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틈새 용추계곡을 찾아
주중 목요일도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해 장마의 끝이 언제일지 가늠할 수 없는 칠월 중순이다. 아침나절 같은 생활권에 사는 작은형님이 시골을 다녀오는 날이라 고향 농산물이 보내져 올 예정이었다. 날씨가 궂기도 했지만 짐을 받아두어야 해 바깥나들이를 하지 않고 집에 머물면서 국수를 끓여 이른 점심을 먹었다. 일전 외감에서 걷어온 돌나물로 담근 물김치를 맛국물로 삼았다.
고향을 지키면서 농사를 짓는 큰형님이 쌀을 빻아 한 자루 보내면서 흙내가 나는 마늘에다 늙은 가지와 노각을 가득 채운 봉지까지 받았더니 장마에 꼬투리를 까질 못해 싹이 트려는 강낭콩까지 싸여 있었다. 짐을 베란다에 정리해 놓고 웃비가 개어 접은 우산은 손에 든 채 산책을 나섰다. 점심나절이 되어 산행이나 산책을 나서보기 드물었는데 하늘이 흐려 시간은 가늠되지 않았다.
높다랗게 자란 메타스퀘어 가로수가 줄지어 선 외동반림로에서 도지사 옛 관사 앞을 지났다. 근래 찻집 거리로 알려진 용호동 주택가 일대는 오전 시간대라 손님이 타고 온 차량은 그리 많아 보이질 않았다. 중앙대로로 진출해 교육청과 도청을 지나 의회와 경찰청 사잇길로 걸었다. 거길 지날 무렵이 근무 시간대여서인지 관공서 안팎으로 드나드는 차량이 없어 거리는 한산했다.
창원대학 동문에서 창원중앙역으로 올라 철길 굴다리를 지나 용추계곡으로 들었다. 아침까지 비가 온 뒤여서인지 계곡을 드나드는 이들은 보이질 않아 호젓했다. 계곡 들머리 갓길은 제초가 말끔하게 되었고 수로 물길도 틔워 정비를 잘해두었더랬다. 하나 아쉬운 점은 산행 안내소 근처 심겨 자라는 무궁화에 벌레가 꾀어도 약을 뿌리지 않아 잎을 죄다 갉아 먹어 꽃을 피우지 못했다.
계곡 들머리 숲길을 걸으니 비가 그친 틈새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여름이면 시내 거리에서도 왕매미 울음소리를 듣는다만 장마가 끝나지 않아서인지 아직 들려오지 않았다. 도심 가로수 매미 울음소리는 소음에 가까워도 숲에서 우는 참매미는 자연에서 들려오는 음향의 한 가지로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바윗돌에 부딪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흐르는 계곡물 소리도 들려왔다.
용추고개로 오르려면 건너는 목책 교량을 비켜 용추정 아래서 계곡을 드니 수량이 불어난 물은 폭포가 되어 쏟아졌다. 수없이 드나든 사람들의 발길에 돌부리 닳아진 등산로를 따라가다 평상이 놓인 계곡 가에는 산행을 마치고 나온 두 사람이 등산화를 벗어 놓고 발을 담그고 담소를 나누었다. 흐르는 물소리에 둘이서 나누는 얘기가 가까워도 서로에게 잘 들리지 않을 듯도 했다.
용추1교를 앞두고 길섶에는 배추흰나비 계열의 나비들이 여러 마리 모여들어 날갯짓을 팔랑거렸다. 녀석들이 앉으려는 작은 꽃송이가 뭔지 다가가 확인하니 방아풀과 비슷한 잎사귀인 오리방풀이었다. 벌깨덩굴을 닮기도 한 오리방풀이 작은 꽃을 피워 나비가 찾아와 앉으려고 했다. 나비 일생에서 알을 슬려고 찾은 잎이 아니고 비가 그치니 꽃향기를 찾아 날아온 녀석들이었다.
출렁다리를 지날 즈음 삼복이 지나면 보라색 꽃을 피우는 맥문동은 잎맥이 윤기가 한창 돌았다. 상류로부터 바윗돌을 비집고 흘러오는 맑은 계곡물은 그침 없이 흘러내렸다. 용추5교를 지나자 창원대학 뒤에서 온 숲속 길은 날개봉에서 고산 쉼터로 돌아갔다. 우곡사 갈림길을 앞둔 징검다리를 건너지 않고 물봉선 자생지를 둘러봤더니 이즈음 피는 꽃이 한두 송이 보이길 시작했다.
예전에는 용추계곡은 선홍색 물봉선이 많이 자랐으나 지금은 개체 수가 현저하게 줄어 귀하신몸이 되었다. 물봉선꽃이 피길 시작하면 여름의 중심축은 가을로 기울어져 감은 산행에 얻은 나의 경험칙이다. 우곡사 갈림길 부근에서 만난 물봉선은 선홍색이 아닌 흰색이었다. 양말은 나무 평상에 벗어두고 맑은 계곡물로 내려가 발을 담갔다. 그때 다람쥐 한 마리가 평상으로 다가왔다. 23.07.13