데 주력하며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 한 장관을 총선 정국에서 당을 이끌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정치 경험 부족이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한 장관의 참신함과 스타성, 보수진영의 높은 지지를 받는 차기 잠룡인 점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한 장관은 특히 당내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일부 의원은 “당의 미래와 변화를 보여줄 인물”이라고 한 장관을 평가했다.
그간 정치권에 발을 들이지 않은 인물로서 참신한 캐릭터인 데다 여성·중도·고령층으로부터 두루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 역시 당 혁신 완수와 외연 확장 과제에 적임자라고 했다.
정치 경험 부족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밀접한 관계 등을 이유로 한 장관을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한시가 급한 총선 국면에서 대안 부족이라는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한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추대되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한 장관과 함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재명에게 향하고 있다.
한 장관은 최근 한국갤럽이 진행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16%의 지지를 받으며, 19%의 선호도를 기록한 이재명과 격차를 오차범위 내로 좁히기도 했다.
두 사람의 첫 번째 승부처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될 전망이다.
한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추진 중인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한 장관은 또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고, 수사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하게 되어 있는 점을 독소조항으로 지목하며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총선 이후, 자신이 지목한 독소조항이 수정된다면 특검법을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김 여사 특검법 처리를 예고한 상태다. 이에 한 장관은 가장 먼저 특검법 처리를 저지하기 위해 이재명과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과 이재명의 진정한 승부처는 내년 총선이다. 정치적 리더십을 통해 당의 분열을 막는 동시에 총선 승리를 이끌어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함께 떠안은 것이다.
총선에서 당이 패배할 경우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정치인생에 큰 타격을 입는다는 점에서 두 사람에게 있어 총선 승리는 매우 중요하다. 이재명도 이를 의식한 듯 지역구가 아닌 비례대표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선거유세가 불필요한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 후보들을 지원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도다.
두 사람의 만남은 빠른 시일 내 이뤄질 전망이다. 한 장관은 이르면 다음주 초 이재명을 찾아 비대위원장 취임을 알리며 대화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