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 3,31-35
31 그때에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왔다. 그들은 밖에 서서 사람을 보내어 예수님을 불렀다. 32 그분 둘레에는 군중이 앉아 있었는데, 사람들이 예수님께 “보십시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과 누이들이 밖에서 스승님을 찾고 계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33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 하고 반문하셨다. 34 그리고 당신 주위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35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진정한 승어부
나는 어려서 집안의 장남으로 행동거지와 말이 어른스러워야 좋은 줄 알고, 어른들이 내게 그렇게 기대를 하기도 해서 나는 천진스런 어린아이로 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 말이나 행동을 보고 신기한 듯 맞장구를 쳐 주어서 나는 정말 그런 줄 알고 신나기도 했습니다. ‘저 아이는 참 어른스럽다.’라는 말을 들으며 왠지 우쭐하고, ‘어쩌면 아이의 소견이 저렇게 깊은가?’라는 말을 들으면 솔깃해서 어린 마음에 정말 대단한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내가 무슨 행동과 말을 할 때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에 정신이 팔려 평범한 청소년기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은 마치 보통 사람을 초월한 것처럼 생각하고 경험이 많은 사람처럼 생각이 굳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서로 어울려 노래를 하고 화투놀이를 하거나 술을 먹고 춤을 추고하는 것 등은 문란한 생활인줄 잘못 알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소년기와 청년시절에 그런 유희와 오락과는 담을 쌓고 내가 생각하는 것만이 옳다는 생각으로 그 자세를 그대로 고집하면서 세상의 모든 고뇌와 많은 문제를 가슴에 품어 안고 고고하게 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내 생활이 그렇게 원칙적이고, 책에서 공부한 옛 성현들의 말씀이나 성서의 말씀에 따르지 않는다면 절대 안 되는 줄 알고 가르치며 살기도 했습니다.
직장에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할 때 누가 나에게 “왜 그렇게 공부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단호하게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한다.”고 말 할 만큼 어릴 적 나는 아버지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고생만 하시는 어머니가 불쌍해서 언제나 ‘아버지보다 더 좋은 아버지가 되겠다.’고 결심하곤 하였는데 여기서 승어부(勝於父)라는 말은 <아버지보다 나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내 삶의 목표는 승어부(勝於父)였고, 청출어람(靑出於藍 : 남에서 나온 물감이 남보다 더 푸르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훌륭할 때 쓰이는 말)과 같은 삶을 살고자 했습니다. 특히 동생이 신학생이 되면서 그런 사고방식은 더욱 굳어지게 되었고 아내에게도 “그렇게 하면 예법에 어긋난다.”고 서슴없이 충고하고 아이들도 그렇게 가르치고 야단을 쳤습니다. 그리고 동생들이나 가까운 이웃 사람들에게 원칙만을 주장하고 어긋나면 야단치고 까다로웠고, 나의 제자들에게도 그렇게 요구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옛말에 ‘자수성가(自手成家)한 사람은 상대도 하지 말라’는 말이 나온 듯합니다.
그렇게 마음이 굳어진 상태에서 결혼을 했고 그렇게 사는 나를 아내도 좋게 보았습니다.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철두철미(徹頭徹尾)하게 사는 나를 참 좋게 보았다는데 세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고, 그 아이들이 커서 결혼하고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나 ‘아버지보다 나은 아버지가 되겠다.’는 말이 얼마나 건방진 말이었는지 반성하고 아버지 앞에서 죄를 지은 듯 가슴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아버지다워야 아버지다.’라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과 말이 얼마나 교만하였는지 가슴이 저려오는 것입니다. 내가 아무리 잘 살아도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 없음을 깨닫기 시작한 것은 내 나이 50이 넘어가고 내 인생관과 가치관이 변하기 시작하면서입니다. 만약 아버지께서 일찍부터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하셨다면 정말 훌륭한 아버지가 되셨을 것입니다. 이제야 나는 아버지의 뒤를 따를 수 없는 보잘 것 없는 아들이었다는 사실과 날이 갈수록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애가 닳습니다.
오늘 주님은 하느님 아버지로서 어머니와 형제와 자매들의 자격과 신분에 대하여 말씀하십니다. 아무도 아버지가 되지 않으면 아버지를 판단할 수 없듯이 그 누구도 하느님이 되지 않고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뜻을 알지 못하면서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면서 살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의 뜻을 잘 알아듣고, 그 뜻을 따라서 실행하는 사람만이 주님과 한 가족이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가족 간에도 대화가 부족하고 아버지와 자식도 사랑이 점점 엷어져 가고 있습니다. 형제자매들과의 사랑을 말하기는 쉽지만 진실로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성체를 통해서 날마다 하나 되기를 간절히 바라시는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한 형제라는 말이 무색해져가고 있을 때 우리 자신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정체성을 회복하여야 할 것입니다.
주님! 주님의 뜻을 찾고 실행하기보다 자신의 뜻을 고집하며 살아온 삶을 반성하오니 저희를 어여삐 여겨주소서! 매 순간 주님의 뜻을 찾고 실천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시는 속 타는 주님의 음성을 한 순간도 외면치 않도록 저희 모두가 깨어 기도하게 하소서! 주님의 뜻을 찾고 실행하기 위해서 저희의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도 이끌어주시어 더욱 열렬한 마음으로 삶 속에서 충실한 아들딸이 되게 하소서!
야고보 아저씨
첫댓글 장자로서 자리를 꿋꿋하게 지키셨기에 오늘이 있지 않았을까요?
늘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시는 마음이 절절히 전해 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마님
아멘. 저의 구원자이신 주님 매순간 주님 뜻을 깨달아 실천할수있는 은총허락하여주소서 .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할수 없는 이 몸이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네스 자매님
아멘.
감사합니다. 아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